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 - 김치녀에서 맘충까지 일상이 돼버린 여성 차별과 혐오를 고발한다
서민 지음 / 다시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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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깊은 내용을 원합니다.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 -시민]

 

 

" 자들은 생각과는 달리 페미니즘은 외모 차별에 분개해 일어난 개인적인 저항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성차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운동이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차별은 미모 여부와 큰 상관이 없다."P 283

 

 

 

미즈넷만 가도 알 수 있는 수 없는 여성 차별, 결혼으로 겪고 있는 여자들의 괴로움과 갈등들이 넘쳐난다. 책에서도 미즈넷에 올라온 내용도 많이 담겨 있고 여기저기서 들은 얘기들로 짜깁기 해 놓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작년부터 불어 온 페미니즘과 관련된 많은 책들 중에 몇 권 읽지 못했지만, 그 중에 가장 깊이가 없는 책이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다 아는 얘기를 책으로 다시 읽고 싶지 않다. 다시 듣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이는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 작가의 응원은 반갑지만 더 공부해서 책을 써주시길.  뭘 적을 내용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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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3-14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달 대구에 페미니즘 강연이 있는데, 서민 교수님이 오셔요. 그 분 강연에 맞춰 이 책을 읽어보려고 해요.
 
둥글이의 유랑투쟁기 - 자발적 가난과 사회적 실천의 여정
박성수 지음 / 한티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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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가난과 사회적 실천의 여정 -둥글이의 유랑 투쟁기_ 박성수

 

유랑이라는 단어로 책을 선택했다. 나는 정착하지 않고 떠도는 여행을 원했던 적이 많아 늘 유랑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뛰었다. 그런 생각으로 선택한 책이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소개된 책이었다는 것은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고, 저자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이 선택한 것은 오로지 유랑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세계 일주를 했던 블로거들의 여행 기록쯤으로 알고 선택한 책이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당혹스러웠다.

 

 

2006년 8월 31일을 시작으로 그는 이 책이 출판된 2014년 동안 계속 전국을 돌며 환경 운동을 하고 있는 환경 운동가이다. 책에서는 종료 시점이 2017년 까지 였는데 그의 이런 저런 법적 투쟁으로 17년까지는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오랜 기간 동안 그는 온 나라를 누비며 떠돌아 다녔다. 비가와도 눈이 와도 더운 여름날에도 그는 텐트 속에서 잠을 청하고 그를 거부하지 않는 화장실에서 몸을 씻고 밥을 해 먹으며 아이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었다. 그가 배낭을 꾸려 전국을 떠 돌때 많은 이들은 왜 꼭 유랑을 통해서 환경 운동을 해야 하는지 물었었다. 환경 단체를 꾸려 아이들을 찾아도 되는 일이고 인터넷 발달로 훨씬 많은 매체를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 돌아다니는 일은 고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상이 나에게 가하는 미묘한 강제를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유랑의 형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실제로 나는 유랑을 하면서 그간 붕어빵 같은 삶에서 나를 경주마로 만들어왔던 우열감과 불안, 상실감과 공허의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만큼 움츠려 있던 내 존재가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P8

 

 

정착이 주는 안락함을 벗어버리고 척박한 현실인 길거리 노숙과 다름없는 공원에서 혹은 조금 넓은 공터에서 때로는 학교 운동장에서 텐트 하나로 잠을 자고 240여 개의 지자체를 돌며 초등학생들에게 기후변화방지 캠페인을 하고 있는 그의 삶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런 일을 한다고 누가 그에게 잘했다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거기다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환경 관련 프린트는 모두 그의 사비로 만들어 지고 있었다. 그가 만들어 놓은 환경 프린터는 정말 쉽게 그림도 그려져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지구 기후 변호로 인한 것들이기 때문에 지구를 보호해야 하며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쏟아야 하는지 그려져 있다. 이것은 그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이것을 받아든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공감을 했다고 한다. 물론 간혹 그의 이런 행동을 못마땅해 하고 싫어하는 사람들로 인해 욕을 먹거나 저지당했던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터에 쳐진 그의 텐트로 날아든 돌덩이로 위험에 처한 적도 있었다. 대부분은 위험을 인지하고 그곳을 떠났겠지만 그는 돌덩이를 던진 사람을 찾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그의 팸플릿 솜씨로 100퍼센트 검거율을 자랑한다. 그는 자신에게 돌을 던지 아이들을 찾아 "돌을 던지겠다면 숨지 말고 정면으로 던지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말했다. 너희가 하는 행동들에는 늘 책임이 따르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줬다. 때로는 학교 운동장에 친 텐트를 보며 학교 수위 아저씨가 찾아와 정중하게 나가 달라는 말에 그는 기분 좋게 예의 바른 모습으로 쫓겨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절대 기분 나빠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사려 깊은 거절은 그저 감사하며 받아 들인가.

