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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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규칙성 단위는 하루가 아니라 일주일이다. 

운동을 먼저 얘기해보면, 일주일에 최대 3번까지 수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일주일 중에 하기 좋은 날을 꼽는다. 

그리고 일년 전부터는 테니스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테니스 치는 날을 함께 고려하면, 일주일에 운동하는 날은 일주일에 최소 2일, 최대 5일로 목표로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테니스와는 달리 실내 수영은 스케줄 조정하기 쉽기 때문에 날씨 좋을 때는 테니스. 그렇지 않을 때는 수영을 선택한다. 요즘 같이 날씨 좋을 때는 테니스만 주구장창...시나리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보다는 일주일동안 총 수면 시간을 맞춘다. 

먹는 것도 비슷하다. 

가능하면 최대한 집에서 간단하게라도 요리해서 먹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사람들을 만나면 외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집에서 먹을때는 최대한 라면..을 먹지 않으려 하는데, 

안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은 허용하는 걸로...생각하고 있는데, 사실 이건 잘 지켜지지 않는다. 

단위는 그렇다 치더라도, 기준들이 엄격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어서 규칙적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지만, 

높은 기준을 세워놓고 지키지 못했을 경우의 실패감을 느끼는 것보다...설렁설렁한 기준에 맞춰가는 만족감을 통해 이어나가는 나름 규칙성이 있는 나의 생활 패턴이다. 



계속 쓰기 위해서 달리기 시작했던 하루키. 

하루를 단위로 일정거리를 달리고, 목표를 설정하고, 기존의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새로운 목표를 다시 세우고...

하루키의 실천력, 집중력, 그리고 지구력의 실체를 본 것 같다. 

달린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유익한 운동인 동시에 유효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27p)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24시간. 그리고 한 일생에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진화되는 원천은..사실 그 공평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수많은 사람들의 말과 글로 증언되었고..증언되어지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집요한 반복에 의해 자신을 변형시키고 (혹은 일그러뜨려서), 그 프로세스를 자신의 인격의 일부로서 수용할 수 밖에 없다. 아, 힘들다 (107p)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봤을 때 모든 사람이 동일한 크기의 실천력, 집중력, 지구력을 갖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각자 사람은 모두 다양한 면에서 다양한 능력의 레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도달해야하는 객관적인 수준이라는 것은 세워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가능성과 능력을 파악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찰나의 결심 (강속수가 배트에 맞는 소리를 듣고서)으로 시작한 소설쓰기...(물론 그는 재능도 가지고 있었다)을 꾸준히 실천하고 그리고 그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간들과 노력들은 사실 수없이 반복되는 지루한 연습들로 채워져야만 했을 것이다.  


좋은 것을 즐기는 것도 물론 연습이 필요없는 일이 아니겠지만, 별다를 것 없는 삶과 일상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너무나 식상하고 지루한 테마인. 취미와 직업.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 가를 말해주는 가를 이것보다 더 잘 설명해주는 것이 또 있을까? 물론 항상 신나게 즐기는 취미생활도 있겠지만, 많은 것들이 온전한 즐거움을 위해서는 일정시간의 훈련과 지루함을 버팀의 시간은 필요한 것 같다. 직업에 대해서는 굳이 자세히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반복과 지루함들을 통해서 하루 시간들이 채워지고 그 시간드을 통해 나다운 사람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어릴때 부터 귀에 피나도록 들었던 '자세(attitude) 가 중요하다' 도..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여겨도 될 것 같기도 하다. 


가령 그것이 실제로 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린 낡은 냄비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허망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노력을 했다는 사실은 남는다. 효능이 있든 없든, 멋이 있든 없든, 결국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감으로써, 그리고 경험칙으로써. (257p)


변화는 찰나이고 나머지 모두는 일상의 반복이 연속되는 삶에서, 내 '자세'는 어디에 머물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보다는 그 자세를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지루한 일상에 대한 열정이 보이지 않은 것으로 환원되지 않거나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더라도 하루키는 어리석은 행위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그것이 하루키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단순하고 일상적인 것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그 사람의 존재의 표현양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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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21-10-01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쓰기 위해 달리다˝ ^^

han22598 2021-10-06 05:03   좋아요 1 | URL
얄라님은 여전히 달리고 계시나요? 전 사실 달리는 건 영...흥미가 없더라고요 ㅎㅎ

noomy 2021-10-02 0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큰 이벤트로 드러나는 ‘나‘보다 일상의 지루하고 반복적인 양태로 드러나는 ‘나‘가 더 실존에 가까울 수 있겠네요. 그럼에도 일상은 너무 지겨워요~ ㅠㅠ

han22598 2021-10-06 05:05   좋아요 0 | URL
마자요...지겨움의 의미 부여를 위한 고단한 노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ㅎㅎ

희선 2021-10-04 0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뿐 아니라 취미로 하는 것도 즐기면 좋겠지만, 이게 시간이 가면 잘 못해서 즐기지 못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잘 못한다기보다 잘 하고 싶은데 늘지 않는... 잘 하려면 꾸준히 해야겠습니다 그게 일상이 되어야겠군요 하루키한테 달리기도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달리고 그 힘으로 글을 쓰는...


