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마흔 - 두근거림과 여유가 있는 마흔의 라이프스타일 43
야나기사와 고노미 지음, 이승빈 옮김 / 반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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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자연스럽게 나이들고 싶을 뿐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기로 한 후배는 요즘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이 많다고 했다. 너무 태평하게 살아가고 있는 내가 좀 걱정된다는 듯, 노후는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인가 물어보는 질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집에 돌아와 다시 생각했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일정한 나이에 집을 장만하고 차를 사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살아가는 것만이 성공의 지표일까.

 

[나답게, 마흔]을 읽으면서 내내 마흔을 나답게 살아가는 것은 어떤 것인가 궁금했다.

그녀는 시간을 쓰더라도 잘 짜인 시간표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그것이 자신의 행복의 지표로 작용하며 삶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했다. 집에서 일을 하는 그녀는 45분 간격으로 일을 하고 있다. 45분 일, 그리고 15분의 휴식을 주면서 시간을 쪼개 집중해서 일할 수 있고 다른 일로 빨리 전환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이런 부분을 사실 생각하지 못하고 나는 집에서 작업 할 때가 많았다. 무작정 일에 매진하는 몇 시간 후 나머지 시간은 무조건 휴식의 개념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집에서 작업하니 일정한 기준 없이 늘어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짜임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것도 그녀의 행복지수의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집에서 늘 일정 시간을 정해서 출근하듯이 글을 쓴다고 하니, 계획적인 타임 테이블은 나이를 떠나 누구에게나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인생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여행이 있는 인생과 여행이 없는 인생. 낙타처럼 여행에서 얻은 에너지를 자신의 몸에 담고 그 활력으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그리고 기운이 바닥을 드러내면 또 어딘가로 여행을 떠납니다. 이동하며 공기의 짙음이나 느낌의 차이를 피부로 느끼는 것만으로 살아 있다는 고마움을 느낍니다.” 111쪽

 

여행의 잔상은 때론 힘들 날들을 이겨 낼 수 있는 시간을 주기도 한다. 그것 때문에 다른 여행지에서 느낄 설렘을 기대와 상상으로 남은 나날들을 견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행만이 오로지 나의 삶을 힐링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행이 아니라도 다른 것으로 마음의 안식처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저자의 43개의 스타일라이프를 읽으며 나와 맞지 않는 것들도 많았지만 이것은 오로지 그녀가 찾은 그녀만의 삶의 방식이라는 것에 알아야 한다. 때론 이런 책들을 통해 나는 그와 같지 않다는 것으로 반성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너무나 다양하고 다채로우니 그런 것에 부러워하거나 자책 없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책은 오로지 마흔 네 살이 된 그녀가 느끼는 자신의 라이프일뿐이다. 때로는 그녀의 라이프에 몇 챕터들은 반감도 있었지만, 나와 그녀의 다름에서 오는 반론일 뿐이다.

 

우리는 그저 자신의 시계와 지갑을 살피며 자신 나름의 삶을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다. 꼭 시간 테이블을 만들어 하루를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 여행만이 나를 힐링 시켜 준다며 무리하게 매년 몇 번씩 해외를 나가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나이에 맞게 살기위해 강박적인 날들을 맞이할 필요가 없다. 그냥 나를 자연스럽게 맞이하며 살아갔으면 하는 것이 나의 삶의 방식으로 나 스스로는 그렇게 정했다.

 

 

나만을 사랑하는 것은 때론 나를 파괴하는 방법일수도 있으니 함께, 라는 것을 많이 생각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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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이훈구 지음 / 이야기(자음과모음)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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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를 괴물로 만들었나[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 이훈구]

 

 

올해 1월 친모와 계부, 그리고 이부동생까지 살인을 한 사건이 일어났었다. 목적은 오로지 친모의 돈 때문이었다. 빚에 허덕이던 그를 구원해줄 사람은 친모밖에 없었지만, 그의 맘처럼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친모를 죽이고 그 돈을 가로채는 것이었고, 결국 그는 가족을 죽인 존속 살인범이자 폐륜아가 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떠 오른 오랜 사건이 있었다.

