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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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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맞벌이를 시작한 엄마를 대신해서 끼니를 챙겨야 했던 유년시절의 기억은 오른쪽 무릎의 흉터로 남아 있다. 나보다 세 살이 어린 동생에게 처음으로 끓여주었던 라면을 먹이기 위해 허겁지겁 나가다가 문지방을 넘지 못하고 넘어져 생긴 상처는 20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 그 상처 때문에 짧은 스커트를 입지 않게 되었고 지금도 맨다리를 보이지 않는 차림을 하게 되었다. 라면은 나에게 큰 상처를 주었지만 긴 바지를 입으면 나는 그날의 상처를 잊고 맛있는 한 끼의 식사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 주변엔 라면을 먹지 않는 사람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직장 상사 딱 한명 뿐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늦은 시간 퇴근을 하거나 간식으로 동료들과 함께 먹는 라면의 향기는 얼마나 유혹적인가. 그런 유혹을 함께 하지 않는 사람이 그 상사뿐이라는 것에 감사 할 때도 있다. 나의 일상 속에 그녀는 끼워 놓지 않아도 되는 것이 즐겁기도 하다. 이처럼 나에게 라면이라는 것은 때로는 유년 기억속의 상흔으로 남거나 고단함을 함께 하기 위한 잠깐의 휴식이거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시간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라면을 끓이며]를 읽으면서 김훈 작가에 대해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되었다. 고작 가스 불에 오른 냄비에 팔팔 끓는 물에 넣은 천원이 넘지 않는 라면을 하나 끓이면서도 이렇게 깊은 생각을 가진 작가가 얼마나 있을까. 그의 이 철학적인 라면 이야기가 어찌 그냥 산문으로 그칠 수 있을까.

 

 

 

“라면을 끓을 때, 나는 미군에게 얻어먹던 내 유년의 레이션 맛과 초콜릿의 맛을 생각한다. 라면을 끓일 때 나는 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양계장의 닭들과 사지를 결박당한 과수원의 포도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들과 양식장에서 들끓는 물고기들을 생각한다. 라면을 끓을 때 나는 사람들의 목구멍을 찌르며 넘어가는 36억 개 라면의 그 분말수프의 맛을 생각한다. 파와 계란의 힘으로, 조금은 순해진 내 라면 국물의 맛을 36억 개의 라면에게 전하고 싶다. ” P31

 

 

 

그에게 라면을 끓인다는 행위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저 배가 고파서 먹는 라면은 아닐 것 같은 그의 행위는 중요한 의식을 치를 사람과도 비슷해 보인다. 가장 비싸고 아름다운 그릇에 담아 먹는 다는 이 라면은 그의 하루의 성찰에서 오는 하루의 쓸쓸한 맛일까.

 

 

 

‘밥벌이의 지겨움’과 ‘바다의 기별’을 통해 읽었던 그의 글들은 새로운 이름으로 한권의 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의 이런 글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반갑고 소중하다. 총 5부로 나눠져 있는 이글을 챕터는 사실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그냥 그의 흐름대로 읽으면서 잊고 있는 사소함 것의 소중함을 찾아내면 그만인 것이다.

 

 

 

때로는 평발임에도 현역으로 입대를 하게 된 아들에게, 가슴 확대 수술을 하려는 여자들에게, 첫 월급을 타와 자신에게 핸드폰과 용돈 15만원을 준 딸에게도 그는 라면과 같은 인생철학을 들려준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이런 그의 철학과 가르침이 싫지 않다는 것이다. 꼰대 같지 않은 그의 말에 그저 숙연하게, 당신의 말을 따르고 싶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싶을 뿐이다. 첫 월급을 타온 딸을 보며 앞으로 월급을 받기 위해 일해 펼쳐질 날들에 쓸쓸함을 담아 적었을 것 같은 아버지의 위로가 한참동안 쓸쓸하게 다가온다.

