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동 사거리 만복전파사 반달문고 33
김려령 지음, 조승연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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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를 알게 되고 그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 당장 구매 버튼을 눌렀다. 요즘은 하루면 오는 배송이지만 그 시간도 참 기나긴 시간이었던 작가의 신작. 그런 독자를 알고 있는 작가의 마음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막상 받아 놓고 읽어 본 책이 기존에 좋아했던 작품보다 뭔가 구성이 밋밋하고 인물의 활력이 부족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 작가의 믿음은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 그 변하지 않는 믿음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완득이>에 빠져서 좋아하게 된 작가 김려령이 내게 그런 작가중의 하나다. 완득이의 묘사에 어쩌면 이렇게 재미난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일까. 또 등장한 인물들의 인성은 하나같이 착한가. 그런 착한 인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작가의 심성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소설가 김려령보다 인간 김려령을 더 기대하며 좋아 했던것 같다.

 

최근에 내 놓은 <너를 봤어>를 그간 써온 청소년 소설이나 동화가 아닌 성인 소설이라고 말해야 할 장르라고 본다면 그녀의 최초의 성인 소설이 아닐까 싶은 그 작품을 읽고 나는 적잖이 실망했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고운 심성이 변질되거나 바뀌지는 않았다고는 생각한다. 작품의 주인공은 그녀의 마음속을 투영했을 것이고 표현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다시 그녀가 잘 쓰는 아이들을 위한 얘기로 돌아왔다. 이것은 뭐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고 그녀는 또다시 <너를 봤어>같은 작품을 준비 중일 수 있겠지만. <탄탄동 사거리 만복 전파사>의 책은 초등 3,4학년 권장이라고 쓰여 있다. 아동 도서다. 사실 아동 도서라고 생각 못하고 구입했다. 김려령 이니까, 구입 완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읽는 동안 아동 도서였지만 만복 전파사라는 공간을 떠 올리며 아련한 나의 동네를 생각해본 기회가 되었다. 그 작은 골목을 지났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고, 그때 만났던 친구들과 그 분식집들이 떠올랐다.

 

지금은 “전파사”라는 간판을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전자 제품을 파는 회사마다 서비스가 좋아지다 보니 이제는 가전제품 고장이 나면 전파사가 아니라 서비스 센터를 부르거나 물건을 보내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은 “전파사”라는 단어가 생소한 아이들이겠지만 내 나이대의 사람들은 “전파사”가 어떤 곳인지 아니 이 단어 하나로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고 할까.

 

주변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전파사, 그 전파사를 하고 있는 주인공 순주는 어쩌면 전파사를 알 고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을까. 오래된 건물이 헐리지 않는다면 어쩌면 승주네 집은 계속 탄탄동에서 전파사를 하고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세월의 흔적이 승주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승주네 식구를 옮겨 가길 원했다. 넉넉한 집안이 아닌 순주네가 선택한 것은 시골의 어느 별장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오래된 승주네 “만복 전파사”는 어느 시골 별장으로 이사를 가면서 벌어지는 두 개의 판타지가 이 동화속의 가장 큰 주된 이야기다.

 

시골 별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순주와 진주가 별장 굴뚝으로 들어가면서 만나게 된 산타 마을의 산타와 건물에 부딪혀서 부러진 뿔을 단 사슴을 만난다. 전파사에 찾아와 고쳐 달라고 왔던 물건들처럼 그곳의 대부분의 물건들은 고장이 났거나 고물들이다. 마치 이사 온 순주의 아버지가 이곳을 찾아가 내가 다 고치겠다고 생각할 만큼 엄청난 양이다. 산타 할아버지는 그 고물을 고쳐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에게 선물로 나눠 준다고 하는 이 엉뚱한 발상은 그동안 순자 아버지가 고쳤던 물건들은 새롭게 만들어 내서 사람들에게 다시 돌아간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지금은 집을 찾아도 나오지 않는 카세트가 순주네 전파사에는 많았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유동에게 줬지만 요즘 아이들처럼 좋아하지 않았다. 닌텐도나 MP3를 줬으면 좋아했을까? 하긴 이젠 이것들도 대부분 스마트 폰이 해결하기 때문에 이 두 개의 제품도 추억의 물건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에플사에서도 아이팟 클래식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하니 이제 더 이상 아이팟 클래식을 새롭게 만날 수는 없을 것이다.