희선

han22598 2021-10-06 05:06   좋아요 1 | URL
성실하게..꾸준히 하는게 참 어렵운 것 같아요. 그래도 누구든 노력하면 가능하다는게 희망적인 것 같아요 ^^

2021-10-06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19 0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트] 파친코 1~2 세트 - 전2권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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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가..울면서 읽고 있다. 

내가 나라를 잃어본 적이 있었나. 굶주려 본적이 있었던가. 

남의 나라에서 이름을 4개를 간직하면서 조선인임을 숨기고 살아본 적이 있었던가. 

여자로 태어나서 못 배워 본 설움같은 걸 알기나 할까. 


같은 것을 겪지 않더라도,

존재의 슬픔과 시대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건

우리의 삶도 여전히 그것들을 껴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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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17 08: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시대의 어려운 상황에서 타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건 정말 힘들었을거 같아요 ㅜㅜ 웃다가 울면서 책을 읽으셨다니 그래도 뿌듯하셨을거 같아요 😄

han22598 2021-09-24 01:26   좋아요 1 | URL
아..저는 사실 이 책 그렇게 큰 기대하지 않고 시작했는데, 너무 좋네요. 쉽게 쓰여졌는데, 디테일이 살아있는 서사..역사적인 사실성도 중요하고,,,인간적인 내면등등..여러가지 많은 생각들이 드네요. 그리고 참..감동적이에요. 강추입니다!

초딩 2021-09-17 08: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갑니다!!! 파친코 ㅜㅜ :-)
ㅈㅎㅎ운 하루 되새요~

han22598 2021-09-24 01:26   좋아요 0 | URL
초딩님!! 갑시당!!!! ㅋㅋㅋ
추석 잘 보내셨나요?

coolcat329 2021-09-17 09: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입소문으로 많이 들었어요. 참 좋은 책들이 많아요. 울다 웃다 이런 책 읽어본게 언제였는지...

han22598 2021-09-24 01:27   좋아요 1 | URL
쿨캣님! 입소문에 대열에 들어오세요~~
전 이 책 좋아요. 감동적이고요. 그래서 원본도 샀습니다!!

독서괭 2021-09-17 09: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제목 표지만 보고 계속 미국 작가인 줄 알았는데 재일동포군요. 담아갑니다!!

han22598 2021-09-24 01:29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 작가는 korean-american 이고요, 책은 재일동포들에 관한 이야기에요..
고이 담아두셨다...마음이 동하실때 꺼내읽으세요 ^^

단발머리 2021-09-17 12: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제목만 아는 책인데 찾아서 읽어보고 싶네요. 저도 담아갑니다!!!

han22598 2021-09-24 01:29   좋아요 0 | URL
아아아...단발머리님! 읽어주세요^^
전 너무 좋았습니다. ^^

mini74 2021-09-17 1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인기가 많더라고요. 도서관에 예약했더니 5번째? ㅠㅠ

han22598 2021-09-24 01:30   좋아요 0 | URL
이미 인기쟁이 책이 된것 같더라고요 ㅎㅎ
좀만 참으시면...재밌고, 감동적인 책을 읽으실 수 있으십니다!

초란공 2021-09-17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윤여정 배우가 애플TV하고 영화 촬영중이라던데 기대하고 있어요~ 얼른 읽어보고 싶네요!

han22598 2021-09-24 01:31   좋아요 1 | URL
앗! 예전에 초란공님이 이책에 대해서 올려놓으신 글 읽은 것 같은데..
드라마도 그렇고 영화를 어떻게 만들지 저도 너무 궁금해요 ^^ 윤여정이 선자가 되겠죠?

