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기자의 글쓰기 수업 -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영화 글쓰기 특강
주성철 지음 / 메이트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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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저자가 현재 다니고 있는 주간 <씨네21>에서 기자의 일주일이 눈에 띈다.

월요일엔 기회회의를 갖고, 수요일엔 이틀 전 그 회의 때 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주 잡지에 들어갈 글과 인터뷰 등을 확정한다. 최종 마감이 수요일 자정이나 목요일 새벽쯤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요일 오전에 인터뷰를 해야 한다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한 이것들과 별개로 시사회장에 가야한다.

 

가장 바쁜 날을 화요일과 수요일이란다. 특히 수요일을 너무 바빠 변변한 식사를 해 본적이 없단다. 수요일 밤의 야식과 회식은 당연히 폭식으로 이어지고 체중이 늘어가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저자는 월간지에서 일할 때보다 주간지에서 일하는 게 훨씬 편하다고 말한다.(저자는 지금은 폐간된 월간지 키노에서도 기자로 일했다). 왜냐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말마다 쉴 수 있으니까.

 

물론 기자가 한가한 직업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엄청 바빠 보인다. 내가 왜 이 부분이 눈에 들어왔냐면 그런 와중에도 글쓰기 강의를 하고 이런 책을 냈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을 내기위해 저자가 참고한 책도 여러 권이다. 스티븐 킹의 <글쓰기의 유혹>은 물론이고 조지 오웰의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윌리엄 진서의 <글쓰기 생각쓰기>, 유시민의 책 기타 등등. 뭐 글쓰기 강의나 관련된 책을 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들임에는 틀림없다. 이것을 저자는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읽고 참고했다는 게 새삼 대단하다. 그리고 부럽다 못해 은근 화가 난다. 난 한 가지도 제대로 하는 게 없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저자를 공공의 적이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은 건 왜 일까?

 

이 책, 영화 기자의 글쓰기 수업이라고 해놓고 글쓰기에 관한 얘기 보단 영화 전반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다. 6473 정도? 그래서 글쓰기에 관한 정보를 얻겠다고 이 책을 읽는다면 약간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미 글쓰기에 관한 책은 포화 상태로 많이 나와 있다. 이 책을 들 쳐 볼 정도라면 그 전에 글쓰기에 관한 책들은 어느 정도 섭렵하지 않았을까? 요는 나는 저자가 글쓰기에 관한 것 보다 영화 전반에 관한 이야기, 기자로서의 마인드 뭐 이런 얘기를 들려줘서 오히려 더 좋았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문득 학창 시절이 생각났다. 왜 교과대로 가르치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그건 시작 때 쬐금 가르치고 시국이나 업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그게 얼마나 재밌고 신선했던지. 나중에 졸업하거나 수료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교수나 강사를 떠올리면 교과 매뉴얼대로 열심히 가르친 분 보단 열라 비판하고 까는 교수나 강사가 더 많이 생각난다. 말하자면 이 책에서 그런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을 무슨 불온서적 같은 걸로 오인하면 안 된다. 그냥 난 시크하고 건조한 저자의 글이 마음에 들었다는 말을 하려했을 뿐이다.

 

