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책을 읽고 리뷰를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문득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몇권 안되지만 그동안 읽었던 흑인들의 삶을 다룬 소설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당연한 말인데, 그들 삶의 가장 중요한 것은 '흑인'이라는 사실이다. 그것 하나로 그들의 삶 모두가 설명되어져야하고 설명되어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계학에서 Multicolinearity (다중공선성) 이라는 개념이 있다. 다중공선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regression analysis (회귀분석)을 먼저 알아야 하는데, 회귀분석은 independent variable (독립변수, 일반적으로 x로 표기)가 dependent variable (종속변수,일반적으로 y로 표기) 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검증)하는 통계학적 분석 방법이다. equation으로 쉽게 표시하면, y=b0+b1X1+b2X2.....이다.(한개이상의 독립변수도 가능하다, 종속 변수도 실제로 여러개가 될 수 있지만, 일단은 한개로 한정짓는다, b0:절편,b1,b2는 x1,x2의 각각의 기울기). 통계 모델은 각 모델에 따른 전제된 assumption (가정)이 있다. 회귀분석의 가정 중 하나가 독립변수들 (x1,x2..)간의 독립성이다. 즉, 독립 변수들간의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정이다. 예를 들면, X1=몸무게, X2=비만지수, X3=소유한 연필 갯수의 측정치라고 했을때, 몸무게가 많이 나갈 수록 비만지수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두 변수간의 높은 상관관계 높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체 몸무게와 소유한 연필 갯수는 서로 연관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두 변수는 서로 독립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x1,x2 관계를 multicollinearity 가 있다고 얘기하고, 서로 독립관계가 아닌 두 변수를 회귀분석시에 동시에 독립변수로 사용할 수 없다.
소설로 돌아가보자. 혐오/차별을 받는 경험의 유무를 종속변수라고 했을 때, 무엇이 차별받게 만드는 것일까? 하는 질문에 답이 될 수 있는 독립변수를 찾아보자. 인종 (흑인인지의 여부)이 처음 선택될 것이다. 그리고, level of education도 고려해 볼만 하다. 교육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조롱, 무시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육수준은 왜 낮아지게 된 것일까? 탤러해시에 사는 엘우드. 성실하고 똑똑한 엘우드는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한 대학에 수업 받으러 가는 길에 범행에 연루되어 니클에 들어가게 된다. 결국 엘우드의 학력은 고졸도 아닌 중졸이 된다. 엘우드는 니클에 가서도 지속적으로 공부에 열중하려 했지만, 역시나 그곳은 배움에 적합한 곳은 아니었다. 불운처럼 보이는 엘우드의 학업 중단은 흑인들에게는 특별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명확하게 학력수준과 인종은 관련이 깊다. 즉,흑인은 백인보다 학력 수준이 낮다. 그래서 엘우드의 학업중단으로 사회에서 받는 차별은 엘우드의 흑인이었기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학력수준이 높은 흑인이라도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실제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 역시 말 못하는 수많은 차별에 시달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범죄자는 사회에서 낙인찍혀 차별받을 가능성은 커진다. 미국에서 crime과 race는 관련성이 높다. 예를 들어, 같은 범법 행위를 했더라도, 인종에 따라 형량에도 큰 차이가 있고, 심지어는 감옥 인력이 부족한 경우에 경찰들이 흑인 동네에 가서 매우 경미한 범죄 (예, 무단횡단)조차도 꼬투리를 잡아서 사람을 잡아들이곤 한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낙인은 악순환의 시작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흑인동네는 범죄율이 높다는 편견, 범죄자는 흑인일 가능성이 높을 거라는 선입견이 매우 뿌리깊다. 교통 경찰이 흑인이 운전하는 차를 무조건 세워 위협하거나 살인까지 행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이땅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흑인들은 게으르고, 똑똑하지 못한 탓에 교육 수준이 낮은 것이다, 그리고 흑인들은 범죄와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그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의 태도와 시선은 바꾸지 않겠다는 저항이 있다. 인종이라는 요소를 제외 시키고, 낮은 교육 수준이나 범죄적 행동으로만 그들을 향한 불평등이 설명되어진다면, 인정받을 만한 인간이 되면 동등해질 것이라는 허황된 희망고문만 남겨지게 된다. '정신차리고 성실히 공부해서 대학가서 직장 찾아서 일하면 너도 백인과 비슷한 (?) 대우를 받으면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이거나, 또는 주위 사람들이 마약하고 소매치기 하더라도 너는 절대 연루 되지 말고, 혹시 경찰이 니 목을 죄고 숨을 쉴 수 없게 만들더라도 절대 '숨을 쉴 수 없어요' 같은 말은 내뱉지 말라고 얘기하는 꼴이다. 다중공선성의 문제로 3개의 변수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인종이라는 변수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인종이 나머지 두개의 요소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종변수 자체가 독립변수가 되어서 차별여부에 미치는 영향정도를 검증해야 하는 것이다. '흑인'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