 

 

외롭고 고달픈 유랑 생활을 하며 친구도 못 만나고 가족과도 함께 있지 못하고 언제 쫓겨날지 모를 불안한 생활을 하면서도 그가 아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진짜 진심은 무엇일까?

 

"내가 이리 돌아다니면서 얻으려고 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끝없는 인간의 욕망으로 파괴되고 있는 세상 속에서 낮은 자로 살아가며, 기본적인 생리 작용(의식주)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이제껏 잘못 살아 온 나 자신을 허물어뜨리고, 내 온전한 인간적 원형을 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현대사회에 적응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 속에 어우러져서가 아니라, 한 발 떨어져서 봄으로써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면모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다." P284

 

 

길을 떠돌며 많은 이들에게 수 없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다고 누가 알아줘요? 하지만 그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했고, 그것을 실천했다. 그의 유랑이 끝이 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를 맞아줄 집이 있지 않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의 마음이 모두 전달되어 그의 고단한 유랑이 끝이 나길 원한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끝이 나는 것 같지 않다. 그가 만들어 놓은 카페에 가보니 그는 환경문제에서 이제는 사람답게 살아갈 세상을 위해 더 많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얼마 전 이재용 재판 결과에 분괴하여 법원을 찾아가 개사료를 뿌리고 왔다. 물론 그의 개사료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일로 그는 재판도 받아야 했고 교도소에 갔다 온 일도 있었다. 몇 년을 길거리 노숙과 다름없는 일을 한 그가 아니었던가, 단지 아이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알려 주기 위해서. 그 어떤 자신의 사리사욕 없이 오로지 세상을 향한 순수한 그의 전달을 받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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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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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치 않게 영화 <B급 며느리>와 인스타그램의 인기 웹툰 <며느라기>를 비슷한 시기에 보았다. 영화 <B급 며느리>를 다 보고 나서는 왜 여성은 이렇게 밖에 살아 갈 수 없는가 답답했고, 웹툰 <며느라기>의 엔딩을 보며 제발 그녀가 그 이름을 버리기를 바랐다.

 

한국에서 결혼을 한 여성이 한 가정을 꾸려 나가며 살아가는 두 이야기는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닮아 있다. 영화 <B급 며느리>의 주인공 김진영씨는 명절날 시댁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매번 자신이 입혀 보낸 옷을 벗기고 시어머니가 산 옷을 입혀 보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들과 함께 시댁과의 갈등으로 그녀는 시댁을 가지 않을 것을 선택한다. 아들만 둘이 있는 곳으로 시집간 그녀는 명절이면 어머니와 자신만 음식 장만을 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늘 남자들은 그저 텔레비전을 틀어 놓고 앉아 만들어진 음식을 받아먹고 있다.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의 선택은 결국 며느리를 포기하기로 이른다. 간혹 그녀와 남편은 이 문제로 심한 갈등에 놓이게 되고 그녀의 절규 장면에서는 그녀가 안고 있는 답답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녀는 말했다. 결혼하기 전에 자신은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었다고.

 

웹툰 <며느라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장남에 시집을 간 그녀는 명절에 시어머니와 함께 둘이서만 음식 장만을 한다. 아들이 부엌에 들어가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엌일은 오로지 여자의 일로 생각하는 시어머니는 백화점에서 산 며느리에게 줄 선물이 앞치마였다. 시부모의 결혼기념일에 가야 할 것인가 고민하다 결국 찾아가 저녁을 먹지만 아들에게는 살이 많은 갈치 몸통을 주고 며느리에게는 푹 익어 맛이 들었다는 무 조림이었다. 그녀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도 집에서 귀중한 존재인데 왜 시댁으로 오면 하나의 인간이 아는 집안의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인가.

 

소설 김지영씨도 어느 날 시댁에서 친정어머니가 빙의 되어 담아 두었던 얘기를 쏟아 낸다. 너희 딸이 친정에 빨리 오는 것을 원한다면 며느리도 빨리 친정으로 보내 줄것을 말했다. 그 얘기는 웹툰 <며느라기>에서도 다룬다. 새로 들인 며느리와 시댁을 들렸다 오는 딸과 함께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일 하는 며느리가 가족의 일원으로 희생을 해야만 그 모습을 완성 할 수 있는 노릇이다. 하지만 며느리 말고 그 누구도 왜 그것을 며느리만이 희생을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는다.