 

순주네 전파사에 많은 것 중 제일 예쁜 노랑 카세트를 가지고 유동을 만나고 고장난 시계 때문에 자린고비를 만나게 되는 또 판타지 얘기는 그 시대에 없을 카세트 녹음 시스템으로 인해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만들어 냈다.

 

두 이야기는 배품에 대한 얘기가 있다. 산타는 아이들을 위해 고물로 변한 물건을 고쳐 크리스마스때 선물로 나눠주고, 자린고비 할아버지는 한돌이라는 기특한 손자로 인해 마음의 큰 빗장을 내려놓고 마을 사람들에게 환갑날 잔치를 열며 음식을 나눠준다.

만복 전파사도 마지막 모습이 그랬다. 쓸 만한 물건들을 모두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시골 별정으로 떠나는 모습으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

요즘 누군가에게 친절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자신의 지위를 휘두르는 일이 너무 많다. 그런 일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아이들이 주변을 대하는 배려 없는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 들일까하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지금의 어른이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아가야 할 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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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22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오후즈님 글을 읽으며 어쩌면 저와 비슷한 세대를 지나고 계시지 않나 생각해봤어요 전파상 이나 만물상 노란카세트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 단어였거든요 작가에 대한 무한 믿음과 신뢰로 김려령 작가님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오후즈음 2015-01-23 14:25   좋아요 0 | URL
앗! 해피북님 저와 비슷한 나이?? 아님 세대?? 좋아요. ㅋㅋ 비슷한 시대를 함께 공유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행복하네요 ^^
 

 

 

 

 

 

 

 

 

 

 

 

 

 

 

집에는 81년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부터 2002년 권지예 "뱀장어 스튜"까지만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있는것으로 확인했다.

상당히 오랜기간동안 나는 이상 문학상 작품집을 읽지 않았던것 같다. 아마도 "모"작가의 상을 받은것에 혼자 짜증이 났던 것이겠지.

문학하시는 분들은 그 작가의 작품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읽는 나는 그녀의 작품을 읽을때마다 답답했으니까. 그래서 떠났던 이상문학상 작품집이었는데 좋아하는 작가 "김숨"이 2015년 당선된 책을 보니 다시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된다.

어제 구매 하려고 했는데 오늘 구매를 하고 모두에게 찬사받았다는 그녀의 "뿌리 이야기"를 읽고 싶다.



김숨의 작품 "철"을 읽으면서 그로테스크한 글에 홀릭되어서 그녀의 책을 사 모았는데 부지런하게 읽지 못했다.

아마도 이번 "뿌리 이야기"에 감동한다면 집에 쌓아둔 책을 다 뒤져 읽어봐야겠다.


 

그나저나 그녀의 네번째 단편집이라는 "국수"를 통해 그녀의 기사를 다시 읽어 봤는데 볼수록 참 동안이신 분이시네.

http://ch.yes24.com/Article/View/24386

그녀의 남편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도언의 "불안의 황홀"을 읽어보고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두 부부가 어쩜 이렇게 단아하고 차분한 글을 쓰시는지 부럽기도 하고.


책이 오면 그녀가 받은 상의 무게를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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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1-21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변에서 국수_ 이야기를 하도 해서 이번에 한번 읽어보려고 해요.

오후즈음 2015-01-21 17:01   좋아요 1 | URL
저는 그 전 작품을 좀 가지고 있어서...그걸 좀 읽고 읽어 보려구요.
<철>을 읽을때 정말 좋았거든요.

cyrus 2015-01-21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나왔군요! ^^

오후즈음 2015-01-21 17:01   좋아요 0 | URL
넵! 따끈 따끈한 신간이네요. ^^

[그장소] 2015-01-21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오~(^o^)b~~!!!! 예쁘네요..이러나 저러나 신간나오면 가슴이 두근두근..제가 낸 것도 아닌데..별나요..! 이 달에 구매를 하나..다음 달에..구매를하나 계산기두들기는중..(-_ど)

오후즈음 2015-01-21 23:15   좋아요 0 | URL
그쵸. 표지도 이쁘게 나와서 맘에 들어요. 무엇보다....김숨 작가가 상을 받았다는게 그냥 좋네요 ㅎㅎ

보물선 2015-01-21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수> 정말 뜨끈했죠.