사실 책 전반에 어떤 묘한 기류가 있는데 (그게 저자만의 것인지 영화 기자들 대부분이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다른 기자와 달리 시쳇말로 어떤 쌈마이 정신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이를테면, 영화 기자는 영화계에선 일개 기자로 보고, 저널리스트 쪽에선 영화인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 90년 대 스크린 쿼터 때 영화 관계자의 한 사람으로서 시위에 참가하려고 했으나 영화인이 아니란 이유만으로 저지를 당했다고 한다. (그걸 읽는데 왜 그렇게 코웃음이 나던지. 그 위기의 순간에도 사람 차별을 하다니. 우리나라 영화계가 그때도 정신을 못 차리거나 덜 차렸구나 싶다.) 그러니 영화 기자가 된다는 게 보통의 정신이나 명예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영화 평은 영화 평론가가나 관객이 하는 것이고, 영화를 보게끔 만드는 촉매 역할을 하는 사람인가?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건 영화 마케터가 하는 일 아닌가? 하지만 기자는 이 둘을 아예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한때 우리나라 영화 잡지가 부흥기를 맞이하는가 싶더니 지난 2000년 대 들어서 굵직한 잡지들이 잇달아 폐간됐다. 저자만 해도 <키노>를 시작으로 <필름 2.0>을 거쳐 지금의 <씨네21>에 안착했지만, 그가 거쳐 온 잡지마다 폐간을 했다. 이제 <씨네21>만 폐간되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한다지만 참 쓸쓸한 말이다. 그럼에도 그대 정녕 그 길을 가려는가?’ 식으로 영화 기자의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나 역시도 뒤늦게 기자가 되겠다고 이 책을 읽지는 않았다. 그게 저자를 더 쓸쓸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 처음에 영화 기자의 하루에 대해 썼지만 난 워낙에 저질체력이라 벌써 거기에서부터 결격사유다. 단지 난 오래 전부터 블로그에 영화의 감상기를 적곤 했는데 글에 정답이 어디 있냐며 잡글로 썼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것도 뭔가 모르게 헛헛한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어떻게 하면 영화 글을 잘 써 볼까 이런 생각에서 읽었을 뿐이다.

 

그런데 난 어쩌면 저자의 책을 읽을 자격이 조차 없는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사가 최전선에서 총칼 들고 싸우고 있는데 무지몽매한 민초가 배 두들기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차라리 영화 에세이 쓰는 법. 뭐 이런 책이었다면 더 떳떳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내가 기자질을 하든, 에세이를 쓰든 나는 저자의 기준으로 보자면 영화 보는 자세조차 제대로 갖추질 못했다. 올 한해 내가 개봉관에서 영화를 본 건 거의 전무했던 것 같고 그만큼 영화를 VOD로 집에서 봤다는 것인데 저자는 무엇보다 앉은 자리에서 다 보라고 한다. 하지만 난 그 알량한 집에서 보는 영화조차도 한 쾌에 본 적이 거의 없다. 언제든 내가 원하는 시간에 몇 번에 걸쳐 이어보기로 본게 다수다. 그것도 밤에 불 끄고 누워서. 그 다음은 어떨지...

 

또한 영화에 대한 정보는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보라고 하는데 그것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영화를 본다. 물론 감독이 누구며, 누가 나오고, 장르 정도는 알고 보긴 하는데 이런 말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야말로 나는 뭐하겠다고 영화를 보는지 모르겠다.ㅠㅠ

 

이 책을 읽고 나면 적어도 앞으로도 내가 영화를 계속 즐길 마음이 있다면 보는 자세만이라고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지금은 저자의 말대로 하려다가 아예 영화 볼 생각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그래도 이 책 너무 좋다. 왠지는 모르겠는데 영화 <영웅본색>에 나온 주윤발이 생각난다(정말 그런지 안 그런지는 확인하여 보라). 자신만의 단어가 있는 것도 멋지고. 무엇보다 저자가 유명하지 않은가? 이런 사람의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건 영화 <넘버3>의 송강호의 대사처럼 배신이다. 배신.

언제고 저자의 육성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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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12-2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평을 어떻게 쓰는지 잘 모르겠지만, 영화를 관객에게 소개하는 영화평보다는 영화를 분석하면서 까는 영화평을 쓰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극장에서 본 영화에 대해 영화평을 쓰는 일이 어려웠어요. 인상 깊은 영화 장면이 1도 생각나지 않거든요. ^^;;

stella.K 2018-12-20 18:34   좋아요 0 | URL
저자가 그런 말을 하긴 해.
영화에 대해 쓰려거든 장면이나 대사, 인물에 대해
쓰라고.
생각해 봤더니 나도 그렇게 쓴게 별로 없어.
느낌을 주로 많이 썼던 것 같아.
하지만 뭐든 다 관심이지.
잘 보고 쓰면 쓸 수 있을 거야.^^