희선 2021-09-18 0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많이 좋아졌네요 잃은 나라를 찾아서 다행입니다 민주화 운동을 하신 분들한테도 참 고맙습니다 생각하면 고마운 사람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han22598 님은 명절 식구와 떨어져서 보내겠지만, 즐겁게 보내세요 거기에서는 명절 분위기는 별로 안 나겠군요


희선

han22598 2021-09-24 01:33   좋아요 0 | URL
처음 이곳에 와서는 한국 명절때가 되면 먼가 마음이 스산하고 울적했는데, 이제는 정말 남의 나라일인양...아무 생각이 사실 없어요..그냥 여기 스케줄에 익숙해져서인지 좀 그래요 ㅋㅋㅋ 그래도 희선님은 추석 잘 보내셨죠? 맛난것도 많이 드시고요..
 
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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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처럼 좋았던 책이 있었나.

다시 또 만나면 엄청난 행운이고, 

만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이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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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9-08 23: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았는데 한님이 저보다 훨 좋으셨나 봐요. 행운이라는 걸 보니. 사람을 바라보는 저자의 따듯한 시선이 뭣보다 좋았고. 시는 짧아 아쉬웠어요^^

han22598 2021-09-09 06:27   좋아요 1 | URL
시를 잘 읽어내시는 행복한님도 역시나 이 책이 맘에 드셨나보네요ㅎㅎ 저는 아무래도...시보다 시인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ㅋㅋ

초딩 2021-09-09 0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뭇진 감상입니다~
좋은 밤 되세요~

han22598 2021-09-09 06:27   좋아요 1 | URL
믓진 댓글 감사합니다!

초딩 2021-09-09 07:44   좋아요 1 | URL
아하하 뭇진 ㅜㅜ :-) ㅎㅎㅎ 멋지네요~

vita 2021-09-09 07: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좋으셨어요? 시와 산책 호평은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다이렉트로 이야기하시니 또 엄청 궁금해지는걸요.

han22598 2021-09-09 23:53   좋아요 0 | URL
정공법이 성공했나요? ㅎㅎㅎㅎ
vita님도 많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
이책 진짜 너무너무 좋아요!!!!!!!!!!!!!!!!!!!!!!!!!!!

새파랑 2021-09-09 08: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너무 좋았어요. 최애책중 하나~!!

han22598 2021-09-09 23:55   좋아요 1 | URL
그죠?그죠..
정말 다 몽땅 외워버리고 싶어요.....

공쟝쟝 2021-09-09 16: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han22598 2021-09-09 23:55   좋아요 1 | URL
쨩님 덕분입니다!!!!!!!!
땡쓰 어게인!!!!!!!

공쟝쟝 2021-09-10 00:01   좋아요 1 | URL
세상에… 요 반년간 느꼈던 뿌듯함중에 가장 뿌듯한 뿌듯함이 차올라요. 한님, 우리 같은 책에 공명한거 맞죠? 물론 조금씩 다르겠지만, 비슷한 파장으로 공명한거 맞죠? 와락(운다)

han22598 2021-09-10 00:22   좋아요 1 | URL
저........사실.
이책 읽고 좋아하면서
이 작가는 어떠한 사람이길래 이런 글을 쓸수 있을까부터해서...작가에 대해서......무쟈하게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쟝님도 상상해봤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책.이작가.이책을 읽었고/읽은 사람들.모두다.

공쟝쟝 2021-09-10 13:53   좋아요 1 | URL
으아 ☺️ 저 부끄럽고 행복해요 😌

han22598 2021-09-14 05:06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저도 행복합니다 ^^
 
그냥, 사람
홍은전 지음 / 봄날의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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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대학 가고 싶어."

"나도 연애하고 싶어."

"나도 돈 벌고 싶어."

(81p)


올해 봄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5시경 이른 저녁시간 만취된 것처럼 보이는 한 남자가 비틀비틀 걸어오더니 내 앞에 섰다. 
사실 잘 몰랐다. 술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고,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하시기도 했다.
기다리는 사람은 그분과 나. 둘이었다.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다. 몸을 잘 가누지 못한 그 남자는 버스에 오르는 시간이 더뎠다. 
기사님이 그분에게 물었다. 행선지가 어디냐고? 대답이 어눌했다. 기사님은 다른 버스 타야 한다고 하시며, 마지막으로 건네는 말. "그런 몸으로 술은 왜 마셨어?" 

'그런 몸'
술을 마실 수 있는 몸이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의 몸은 술을 마실 수 있는 몸과 마실 수 없는 몸으로 나눠져 있는 것이다. 
이런식의 사고 방식은 누리는 자들의 특권의식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한다.
한동안 버스 기사님의 말이, 그 마음이 내 마음 속에 머물러 있었다.

솔직히, 술이라니..언감생심.
소위 '그런 몸'을 가진 자들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들은 수없이 많다.
이동할 수도, 배울 수도, 사람을 만나서 친구/애인을 만들 기회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을 쉽게 할 수 없다. 