 

 

 

“ 그 아이는 나처럼 힘들게, 오직 노동의 대가로서만 밥을 먹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진부하게, 꾸역꾸역 이어지는 이 삶의 일상성은 얼마나 경건한 것인가. 그 진부한 일상성 속에 자지러지는 행복이나 기쁨이 없다 하더라도, 이 거듭되는 순환과 반복은 얼마나 진지한 것인가. 나는 이 무사한 하루하루의 순환이 죽는 날까지 계속되기를 바랐고, 그것을 내 모든 행복으로 삼기로 했다.” P139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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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0 2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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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23: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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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마음의 불편했던 일들이 어느덧 안녕이라며 말하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조만간 이 힘겨운 일들도 정리가 되길 바라며

 

10월 읽고 싶은 에세이를 골라본다.

 

 

 

 

 

 

 

 

 

 

 

 

 

 

 

1.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배수아의 글을 좋아했던 적은 없었지만 이 걸어본다 시리즈를 좋아한다.

무엇보다 그녀가 다녀온 곳은 몽골 알타이라니. 그간 유럽에만 몰두했던 나의 마음을

광활한 벌판으로 인도 하는것 같은 이 책, 꼭 읽어보리라.

 

 

 

 

 

 

 

 

 

 

 

 

 

 

 

2. 라면을 끓이며

 

그간 그의 에세이를 안 읽었던 것은 없었지만 그가 추려 놓은 마음속 글들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그동안 나왔던 자식들을 다시 다듬어 보내는 그의 마음은 어떨지 궁금하다.

 

 

 

 

 

 

 

 

 

 

 

 

 

 

 

 

 

3. 나는 고양이 스토커

 

일본은 유독 고양이에 대한 에세이나 일러스트가 많은것 같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길고양이들을 관찰한 얘기.

 

 

 

 

 

 

 

 

 

 

 

 

 

 

 

4.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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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4 16: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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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4 2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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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없는 한밤에 밀리언셀러 클럽 14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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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쯤 책을 다 읽었다. 그날은 책속에서 쏟아져 나온 피의 이미지 때문에 저녁을 굶어야 했다. 좀처럼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화면으로 보지 않고도 단 한 줄의 묘사에 이렇게 속이 울렁거려 식사를 거를 수 있다는 것에 당황스러웠다. 스티븐 킹의 소설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 선택한 그의 소설에 적잖이 당황스러운 중단편 모음집 [별도 없는 한밤에]을 읽고 나면 대부분은 나처럼 이런 울렁거림을 가지지 않을까. <공정한 거래>를 빼고는 나무저 세편은 장편으로 봐도 무망할 만큼 분량이 상당하다.



네 편의 소설이 있지만 모두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1922>는 대공황이 일어났던 시대의 얘기지만 지금 시대로 옮겨 놓는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의 욕망과 소통되지 않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남편은 삶을 지탱해온 자신의 땅을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자신에게 상속받은 땅을 팔고 도시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은 욕망을 갖게 되었다. 두 사람이 원하는 것은 달랐다. 남편은 지금의 평안과 안녕을 유지고 하고 싶었고 아내는 도시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당연히 이 서로 다른 욕망은 충돌했고 욕망이 훨씬 더 큰 쪽이 승리했다. 남편과 열네 살 먹은 아들이 함께 아내를 살해하는 장명은 너무 끔찍했고 그 장면 때문에 소설의 엔딩이 더 무서웠다. 자신의 땅을 지키며 살고자 했던 남편은 자신을 생각을 무시하는 아내를 향한 복수가 끝내는 자신의 심장으로 날아 들것이고 행복해 지고 싶었던 욕망은 사라질 것이라는 엔딩쯤은 예측 할 수 있겠지만 이토록 처절할 줄이야.

두 번째 <빅 드라이버> 또한 낭자한 피 냄새로 힘들었다. 두 편의 소설을 읽는 동안 영화 <추격자>속의 시뻘건 피의 이미지와 분위기가 머릿속을 교차했었다. 죽음의 경계까지 갔던 작가 테스가 겪은 고초는 너무 끔찍했다. 특히 여자의 성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그녀의 상처는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떠 올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당했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은 책을 한권 읽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다. 그녀가 선택한 복수는 자신에게 큰 상처를 줬던 그를 처단하는 과정이었고, 전혀 힘없어 보이는 그녀가 <킬빌>의 우마서먼이 되어 모두 죽이는 과정은 시원한 복수의 끝으로 남지는 않았다. 상처라는 것이 원래 그런 부분이 있지 않나, 내가 겪은 그 고초를 똑같이 한다고 해도 이미 내가 받은 고통은 계속 된다는 것.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 갈 수 없다는 것. 테스 그녀도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세 번째 <공정한 거래>는 가장 짧은 부분이었지만 가장 임팩트 있게 나를 자극시켰던 부분이었다. 어느 날 도로를 지나다 그를 만나면 나도 그런 거래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면서 이런 반전의 복수라면 응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네 번째 <행복한 결혼 생활>은 제목의 반어법적인 내용이 들어 있겠다는 생각이 맞아 떨어진 소설이었다. 그녀는 분명 행복한 결혼까지는 아니더라도 평범한 결혼 생활을 해 나가는 여자였다.