얄라알라 2019-01-06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보고 바로 주문했어요^^

stella.K 2019-01-07 14:35   좋아요 0 | URL
앗, 북사랑님도 영화 글 관심 많으신가 봐요.
이 책 좋아요. 고맙습니다.^^
 
[블루레이] 시네마 천국 : 극장판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살바토레 카치오 외 출연 / 그린나래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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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얼마만에 다시 봤는지 모르겠다. 벌써 만들어진지 30년이다. 개봉 당시 무척 인상 깊은 영화라 잔영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특히 영화관 앞에서 아우성 치는 사람들을 위해 알프레도(필립 느와레)가 영화 영사기를 광장 건물 담벼락에 쏘는 장면. 그랬을 때 사람들의 탄성과 어린 토토의 커지는 눈 그리고 이후 화재 사고로 알프레도가 불속에서 정신을 잃어버렸을 때 토토가 그의 생명을 구하는 시퀀스는 정말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은 아닐까 싶다.

 

그뿐만 아니라 전반에 흐르는 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애정과 정서를 기발하게 잘 포착했다는 점에서 감독은 아마도 천재는 아닐까 싶다. 음악도 그냥 듣고만 있어도 좋고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가 끊이지 않는 영화다. 특히 맨 마지막 엔딩 때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유산처럼 남긴 필름을 영사실에서 틀어보는 장면은 얼마나 감동적인지 볼 때마다 주인공과 함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감동적인 장면이다.   

 

 

아버지를 모르는 어린 토토와 자녀가 없는 알프레도의 우정은 부자의 정마저 느끼게 한다. 보통 아들이 아버지의 대를 잇겠다고 하면 좋아하고 흐뭇해 하는 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반대하는 아버지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좋아하지 않을까? 저 두 사람도 실제 부자지간은 아니지만 영사 기사인 자신의 일을 토토가 이어준다니 기뻣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대가 그렇듯 힘들고 어려운 시대에 영사기를 틀어주는 일은 힘만 들을뿐 돈 안 되는 직업이다.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감독이 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저 더 넓은 곳으로 나가라고만 한다. 그 은유가 좋다. 그러면서 고향을 떠나거든 다시 돌아오지 말라고 당부한다. 토토는 그의 말을 천금처럼 알아 듣고 30년 동안 한 번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알프레도가 죽어서야 돌아온다. 그래도 알프레도가 살아 있을 때 감독으로 성공도 했겠다 한 번은 그를 만나러 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알프레도가 아무리 그렇게 말했다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죽은 다음에 그를 만나러 온다는 건 저승에서도 섭섭해 했을 것 같다. 물론 그게 영화적 스토리겠지만 그건 살아있는 토토에게도 두고두고 후회로 남을 일은 아닐까? 

 

특히 영화 전반을 보면 그 정서가 우리나라의 그것과 흡사하다. 예를들면, 기본적인 수학 셈도 못하는 토토의 동급생을 대놓고 야단치는 선생님과 그것을 조롱하는 토토를 제외한 반아이들의 모습은 우리나라 6, 70년대를 연상시킨다. 지금 같으면 꿈도 못 꿀 장면이다. 물론 공부 잘하는 학생을 대놓고 예뻐하고 그런만큼 못하는 학생을 무시하는 정서야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하지만. 

 

하지만 당대 이탈리아 사람들은 영화를 너무 좋아했다. 우리나라는 그에 비하면 영화 사랑은 좀 덜하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좋아했다면 프로 레슬링과 이후 프로 권투, <웃으면 복이 와요> 같은 코미디 프로에 더 열광하지 않았을까? 대입은 그렇게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뭐하나에 꽂혀 열광하는 건 우리나라 사람이나 그 나라 사람이나 같아 보인다. 

 

TV가 보급되고 특히 홈시어터가 발달이 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오지 않을거라고 했다. 또한 라디오는 더 이상 안 들을 거라고 하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관도 라디오도 다소 약화는 되었을지 몰라도 여전히 건재하다. 그런 것을 봤을 때 사람의 뇌의 구조는 한 가지에 쏠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것을 다양하게 이용할 줄 아는 멀티플레이어는 아닐까?