소설 김지영씨는 아주 평범한 가정을 갖췄다. 너무 늦은 나이게 결혼도 하지 않았고 남편의 직업도 안정적이고 적당한 크기의 아파트를 전세로 살고 있으며 자식도 낳았다. 남들이 원하는 평범한 조건이지만 그녀는 왜 친정어머니가 혹은 선배로 빙의 되어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는 것일까.

영화 <B급 며느리>에서 엔딩에서는 주인공 남편의 남동생이 결혼을 하게 된다. 그때 김진영씨의 남편, 즉 큰 아들은 시어머니와 새로 들어올 둘째 며느리에 대한 얘기를 한다. 시어머니는 둘째 며느리는 A급 며느리가 될 것이라고 얘기를 했다. 그녀가 말하는 A급 며느리란 대체 무엇일까? 시댁 행사에 모두 참여하고 시댁 일에 절대적으로 지지를 보내며 시부모의 말씀을 아주 잘 듣는, 그러니까 영화 속 김진영씨와 다른 행동을 하는 며느리를 말한다. 대체 누가 이런 급을 정해 그녀의 머릿속에 심어 놓았을까? 시어머니 당신도 분명 자신의 자아를 찾지 못한 며느리에 불과 할 텐데 말이다. 시어머니의 마지막 대사에 나는 많이 슬펐다. 며느리가 명절에 오지 않는 것을 그저 주변사람들에게 창피하다는 것으로 치부 하며 그녀를 B급 며느리로 만들 것이 아니라 그녀와의 진정한 화해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영화 속 며느리와 소설속의 김지영은 전혀 다른 인물이다. 영화의 김진영은 결혼 문화로 만들어진 또 다른 여성을 부정했고 원하지 않았지만 소설 김지영은 순응했고 받아들였다.

 

고등학교 시절 조금 멀리 있는 학원을 다니며 스토커 같은 남학생을 만나게 되고 그 남학생으로 인해 그녀는 공포심을 갖게 되었다. 늦은 밤 도착하는 자신을 마중 나올 것을 부탁하며 내리지만 아버지보다 그 남학생이 먼저 같이 내렸다. 이후 남학생은 돌아갔지만 그 일은 결국 늦게 다니는, 짧은 치마를 입은 지영씨의 잘못으로 돌아갔다. 아버지는 그 남학생을 찾아 야단 칠 것이 아니라 그런 행동을 한 지영씨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런 시대에 살고 있었다. 어쩌면 여성 자신이 찾아야 할 권리들은 모두 시대가 만들어 놓은 것이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어느 가을날 아이와 잠시 산책을 잠시 들렸던 카페에서 지영씨는 열심히 일하다 마시는 직장인들의 커피타임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들은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아이를 키우며 사는 지영씨를 부러워하며 맘충이라고 했다. 채근하는 아이를 간신히 재워 마음을 식히기 위해 들린 카페의 카피 가격은 1500원이었다. 그 한잔의 여유를 찾은 그녀는 그들에게 그렇게 불렸고 이해되었다. 사실 이 부분으로만 그녀가 안타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들의 아주 단편적인 시선들이 모두의 시선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제주도 올레 코스를 돌면서 만난 어느 여자가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재우며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시는 장면에 그녀의 삶을 부러워했던 적은 있었지만 그녀를 남편의 월급을 탕진하는 맘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며 지내야 하는 시간의 어려움을 모르는 나는 그녀의 잠깐의 그 외출을 일상으로 생각 했을 수 있다. 어쩜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그 카페에서 지영씨에게 맘충이라고 했던 사람들도 그렇게 보고 있을 것이다.