오후즈음 2015-01-21 23:15   좋아요 0 | URL
오~~ <국수>가 그렇단 말이죠?? 꼭 읽어야 겠습니다!

[그장소] 2015-01-21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아드셨군아...뜨건 육수..내서..??^^
그 런 말투를 좋아해요..해주랴..그랬지요..하는식의..ㅎㅎ

오후즈음 2015-01-21 23:16   좋아요 1 | URL
ㅋ 정감있죠, 그런 말투?

[그장소] 2015-01-21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가 그런 상 차려주면 눈물이 후두둑 떨어질것 같아서..저는 못 앉아있겠죠..
그런 정성어린 음식..

오후즈음 2015-01-22 01:14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때문에...국수 결제 했습니다. ㅋㅋ 완전 기대됩니다!! 주문된 책 오면 제일 먼저 읽어야 겠어요

해피북 2015-01-21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전 이런 글 너무 좋아요 >~< 책과 관련된 추억들이요 저는 이제야 문학동네 계간지를 읽게되었는데 이웃님들은 이상문학 계간지 많이 보셔서 참 궁금해요 ㅎ

[그장소] 2015-01-22 00:33   좋아요 1 | URL
국수는 이번이 아니라 2013년 였나..김영하씨 수상작에 우수작으로
그러니까..심사에 오른 작품들중 하나였던셈.. 뜨거운 상을..받아..혹은 차려주고 싶게..만드는 수작였어요..(응?..뭔 수작?^^)

오후즈음 2015-01-22 01:15   좋아요 1 | URL
저는 한동안 뜸했다가...김숨님때문에 다시 지난것도 읽어보려고 해요.

꽃핑키 2015-01-22 0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상문학상 작품집, 제가 구매를 안 하는 동안 뭔가 너무 예뻐졌군요!! ㅋㅋ

오후즈음 2015-01-22 01:16   좋아요 1 | URL
그동안 이상 얼굴만 큼직하게 있더니만...몇년전부터 수상작가 얼굴로 바꿔 주셨더라구.
그래도 이상 문학상이니깐 나는 이상 얼굴로 있었으면 좋겠는데 ㅋㅋ

[그장소] 2015-01-22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책이 손때..이 번책은 살짝 결이 있어서..먼지 .때 관리 잘해야 해요..^^

오후즈음 2015-01-22 01:17   좋아요 0 | URL
오~~ 그래요? 금요일 배송 된다니...ㅠㅠ 이틀이나 기다려야 하는군요.

[그장소] 2015-01-22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김 숨 작가..뜸 다 들어서 밥만 푸면 될거라..생각했다니까요..^^
양념장없이 맹숭한 멸치국수여도 분명..
좋았어..국수..만들어..우리 한끼 먹자..하고플 걸요..ㅎㅎ
아..문학사상사..는 나..상줘야해..푸하하

오후즈음 2015-01-22 11:19   좋아요 1 | URL
문학 사상사는 그장소님께 적립금을 줘라!!

[그장소] 2015-01-22 0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역시..이전 디자인이 좀더 정이 가요.
관리도 쉽고..때타도 슥 닦아내면 되었는데..이번책은 안된다는..지우개로 지워야해요..살살살..ㅎㅎㅍ

요즘 작가들 중..약진하는 작가들이 몇 있어요..
연혁을 보면..아..이작가가..늦었네..싶은 사람도..있고..어떤이는 이야..참..대차구나..싶은 작가도 있고..
깊은..정을 끄집어내는데..김 숨이..있다고..
황정은 과는 색이 많이 다른..

오후즈음 2015-01-22 11:21   좋아요 1 | URL
그쵸, 몇년전부터 바뀐 디자인이 맘에 안들어요. 이상의 얼굴을 가진 전통이 좋지 않나요?
다른 현대 문학상도 요즘 다 작가 얼굴이던데...