 

아무튼 영화가 건재하는 한 세상을  좀 더 견디기가 나아진다는 말이 될 것이다. 이 세상에 영화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어디서 위로를 받을까? 나의 눈은 이미 몇년 전부터 노안이 왔다. 아직은 안경으로 버틸만 하지만 좀 더 눈이 안 좋아지면 난 독서를 줄이거나 안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영화와 드라마만 볼 것이다. 지금은 시간을 쪼개서 보는 실정이다.

 

이 영화를 앞으로 살아 있는 동안 몇 번이나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시 보고 싶고, 다시 볼 영화가 많아 진다는 건 나에겐 행복한 일이다. 또한 세상 신음 잠시 내려놓고 몰입해서 볼 영화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인생 영화라고 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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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2-17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야 무려 이 영화조차 보지 않은 영화무식쟁이.......

stella.K 2018-12-17 18:45   좋아요 1 | URL
영화 잘 안 보잖아요. 책 읽느라...
저는 영화를 보느라 책을 잘 못 봅니다.
괜히 일케 핑계대 보는 거죠.ㅋ

근데 이 영화 꼭 봐요.
안 보면 후회할 꼬예요.ㅎ

카알벨루치 2018-12-17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좋은 영화인줄 아는데 영화보는게 왜 이리 어렵죠? 퀸 땜에 지난주에 몬트리올 공연한거는 함 봤네요 ㅎ

stella.K 2018-12-17 19:12   좋아요 1 | URL
ㅎㅎ 바쁘시잖아요.
저도 그동안 봐야지 봐야지 했다가
올레 TV에서 싸게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소장욕 땜에 본 거예요.
이렇게 뭔가 계기가 만들어져야 겨우 보니 원...ㅠ

2018-12-17 2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12-17 20:32   좋아요 1 | URL
역시 최고죠!^^

2018-12-17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12-18 12:12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맞아요. 엔리오.^^

- 2018-12-17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봐봐야겠어요. 가끔 고전의 반열에 든 옛날 영화들 보면, 좋더라고요.

stella.K 2018-12-18 12:29   좋아요 1 | URL
좋죠. 확실히 옛날 영화와 요즘 영화 결이 다르긴 하지만
요즘 영화가 따라 올 수 없는 뭔가가 있어요.^^

hnine 2018-12-18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몇학년때인지 모르겠는데 호암아트홀에서 봤어요. 이 영화 OST도 영화만큼 유명하지요.
주로 언제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시게 되나요? 저는 좋아하는 영화이면서도 다시 본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요.

stella.K 2018-12-18 12:17   좋아요 0 | URL
그럼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셨군요.
저는 시네하우스였나? 거기서 본 것 같은데...

워낙에 새로운 영화가 많이 쏟아져 나오니까
그걸 보는 것도 벅차더라구요. 시간은 한정돼 있고.
그래도 옛날 영화가 좋긴 한데. 추억도 아련하구요.ㅠ

서니데이 2018-12-19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서재의 달인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세요.^^

stella.K 2018-12-20 11:14   좋아요 1 | URL
서니님도요.ㅎ
저도 상냥한 분이 저의 이웃이 되어주셔서
변함없이 좋았습니다.
서니님도 얼마 남지 않은 연말 즐겁고 뜻깊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시와 살다 - 이생진 구순 특별 서문집
이생진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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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나는 유독 시를 홀대했다. 사춘기 때 문학소녀가 아닌 사람이 없고, 문학소년이 아닌 사람이 없다고 그 감수성 예민한 시절에 시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사춘기가 영원하지 않듯 시도 사춘기가 떠날 때 같이 떠나보냈던 것 같다.

