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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포도 ㅣ 홍신 세계문학 7
존 스타인벡 지음, 맹후빈 옮김 / 홍신문화사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세상의 거의 모든 것들에 관심이 있는 내가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있다.
역사,
특히 미국의 역사.
이제 10여년이 넘게 살아가고 있는 이땅에
지나간 이야기에 왠일인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분노의 포도가 미국사를 다루지는 않았지만,
1930년대의 오클라호마 소작인들이 땅을 잃고 서부를 이동하는 사건을 통해
그 시대를 사는 삶을 보았다.
거칠 것 없는 돈의 권력에 맞서는 연대하며 일상을 일구어 가는 사람들.
쉽게 그려낼 수 없는 희뿌연한 먼 미래의 희망보다는
하루 주어진 일들을 해내고, 한끼의 배부름을 이루어나가는 삶.
세상의 중심이 내가 되어
내 꿈, 내 가족이 목표가 되어 경주마처럼 달리는 이들은
아마도 그들을 원하는 것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성공이 100% 보장되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다만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높아질 뿐이다.
객관적으로 얘기하면 높아진 확률로 더욱 편안한 마음이 되어야 하는게 마땅(?)한데,
실제로는 여전히 존재하는 비확실성으로 불안, 두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주위를 볼 겨를이 없다.
아니 보이지 않는다.
특히,
자신들의 이익에 도움이 하등 될 것 없고 오히려 해가 될거라 생각하는
보잘 것 없고 가난하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은 아웃오브 안중이다.
눈이 보일 턱이 없다.
하지만,
한 없이 작고 모든 것을 잃어버려
주변부에서 한없이 서성이는 자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남을 돌보고, 생명의 숨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삶이 계속되고, 역사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