“평탄한 결혼 생활의 비결이 균형 잡기라는 것은 누구나 알았다. 그리고 평탄한 결혼 생활의 토대가 짜증을 잘 참아 넘기기라는 것은 다아시가 깨달은 사실이었다.” P468


다아시는 평탄한 결혼 생활을 하기위해 짜증을 잘 참아 넘기려고 했지만 어느 날 닥친 남편의 과거는 함부로 벗어 놓은 양말을 침대 밑에서 발견하는 것과 다른 것이었다. 그녀의 남편의 과거가 마약을 하거나 매춘을 했던 것이라면 잊으며 살아가겠지만 그녀의 27년 결혼 생활동안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던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은 그녀의 평탄한 결혼 생활이 끝이 났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녀는 그저 평번한 가정 주부였는데 왜 이토록 가혹한 남편의 과거와 마주하게 되었을까.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저 평범하게 물려받은 땅에서 농작을 하며 살아가고 싶었고, 소설을 쓰면서 재미없는 강연일지라도 소일거리 삼으며 계속 글 쓰는 작가로 남아 있고 싶어 했다. 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그냥 가정을 꾸리며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었지만 어느 날 자신에게 찾아온 암을 이기며 남은 삶을 그저 행복하게 끝내고 싶었고, 간혹 짜증을 나게 하지만 애써 잘 커주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평탄한 결혼을 이어가고 싶었던 여자였는데 모두 어긋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해 아내를 살해했고, 자신을 강간했던 빅 드라이버 남자를 찾아 죽였으며, 자신의 삶을 연장하기 위해 악마와 거래를 했고, 남편의 과거를 알고 용서해주고 싶었지만 끝내 남편은 목이 부러져 죽게 만들었다. 그들이 선택한 것은 합법적인 것은 없고 모두 자신의 손으로 시작한 복수였다. 별도 없는 한밤에 그들은 복수를 끝내고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요즘 한창 많이 나오고 있는 막장 드라마의 엔딩은 늘 착한 사람이 그래도 복은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모습이라서 그 마지막을 보기위해 지겨운 막장의 과정을 즐기며 보는 것 같다. 그런 부분으로 이 책을 본다면 시원한 복수는 하나도 없어 보인다. 모두 나약한 인간이 선택한 끝은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며 보여주는 비루한 모습들뿐이다. 어쩌면 복수라는 것이 부질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때 스티븐 킹의 소설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별도 없는 한밤에>속에 나온 상황이나 인물 또한 새로워 보이는 것은 없다. 하드고어적은 살인 장면도 그렇지만 역시 그의 소설을 읽고 며칠은 내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로 힘든 밤을 보내고 나니 아직 그가 써야할 소설들은 무궁무진한가 보다. 그는 여전히 최고의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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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3 21: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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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비즈니스 - 나이키에서 아마존까지 위대한 브랜드의 7가지 원칙
데니스 리 욘 지음, 김태훈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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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 학교 때 나의 친구는 가게에서 사먹는 모든 과자류의 회사를 엄마에게 보고하면서 먹었다. 어느 제과 회사에서 나온 것들만 먹으라고 하는 것들도 있었고 특정 상품을 꼭 따져서 먹이는 좀 유난스러운 엄마였다는 것은 나이를 먹어서야 생각이 드는 것이었고 그때는 ‘내 친구, 참 피곤하겠다’라고 생각했었다. 간혹 문방구에서 파는 100원짜리 불량식품으로 불리는 이름 모를 중소업체에서 만들어진 쫄쫄이를 하나 먹자고 하면 친구는 화들짝 놀라면서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때 친구의 입에서 나은 얘기는 “메이커만 먹으라고 했어”였다.




