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꽃
갓 태어난 병아리의 봄빛을 담았네

野行 야행
水驛蒼茫落日時 수역창망락일시
漁村酒店遠依依 어촌주점원의의
辛夷花發長堤路 신이화발장제로
驢背歸來雨滿衣 려배귀래우만의

들길을 가며
물가의 역참에 창망히 해가 지는데
어촌 주막집이 멀리 흐릿하네.
개나리꽃 활짝 핀 긴 제방 길을
나귀 타고 돌아오노라니 비가 옷에 가득하네.
-이산해. "아계유고" 권1 '기성록'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아홉 번째로 등장하는 이산해(李山海, 1539~1609)의 시 '野行'야행이다.

이산해가 유배 중이던 경상도 평해의 황보촌에서 개나리가 활짝 핀 제방을 따라 빗속에 나귀 타고 돌아오면서 지은 시다.

개나리는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꽂쟁이들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노랑색으로 피는 꽃은 다 개나리로 퉁치자고 할 정도로 친숙한 꽃이다.

그런데 없다. 아무리 찾아도 개나리를 찍은 사진이 달랑 하나 뿐이다. 흔하게 볼 수 있어 친근하고 봄을 대표하는 꽃인데 사진으로 담지 않았나 보다. 내 뜰에도있는데 말이다. 하여 첫번째 사진을 제외하고는 꽃친구 평상과 송인혁 님의 도움을 받았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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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
화려한 모란이 지고 나면 탐스런 작약이 핀다. 이 작약이 피면 비로소 무르익은 봄을 한껏 누리게 된다. 꽃으로는 화중왕이라는 모란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다양한 색상도 눈길을 사로잡기에 한몫한다.

원예종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꽃이 아름다워 옛날부터 관상용으로 널리 재배해 왔으며 반 그늘진 곳에서 잘 자란다. 줄기는 여러 개가 한포기에서 나와 곧게 서고 잎과 줄기에 털이 없고 뿌리가 굵다.

꽃은 5월에 줄기 끝에 1개가 피는데 붉은색, 흰색 등 다양하며 많은 원예 품종이 있다. 요즘엔 겹꽃도 많이 보인다. 꽃만 보면 모란과 흔하게 혼동하는데 모란이 나무라면 작약은 풀이다.

아름다움으로 오나라를 망치게 했던 서시와도 비교되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 함박꽃이라고도 부르는 작약은 의외로 '수줍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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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이제는 아주 작은 바람만을 남겨둘 것

흐르는 물에 징검돌을 놓고 건너올 사람을 기다릴 것

여름 자두를 따서 돌아오다 늦게 돌아오는 새를 기다릴 것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 것

너의 가는 팔목에 꽃 팔찌의 시간을 채워줄 것

구름수레에 실려가듯 계절을 갈 것

저 풀밭의 여치에게도 눈물을 보태는 일이 없을 것

누구를 앞서겠다는 생각을 반절 접어둘 것

*문태준 시인의 시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이다. 나는 여기에 무엇을 더할까.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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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슬픔은 그날로 끝났고 그날의 즐거움도 그날로 끝났다"

*문장 하나에 걸려넘어진다. 정채봉 선생님의 "눈을 감고 보는 길"이라는 책의 머릿말의 일부다. 우연히 내게 온 오래된 이 책은 초판본이 2001년이니 20여 년을 건너와 손에 들어온 셈이다. 다시 새로운 글로는 만나지 못할 일이기에 아주 특별한 인연이라 여긴다.

내게 화두 처럼 함께해 온 생각과 맥이 통하는 단어나 문장을 만나면 바짝 긴장하거나 반대로 한없이 풀어지는 기분을 경험한다. 이제는 단어나 문장을 벗어나 그런 기분을 느끼는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다.

"가슴에는 늘 파도 소리 같은 노래가 차 있었고 설혹 슬픔이 들어왔다가도 이내 개미끼리 박치기하는, 별것 아닌 웃음거리 한 번에 사라져 버리곤 했다."

머릿말에 바로 이어지는 문장이다. 선생님은 바다를 처음 본 그것도 동해바다의 특별한 느낌을 평생 간직했다고 한다. 이제 바다의 넓고 깊은 품에 안겨계실까?

'어제 같은 오늘이면 좋고 오늘 같은 내일을 소망한다'

어디서 차용한 것인지 내가 쓴 것인지는 이미 잊어버렸다. 하루에도 여러번씩 되뇌이는 이 문장이다. 위의 정채봉 선생님의 문장과 그 맥이 서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날의 슬픔은 그날로 끝났고 그날의 즐거움도 그날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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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에 쌓여 키워온 마음이 세상을 향해 기지개를 켠다. 안으로만 안으로만 쌓아둔 속내가 더이상 어쩌지 못하고 비집고 나온 것이리라. 연노랑 꽃잎을 마저 열지도 못하면서 고개까지 떨구었지만 의연함을 잃지는 않았다.

얼마나 다행인가.

숨죽여 내리는 비라도 쌓이면 망울지게 마련이듯 감춘다고 해도 감춰지지 않은 것들이 부지기수다.

들키면 안될 무엇이 있는 것일까.

소리도 없는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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