 

 

 

2000년 부모를 토막 살해한 엽기적인 사건이 일이 났었다. 부모를 살해한 사람은 명문대를 다니고 있던 둘째 아들 이은석 이었다. 군 제대를 하고 온 이십대 중반의 중산층 가정의 둘째 아들은 왜 그의 부모를 잔인하게 살인을 했을까? 용인 살인사건처럼 그는 도박이나 부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주변에서는 너무도 얌전한 아이라는 평가를 받은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부모를 죽일 만큼, 그것도 11개의 토막으로 나눠 시체를 여기 저기 버리고 정도의 분노를 만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심리학자인 이훈구가 그의 방대한 양의 일기와 그와 인터뷰를 하고 그의 형과 지인들을 통해 살인을 한 이은석 심리상태를 좀 더 알아보려고 했다.

 

 

 

먼저 그가 태어나기 전인 이은석의 부모님의 환경을 살펴보았다. 이은석 어머니는 이화여대를 나온 부잣집 외동딸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집안에 돈이 있어 그 시절에 피아노도 배우며 부족함 없이 사란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보다 훨씬 더 능력 있는 남자를 원했고, 성공하고 싶어 했다. 그녀가 고른 남자는 해군 사관학교 출신인 엘리트 장교였다. 비록 나이가 열 살이나 차이가 나더라도 원대한 꿈을 이뤄줄 사람은 그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권위적인 군인 출신의 남편은 더 이상 진급하지 못했고 과묵하기만 했던 집안은 늘 냉소적이었다. 무엇보다 군인 출신이다 보니 지방 발령이 많았고 함께 같이 사는 날도 얼마 없었다고 했다. 그런 집안에서 자란 이은석은 늘 형과 비교가 되는 삶을 살았다. 그의 부모는 사랑보다는 혹독한 질책을 하였고, 관심보다는 원망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작은 일에도 이은석모는 히스테리를 부렸으며 모든 스트레스를 그에게 풀었다. 고성이 오갔던 집안에서 이은석은 주눅 들었고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지 못했다. 그는 어머니의 이중적인 성격에 힘들어 했다.

 

 

 

워낙 키가 작고 외소하며 내성적인 그는 학교생활도 행복하지 않았다. 종교 생활을 하던 때에 만났던 누나나 동기 친구를 좋아하는 감정을 갖는 것까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표현할 마음을 배우지 못했다. 가족에게도 그런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작은 키의 열등감이 있지만 그는 자신이 가진 소신에 자부심이 많은 아이였고 그것으로 친구들과 싸움이 있었다. 친구들은 그를 잘난 척 하는 친구라고 생각하며 그를 따돌렸고 이은석은 학교에서 혼자가 되었다. 군대에 가서는 우유부단한 태도로 자신의 아래 병사에게도 무시와 조롱을 받았다. 자신의 물건이 없어지는 일을 겪어도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감당하면서 군대 생활이 끝이 나기를 기다렸다. 그런 괴로움과 고단한 생활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하게 희망을 주었던 것은 영화였다. 영화만이 그의 지루한 일상을 바꿔 줄 수 있었다. 하루에 서너 편씩 영화를 보고 그 영화를 기록했다. 영화가 그의 유일한 안식처이며 위로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것은 매체에 불과 했다. 그래도 그를 위로한 것이 있기에 마음의 지옥에서 벗어 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그가 살인을 저지른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도화선이 된 것은 그의 형의 독립에서 시작됐다. 그의 부모가 그의 형의 명의로 아파트를 마련해주면서 형은 답답한 집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그가 마음의 응어리를 표출하기 시작한 것은 형이 독립을 한 것이 아니라 형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자신의 명의로 대출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나중 인터뷰에서 혹시 이 시간이 살인이 된 시발점이 되지 않아나 물었지만 그는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은석의 감정이 극대화 된 것은 이때부터로 보였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당했던 부모의 학대에 대해 이야기 했었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쏟아졌던 모진 말과 멸시에 상처를 받았던 일들을 얘기 했지만 그의 부모는 그의 아픔을 모른척했고 인정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일을 들춰 얘기하는 옹졸한 인간으로 치부했다. 작은 키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이 받은 학대에 있었다고 생각하며 상처 받은 마음을 위로 받고 싶었지만 부모는 그를 위로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딱 한 마디, 미안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 했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동안 받은 상처를 얘기 했을 때 그에게 미안하다고 말 한마디만 했어도, 이런 비극은 없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그 한 마디는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이은석의 사건은 우리 사회와 현대 문명의 치부를 한꺼번에 터트린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한 대학생의 용서할 수 없는 패륜, 반사회적 행동, 비뚤어진 성격으로 귀인하고 이 사건을 서둘러 망각하려 한다면 우리는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섬뜩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사건은 앞으로 계속 발생할 수도 있다. "(246~7쪽)