김숨이 신인 작가는 아니지만, 신인 작가들이 좀 깊이 있는 소설을 써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얼마전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그런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왜 요즘 이런 고민이 들어 있는
소설은 없는가...

[그장소] 2015-01-22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년이 온다..좋았죠..그러니..예전 단편엔 길이든 뭐든 체험의 맛이 있었던것 같은데..요즘은 참으로 순간..감각적 이라 휙하고 지나가요...그들도 그런 순간을 잡으려니 얼마나 힘들까..싶고..그러려면 긴호흡을 ..쉬는게 중한데...왜..다들 c.f. 같은 순간만..그리는지..그래서는 이 앞의 선배들
이름을 넘지 못할 거예요..지금은 읽히겠지만..길게 오래 갈 수는 없지않나..하는 거요..아무튼..충격요법은 신선해..다른 갈망을 불러오긴하니까...기다려볼 일..있겠죠..누군가는..내가 ..쓰지뭐...하는.분이.ㅎㅎㅎ확실히 이상문학은 초상을 돌려놓으라 요구해야겠어요...
하하하..참..이상에 대한 논문들과 논저들만권두가 엄청난데..
정작 이상문학상은 ..뭘 추구하자는...

오후즈음 2015-01-22 15:48   좋아요 1 | URL
ㅋㅋ 그쵸...이상 문학상은 처음 표지로 고전의 자리를 입지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작가가 했던 말인데..누군지 기억은 안나지만...요즘 나오는 소설들이 입에 달고 맛있을지 모르겠지만 약이 되는 소설이 없다고 했던말이 기억이 나네요.
고전이 재미없지만 (재미 있는것도 많지만요) 몸에 좋은 약이 되는 얘기가 많잖아요?
그래서 요즘 신인 소설들은 읽을때 좀 거부감 드는 것도 있어요.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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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이라는 가사가 있는 노래가 많다. 시간을 원하는 곳으로 맞춰 놓으면 지워버리고 싶은 그때로 돌아가서 새로 시작하거나 처음부터 없는 일로 만들어 놓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한번쯤은 가졌을 것이다. 내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사실 한번이 아니다. 수무한 일들중 지워 버리고 싶은 순간은 간혹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것은 기억의 일부분일 것이고 나만 괜찮다고 생각하면 시간이 다 지워버리는 일이다. 기억은 그렇게 지워졌으면 하는 것은 오로지 내가 살아 있어야 생기는 일이다. 다시 시작하는 시점도 내가 세상에 존재 할 때의 일이다. 그렇다면 내가 준비 없이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그때는 감추고 싶은 것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누군가는 매일 미루다 못 지운 야동을 발견한다거나 부모에게 혹은 아내에게 혹은 남편에게 발견이 되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취미, 혹은 비밀스러운 것들이 고스란히 죽음으로 인해서 세상을 나오게 될 것을 생각해 본적은 없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감추고 싶은 것들은 무엇이었나 생각하게 되었다.

 

악어빌딩 4층에는 이런 사후에 벌어질 곤란한 상황을 정리해줄, “딜리터”라는 직업을 가진 구동치가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은 아주 깊은 우물 같은 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자신에게 들려주는 얘기는 밖으로 세어나가지 않으며 어느 순간 당신에게 찾아올 죽음 이후에 없애줬으면 하는 문서나 물건들을 처리해 준다고 한다. 그토록 왜 사람들은 구동치를 찾아와 딜리팅, 즉 지워 주는 일을 원했을까.