그 친구가 말했던 메이커, 즉 브랜드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들 찾았던 옛날과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그 친구는 유명 브랜드만 입어야 하는 유복한 집안의 자녀였기 때문에 아직도 그렇게 따지며 사는지 모르겠지만 어디 요즘 평범한 나 같은 사람들은 브랜드의 가치를 따지기보다 나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이고 그중에 브랜드가 있을 뿐이다.

오래전에는 브랜드의 가치가 어떤 사람의 인격을 대신했던 적도 있지만 요즘은 그 브랜드가 예전만큼의 가치를 받지 못하고 있기는 하다. 물론 그중에 애플이나 나이키, IBM, 구글, 이베이등 브랜드의 비즈니스화를 성공적으로 이루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예전의 명성을 찾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회사들도 많다. 특히 책에서 소개했던 코닥이 그렇다. 사진은 필름으로 시작했고 호황을 누렸지만 디지털 시대를 맞아 필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브랜드는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사진하면, 코닥 필름을 떠올렸지만 요즘은 사진하면 캐논과 니콘, 소니의 디지털 카메라들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고 그로 인해서 사진관들의 모습도 점점 변해갔다. 브랜드로 인한 상업의 형태도 변신하게 된 것이다.



<브랜드 비즈니스>는 이런 브랜드의 비즈니스가 쇠락하거나 뜨고 있지만 그 브랜드를 가지고 더 활발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 총 일곱 가지의 원칙을 내세우며 다시 브랜드의 가치에 얘기하고 있다. 이 일곱 가지의 원칙들은 모드 위대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원칙들이다. 그중에 “대한 브랜드는 유행을 무시 한다”는 원칙이라는 내용에 살짝 의문을 가졌던 부분이 있었다. 브랜드가 왜 유행을 무시해야 하는 걸까? 유행을 반영하지 못하고 자신의 것만 고수하여 무너졌던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책에서는 유행을 따라 자신의 것을 버리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모든 사람을 위한 모든 것이 되려 한다면 누구와도 깊이 연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P127

오프라 윈프리나 레이디 가가 등이 대세를 거스르는 데 따른 필수적인 부산물처럼 나름의 비방을 겪었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신경 쓰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일정 부분은 공감이 갔다가 다시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도 있기도 하다.

“브랜드가 동사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브랜드는 이미지가 아니라 회사가 하는 일이다. 브랜드의 본질은 광고가 아니라 행동을 통해 드러난다.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진화한다. 브랜드를 의지할 정체성이 아니라 활용할 기구로 생각하라.” P289



저자는 위대한 브랜드의 원칙을 일곱 가지에 대한 얘기를 하였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회사의 입장만 생각해 봤던 것은 아니라 나의 가치를 찾기 위한 브랜드화를 위해 내가 취해야 할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생각해 봤었다. 저자가 마지막에 여덟 번째 원칙을 말했는데, 그것은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리더십의 과제였다. 그 리더십은 사업에서의 일만 얘기 하는 것은 아닐 것 같다. 책속에 제시한 일곱 가지의 원칙들에 대한 부분이 많이 참고가 되겠지만 자신의 문제점, 혹은 사람과의 관계들도 한번 점검해 본다면 괜찮은 시도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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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제주일기
정우열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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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제주도로 이주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모 기사를 통해 본 자료에는 올해만 해도 4달 사이에 5천여 명의 이주민이 생겼단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왜 자꾸 제주도로 내려가는 것일까. 제주도가 주는 느긋함과 여유 그리고 제주도라고 생각하면 떠오르는 따뜻함도 있겠지만 피곤한 지금의 현실을 떠나고 싶기 때문은 아닐까?





 

모 포털 사이트에서 유명한 만화가 정우열의 <올드독의 제주일기>를 통해 제주도로 한때 이주 하고 싶었던 마음의 구멍을 조금 채웠다가 다시 빈 구멍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가 제주도로 내려간 2년 동안의 생활을 기록한 이 책을 통해 제주도로 이주하고 싶은 마음이 더 굴뚝같아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했었지만, 사실 읽으면서 뭔가 마음의 정리가 되었다고 할까.


