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리
여름을 대표하는 꽃은 당연코 나리꽃들이다. 내리쬐는 태양의 기운을 닮아 강렬한 기운을 전하고 있다.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다소 직관적으로 붙여진 이름으로 구분되는 나리꽃들이다. 꽃이 피는 방향에 따라 하늘나리, 중나리, 땅나리로 잎의 모양에 따라 말나리 등으로 다시 이를 서로 조합하여 부른다. 이 나리꽃들 중에 내가 사는 남쪽에서는 보기 힘든 꽃이 중나리나 하늘나리 등이다.

하늘나리는 백합과 백합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게 서며 잎은 어긋나고 넓은 줄 모양이다. 꽃은 6~7월에 붉은색으로 피며 줄기 끝부분에서 위를 향해 핀다.

꽃보러 먼길 나선 길에 강원도 함백산 만항재를 찾았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반가운 하늘나리를 처음으로 만났다. 붉게 핀 꽃이 풀밭 속에서 여기저기 솟아 찾는 이와 숨바꼭질 하고 있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을 반짝이며 눈맞춤 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보지 못했던 꽃들을 이렇게 만나서 목록에 추가한다. '변치않는 귀여움'이라는 꽃말처럼 주목받기에 충분한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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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우선 말을 하지 않으면 편하다. 몸도 편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렇다고 말을 전혀 하지않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말,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한다는 말이다.

밖으로 나온 말은 힘을 가진다. 상대와 소통을 위한 내면의 울림을 전달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힘이다. 이 말의 힘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상대와의 시간의 겹을 쌓아가는 수고로움이 동반되었을때 발휘된다. 그러니 말은 당연히 무게를 지닌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아침과 저녁에 달라지면 말의 무게는 없다.

무게와 힘이 없는 말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특히 높은 목소리로 외치는 이들의 말이 허공에 맴도는 시대에 애써 말을 아낀다는 것은 말에 무게를 얹어 힘을 갖게 만드는 일이다. 무게와 힘이 있는 말은 지극히 아름답고 깊은 울림을 전한다.

'말은 무게가 있어야 한다'

당신의 한마디 말이 내 가슴에 쌓여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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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오로지 해를 따르는 한 가지 마음

葵花 규화
紅爛開時白半開 홍란개시백반개
大於盤面小於杯 대어반면소어배
憐渠本有傾陽懇 연거본유경양간
浪蘂浮花不是才 랑예부화불시재

규화
붉은 꽃 만발할 때 흰 꽃 반쯤 피는데
쟁반보다 크기도 술잔보다 작기도.
해를 향한 간절함 어여쁘니
평범한 꽃들과는 그 자질이 다르네.
-서거정, 사가집 권28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서른 네번째로 등장하는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의 시 " 葵花규화"다.

접시꽃은 초여름 키를 쑤욱 올려 여러가지 색으로 피는 꽃이다. 접시 처럼 활짝 벌어진 모습으로 여름동안 함께 한다.

접시꽃을 한자로 葵花규화라고 하는데 이는 태양을 따라다니며 핀다는 의미다. 여기에서 연유한 葵心규심은 '신하가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마치 해를 따라다니는 규화와 같다'고 하여 '忠心충심'을 상징한다. 해를 따라 피는 꽃인 해바라기의 한자도 黃蜀葵황촉규다.

내 기억 속 접시꽃은 어린시절 뛰어다니던 장독대 옆이나 골목길 담장 아래 다소곳이 피어 있던 모습이다. 이후 더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도종환 시인의 시 "접시꽃 당신"에 얽힌 이야기와 이를 영화로 만들어 한 시대를 끌고 갔던 것에 머물러 있다.

내 뜰에 핀 접시꽃은 이미 졌고 벌써 다음해를 준비하고 있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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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黃槿

제주도를 특별하게 기억하게 만드는 식물 중 하나다. 첫눈에 보고 반해 모종을 구했으나 추운 겨울을 건너다 깨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재주 좋은 벗이 씨앗을 발아시켜 나눔한 것을 소중히 키우고 있다.

깔끔하고 단정하며 포근하다. 이 첫 느낌에 반해 오랫동안 곁에 머물렀다. 연노랑의 색부터 꽃잎의 질감이 탄성을 불러온다. 바닷가 검은 돌로 둘러쌓여 아름답게 핀 모습이 꽃쟁이의 혼을 쏙 배놓았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 Ⅱ급인 '황근'은 말 그대로 "노란 꽃이 피는 무궁화"다. 국화인 무궁화가 오래전에 들어온 식물이라면 황근은 토종 무궁화인 샘이다. 어딘지 모를 바닷가 검은 돌틈 사이에 제법 넓은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무궁화처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저버리는 하루살이라 꽃이라고 한다. 미인박명의 아쉬움은 여기에도 해당되는 모양이다.

두해의 겨울을 건너고 올 여름 드디어 꽃을 피웠다. 꽃 볼 날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기만 하다고 했더니 그 마음을 알았나 보다. 다시, 내년 여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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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나는 아직도

나는 아직도 꽃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찬란한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만

저 새처럼은

구슬을 굴릴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놀빛 물 드는 마음으로

빛나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만

저 단풍잎처럼은

아리아리 고울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빈손을 드는 마음으로

부신 햇빛을 가리고 싶습니다만

저 나무처럼은

마른 채로 섰을 수가 없습니다

아, 나는 아직도 무언가를

자꾸 하고 싶을 따름,

무엇이 될 수는 없습니다.

*박재삼 시인의 시 '나는 아직도'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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