 

 

“ 죽은 사람들의 휴대전화기를 찾아주고 없애주고, 죽은 사람의 컴퓨터를 망가뜨리고, 죽은 사람의 일기장을 찾아서 갈기갈기 찢고 불태웠다. 자신이 한 일이 딜리팅이라는 것을, 아주 소수이긴 하지만 딜리팅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는 무언가를 세상에서 없애버린다는 죄책감도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많은 걸 없애려고 했다. 자신의 평탄 때문에, 비밀이 알려지는 걸 두려워해서,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서, 수많은 이유 때문에 많은 걸 없애려고 했다.” P84



 

처음 딜리팅을 시작할 때 불법적인 일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을 가졌다면 차츰 흔적을 없애려고 하는 이들의 소원을 들어 준다는 생각으로 깔끔하게 처리되는 자신의 딜리팅에 만족감을 가졌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의뢰자들의 조건을 들어줘야 했지만 딱 한번, 아니 두 번이었을 것도 같은 그날 딜리팅을 하러 들어간 집에서 의뢰자의 딸을 만나게 됐다. 그때부터 이 소설의 큰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다.


 

 

처음 구동치의 딜리팅과 의뢰자들의 얘기만 주를 이루다가 이내 구동치의 실수로 점점 확대되는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새로운 사건을 만나게 된다. 자신이 이 딜리팅일에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는 상당히 책임감이 있었고 입이 무거웠으며 침착했었다. 자신이 없애려는 물건이 혹 어떤 힘으로 연결되어 있어도 그것을 가로 챌 수 있는 듬직한 체격이 있었으니 얼마나 적절한 일이었는지. 하지만 그가 마주친 의뢰자의 딸과 엮이면서 그는 지금의 이 딜리팅이라는 일을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하지만 그는 끝내 그에게 주어졌던 마지막 딜리팅도 그가 생각하는 적절한 직업의식으로 해결을 해 놓았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너무 많이 들어서였을까, 구동치의 대사들이 자꾸만 김중혁 작가의 사투리가 섞인 말투로 실시간으로 생동감 있게 들렸다. 그래서 구동치의 대사들은 모두 김중혁 작가 톤으로 읽히고 말았다. 그래서였을까, 구동치의 체격이며 말하는 투의 느낌이며 모두 김중혁 작가를 그냥 앉혀 놓은 것 같다고 할까.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빨간 책방을 자주 들었던 사람이 구동치를 김중혁화 해서 듣게 되는 것은 아닐까.


 

 

<펭귄뉴스>라는 단편을 읽으면서 참, 재미있는 글을 쓰는 작가였다고 생각했던 그의 장편을 읽을 때마다 그가 장편보다 단편이 훨씬 더 잘 어울리는 호흡을 가지고 있는 작가는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상당히 두꺼운 이 장편 소설에는 주인공의 심리보다 대사가 훨씬 많은 지문을 할애하고 있다. 단편에서는 훨씬 많은 심리묘사가 있는 반면 이 장편은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할까. 그렇지만 단편보다 장편소설을 훨씬 많이 읽은 이유는 그저 그의 소설이 좋기 때문이다.

 

만약 구동치 같은, 혹은 김중혁 작가로 빙의된 구동치에게 찾아 간다면 나는 어떤 비밀을 지워 달라고 할까, 책을 읽는 동안 고민이 되는 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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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20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김중혁님의 장편소설이였군요ㅎ 빙의의 실체를 깨달았어요 소설의 소재가 상당히 흥미로워요ㅋ 그런데 저는 오후즈음님처럼 허삼관 매혈기 글이 자꾸 하정우씨 톤으로 읽혀요 아직 영화를 보지않았는데도 말이죠 ㅠㅜㅎ

오후즈음 2015-01-21 14:19   좋아요 0 | URL
정말로 그럴때가 있는것 같아요. 감정이입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막 감정이입이 되는.

북드림캐쳐 2015-01-21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싶은 궁금한 책이네요^^*

오후즈음 2015-01-21 14:20   좋아요 0 | URL
상당히 두껍지만 빨리 읽으실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
 