 

 

까칠한 도시 남자라고 칭했던 책 표지의 정우열 작가는 많이 알려진 풋코와 소리라는 개와 함께 싱글 라이프를 살아갔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10년 동안 살았던 집에서 훌쩍 제주도로 이사를 하게 된 이유가 여러 가지겠지만, 그가 키우고 있는 풋코와 소리의 영향이 많았던 것 같다. 개를 키우면 밖으로의 생활이 살짝 불편한 것이 있다. 무엇보다 바다를 좋아하는 그가 개들과 함께 수영을 할 수 있는 기간은 사람들이 더 이상 오지 않은 성수기를 지난 바다여야 했고, 개들과 함께 숙박을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했다. 간혹 반려 동물과 함께 투숙을 할 수 있는 펜션들도 늘고 있지만 많은 곳들이 아직은 반려 동물들과 함께 투숙하는 것을 꺼려한다. 수영을 즐기고 난후 집으로 바로 돌아 올 수 있고, 모래와 함께 잠을 자고 밥을 해 먹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 여건인가. 그가 즐기고 싶은 라이프를 최적합하게 할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해야 할까. 무엇보다 간혹 작가의 트위터에 올려진 풋코와 소리의 수영하는 모습은 기특하기까지 하니. 그의 제주도 행은 어쩌면 운명 같은 이사가 아니었을까.



 

 

집 앞에 귤나무(하지만 그것은 귤이 아닌 병귤이라고)가 있고 조금만 나가면 바다가 있고 마음이 동하면 그 좋은 바다를 거닐 수 있고, 제주도의 에메랄드 빛 바다 속을 들여다보며 스노클링도 하는 여유로워 보이는 삶. 뭔가 제주도만 내려가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있기만 해도 삶의 노곤함이 다 풀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사람들은 그에게 제주도의 생활에 늘 물어보나 보다. 사실 내게도 정우열 작가와 같은 지인이 있다면 어느 날 전화를 걸어 이렇게 물어 보았을 것이다. “제주도 사니까 좋아?”


 

 

그는 그냥 제주도의 삶이 당연히 좋다고 했다. 그가 사랑하는 개들과 함께 생활하는 삶이 왜 좋지 않겠나.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제주도 생활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라는 부분을 얘기했다. 한때 나도 제주도의 삶을 동경하며 그곳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열어 느긋한 삶을 살아 볼까 하는 생각으로 자료를 찾았다가 내가 전혀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고민에 빠졌었다.

 

 

제주도는 섬이기 때문에 습기가 많다고 한다. 그때 그 습기는 그냥 우리가 장마철에서 느끼는 습기 정도가 아니라고 한다. 여름이면 밖에서 피어나는 꽃처럼 곰팡이가 장판이며 벽지에 피어나고 심지어 이불과 장롱에서도 발견 할 정도로 많다고 한다. 제습기로 해결되지 않는 그 습한 기운을 말로 표현 할 수 없다고. 여름만 있을 것 같은 제주도의 겨울은 도시의 겨울보다 더 춥고, 바람이 너무 불어서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흙먼지로 집안과 마당이 구분이 안 될 때도 있다. 바다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에 염분으로 인한 부식이 많아 언젠가 봤던 인간극장에서 나온 우도에 사는 분이 창문이 부식되어 여러 번 교체해야 한다는 기억이 난다.

 

자연 환경에 정신 줄을 놓고 제주도에 왔지만 정작 그 자연이 나에게 가장 맞지 않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제주도의 생활이 가장 힘들었다는 어떤 블로거의 얘기는 인간관계라고 했다. 어딜 가든 인간관계가 늘 가장 큰 문제가 되는것 같기도 하다. 그 얘기는 작가의 ‘이웃의 거리’라는 곳에도 나오는데 실상은 어떤 텃새를 받아 본적 없지만 오히려 다른 곳에서 이사 온 이에게 느끼는 괴로움을 보면서 꼭 어디의 사람이라서 느끼는 불편함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의 사람들은 이상해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이상했어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이다. 정우열 작가처럼 만화가라는 자유직이거나 전문직이 아니라면 제주도에서 돈을 벌어먹고 사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요즘 점점 늘어나고 있는 카페와 식당, 게스트 하우스들은 이미 포화 상태라고 한다. 드라마 [멘도롱 똣또]에서도 제주도에 내려와서 가게만 차리지 말라고 할머니가 말하지 않았었나. 매일 뚝딱 거리며 고치고 다시 세워지는 상가들이나 식당들로 인한 주민들의 괴로움을 살짝 알 수 있을것 같다.


