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스파이스 카레 - 누구나 쉽게 만드는 정통 커리 레시피
미즈노 진스케 지음, 정미은 옮김 / 심플라이프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십여 년전 인도 카페 전문점을 한 번도 안 가봤다는 동생을 데리고 삼성역에 있는 유명한 인도카레 전문점에 갔었다. 카레와 난, 탄두리 치킨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인도 영화에 빠져 있던 선배를 따라 몇 번 왔었던 내게는 향신료 냄새가 크게 거부감은 없었는데 동생은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동생이 카레를 못 먹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언제나 반찬이 없으면 카레로 이틀 이상 밥을 먹었으니까.


탄두리 치킨이 먼저 나오고 이후 난과 카레가 나왔다. 동생은 따뜻하게 구워진 난을 찢어 아주 작은 스텐으로 만들어진 카레 그릇에 담겨 온 카레를 찍어 먹으면서 내게 말했다.


“ 언니, 카레는 언제 나오는 거야?”


우리가 그동안 집에서 만들어 먹었건 카레는 감자와 당근, 양파, 돼지고기를 볶아 넣은 푸짐한 카레였기에 이렇게 작은 종지에 온갖 향신료 가득 들은 걸쭉한, 그것도 우리가 알고 있는 노란 카레색이 아닌 붉은 소스가 카레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3분 카레의 이미지와 노란 강황의 색이 선명하게 입혀져 있는 한국식 카레에 익숙했던 동생이 인도의 정통 카레를 알지 못했던 것을 간혹 동생의 무안주기위한 에피소드로 나는 종종 써 먹지만 그 집을 찾았던 내 지인들은 대부분 비슷한 얘기들을 했었다.


각 나라마다 카레가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한국식 카레와 일본 카레는 또 다르다. 일본 카레는 먹어보면 색도 훨씬 진하고 단 맛이 많았다. 그런 일본식 카레를 만들어 낼 줄 알았던 저자의 책을 보며 그의 스파이스 카레에 대한 열정, 그것을 넘어 인도의 본연의 그 맛을 사랑하고 연구했던 20여년의 세월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스파이스 카레라고 해서 많이 특별하거나 어려운 것은 없다. 재료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카레라고 할 수 있겠다. 스파이스 카레는 우리가 쓰는 카레 가루나 일본식 고형 카루도 쓰지 않고 오로지 향신료들만으로 카레를 만든다. 책속에 소개 된 것처럼 만드는 과정은 단순하지만, 제대로 된 카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라이팬 하나면 있으면 스파이스 카레를 시작 할 수 있다. 재료를 조금만 다르게 해도 전혀 다른 요리가 되니 스파이스 카레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스파이스 카레의 기본 베이스 향신료는 딱 세 가지이다. 노란 색을 띄는 강황, 고춧가루, 코리앤더(고수).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고춧가루라기보다는 홍고추 가루라고 한다. 사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먹는 그 빨간 고춧가루를 쓰면 안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딱 이 세 가지의 기본이 되면 카레의 기본 베이스 소스는 모두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언젠가 백종원도 카레를 만들 때 양파를 카라멜 색이 될 때까지 볶은 다음 만들면 훨씬 맛있다고 했던 것이 기억나는데 이곳에서도 양파를 카라멜 색이 띄도록 많이 볶는 것이 기본이다. 너무 탄 색이 아닐까 걱정될 정도의 카라멜 색이다. 그 베이스를 가지고 재료를 추가해서 만들어 내는 수십 가지의 카레를 보며 저자의 카레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수제 카레 가루를 만들기 위해 카레 집을 자주 다니며 주방장과 친해져 나중에 레시피와 볶는 순서까지 알아낸 에피소드들에는 열정이 있었다. 그에게 항상 고민이었던 스파이스 카레에는 몇 가지의 향신료들이 들어가는 것인가 궁금했었는데, 그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었다. 그의 스파이스 카레 사랑은 결국 인도 여행까지 이어졌고 그곳에서 만난 수 많은 허브와 향신료에 넋을 놓고 행복해 했다.

책을 읽으며 동생과 함께 갔던 그 인도 카레 집에서의 따뜻한 난과 함께 한 카레의 향기가 떠올랐다. 지금 집에 레트로 카레가 싱크대 선반에 몇 봉 있는걸 알고 있지만 책을 읽으니 그것은 진정한 카레가 아닌 것 같다. 다만 쉽게 구 할 수 있는 카레 향신료들이 주변에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꼭 나도 한번 저자의 레시피 대로 순서에 맞게 볶고 끓여서 만들어 놓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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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3-06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운 카레를 맛보고 싶을 때 저는 인스턴트 카레에 핫 소스와 후추를 넣어요. 진정한 카레라고 보기 어렵지만 그래도 매운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

오후즈음 2018-03-06 17:01   좋아요 0 | URL
우와~~ 전 핫 소스를 넣어 볼 생각은 안했네요..담엔 꼭 넣어 보고 싶네요. 그전에 이 책에 소개된 레시피로 꼭 만들어 보고는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