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

다소곳하지만 은근함으로 주목하게 만드는 것이 흰색의 노루귀라면 청색의 노루귀는 화사하고 신비스런 색감으로 단번에 이목을 끈다. 하얀색과 청색의 이 두가지 색이 주는 강렬한 맛에 분홍이나 기타 다른 색의 노루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지극히 편애한다.

긴 겨울을 지나 꽃이 귀한 이른봄 이쁘게도 피니 수난을 많이 당하는 꽃이다. 몇년 동안 지켜본 자생지가 지난해 봄 파괴된 현장을 목격하곤 그 곱고 귀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안타까워 그후로 다시 그곳에 가지 못하고 있다. 자연의 복원력을 믿기에 시간을 두고 멀리서 지켜볼 것이다.

유난히 느긋하게 맞이하는 봄이다.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꽃세상에 머뭇거림이나 주저함이 아닌 느긋하게 볼 마음의 여유가 있어 다행이다. 세상과 사람을 보는 눈도 꽃 보는 마음과 닮아가길 소망한다.

올해 청노루귀 보는 것은 때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뒤늦게 찾은 곳에서 그나마 아쉬움을 달랠 정도로 간신히 눈맞춤 했으니 이걸로 다소 위안 삼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앵두꽃 피었으니

터전을 옮기고 나무를 심었다. 무럭무럭 자라서 꽃 피고 열매 맺어 눈과 입을 비롯하여 오감五感으로 호강을 한다. 그 중 당연히 앵두나무도 있다.

이제 시절은 봄의 중턱을 넘어서고 있다. 내게 앵두꽃은 이른 봄꽃 맞으러 다니며 분주했던 마음에 점하나 찍고 봄의 한 고개를 넘는 시금석 같은 꽃이다.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들녁으로

당신과 나 단둘이 봄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 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 가득 봄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연두빛 고운 숲속으로

어리고 단비 마시러 봄맞으러 가야지

풀 무덤엔 새까만 앙금 모두 묶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녘엔 시름을 벗고

다정한 당신을 가만히 안으면

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들녁은 활짝 피어나네

봄이 오면 봄바람 부는 연못으로

당신과 나 단둘이 노저으러 가야지

나룻배에 가는 겨울 오는 봄 싣고

노래하는 당신과 나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

https://youtu.be/Plr-mDKscys

*이제부터 시시때때로 온 산천 붉은 진달래로 만발할 4월 어느날까지는 김윤아의 '봄이 오면'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살아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읽는수요일

어둠

나무를 베면

뿌리는 얼마나 캄캄할까

*이상국 시인의 시 "어둠"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동강할미꽃

먼길 나섰다. 꽃 보자고 부르는 벗이 아니면 나서지 않았을 길이다. 사진으로만 보며 부러워했던 그 언저리를 거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동강이라고 했다. 첩첩산중 하루 중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두어시간 될까 싶은 곳에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강 따라 길이 나고 그 구석구석에서 하늘바라기 하며 사는듯 보였다. 살자면 못살 것은 아니겠지만 평야가 많은 남쪽에서 살아온 이에겐 특별한 환경임에는 틀림 없다.

동강할미꽃은 바로 그 동강 유역의 산 바위틈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강 유역에서만 볼 수 있는 할미꽃이라고 한다.

연분홍이나 붉은 자주색 또는 청보라색으로 핀다. 처음에는 꽃이 위를 향해 피다가 꽃자루가 길어지면 고개가 무거워지며 옆으로 향하게 된다. 어쩌다 벼랑 끝 바위 틈에 자리잡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로인해 더 주목받는 꽃이기도 하다.

그 동강할미꽃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니 그모습 그대로 그자리에서 오랫동안 동강과 함께 하길 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봄과 다투지 마라

속도전을 치루는 것이 봄이다. 짧은 시간동안 주어진 삶의 중요한 일을 마쳐야하는 생명들에게 봄은 미적거릴 틈이 없다. 이 숙명은 한해살이 아주 작은 풀이나 여러해살이 키큰나무나 다르지 않다. 아지랑이 사라지기 전에 일을 치뤄야 하는 것이다.

이른 봄에 피는 노루귀다. 벼랑끝에 뿌리를 내려 터전을 잡았다. 매년 꽃을 피워올려 눈맞춤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노루귀는 꽃이 지고 난 후 잎이 나오는데 봄이 지나면서 대부분 사라진다. 그 잎이 말라서 긴 치마를 입은듯 붙어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시간의 벽을 허물었다.

사람이라고 다를까. 나무보다 더 짧은 생을 사는 사람이 봄마다 봄앓이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봄앓이가 심할수록 단단하게 성장하고 깊은 향기를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봄앓이를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봄의 속내와 다투어 자신의 내실을 키우는 봄앓이를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