그의 불편함을 살짝 호소했던 제주도 생활은 그가 말했던, 계속 내려오는 사람들로 인해 제주도의 땅값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길 위한 얘기라지만 사실 그것 때문에 제주도에 내려가서 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은 안 든다. 사람마다 원했던 것을 손에서 놓는 방법이 다양하듯 내게는 제주도에서 뭘 하면서 먹고 살지가 해결만 되만 당장이라도 내려가겠다고 생각했던 소원을 작년 제주도에서 일어난 일로 살짝 접었었다.



 

작년에 내가 머물렀던 콘도가 하필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산길의 골프 리조트였다. 골프를 치지 않지만, 자연 경관이 좋다는 얘기에 며칠 그곳에서 머물던 다음날 엄마가 많이 아프셨다. 병원에 급하게 가려고 나오는데 사방이 안개로 가득했고 자동차는 그 안개 속을 거북이 운전으로밖에 갈수 없었다.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도로를 달린다는 것은 눈을 감고 인도를 걷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식은땀을 흘리는 엄마의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산속에 위치한 골프리조트를 빠져 나가는 사이 나는 마음 한편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아프면 10분 안으로 당장 닿을 수 있는 병원이 없는 곳이라면 살지 못하겠다고. 몇 달 전 다녀온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도 장염으로 고통스러워 병원을 찾았지만 우리나라처럼 걷기만 해도 보이는 개인병원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놀라워했었는데, 제주도의 그 산속의 리조트의 악몽은 여전히 나를 지금 살고 있는 곳의 소중함을 느끼며 살아가게 하고 있다.

 

 

분명 그의 슬로우 라이프가 부러운 것은 맞다.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만 좋은 일이 훨씬 더 많았다는 그의 제주도 일기에 마음 한쪽에 부러움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사랑스러운 개들과의 느긋한 발걸음이라니, 얼마나 아름다워 보이는지.



 

하지만 역시 다시 책을 덮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의 소중함을 알아 가야 한다는 것. 창문을 열면 짠 바닷바람이 아니고 하루 종일 거리를 누볐던 차들과 사람들의 먼지 냄새가 혹은 어제 내 놓아야 할 음식물 쓰레기를 오늘 내다 놓아 나의 아침 기운을 망치는 이웃이 있다고 하여도 지금의 아침은 소중한 것이다.

 

평상에 누워 바라볼 한라산이 없지만, 조금만 나가면 가까이서 보이는 관악산이 있고 개들을 풀어 놓고 방치하는 아줌마가 매일 야간 운동을 해서 깜짝 놀라게 하는 공원이지만 안개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았던 그 두려움 없이 환한 가로등 아래서 밤의 산책을 할 수 있다. 마음이 동하면 차를 몰고 떠날 수 있는 연둣빛 바다가 없지만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이 되지 않는 아트필름 영화를 보기위해 시원한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다. 엄살이 심한 나는 조금만 아파도 집 앞에 있는 개인병원으로 방금 처방 받은 약을 먹고 습기 없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며 잘 수 있으니 이것 또한 나에게 필요한 행복의 몇 가지의 조건은 아닐까. 생각해 보니 내게도 참 많이 위안이 되는 행복의 요건들이 숨어 있는데 왜 그토록 떠나고만 싶어 했을까.



 

 

그의 친구들처럼 “난 도시를 떠나서는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아니지만 지금 있는 곳에서 발견하는 것들을 모른 척 하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도시의 소음을 사랑하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소리가 떠난 제주도에 남아 있는 작가와 풋코의 즐거운 라이프는 분명 질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간혹 그의 보일러실을 빌려 쓰는 고양이들의 생활도 낭만적으로만 느껴지니, 가슴 한편에 사라졌다 다시 살짝 부는 바람은 여전히, 제주도의 생활은 낭만의 대상으로 남겨 놓고 있는것 같다. 그가 언제까지 제주도에서 살지 알 수 없지만 더 즐거운 생활이 많길, 그래서 떠나간 그의 사랑스러운 소리의 있었던 자리와 함께 더 오래 지속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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