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할미꽃

먼길 나섰다. 꽃 보자고 부르는 벗이 아니면 나서지 않았을 길이다. 사진으로만 보며 부러워했던 그 언저리를 거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동강이라고 했다. 첩첩산중 하루 중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두어시간 될까 싶은 곳에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강 따라 길이 나고 그 구석구석에서 하늘바라기 하며 사는듯 보였다. 살자면 못살 것은 아니겠지만 평야가 많은 남쪽에서 살아온 이에겐 특별한 환경임에는 틀림 없다.

동강할미꽃은 바로 그 동강 유역의 산 바위틈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강 유역에서만 볼 수 있는 할미꽃이라고 한다.

연분홍이나 붉은 자주색 또는 청보라색으로 핀다. 처음에는 꽃이 위를 향해 피다가 꽃자루가 길어지면 고개가 무거워지며 옆으로 향하게 된다. 어쩌다 벼랑 끝 바위 틈에 자리잡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로인해 더 주목받는 꽃이기도 하다.

그 동강할미꽃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니 그모습 그대로 그자리에서 오랫동안 동강과 함께 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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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다투지 마라

속도전을 치루는 것이 봄이다. 짧은 시간동안 주어진 삶의 중요한 일을 마쳐야하는 생명들에게 봄은 미적거릴 틈이 없다. 이 숙명은 한해살이 아주 작은 풀이나 여러해살이 키큰나무나 다르지 않다. 아지랑이 사라지기 전에 일을 치뤄야 하는 것이다.

이른 봄에 피는 노루귀다. 벼랑끝에 뿌리를 내려 터전을 잡았다. 매년 꽃을 피워올려 눈맞춤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노루귀는 꽃이 지고 난 후 잎이 나오는데 봄이 지나면서 대부분 사라진다. 그 잎이 말라서 긴 치마를 입은듯 붙어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시간의 벽을 허물었다.

사람이라고 다를까. 나무보다 더 짧은 생을 사는 사람이 봄마다 봄앓이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봄앓이가 심할수록 단단하게 성장하고 깊은 향기를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봄앓이를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봄의 속내와 다투어 자신의 내실을 키우는 봄앓이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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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시간을 쌓아 품을 키우고

그 힘으로 꽃을 피운다.

시간이 만들어 놓은 돌을 깎아

간절함을 세웠다.

나무와 탑이 서로의 시간 앞에 경의를 표한다.

사람들이 합장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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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털괭이눈

계곡물이 풀리고 난 후 재잘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깨어나는 것들이 있다. 오늘은 그 중 '괭이눈'이라는 이름을 가진 앙증맞은 애들이 주인공이다.

애기괭이눈, 흰털괭이눈, 금괭이눈, 산괭이눈, 선괭이눈‥ 등 고만고만한 생김새로 다양한 이름이라 제 이름 불러주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괭이눈이라는 이름은 꽃이 핀 모습이 고양이눈을 닮았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상상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물을 좋아해 계곡 돌틈이나 근처에 주로 산다. 눈여겨 본다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숲에 들어가면 계곡의 돌틈을 살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흰털괭이눈은 줄기와 잎에 흰털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괭이눈 종류들은 대개 노란색 꽃을 피운다. 노란별이 하늘에서 내려와 물가에 꽃으로 핀듯 아름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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冬柏 동백

桃李雖夭夭 도리수요요

浮花難可恃 부화난가시

松柏無嬌顔 송백무교안

所貴耐寒耳 소귀내한이

此木有好花 차목유호화

亦能開雪裏 역능개설리

細思勝於栢 세사승어백

冬栢名非是 동백명비시

동백

복사꽃과 자두꽃 싱그럽다고 하지만

겉만 화려한 꽃이라 믿기 어렵네.

소나무와 잣나무는 아리따운 모습 없지만

추위를 견디기에 귀하게 여겨지네.

이 나무는 꽃이 좋을뿐더라

또 눈 속에서 피어나네.

자세히 생각건데 잣나무(柏)보다 나으니

'동백'이라는 이름은 옳지가 않네.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등장하는 이규보의 시 '동백'이다.

'한시로 읽는 우리 꽃 이야기'란 부제른 단 이 책은 나의 주요한 관심사 인 옛시와 꽃 이야기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담았다. 계절에 어울리는 52 종류의 꽃시가 담겨 있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꽃들에 관한 시라서 친근하게 읽을 수 있다.

동백에 대한 옛 기록으로는 강희안의 '양화소록'에는 동백을 산다화(山茶花)로 소개했으며 속명을 동백이라고 했다. 또한, 문일평은 '화하만필'에서 "우리나라 남쪽지역에는 동백꽃이 있어 겨울철에도 능히 곱고 화려한 붉은 꽃을 피워, 꽃 없는 시절에 홀로 봄빛을 자랑한다. 이 꽃이 겨울에 피는 까닭에 동백꽃이란 이름이 생겼다."그 중에서도 봄철에 피는 것도 있어 춘백(春栢)이란 이름으로 불린다"며 동백을 소개하고 있다.

초록 잎에 붉은 꽃, 노랑 꽃밥이 묘한 어울림으로 강렬한 느낌도 좋지만 통으로 떨어져 땅에서 한번 더 피는 모습에 주목 한다. 이 모습을 보고자 한겨울이면 동백 피었다는 소식을 따라 동백숲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옛사람들이 동백을 찾았던 이유가 무엇이든 내겐 동백꽃이라고 하면 제주도의 4ㆍ3항쟁이 떠오른다. 억울하게 쓰러졌던 이들의 넋이 동백꽃이 지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여긴 까닭이다.

겨우내 기다리던 동백이 이곳에선 이제서야 피어나고 있다. 가까운 동백나무 군락지 광양 옥룡사지 동백숲이라도 찾아 억울하게 쓰러졌던 이들의 넋이라도 위로하듯 붉은 꽃그늘을 걷고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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