 

 

그의 형은 동생의 살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얘기를 했었다. 그가 받아 왔던 정신적 학대에 일부분은 인정해줬던 부분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의 행동을 모두 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책을 읽으며 왜 형과 함께 독립을 꿈꿔보지 못했는지 의문이었다. 어린 나이도 아닐 테니 가출이라도 한번 해보지 않았나 궁금했다. 부모의 정신적 학대에서 벗어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택해 봤으면 어땠을까? 그의 좋은 학벌로 과외라도 해서 돈을 벌어 자립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의 그의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까. 언젠가 세상 밖으로 나올 그가 마음의 치유를 다 끝내고 나오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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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언어 - 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의 힘
양정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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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필요한 소통의 언어 [세상을 바꾸는 언어- 양정철]

 

 

그는 양정철로 태어나서 한때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관으로 살며 오로지 노무현으로 살았고, 이후 문재인 후보시절 문재인의 말과 글로 살았다. 그리고 다시 양정철로 살아가기 위해 외국에서 떠돌고 있다. 북콘서트에서 그는 문 대통령이 퇴임하시는 날까지 절대로 정치적 행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 있으면서 '비선실세' 따위 억측이나 오해를 받기 싫어 떠났다. 그간 아는 지인들이 있는 나라들을 떠돌며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해보니 안타깝기도 했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됐는데, 얼마나 옆에서 더 많이 함께 하고 싶을까.

 

 

 

그는 참여정부와 대선을 치루면서 민주주의 시대를 함께 걸었고 그것들을 통해 우리에게 사라졌던 혹은 변형되거나 오해가 있는 '언어 민주주의'를 얘기 했다. 그 언어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언어]가 되길 희망했다.

 

 

 

우리가 쓰는 말 중에는 일본어에 길들여진 일본어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특이 '~의'라는 조사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어의 'の'의 변형으로 쓰지 않아도 될 말을 자주 쓰고 있다고 한다. 이 부분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도 나온다. 문장 잘 쓰기 중 특히 일본어 조사 'の' 피하기가 있다. 이 부분은 양정철의 [세상의 바꾸는 언어]에서도 쓰지 않아도 될 일본어 조사를 빼고 더 깔끔한 말을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차별적 용어가 돼버린 '지방'이라는 말 대신 '지역'이라는 단어를 쓰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왔다. '지방'은 '중앙'과의 관계에서 수직적 공간 개념이지만, '지역'은 모든 공간에서 수평적이고 가치중립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또 '지역'은 모든 공간의 독립적 개념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39쪽)

 

 

언어 속에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차별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중에 하나인 '지방'이라는 단어도 그렇다. 오래전 대학 때 방학이면 고향으로 내려가는 친구들에게 한 동기가 "지방 언제 내려가"라고 물었다가 한 동기와 크게 싸웠던 기억이 난다. 부산에 살고 있었던 동기였는데, 부산에 와보고 얘기하라며 서울 토박이인 동기에게 불쾌한 감정을 보였다. 오래전 어렸던 그 동기가 아무생각 없이 표현한 그 언어 안에서도 우리가 의식적으로 서울 이외의 지역을 지방으로 여기고, 지방은 서울보다 낙후 된 곳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사회 시간에 아무리 공부를 하며 지역마다 얼마나 많은 인구가 살며 경제적으로 큰 부분을 담당 하고 있다고 해도 서울을 벗어난 지역은 그냥 '지방'으로 치부했을 수도 있다.

 

 

간혹 식당에서 종업원을 아랫사람 부리듯이 반찬을 가져다 달라는 손님들을 본다. 숟가락을 들다가도 그 사람의 얼굴을 한번 보게 된다. 무례하게 구는 그의 태도를 보면서 약한 자에게 강한 사람으로 남길 원하는 것일까. 그가 약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그의 인성을 보게 된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 [아마도 싫은 사람]에서도 종업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남자 친구를 보면서 결혼 생각을 미루게 되는 부분이 있다. 약자들에 강자로 남으려는 그들의 언어는 늘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언어에는 소통이라는 것이 담겨 있지 않다. 책에도 이런 부분을 안내하고 있다. "당신에게는 친절하지만 웨이터에게 무례한사람은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의 언어를 관찰하면 우리가 어떤 이들을 만나고 그들과 더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많은 정치인들이 지도자를 꿈꾼다. 나는 그분들이 언어능력부터 다듬기를 소망한다. 섬김의 말, 겸손의 말, 어법에 맞는 말을 훈련해야 한다." (218쪽)