집 값 하락을 걱정하며 장애인 학교 유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하는 장애인 부모님들. 장애인 이동권위해 투쟁하는 자들. 장애 등급제 폐지와 탈 시설화를 위한 사회 복지 시스템의 구축을 위한 지나한 싸움들. 안산 화랑 유원지에 세월호 추모 공원 조성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혐오스럽게 짓지 않을게요" 머리를 조아렸던 유가족들. 어떤 이들에게는 마땅히 누리는 기회와 권리가 누군가에게는 한번도 누려보지 못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을 보더라도, 사회적으로 인간은 불공평한 관계에 놓여 있음이 분명하다. 불공평한 관계를 통한 수혜자들은 저편에 있는 이들이 눈앞에 보이지 않길 원한다.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다는 착각이 자연스레 사실이 되어 자신이 누리고 있는 권리에 대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권리는 자신들만의 것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에, 타인/타집단에는 허락 할 수 없다가 당연하게 된다.

'공감' 과 '연대'라는 것에 대해서 요즘 자주 생각한다. 특히, 공감이라는 것에 대해서 여러가지 의문들이 드는데...그 중에 하나는 과연 공감 능력이라는 것이 감성적인 것일까? 아님 이성적인 부분일까? 흔히들 감성적으로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 흘리는 것이 공감 능력이라고 착각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고 감성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신영복은 '아름다움'이 '앎'에서 나온 말이며,'안다'는 건 대상을 '껴안는'일이라고 했다. (102p) 치열하게 파고 들어가서 들여다 보고 알아야 한다. 알아야 한다. 눈으로 보고, 듣고, 숨쉬고, 만져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결국, 이는 궁극적으로 그들과 더불어 즉, 다른 이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13년간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살아왔던 작가 홍은전이 전하는 그들과 함께 했던 삶의 기록은 공감이라는 시간을 통해서 가능했던 것 같다.  

하나의 공감이 복제되어 여러개의 공감이 발생되고..점점 공감 크기가 커지고 힘을 갖게 된다. 
홍은전 작가님과 어깨를 나란히 한  많은 연대의 삶 자체는...미안함 때문인지.......고마움과 희망의 흔적 때문인지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사회의 약자, 보이지 않은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 그들의 존재와 목소리를 꺼내 세상에 내보이신 박종필 다큐멘터리 감독님도 그 중의 한분이셨다. 

세상을 아는 가장 안전한 방식은 독서라고 했다. 그렇다면 가장 위험한 방식은 현장으로 들어가는 일. 박종필은 그것을 고집하는 사람이었다. 전자의 앎이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욕망이라면 박종필의 앎은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일 것이다. 전자의 앎이 폭넓음을 지향한다면 박종필의 앎은 정확함을 지향할 것이다. (105p)


2001년 장애인 이동권 투쟁 중 지하철 서울역 플랫폼에서 선로를 향해 뛰어든 장애인을 향해 거침없이 던지는 말 "병신새끼들". 박경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외쳤다. "좋습니다. 우린 병신입니다. 그러나 당당한 병신이고 싶습니다. 병신에게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걸 알려줍시다" (127p) 그렇다. 우리 모두는 당당할 권리가 있다. 고로, 누구든 술도 마시고 버스든 지하철도 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작은 상식이 모두의 상식이 되는 날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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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my 2021-08-21 1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님의 글은 정말 공감이 가서 좋아요! 공감의 증폭이 연대를 만들어낸다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앎과 행동의 대한 이야기도요. 인식과 실천의 공극은 작을수록 좋다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르네요~^^

han22598 2021-08-24 23:56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누미님! .. 글을 쓰면서도 부끄러운 마음이 불쑥불쑥 튀어나왔어요. 어찌됐건, 이렇게라도 한번 더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내가 할 수 잇는 일들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coolcat329 2021-08-21 15: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당당한 병신‘이고 싶다...한번도 장애인의 시선으로 진지하게 세상을 바라본 적이 없음을 han님의 글을 읽고 깨달았습니다. 그저 그들때문에 나를 포함 다수의 사람이 피해받는다는 생각 했지요. 당당히 지하철 버스 탈 권리, 최소한의 권리인데 이 마저도 그들에겐 큰 모험이고 눈치봐야할 일이라는 생각에 많이 미안하고 저부터 그 점을 잊지않아야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han22598 2021-08-25 00:03   좋아요 1 | URL
저도 쿨캣님과 같은 생각을 했어요. 그들의 입장과 시선이 되어보자, 비록 우리가 그들처럼 될 수 없을지라도.. ...생각의 중심과 기준이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연스러움을 거스르는 일인데...그 자연스러움을 거스르는 삶을 하나라도 실천하면서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답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mini74 2021-08-21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아직도 장애인을 그냥 사람으로 보지않는 것 같아요 ㅠㅠ

han22598 2021-08-25 00:04   좋아요 1 | URL
그냥, 한 사람으로 바라보기.
이처럼 수용적이고 따뜻한 말이 있을까요....

