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꿩의다리

키 큰 풀이나 나무들의 잎으로 가려진 여름 숲의 반그늘이나 햇볕이 잘 드는 풀숲에서 자란다. 이른바 꿩들의 잔치가 벌어지는 여름숲의 특별한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가느다란 꽃잎이 작은 꽃받침 위로 우산처럼 펼쳐지며 핀다. 하얀색이 기본이라지만 환경에 따라 붉은빛을 띄기도 한다.

꿩의다리는 줄기가 마치 꿩의 다리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은꿩의다리, 큰잎산꿩의다리, 금꿩의다리, 연잎꿩의다리, 자주꿩의다리 등 많은 종류가 있다. 꽃의 색이나 꽃술의 모양, 잎의 모양으로 구분한다지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식물을 대하다 보면 작은 차이를 크게 보고 서로 다른 이름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좁혀 보고 깊게 봐야 알 수 있는 세계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꽃을 보며 사람사는 모습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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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다'

모든 꽃은 외침이다. 나를 봐 달라는 몸부림이다.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향기까지도 다 나를 주목해 달라는 아우성인 것이다. 하여, 나비와 벌, 바람 등 나를 봐주는 것들의 수고로움에 의지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한다.

사람이라고 다를까? 고도의 사고체계를 가졌다는 사람들은 이 풀과 나무의 그것을 모방하여 자신을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머리를 쓴 치말한 계획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하는 무엇이 있다. 가슴을 울리지 못함이 그것이다.

이 드러냄은 신중 해야한다. 애써 앞서지도 미루지도 않고 필요한 때 적절하게 어색할지라도 진심을 담아 스며들듯 그렇게ᆢ. 과대포장해서도 안되지만 더욱 촉소해서도 안된다.

말, 표정, 기호, 사진ᆢ. 어느 것 하나 이것을 벗어난 것은 없다. 비록 때를 못맞춰 설익어 떨어지거나 어설퍼 전하고자하는 바를 다 전하지 못해 당황스러울지라도 상대에게 드러내야 한다. 드러내면 달라진다. 달라지는 것은 상대도 나도 마찬가지다.

당신과 시간에 기대어 온 수고로움이 모두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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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리
여름을 대표하는 꽃은 당연코 나리꽃들이다. 내리쬐는 태양의 기운을 닮아 강렬한 기운을 전하고 있다.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다소 직관적으로 붙여진 이름으로 구분되는 나리꽃들이다. 꽃이 피는 방향에 따라 하늘나리, 중나리, 땅나리로 잎의 모양에 따라 말나리 등으로 다시 이를 서로 조합하여 부른다. 이 나리꽃들 중에 내가 사는 남쪽에서는 보기 힘든 꽃이 중나리나 하늘나리 등이다.

하늘나리는 백합과 백합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게 서며 잎은 어긋나고 넓은 줄 모양이다. 꽃은 6~7월에 붉은색으로 피며 줄기 끝부분에서 위를 향해 핀다.

꽃보러 먼길 나선 길에 강원도 함백산 만항재를 찾았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반가운 하늘나리를 처음으로 만났다. 붉게 핀 꽃이 풀밭 속에서 여기저기 솟아 찾는 이와 숨바꼭질 하고 있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을 반짝이며 눈맞춤 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보지 못했던 꽃들을 이렇게 만나서 목록에 추가한다. '변치않는 귀여움'이라는 꽃말처럼 주목받기에 충분한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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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우선 말을 하지 않으면 편하다. 몸도 편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렇다고 말을 전혀 하지않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말,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한다는 말이다.

밖으로 나온 말은 힘을 가진다. 상대와 소통을 위한 내면의 울림을 전달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힘이다. 이 말의 힘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상대와의 시간의 겹을 쌓아가는 수고로움이 동반되었을때 발휘된다. 그러니 말은 당연히 무게를 지닌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아침과 저녁에 달라지면 말의 무게는 없다.

무게와 힘이 없는 말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특히 높은 목소리로 외치는 이들의 말이 허공에 맴도는 시대에 애써 말을 아낀다는 것은 말에 무게를 얹어 힘을 갖게 만드는 일이다. 무게와 힘이 있는 말은 지극히 아름답고 깊은 울림을 전한다.

'말은 무게가 있어야 한다'

당신의 한마디 말이 내 가슴에 쌓여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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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오로지 해를 따르는 한 가지 마음

葵花 규화
紅爛開時白半開 홍란개시백반개
大於盤面小於杯 대어반면소어배
憐渠本有傾陽懇 연거본유경양간
浪蘂浮花不是才 랑예부화불시재

규화
붉은 꽃 만발할 때 흰 꽃 반쯤 피는데
쟁반보다 크기도 술잔보다 작기도.
해를 향한 간절함 어여쁘니
평범한 꽃들과는 그 자질이 다르네.
-서거정, 사가집 권28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서른 네번째로 등장하는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의 시 " 葵花규화"다.

접시꽃은 초여름 키를 쑤욱 올려 여러가지 색으로 피는 꽃이다. 접시 처럼 활짝 벌어진 모습으로 여름동안 함께 한다.

접시꽃을 한자로 葵花규화라고 하는데 이는 태양을 따라다니며 핀다는 의미다. 여기에서 연유한 葵心규심은 '신하가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마치 해를 따라다니는 규화와 같다'고 하여 '忠心충심'을 상징한다. 해를 따라 피는 꽃인 해바라기의 한자도 黃蜀葵황촉규다.

내 기억 속 접시꽃은 어린시절 뛰어다니던 장독대 옆이나 골목길 담장 아래 다소곳이 피어 있던 모습이다. 이후 더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도종환 시인의 시 "접시꽃 당신"에 얽힌 이야기와 이를 영화로 만들어 한 시대를 끌고 갔던 것에 머물러 있다.

내 뜰에 핀 접시꽃은 이미 졌고 벌써 다음해를 준비하고 있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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