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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관하여 - 나이듦을 재정의하고 의료 서비스를 혁신하여 우리 삶을 재구상하다
루이즈 애런슨 지음, 최가영 옮김 / 비잉(Being) / 2020년 2월
평점 :
몇살부터 노인일까? 통상 65세이상을 노인으로 간주하는데, 왜 65세인가? 노화가 가속화된 시점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님 노화의 완성(?)이 이루어진 시점인 것일까? 실제로 인간은 태어난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노화는 시작된다고 한다. 저자는 대략 유년기부터 생물학적인 노화는 시작된다고 한다.
대학교 때 여름 계절학기를 듣고 있을 때이다. 갱년기를 보내며 힘들어하는 엄마에게 드리려고 박혜란의 [나이듦에 대하여] 책을 샀다. 그리고 나는 다음날 계절학기 수업 중간고사 준비를 위해서 도서관으로 갔다. 공부 시작 전 집중력 강화(?)를 위해서 책을 읽는 버릇이 있었는데, 박혜란님의 책을 슬쩍 한번 읽어보려고 펼쳤다. 평생 20대의 몸과 정신, 감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착각이 있었던 20대의 나. 해가 바뀌고 세월이 지나면서 일어나는 노화현상은 지극히도 보편적이고 진리라는 것.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일어나는 일이므로 나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 10, 20대만 거리에 넘쳐 난다고 해서, 세상에는 그들만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지는데, 젊은이들의 눈 앞에서 사라지고 제외된 사람들도 역시 사회의 한 구성원들이고 미래의 나의 모습들인 것이다. 젊음을 찬양하는 미디어, 나이듦의 표식(주름,흰머리 등)은 가려야만 한다는 강박, 나이듦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편견이 우리 사회에 뿌리깊에 박혀 있다는 것...감히 말하건데, 그 책 한권으로 나는 계몽되었다. 그 이후 "다 나이들어서 그래. 나이들면 어쩔 수 없어"등의 나이듦에 대한 부정적인 뉘앙스를 품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의사인 저자는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 조차도 이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한다. 노인들이 겪는 질병과 고통에 대한 가장 큰 요인을 그들의 나이듦을 탓하기가 일쑤이고, 그로 인해 적절하고 적극적인 치료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는 곧 나이듦에 따른 차이를 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계학에서 extrapolation (외삽법)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기존의 경험(observed data)를 근거로,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이외의 것들을 예측해보는 기법이다. 많은 주의를 요하는 기법이므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잘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신약개발에 필요한 clinical trial (임상시험)에서 참여한 사람은 65세이하의 사람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약의 효과 및 안정성이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이 되면 FDA승인 후 약은 시판된다. 비록 임상시험에서 제외된 연령대의 사람들이지만 승인된 약은 노인들에게 다르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젊은 사람들과 같은 용법으로 약물이 사용되어진다고 한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노인들에게 행해지고 있는 약물치료의 방법이라고 한다. extrapolation 기법이 잘못 사용된 예가 될 수도 있는 반면에, 노인이 적극적인 치료의 대상이 아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상호교차성이란 다양한 형태의 차별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면서 사회를 가동시키는 요소인 특혜와 억압, 그리고 포용과 배척의 기전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성질을 말한다. 이 특징을 고려하면 어떤 경우에도 사람을 어느 한 범주에만 근거해 판가름할 수 없다." (전자책, 30% 지점)
저자는 노인이라는 "나이듦"에 대한 편견 뿐아니라, 우리 사회에 중첩된 여러가지 형태의 편견과 차별이 의료현장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흑인노인이 응급실에 방문했을 시, 응급실 의료진들의 반응 속도는 같은 증상을 가지고 백인 노인이 방문했을 때와는 차이가 크다고 한다.
"리베카 솔닛은 <멀고도 가까운>에서 "공감은 상상의 행위이자 이야기꾼이 가진 기술이며 이곳에서 저곳까지 여행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적고 있다. 이 정의는 모든 인간관계와 모든 의료 상황에 적용가능한데, 이곳은 내가 되고 저것은 상대방이 될 것이다." (전자책, 25% 지점)
편견과 차별으로부터 완전 자유로운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다. 하지만 리베카가 언급 한것처럼, 나의 삶의 조건과 영역안에서만 머무르는 인생여행이 좀더 깊고 넓어지려면, 수많은 편견과 차별을 거스르는 공감능력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