전쟁의 물리학 - 화살에서 핵폭탄까지, 무기와 과학의 역사
배리 파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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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끊임없는 전쟁을 치러왔다. 그 전쟁은 끝나지 않고 지금도 어느 나라에서는 계속 현재진행형이다. 좀 더 많은 영토를 갖고자 하는 욕망과 욕심 또는 이념과 항쟁하며 싸우는 전쟁은 많은 살생이 따랐지만 꾸준하게 진화된 무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기는 싸움을 하기위해서 무기는 진화해야 했고 그 진화된 무기는 전쟁이후에 다른 용도 변경되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전쟁의 물리학]은 물리학을 기본 토대로 만들어진 무기들을 소개하며 전쟁의 이면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이 책은 물리학의 거의 무든 갈래를 다루면서 군사적으로 어떻게 응용됐는가를 보여준다. 인간이 만든 활과 화살부터 전차를 거쳐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역사를 개괄하고 있다. 저자가 전쟁과 물리학이라는 책을 쓴다고 하니 주변에서 전쟁과 물리학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냐고 물었다고 했는데 사실 나도 처음에 책을 읽으면서 그들과 같은 질문을 했었지만 읽으면서 느끼는 흥미로움은 상당하다.



 

책은 초기 영불 전쟁부터 다루지만 가장 근접했던 1차, 2차 세계대전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쓰인 X선과 가시광선, 적외선 활용 부분에서는 사실 이토록 과학적인 준비를 하고 전쟁을 치렀다는 것에 놀랐다. 너무 무지한 부분으로 전쟁을 바라보았다. 그저 오래전에 치러진 전쟁이라고 하면 중세 시대의 화약으로 쏘는 총, 대포 혹은 전차나 그 이후에 탄환을 넣은 총이나 탱크로 싸웠다고 생각했었던 부분인지라 이런 과학적인 활용으로 전쟁이 치러졌는지 몰라서 놀랐다고 할까. 앞서 얘기 한 부분에 말했듯 전쟁으로 쓰인 무기들은 다소 변형되어 다시 쓰이고, 그때 발명했던 것들은 새로운 산업의 주축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때로는 좋은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 전쟁에 쓰이기도 했다. 비행기 또한 발명되자마자 없어서는 안 될 전쟁 무기가 되었다고 하니. 하늘을 날고자 해서 만들었던 비행기가 욕망의 그늘에 있는 전쟁을 도울 무기가 되고 말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맹렬하고 파괴적인 전쟁이었다는 2차 세계대전에서는 항공학이 발전을 했고 최초의 제트기를 만들어졌고, 대형 탄도 로켓이 등장하면서 점점 최첨단화가 되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것은 원자폭탄이었으니 이보다 더 무시무시한 전쟁의 결과물이 있을까. 히틀러가 더 강력한 무기를 가지지 못해서 다행인 2차 세계대전 또한 얼마나 많은 희생자를 낳았는지.

 

과학자들만이 무기와 결부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예술가도 헬리콥터나 낙하산, 잠수복, 기관총과 같은 군사용품들을 스케치하고 노트에 기록했다고 하니 그저 과학자들만이 물리학과 연관 지어 무기를 만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늘 이후 간절한 소망은, 점점 넓고 깊게 물리학을 이해함으로써 전쟁 같은 대량 학살이나 이미 흔한 일이 돼 버린 살육 무기가 아니라,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갈등을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하는 일일 것이다.” P512


 

저자의 바람처럼 나 또한 소망한다. 간혹 뉴스에서 깜짝 놀라는 살인 사건 소식은 점점 잔혹해져만 가고 있다. 좋은 의미로 개발되었던 것이 잔혹한 욕망의 무기로 변질되질 않길 바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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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자로 살아가는 것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이게 나야, 나는 이런 사람이야 뭐 이렇게 얼굴 내 놓고 살아가는 것도 즐기지 않는. 그러니까 적당하게 맞춰 나가길 원하는 사람이라고 나를 스스로 정의 내리지만 어떤 이면으로 보면 은근히 나를 내세우는 것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도 같다. 뭔가 선물을 받았을 때보다 뭔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보상을 받는 것에 당연히 즐거울 수밖에 없겠지만 그걸 또 드러내 놓고 싶어 하는 속물근성인지도 모르겠고.




 

 

 

요즘 네이버 블로그가 이런 저런 이유로 잘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유는 알라딘에서 11월쯤 만든 북플 (Bookple) 때문이다. 어플 깔기 귀찮아서 안 깔다가 12월부터 완전 빠졌다. 그간 나의 블로그의 정체성은 어떤 것인가 고민했던 적도 있었는데 큰 고민을 하지 않고 그냥 쓰면 되는 것으로 정의했다가 요즘 알라딘 서재 활동을 하는 북플 어플 사용으로 인해서 그동안 깊지 않은 나의 독서 활동에 반성을 하고 있다.