 

 

그가 정치권에 오래 있어서 정치적으로 이 책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잘못 쓰고 있는 언어들을 수정해주며 더 좋은 말로 거듭나길 원하고 있다. 또한 그 언어를 통해 더 많은 소통의 시간을 갖고 성숙한 민주주의가 꽃피길 기대한다. 서로를 배려하는 언어들로 차별되지 않고 평등의 언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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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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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도 표백 될지 모른다. [표백-장강명]

 

 

요즘 핫한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은 나이 어린 남자친구의 모임에 나간다. 어린 여자 친구들을 동반한 친구들에 기죽었다가 취업을 못한 그녀들에게 존경의 눈빛을 받는다. 취업을 못해 결국 대학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면접시험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얘기에 그녀는 자신이 나름 성공한 사람의 모습으로 있다는 것에 위안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라이브"의 정유미도 매번 면접시험에 떨어져서 결국 경찰관이 되겠다며 다시 공부를 했다.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20대들의 고민이 잘 녹아 있었던 부분이었다.

취업난은 많은 이들에게 큰 고민과 고통을 주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많은 해결방안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앞으로도 많은 청춘들이 힘들어 할 것이고 그것으로 때로는 '죽음'을 택할지도 모른다.

 

 

 

소설 '표백'도 그런 젊은 청춘들이 녹아 있다. IMF 이후 성공한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이들도 여전히 겪어 내야 했던 좁디좁은 취업과 삶의 방식에 갈등을 겪는다. 주인공도 복학을 한 후 고민에 빠졌었다. 다시 공부를 해서 더 훨씬 좋은 학교로 옮길 것인가. 다른 공부를 해야 할 것인지 늘 비슷한 또래들의 고민과 함께 청춘을 보내고 있었다. 그 주변인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인 인물들은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끝낸다. 그들의 결과는 왜 꼭 죽음이어야 했을까. 88만원 세대들의 고민의 끝은 죽음밖에 없었을까.

 

 

그들은 자신의 삶의 희망이 없다는 듯 학교를 다녔고, 취업을 준비했고 졸업을 했다. 주인공도 큰 희망 없이 공무원 준비를 했다. 그런 주인공 주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세영연은 5년 후에 자살 할 것을 요구 했다. 그녀의 허무맹랑한 얘기에 동요 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어느 날 한명씩 죽음을 알리게 되었다. 그들은 희망 없는 88만원의 시대를 부조리한 시대에 부조리한 방식으로 '표백'해 버렸다. 그들의 모습은 그렇게 사라졌다. 때로는 그들의 사라짐을 지켜보며 갈등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 모순이 쌓이지 않는다는 세연의 주장에 나는 찬성하지 않는다. 세상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힘은 이제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 시대에 태풍은 곧 몇 번 들이치리라 생각한다. 그때 그 에너지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많은 일을. 그건 그 에너지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P 332

 

 

이 소설이 장강명이 소설가로 살아가도록 만든 책일 것이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가독성을 지닌 작가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이 참 잘 읽히는 장점을 가졌지만, 그 깊이에 대한 의문은 독자 각자의 몫이겠다. 그런 부분에서 나는 큰 점수를 줄 수 없지만 그의 발견을 만들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주고 싶다.

 

 

그들은 그래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표백되어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싶었던 세연의 계획과 다르게 자신들에게 찾아온 무료하고 무기력한 시대 가고 나면 분명 그것을 다시 뒷받침해 줄 힘이 생길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에너지를 만들어서 나아가고 싶어 했다. 그 에너지를 어떻게 이용 할 것인지는 이제부터 고민하면 된다. 그들의 삶이 더 이상 표백되지 않길 바란다. 나의 지금의 무료한 시간이 분명 앞으로의 내 삶을 뒷받침 해 주었으면 좋겠다. 절대로 그렇게 표백되어 끝나지 않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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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도리 2018-04-1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이랑 댓글부대 읽었던 기억 나네요...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그 나이 먹은 당신에게 바치는 일상 공감서
한설희 지음, 오지혜 그림 / 허밍버드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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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때요?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설희]

