올해는 75권 읽었다. 초등학교 때 6살 차이나는 친척 오빠가 설날을 기준으로 일년동안 읽은 책이 100권이 넘으면 수고비로 약 만원 (정확한 금액은 생각이 안남ㅠ)을 주었다. 2~3년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하얀 종이에 숫자를 써가면서 연필로 꾹꾹 누루면서 쓴 100권의 책 목록을 보면 성취감이 대단했었다. 성취감 뿐 아니라 책 읽는 재미까지 알게 해준 참 고마운 오빠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일년에 100권이상을 읽어본 적이 없다. 역시 self-motivation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올 한해도 좋은 경험이 되는 독서도 있었고,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는 책들도 만날 수 있었다.
나에게 좋은 독서란 읽으면서 재밌고, 유익한 (또는 교훈적이고)내용이 있거나 감동을 주는 책등등을 말한다.
재밌었던 책들이다.
유쾌하고 명랑할 거리가 그닥 많지 않았던 2020년 그래도 이 책들을 읽으면서 때론 낄낄대거나, "이야..재밌다" 라는 말은 연신 중얼거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나를 부르는 숲]을 읽고 빌브라이슨 아저씨에 푹 빠져서 다른 책 2권 더 읽어봤는데, 저 책이 최고더라! 요 카데고리의 아류작들은 최근의 읽은 [솔로몬의 위증 1,2,3]과 조정래의 [천년의 질문 1,2,3]이 있다. 두작품 모두 괜찮았는데, 컨텐츠 탓인지 읽으면서 아드레날린이 빵빵 나올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내용이 유익하고 배우고 새길 내용들이 많았던 책들이다.
[사람,장소,환대]는 '여성주의 책읽기'에 처음으로 동참해서 읽었던 책인데, 약간의 의무감(?) 덕분에 조금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고, 리뷰도 써야겠다는 압박감 또한 책을 읽어나가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페스트]는 3월 팬더믹 터진 후에 바로 읽었다. 놀라웠다. 어찌 인간이 변한게 없더라. 빨래하는 페미니즘 내용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주말 밀린 빨래로 동분서주하는 지은이와는 다르게 남편은 쇼파에서 느긋하게 티브이 보는 모습에 빡쳐서 다 끝낸 남편 빨래거리를 창문 밖으로 던져버린 장면. 그 깊은 빡침이 깊이 공감되었고(남편이 없는 나에게조차도), 아주 통쾌했다. [산둥수용소]는 팬데믹동안 하루종일 집에 있는 내가 마치 자율 수용소나 다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제목 보고 무작정 산 책인데, 내용이 너무나 좋았다. 모든 페이지가 형광펜으로 문질러져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곁에 두고 읽을 책이다. 김영민 교수님책은 두말하면 잔소리 아닌가.
2020 감동의 책이다.
[연을 쫒는 아이]는 2020년 첫 소설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아....2020년 책 뿐아니라, 나의 인생책 중의 하나가 되었다. 한동안 아미르와 하산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고 "널 위해서라면 천번이라도" 를 글로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귓가에 맴도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한참 후에 영화를 찾아 봤는데, 하산이 등장하자마자 눈물이..(영화자체는 별로다)..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아미르가 "널 위해서라면 천번이라도" 말하자마자...주룩주룩..눈물바람. 아 잊을 수 없다. 이 소설은. 할레드 호세이니의 나머지 소설 2권을 한국책, 영어책 모두 샀다. 그리고 아껴두었다. 한해에 한권씩만 읽을려고.... [동급생]도 충분히 감동적인 소설인데, 연아이후에 읽어서 그 감동의 크기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좋은 소설임.
아쉬운 점이 있는 책이란, 내가 이해하기 어렵거나 (나의 수준 미달) 내가 납득하기 힘든 내용을 담고 있거나, 진부한 이야기로 구성된 책을 말한다.
로슬링 가족이 평생을 바쳐서 노력한 결과를 한권의 책으로 모두 담을 수 없었을터이고, 나 역시 한권으로 단정할 수 없지만, 내 생각에는 그들의 편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 내용을 담은 이책은 적어도 설득력이 높지 않았다. 미미여사의 명성에 맞지 않은 책[홀로 남겨져], 이책을 고른 내탓이오.
생전 처음 해보는 책 결산..과거 추억 회상하는 듯 책 하나하나 복기하다보니..책 내용뿐 아니라 그때의 나도 생각 나는 것 같아서 괜찮은 추억놀이인것 같다. 괜찮네.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