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체꽃
가뭄에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던 어느해 여름날 남덕유산에 올라 처음으로 만났었다. 푸석거리는 산길을 따라 걷는 이의 지친 몸을 기대어 쉬는 곳에 옹기종기 모여 핀 꽃이 반가웠다. 그렇게 마음에 들어온 꽃을 올해는 다른 곳에서 만났다.

솔체꽃은 여럿으로 갈라지는 가지 끝에 제법 큰 꽃봉우리를 달고 하늘 향해 하늘색으로 핀다. 안쪽과 조금 큰 바깥쪽에 있는 꽃잎과 더 작은 크기의 안쪽 꽃잎이 각각 달라서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순 우리말의 솔체꽃은 중북부 이북의 높은 산에서 자란다. 비탈진 기슭에서 우뚝 솟아 하늘 향해 핀 솔체꽃을 보고 있으면 무엇을 그리워 하는듯 보인다. 꽃을 바라보는 이의 시선도 어느사이 꽃과 닮아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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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매화
계절마다 피는 그 많은 꽃들 중에 놓치지 않고 꼭 눈맞춤하고 싶은 꽃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라지기에 눈맞춤에 대한 갈망도 다르지만 꽃을 보고자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그 한자리를 차지하는 꽃이 이 물매화다.

춥고 긴 겨울을 기다려 이른 봄을 맞이하는 마음에 매화가 있다면 봄과 여름 동안 꽃과 눈맞춤으로 풍성했던 마음자리에 오롯이 키워낸 꽃마음이 꼭 이래야 한다며 가을에는 물매화가 있다.

흔히보는 물매화와는 달리 순백의 이미지에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었는지 붉은색의 꽃술이 매력적이다. 내가 사는 남쪽에서는 보기 어려워 먼 길을 나서게 하는 꽃이기도 하다.

올해는 찾아간 때가 적절한 시기보다 늦었지만 볼만큼 봤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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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여뀌
숲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식물 중에서 별로 주목 받지는 않지만 보이는 순간 확인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대상의 특별함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잎맥 위에 가시같은 털이 있고 줄기에 적색 샘털이 밀생한다. 가시여뀌라는 이름을 얻은 이유다. 가지가 갈라져서 끝에 연한 홍색으로 꽃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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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꽃
조선 정조 때를 배경으로 한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김탁환의 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시투구꽃의 실물이 궁금했다. 투구꽃에 각시가 붙었으니 투구꽃보다는 작다라는 의미다. 여전히 각시투구꽃은 보지 못하고 대신 투구꽃을 만났다.

꼬깔인듯 투구인듯 머리에 모자를 눌러쓴 것이 감추고 싶은 무엇이 있나보다. 자주색 꽃이 줄기에 여러 개의 꽃이 아래에서 위로 어긋나게 올라가며 핀다. 병정들의 사열식을 보는듯 하다. 여물어 가는 가을 숲에서 보라색이 주는 신비로움까지 갖췄으니 더 돋보인다.

꽃이 투구를 닮아 투구꽃이라고 한다. 맹독성 식물로 알려져 있다. 인디언들은 이 투구꽃의 즙으로 독화살을 만들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각시투구꽃도 이 독성을 주목하여 등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집안도 형태적 변이가 심하여 복잡하다. 투구꽃, 세뿔투구꽃, 바꽃, 지리바꽃, 놋젓가락나물, 한라돌쩌귀 등이 있다. 겨우 두 세 종류만 보았고 또 비슷비슷 하여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장미에 가시가 있듯 예쁘지만 강한 독을 지닌 투구꽃은 볼수록 매력적이다. 독특한 모양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뭔가 감추고 싶어 단단한 투구를 썼는지도 모를 일이다. '밤의 열림'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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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시작한다는 것
그리움의 현재적 가치 실현이다. 과거를 부정함이 아니라 오히려 그 과거를 새로운 출발의 근거로 삼는 일이다. 이는 자신의 현재를 인정한다는 의미이며, 지나온 모든 시간을 소중하게 여길줄 알아야 한다는 말과 같다.

동시에,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지나온 시간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것과도 같다. 과거에 집착하는 미련을 갖는 것은 지난 시간 동안 자신의 심장의 울림에 따르지 못했던 감정과 의지를 탓하는 것이다. 또한, 그 마음에 정성을 다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미안함이며 안타까움이다.

이러한 미련은 온전히 버려야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 미련을 안고 있다는 것은 지난 시간의 반복일 뿐이다. 온전히 버려야한다는 것은 과거를 부정하고 통째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미런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나뭇잎과 꽃잎을 떨구는 나무와 꽃은 결코 지나온 시간에 미련을두지 않는다. 자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매순간 정성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이라는 열매를 맺게한 과거를 소중하게 품고, 심장의 울림에 따라 오늘 하고자하는 자신의 감정과 의지에 정성을 다하는 것. 이것이 새로 시작한다는 것의 본래 의미다.

당신, 힘내시라.
곧 맑고 밝은 하늘이 당신을 따스하게 품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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