 

처음 Tvn에서 본 [막돼먹은 영애씨]는 충격이었다. 정말 저런 상황을 당하는 경우가 있단 말이야? 특히 영애가 회식이 끝나고 너무 취해 공중전화기 안에서 소변을 보는 씬은 가장 충격이었다. 자신을 구박하는 직장 상사 커피에 침을 뱉고, 길을 가다가도 여자를 함부로 하는 남자들은 그냥 지나치지 못해 대신 싸워주는 정도 많은 영애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와 공감을 주었다. 그런 그녀를 만들어 놓은 작가 한설희 에세이를 읽으며 영애는 곧 그녀의 분신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즌 16을 맞아 영애는 결혼했지만 아직 그녀는 여전히 싱글라이프를 살아가고 있다.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하지만 그녀의 삶이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그녀가 겪어야 하는 한국에서의 나이 먹을 만큼 먹은 미혼의 여자는 아무 변화 없어 보이는 그녀의 삶이 불행해 보일 수 있겠다. 그런 그녀가 가장 많이 들어야 하는 말은 '그나이'라고 했다. '그 나이'면 결혼을 해야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고,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 앉아 적당한 지위도 가져야 한다지만 그녀는 여전히 혼자고, 일정치 않은 페이를 받는 방송작가다. 대체 그 나이에 맞는 행동, 옷차림, 말투는 어떤 것일까?

 

 

작년 그리스 여행 중 가장 기대되었던 산토리니에서 입을 옷을 고를 때였다. 같이 여행을 가는 지인에게서 들었던 말은 이제 나이에 맞는 옷차림과 가방을 좀 사서 들어야 하지 않냐는 것이었다. 그동안 아직도 이십대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현란했던 가방과 옷을 생각했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이런 것들과 이별을 하고 그들이 말하는 점잖은 것들을 맞이하라는 것인가?

 

 

“사십 대는 마치 이십 대 곱하기 2의 공식이 성립되는 것처럼 ‘그 나이’가 치러야 할 값은 뭐든지 배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더 절망스러운 건 따로 있다. 치러야 할 값은 두 배가 되었는데, 실상 크게 발전한 것 없는 내 모습이다. 그렇게 멀리, 또 높게만 보였던 그 나이가 되었건만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을 뿐이다.” p15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나이’에 맞는 옷차림이 아니라 ‘그 나이’에 맞는 행동과 마음일 텐데 좀처럼 그런 부분을 갖추기란 힘들어진다. 꼭 그 정도의 나이가 되었으니 어떤 일정한 결과물을 내 놓아야 할 것 같지만 아무것도 준비되지 못하고 맞는 나이는 매번 패배감을 주기도 한다. ‘그 나이’가 되었으니 결혼을 해야지,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아야지. 한명만 낳으면 두 명은 있어야지. 아들만 있는 집은 엄마를 위해 딸은 있어야지, 등 수 많은 주변의 참견에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는 이뤄 놓지 못한 시간을 반성해야 하는 것일까. 두배의 나이가 되었어도 여전히 불완전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불행해 보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어렸을 적 읽었던 공주 시리즈의 공주들처럼 왕자를 만나 신분 상승을 꿈꾸며 살지 않고 대단한 성공이 없어도 그녀의 고양이 미오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지내는 그녀의 그 순간이 얼마나 아늑해 보이는지. 결혼 7년차 친구는 다시 태어나면 결혼 안한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하니, 그 삶이 지금 그녀의 삶을 말하는 것 아니겠는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사랑이 필요 없는 사람은 아니다. 그녀는 아직도 끊임없이 자신을 위로해줄, 그리고 그녀가 위로할 사랑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록 친구가 그토록 원하는 결혼하지 않는 여자의 삶이라도 그 안에는 사랑은 필요조건이겠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다시 놓치고, 넘어지고

아프고 좌절하고 죽을 만큼 힘들어도

다시, 사랑하겠노라고 ……." P227

 

 

 

이별로 상처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녀는 사랑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며 그것이야 말로 살아가는 가장 큰 양분으로 자신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했다.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것 같은 날들이 일어난다고 해도 어떠한가. 사랑했던 날들의 아픔이 나를 괴롭게 한다고 해도 그것들은 꼭 나를 위해 마음의 근육을 키워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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