희선 2021-08-23 0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애인도 같은 사람이고 뭐든 할 수 있을 텐데, 세상은 비장애인 중심으로 돌아가기도 하는군요 대중교통이나 여러 가지... 다 함께 살아야 할 텐데...


희선

han22598 2021-08-25 00:06   좋아요 3 | URL
그러니까요. 희선님.함께 살아가려면, 함께 사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잘 살펴봐야하는 일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얄라알라북사랑 2021-09-02 00: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좋은 글을 놓치고 지나갈 뻔했습니다.

˝그런 몸,‘
˝그런 정신 상태˝
˝그런....˝
틀 안에 들어간 속성만 오케이 통과시켜주는 무서운 나누기 사고.

han님 덕분에 반성해봅니다.

han22598 2021-09-05 12:23   좋아요 1 | URL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얄라님 ^^

그레이스 2021-09-02 09: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잘 썼다고는 들었는데 아직 못읽었어요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겪은 내용이라 글이 살아있다고 하던데 읽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han22598 2021-09-05 12:24   좋아요 3 | URL
네, 글이 너무 생생해서 마음과 머리를 너무나 강력하게 찌르게 하는 것 같아요.
기회가 되면 그레이스님도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답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

새파랑 2021-09-10 16: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Han님 당선 축하드려요. 즐거운 일이 계속 있으시길~!!

han22598 2021-09-14 05:02   좋아요 1 | URL
친히 방문해 주셔서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엇! 새파랑님도 당선 축하드려요!!!

mini74 2021-09-10 16: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님 축하드려오 *^**

han22598 2021-09-14 05:03   좋아요 1 | URL
미니님 감사드려용 !!!
미니님도 당선하셨네요 ^^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1-09-10 17: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그냥, 사람 리스트에 올라가 있습니다~

han22598 2021-09-14 05:0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축하합니다!
그냥, 사람. 그레이스님이 읽고 어떠실지 궁금해요 ^^

서니데이 2021-09-10 18: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han22598 2021-09-14 05:0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초딩 2021-09-11 1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날 되세요~

han22598 2021-09-14 05:04   좋아요 0 | URL
당선의 신이신 초딩님!
축하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1-09-12 1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an22598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han22598 2021-09-14 05:05   좋아요 0 | URL
thkang 님 축하 감사합니다!
 
그냥, 사람
홍은전 지음 / 봄날의책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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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을 읽었다.

 

사람들은 차별받은 사람과 저항하는 사람을 같은 존재라고 여기거나 차별받았으므로 저항하는 게 당연하다고 쉽게 연결 지었다. 하지만 나는 차별 받은 존재가 처항하는 존재가 되는 일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으며 오히려 순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차별 받으면 주눅 들고 고통받으면 숨죽여야 한다.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복종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러라고 하는 게 차별인것이다. 모두가 침묵하고 굴종할 때 차별은 당연한 자연현상이 된다. (26p)

 

차별 받는 이들의 침묵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차별의 대상이 아닌 자들의 저항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도 했다. 그런데, 짓밟히고 억눌린 자들이 주눅들고 숨죽여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저 문장을 읽고 나니. 수긍이 된다. 그렇구나. 그게 당연한 거였던 거.

 

 

이해의 벽은 참으로 높다.

시선은 완고하고, 생각은 편협하니..침묵은 저항의 포기라고 생각했다.

참..어리석고 생각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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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21-08-11 1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침묵은 저항의 포기
혹은 저항의 전략

han님의 리뷰 읽고, 도서관 가야겠다는 생각 바로 듭니다! [그냥, 사람] 꼭 찾아볼게요

han22598 2021-08-13 06:50   좋아요 2 | URL
얄라님, 저는 지금 이 책 몇 꼭지씩 아껴가면서 읽고 있는데요. 읽는 내내 눈물이 줄줄 흐릅니다.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데요. 보이지 않는 곳에 외롭고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고...그런데 내가 그들에게 선뜻 도움을 손길을 건내지 못하고 망설이는 저 자신의 삶도 안타깝고...이래저래. 참 마음이 아픕니다. ㅠㅠ 가슴을 치게 만드는 책이에요. 과연 다른 이의 삶과 상황을 이해하고 어디까지 공감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