 

지영씨의 삶은 변함없이 유지 되어 갔다. 그래서 소설이 살짝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 그녀가 어떤 투사처럼 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소설이 2016년에 출판 됐는데도 아직까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은 아마도 변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여성은 계속 똑같이 남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 <B급 며느리>속 김진영씨는 자신을 위한 위인전을 쓰겠다며 며느리의 혁명가가 되겠다고 했지만 그녀의 엔딩 장면은 의외였다. 사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그 엔딩이었다. 그녀는 왜 그런 엔딩을 선택했을까 궁금하다가도 결국 이해 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되었다. 비록 그녀들이 선택한 삶을 존중하지만 이해 못하더라도 나는 그녀들에게 앞으로 자신의 선택을 존중 받으며 ‘나’를 찾아 갈 수 있는 길을 꼭 가길 원한다. 웹툰 <며느라기>의 엔딩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녀의 찾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녀들도 그녀들의 자리를 찾길, 그리고 그들을 맞을 사회도 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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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스파이스 카레 - 누구나 쉽게 만드는 정통 커리 레시피
미즈노 진스케 지음, 정미은 옮김 / 심플라이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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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전 인도 카페 전문점을 한 번도 안 가봤다는 동생을 데리고 삼성역에 있는 유명한 인도카레 전문점에 갔었다. 카레와 난, 탄두리 치킨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인도 영화에 빠져 있던 선배를 따라 몇 번 왔었던 내게는 향신료 냄새가 크게 거부감은 없었는데 동생은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동생이 카레를 못 먹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언제나 반찬이 없으면 카레로 이틀 이상 밥을 먹었으니까.


탄두리 치킨이 먼저 나오고 이후 난과 카레가 나왔다. 동생은 따뜻하게 구워진 난을 찢어 아주 작은 스텐으로 만들어진 카레 그릇에 담겨 온 카레를 찍어 먹으면서 내게 말했다.


“ 언니, 카레는 언제 나오는 거야?”


우리가 그동안 집에서 만들어 먹었건 카레는 감자와 당근, 양파, 돼지고기를 볶아 넣은 푸짐한 카레였기에 이렇게 작은 종지에 온갖 향신료 가득 들은 걸쭉한, 그것도 우리가 알고 있는 노란 카레색이 아닌 붉은 소스가 카레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3분 카레의 이미지와 노란 강황의 색이 선명하게 입혀져 있는 한국식 카레에 익숙했던 동생이 인도의 정통 카레를 알지 못했던 것을 간혹 동생의 무안주기위한 에피소드로 나는 종종 써 먹지만 그 집을 찾았던 내 지인들은 대부분 비슷한 얘기들을 했었다.


각 나라마다 카레가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한국식 카레와 일본 카레는 또 다르다. 일본 카레는 먹어보면 색도 훨씬 진하고 단 맛이 많았다. 그런 일본식 카레를 만들어 낼 줄 알았던 저자의 책을 보며 그의 스파이스 카레에 대한 열정, 그것을 넘어 인도의 본연의 그 맛을 사랑하고 연구했던 20여년의 세월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스파이스 카레라고 해서 많이 특별하거나 어려운 것은 없다. 재료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카레라고 할 수 있겠다. 스파이스 카레는 우리가 쓰는 카레 가루나 일본식 고형 카루도 쓰지 않고 오로지 향신료들만으로 카레를 만든다. 책속에 소개 된 것처럼 만드는 과정은 단순하지만, 제대로 된 카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라이팬 하나면 있으면 스파이스 카레를 시작 할 수 있다. 재료를 조금만 다르게 해도 전혀 다른 요리가 되니 스파이스 카레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스파이스 카레의 기본 베이스 향신료는 딱 세 가지이다. 노란 색을 띄는 강황, 고춧가루, 코리앤더(고수).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고춧가루라기보다는 홍고추 가루라고 한다. 사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먹는 그 빨간 고춧가루를 쓰면 안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딱 이 세 가지의 기본이 되면 카레의 기본 베이스 소스는 모두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언젠가 백종원도 카레를 만들 때 양파를 카라멜 색이 될 때까지 볶은 다음 만들면 훨씬 맛있다고 했던 것이 기억나는데 이곳에서도 양파를 카라멜 색이 띄도록 많이 볶는 것이 기본이다. 너무 탄 색이 아닐까 걱정될 정도의 카라멜 색이다. 그 베이스를 가지고 재료를 추가해서 만들어 내는 수십 가지의 카레를 보며 저자의 카레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수제 카레 가루를 만들기 위해 카레 집을 자주 다니며 주방장과 친해져 나중에 레시피와 볶는 순서까지 알아낸 에피소드들에는 열정이 있었다. 그에게 항상 고민이었던 스파이스 카레에는 몇 가지의 향신료들이 들어가는 것인가 궁금했었는데, 그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었다. 그의 스파이스 카레 사랑은 결국 인도 여행까지 이어졌고 그곳에서 만난 수 많은 허브와 향신료에 넋을 놓고 행복해 했다.

