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동 사거리 만복전파사 반달문고 33
김려령 지음, 조승연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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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를 알게 되고 그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 당장 구매 버튼을 눌렀다. 요즘은 하루면 오는 배송이지만 그 시간도 참 기나긴 시간이었던 작가의 신작. 그런 독자를 알고 있는 작가의 마음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막상 받아 놓고 읽어 본 책이 기존에 좋아했던 작품보다 뭔가 구성이 밋밋하고 인물의 활력이 부족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 작가의 믿음은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 그 변하지 않는 믿음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완득이>에 빠져서 좋아하게 된 작가 김려령이 내게 그런 작가중의 하나다. 완득이의 묘사에 어쩌면 이렇게 재미난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일까. 또 등장한 인물들의 인성은 하나같이 착한가. 그런 착한 인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작가의 심성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소설가 김려령보다 인간 김려령을 더 기대하며 좋아 했던것 같다.

 

최근에 내 놓은 <너를 봤어>를 그간 써온 청소년 소설이나 동화가 아닌 성인 소설이라고 말해야 할 장르라고 본다면 그녀의 최초의 성인 소설이 아닐까 싶은 그 작품을 읽고 나는 적잖이 실망했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고운 심성이 변질되거나 바뀌지는 않았다고는 생각한다. 작품의 주인공은 그녀의 마음속을 투영했을 것이고 표현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다시 그녀가 잘 쓰는 아이들을 위한 얘기로 돌아왔다. 이것은 뭐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고 그녀는 또다시 <너를 봤어>같은 작품을 준비 중일 수 있겠지만. <탄탄동 사거리 만복 전파사>의 책은 초등 3,4학년 권장이라고 쓰여 있다. 아동 도서다. 사실 아동 도서라고 생각 못하고 구입했다. 김려령 이니까, 구입 완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읽는 동안 아동 도서였지만 만복 전파사라는 공간을 떠 올리며 아련한 나의 동네를 생각해본 기회가 되었다. 그 작은 골목을 지났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고, 그때 만났던 친구들과 그 분식집들이 떠올랐다.

 

지금은 “전파사”라는 간판을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전자 제품을 파는 회사마다 서비스가 좋아지다 보니 이제는 가전제품 고장이 나면 전파사가 아니라 서비스 센터를 부르거나 물건을 보내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은 “전파사”라는 단어가 생소한 아이들이겠지만 내 나이대의 사람들은 “전파사”가 어떤 곳인지 아니 이 단어 하나로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고 할까.

 

주변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전파사, 그 전파사를 하고 있는 주인공 순주는 어쩌면 전파사를 알 고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을까. 오래된 건물이 헐리지 않는다면 어쩌면 승주네 집은 계속 탄탄동에서 전파사를 하고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세월의 흔적이 승주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승주네 식구를 옮겨 가길 원했다. 넉넉한 집안이 아닌 순주네가 선택한 것은 시골의 어느 별장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오래된 승주네 “만복 전파사”는 어느 시골 별장으로 이사를 가면서 벌어지는 두 개의 판타지가 이 동화속의 가장 큰 주된 이야기다.

 

시골 별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순주와 진주가 별장 굴뚝으로 들어가면서 만나게 된 산타 마을의 산타와 건물에 부딪혀서 부러진 뿔을 단 사슴을 만난다. 전파사에 찾아와 고쳐 달라고 왔던 물건들처럼 그곳의 대부분의 물건들은 고장이 났거나 고물들이다. 마치 이사 온 순주의 아버지가 이곳을 찾아가 내가 다 고치겠다고 생각할 만큼 엄청난 양이다. 산타 할아버지는 그 고물을 고쳐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에게 선물로 나눠 준다고 하는 이 엉뚱한 발상은 그동안 순자 아버지가 고쳤던 물건들은 새롭게 만들어 내서 사람들에게 다시 돌아간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지금은 집을 찾아도 나오지 않는 카세트가 순주네 전파사에는 많았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유동에게 줬지만 요즘 아이들처럼 좋아하지 않았다. 닌텐도나 MP3를 줬으면 좋아했을까? 하긴 이젠 이것들도 대부분 스마트 폰이 해결하기 때문에 이 두 개의 제품도 추억의 물건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에플사에서도 아이팟 클래식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하니 이제 더 이상 아이팟 클래식을 새롭게 만날 수는 없을 것이다.

 

순주네 전파사에 많은 것 중 제일 예쁜 노랑 카세트를 가지고 유동을 만나고 고장난 시계 때문에 자린고비를 만나게 되는 또 판타지 얘기는 그 시대에 없을 카세트 녹음 시스템으로 인해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만들어 냈다.

 

두 이야기는 배품에 대한 얘기가 있다. 산타는 아이들을 위해 고물로 변한 물건을 고쳐 크리스마스때 선물로 나눠주고, 자린고비 할아버지는 한돌이라는 기특한 손자로 인해 마음의 큰 빗장을 내려놓고 마을 사람들에게 환갑날 잔치를 열며 음식을 나눠준다.

만복 전파사도 마지막 모습이 그랬다. 쓸 만한 물건들을 모두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시골 별정으로 떠나는 모습으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

요즘 누군가에게 친절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자신의 지위를 휘두르는 일이 너무 많다. 그런 일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아이들이 주변을 대하는 배려 없는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 들일까하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지금의 어른이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아가야 할 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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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22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오후즈님 글을 읽으며 어쩌면 저와 비슷한 세대를 지나고 계시지 않나 생각해봤어요 전파상 이나 만물상 노란카세트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 단어였거든요 작가에 대한 무한 믿음과 신뢰로 김려령 작가님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오후즈음 2015-01-23 14:25   좋아요 0 | URL
앗! 해피북님 저와 비슷한 나이?? 아님 세대?? 좋아요. ㅋㅋ 비슷한 시대를 함께 공유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행복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