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시간을 쌓아 품을 키우고

그 힘으로 꽃을 피운다.

시간이 만들어 놓은 돌을 깎아

간절함을 세웠다.

나무와 탑이 서로의 시간 앞에 경의를 표한다.

사람들이 합장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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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털괭이눈

계곡물이 풀리고 난 후 재잘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깨어나는 것들이 있다. 오늘은 그 중 '괭이눈'이라는 이름을 가진 앙증맞은 애들이 주인공이다.

애기괭이눈, 흰털괭이눈, 금괭이눈, 산괭이눈, 선괭이눈‥ 등 고만고만한 생김새로 다양한 이름이라 제 이름 불러주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괭이눈이라는 이름은 꽃이 핀 모습이 고양이눈을 닮았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상상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물을 좋아해 계곡 돌틈이나 근처에 주로 산다. 눈여겨 본다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숲에 들어가면 계곡의 돌틈을 살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흰털괭이눈은 줄기와 잎에 흰털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괭이눈 종류들은 대개 노란색 꽃을 피운다. 노란별이 하늘에서 내려와 물가에 꽃으로 핀듯 아름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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冬柏 동백

桃李雖夭夭 도리수요요

浮花難可恃 부화난가시

松柏無嬌顔 송백무교안

所貴耐寒耳 소귀내한이

此木有好花 차목유호화

亦能開雪裏 역능개설리

細思勝於栢 세사승어백

冬栢名非是 동백명비시

동백

복사꽃과 자두꽃 싱그럽다고 하지만

겉만 화려한 꽃이라 믿기 어렵네.

소나무와 잣나무는 아리따운 모습 없지만

추위를 견디기에 귀하게 여겨지네.

이 나무는 꽃이 좋을뿐더라

또 눈 속에서 피어나네.

자세히 생각건데 잣나무(柏)보다 나으니

'동백'이라는 이름은 옳지가 않네.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등장하는 이규보의 시 '동백'이다.

'한시로 읽는 우리 꽃 이야기'란 부제른 단 이 책은 나의 주요한 관심사 인 옛시와 꽃 이야기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담았다. 계절에 어울리는 52 종류의 꽃시가 담겨 있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꽃들에 관한 시라서 친근하게 읽을 수 있다.

동백에 대한 옛 기록으로는 강희안의 '양화소록'에는 동백을 산다화(山茶花)로 소개했으며 속명을 동백이라고 했다. 또한, 문일평은 '화하만필'에서 "우리나라 남쪽지역에는 동백꽃이 있어 겨울철에도 능히 곱고 화려한 붉은 꽃을 피워, 꽃 없는 시절에 홀로 봄빛을 자랑한다. 이 꽃이 겨울에 피는 까닭에 동백꽃이란 이름이 생겼다."그 중에서도 봄철에 피는 것도 있어 춘백(春栢)이란 이름으로 불린다"며 동백을 소개하고 있다.

초록 잎에 붉은 꽃, 노랑 꽃밥이 묘한 어울림으로 강렬한 느낌도 좋지만 통으로 떨어져 땅에서 한번 더 피는 모습에 주목 한다. 이 모습을 보고자 한겨울이면 동백 피었다는 소식을 따라 동백숲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옛사람들이 동백을 찾았던 이유가 무엇이든 내겐 동백꽃이라고 하면 제주도의 4ㆍ3항쟁이 떠오른다. 억울하게 쓰러졌던 이들의 넋이 동백꽃이 지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여긴 까닭이다.

겨우내 기다리던 동백이 이곳에선 이제서야 피어나고 있다. 가까운 동백나무 군락지 광양 옥룡사지 동백숲이라도 찾아 억울하게 쓰러졌던 이들의 넋이라도 위로하듯 붉은 꽃그늘을 걷고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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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괭이눈
누가 주목할까. 날이 풀려 계곡에 물이 흐르는 때 바위틈에 자리잡고 꽃을 피운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는 식물이다. 바위틈에 이끼와 함께 살아가는 애기괭이눈은 특유의 오밀조밀함에 눈길을 주게된다.

'괭이눈'이란 고양이의 눈이라는 뜻이다. 꽃이 마치 고양이의 눈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애기괭이눈은 보통 괭이눈보다 작다고 해서 애기라는 명칭이 붙었다.

흰괭이눈, 금괭이눈, 산괭이눈, 선괭이눈 등을 찾아보며 비교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구분이 쉽지 않은 식물이나 그나마 이 정도는 눈에 들어온다.

다른 괭이눈에 비해 유난히 키가 큰 이 애기괭이눈을 해마다 가는 계곡에서 한동안 눈맞춤으로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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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호색
비교적 이른 봄의 한때를 숲의 주인 자리를 누린다. 여리디여린 몸에 비해 제법 큰 꽃을 여러개 달고 있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 당당함이 오히려 기껍다.

갈퀴현호색, 댓잎현호색, 들현호색, 왜현호색, 점현호색 등 꽃의 색도 잎의 모양도 다양하여 제 각각 이름이 있으나 내겐 그냥 현호색이다.

현호색玄胡索이란 이름은 씨앗이 검은 데에서 유래한다. 모양이 바다의 멸치를 닮았다고도 하고 서양에선 종달새의 머리깃과 닮았다고 보기도 한다.

다른 초본식물이 새싹을 내기전에 무리지어 피어 있는 모습 이쁘다. 숲에서 만나는 귀염둥이 중 하나다. '보물주머니'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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