책을 읽으며 동생과 함께 갔던 그 인도 카레 집에서의 따뜻한 난과 함께 한 카레의 향기가 떠올랐다. 지금 집에 레트로 카레가 싱크대 선반에 몇 봉 있는걸 알고 있지만 책을 읽으니 그것은 진정한 카레가 아닌 것 같다. 다만 쉽게 구 할 수 있는 카레 향신료들이 주변에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꼭 나도 한번 저자의 레시피 대로 순서에 맞게 볶고 끓여서 만들어 놓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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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3-06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운 카레를 맛보고 싶을 때 저는 인스턴트 카레에 핫 소스와 후추를 넣어요. 진정한 카레라고 보기 어렵지만 그래도 매운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

오후즈음 2018-03-06 17:01   좋아요 0 | URL
우와~~ 전 핫 소스를 넣어 볼 생각은 안했네요..담엔 꼭 넣어 보고 싶네요. 그전에 이 책에 소개된 레시피로 꼭 만들어 보고는 싶어요.
 
지평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권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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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내가 만나는 그 경계선 _ [파트릭 모디아노- 지평]


 

 

그는 모든 첫 만남은 상처라는 말이 어느 책에 쓰여 있었는지 기억해내려 애썼으나 헛수고였다 _ p28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골목길 어귀마다 종종 있었던 레코드 가게를 지나다 문득 비라도 만나 잠시 머물때, 추억을 같이 공유했던 그 음악이 나오면 한동안 집으로 향하지 못했다. 그런 경험은 나에게만 특별한 것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 함께 즐겼던 어떤 사물을 만나게 되면 적적한 마음에 추억이라는 샘이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같이 공유했던 것들이 자리 잡지 않더라도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해서 마음을 어지럽힐 때도 있다.


 

어느 날 보스망스는 자신의 젊은 날의 기억들을 떠 올려 보았다. 그에게도 왜 이제 와서 지난 40여년이 지난 그 일을 떠 올렸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희미해진 기억들 속에 자리 잡은 얼굴들도 왜 자신의 기억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지 그도 알지 못하는 일이었다. 기억 속에 머물며 희미한 그림을 다시 맞춰 보려 애쓴 것은 어쩌면 40여년전에 헤어진 마르가레트를 기억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닯아 있는 두 사람의 가장 큰 공통점은 사랑받지 못한 가장에 있었다는 것이다. 보스망스는 어머니의 학대 속에서 자랐고 이후 돈을 갈취당하면서 살았다. 마르가레트 역시 어머니와 절연하고 따뜻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여자였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그들의 불운한 가정으로 인해 두 사람은 매우 불안한 모습으로 성인이 되었고 주변인과의 만남 또한 그랬다. 서로가 마음의 한쪽 다리를 절며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했던 것인지 몰라도 그렇게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다. 어쩜 이것이 두 사람에게 있었던 첫 만남의 상처는 아니었을까.

 

책속에서 나는 마르가레트라는 여자를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정말 어떤 여자였을까? 의문의 남자에게 추적을 당하며 그와 맞서지 않고 자신이 살 수 있는 방법은 다시 독일로 도망가는 것이라며 기차를 타고 훌쩍 떠나버렸다. 그리고 이후 그녀의 생존 소식은 보스망스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그녀가 정말로 독일행 기차를 타고 떠났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불안은 보스망스를 떠난다고 해서 혹은 독일행 기차를 타고 독일에 도착했다고 해서 끝이 났을까? 끝없이 펼쳐지는 그 지평 속에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겠다는 그녀의 그 말처럼 자신을 사랑해 줄 그 어떤 다른 사람과 끝나지 않는 그 미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존재는 알 수 없는 그저 보이지 않는 끝에 놓여 있는 것 같다.



 

“그는 생의 한 교차로에, 보다 정확하게는 미래를 향해 도약할 수 있는 한 경계에 도달한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그의 머릿속에 그 단어가 떠올랐다. 미래. 그리고 또 하나의 단어, 지평. 그 시절의 저녁, 그 구역의 조용하고 텅 빈 거리들은 모두 미래와 지평으로 통하는 탈주로였다.” P91

 

베를린, 어느 서점에 있을지도 모를 그녀를 만나기까지 소설이 끝나는 부분에서는 나는 그저 그들의 만남이 어느 세월의 한 조각으로 그냥 남아 있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쁘지 않을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스망스는 저녁까지 열려 있는 그 서점으로 발길을 돌려 그녀의 생존을 확인했을지도 모르겠다. 부디 그들에게 펼쳐진 그 지평의 끝에 서로 맞닿아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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