 

 

그간 신간 평가단을 하느라 알라딘 서재에 리뷰 올리는 정도로만 사용했지 전혀 알라딘 서재에 활동하는 이들의 글을 정독해서 읽어 보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북플 어플 사용으로 인해서 그들의 글을 읽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도 책과 관련된 블로거들도 있지만 진정한 고수들이 여기에 있었구나, 감탄을 하면서 글을 읽고 있다. 특히 몇몇 유명한 분들의 박식한 리뷰에 깜짝 놀라며, 아니 왜 그동안 이런 훌륭한 고수들의 글을 읽지 못했나 안타깝다. 책과 관련된 사이트에 만들어진 블로거이기 때문에 당연히 책 얘기가 많지만 소소한 그들의 생활을 엿보는 것도 재미있는 시간이고, 같은 책을 읽고 서로 공감하는 “좋아요”를 눌러주는 그 수고스러움에도 감동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


 

 

진정한 고수들을 만난 황홀한 기분, 그러면서 점점 작아지는 나를 발견하는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지는 공간. 나도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과 욕구로 가득한 요 며칠을 보내면서 정작 책 한권을 다 읽기도 힘든 시간이라서 좀 안타깝지만 나아지겠지.

 

 

그런 나에게 주는 알라딘의 선물

11월, 12월, 1월 모두 <이달의 리뷰> 당선으로 적립금 2만원씩 주셔서 감사할 따름. 이달의 페이퍼에도 도전해 보자!

 

 

 

 

이렇게 매달도 뽑아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그나저나....책장을 사야 합니다....

이 책이 대부분 11월 28일 대란이 일어나기 전에 질렀던 책들. 

사실은 이만큼의 두배가 거실에 방치되어 있어서...같이 살고 있는 짝짝꿍씨에게

매일 갈굼을 당하고 있다. 다 버릴거라고.............버릴거라고.....

안 읽으면....버릴거라고....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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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14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을 한 100개 누르고 싶네요 ㅎㅎ 북플을 하다보니 정말 고수님들이 많으시구나를 자주 느끼고 그래서 더 고맙게 배울 수 있는 공간 같아요.그래서 참 좋고 정이 가는 어플같습니다. 책탑을 보니 힘드시겠지만 부러운 마음도 드네요 ㅎㅎ 모쪼록 정리 잘하시구 당첨되신거 축하드려요^0^~~~!!!

오후즈음 2015-01-14 13:01   좋아요 0 | URL
저는 네이버 블로그도 이웃을 잘 안만들고 혼자 노는데...이곳은 정말 깜짝 놀랄 글솜씨에 반성 모드 키고 있어요.
저의 책탑은...조만간 좀 정리를 하면 되겠지만 쉽지 않네요. 축하 감사합니다~~ 더 좋은 리류를 써야 하는데 말이죠.

yamoo 2015-01-17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야무라고 합니다^^
저도 공감 100개 정도 누르고 싶어요~ㅎ

이곳 알라딘에는 정말 숨은 고수들이 많습니다. 화제의 서재글이나 이달의 당선작에 없지만...한 달에 한 두 번 올리시는 분들 중에 정말 초고수분들이 있습니다. 오직 알라딘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랄까요~^^

잘 둘러 보시면 정말 예기치 않은 곳에서 엄청난 글을 쓰는 분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이곳이에요.

어쨌든, 오후즈음님도 알라딘 서재에서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오후즈음 2015-01-18 23:11   좋아요 0 | URL
야무님 반갑습니다~ ^^
야무님 서재에 놀러 갔다 왔네요.
그간 네이버에서만 놀았더니 이런 귀한 곳이 있는줄 몰라서 아쉽네요.

꽃핑키 2015-01-17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ㅋㅋ 저도 공감 100개ㅋㅋㅋ

오후즈음 2015-01-18 23:11   좋아요 0 | URL
ㅋㅋ 그중에 꽃핑키도 있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