 

게다가 알만한 소설가들도 그 시작은 시였다가 소설로 전향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역시 시는 인생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인가 보다고 멋대로 생각하기도 했다. 어느 시인이 그런 시구도 읊지 않았던가, 시 한 편이 300원이라고. 하찮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엔 시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다시 생기는 것도 같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시인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최근 내가 시인에 관한 책을 읽은 것만 해도 몇 권은 된다. 이 책도 어떤 면에선 시인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구순이 넘었는데 평생 시를 써 왔고 그때마다 썼던 서문을 모은 책이다. 얼마나 열심히 시를 썼으면 서문만을 모아 책을 냈을까?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면서 나의 저 시에 대한 하찮다는 생각이 부끄러웠다.

 

시인은 시집만 38, 산문과 편저가 5, 공저를 5권 냈다. 그는 최근에도 시집을 냈다. 시인도 이렇게 자신이 써온 서문만으로 책을 내게 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인이라 그럴까? 아니면 살아 온 연륜 때문일까? 서문들인데도 아폴리즘 같으면서도 상당히 서정적이다. 글이 너무 좋아선지 아니면 시인의 구순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던 것인지 어느 순간 계속 밑줄을 긋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누구는 워낙에 많은 서문을 써 온 터라 한 권의 자서전을 보는 것 같다고도 했던 것 같은데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그 보단 왠지 시인은 어떻게 시를 쓰는가에 대해 여기저기에 조금씩 흘려 놓은 것도 같다.

 

시인은 먼저 첫 시집 <산토끼> 서문에서, 진정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것은 사람이지 시는 아니라고 했다. 사람 때문에 시를 희생할 수는 있어도 시 때문에 사람을 희생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없고 시만 있는 고독은 시와 함께 그 고독도 싫고, 그 고독도 시도 사람이 있는 고독이고 사람이 있는 시여야만 한다며 철학을 밝힌다. 과연 그렇다 싶다. 그 글이 아무리 명문이라 한들 사람 보다 앞서지 않는다. 읽어 줄 사람 있고 글이 있는 거지 글 있고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글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는 것을 볼 때 저자의 말은 새겨 둘만 하다.

 

<자기>라는 일곱 번째 시집 후기에선 이렇게 썼다. 살수록 허해지는 시간에 나의 시를 쓰며 남의 시를 게을리 하지 않고 읽는 일은 시에게서 버림받지 않으려는 일이다. 시에게서 버림받는 일 그 보다 더 큰 일이 어디 있겠니. 나에게서 시를 빼앗는 일 그 보다 더 큰 재앙이 어디 있겠니.

시야, 너는 참 고맙다. 너는 하늘이 만들어준 내 인생의 날개다. 너는 내 어머니가 만들어준 영원한 양식(37p)이라고 했다. 부지런히 쓰기 위해선 부지런히 읽어야 하는 것은 시도 예외는 아니다.

 

문득 이 구절을 읽는데 마음이 싸해지더라. 나는 내가 시를 버린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시가 나를 버린 거다. 지금이라도 끊임없이 찬미해 주고 사랑해 주면 시도 나를 사랑해 줄까? 하지만 그것이 어디 시만이랴. 자신이 좋아하고 아끼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것에 대하여 내 인생의 날개며, 영원한 양식이라며 찬사를 보내줘야 한다. 그래야 내 인생도 나를 버리지 않는다.

 

시인은 사랑꾼이다.

시인은 평생을 두고 사랑에 열중하며, 시에 있어서 사랑은 너무나도 크고 아름답고 했다(시인의 열한 번째 시집 시인의 사랑서문에서). 그러면서 <일요일에 아름다운 여자> 후기에선, 시인은 편한 길만 갈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싫어하는 길도 다녀 봐야 시에 탄력이 생긴다고 했다. 시는 재사(才思)의 기술로서가 아니라 숙명적으로 떠돌며 얻어지는 마음의 도록(圖錄)이라고 했다.

 

또한 시인은 자연과 하나 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지금 사람이지만

악착같이 시를 써서

곤충이 될 거다

풀밭에서 찌르르 우는

곤충이 될 거다

                                         -‘곤충기에서

...... 나를 확대하다 보면 어디서나 나밖에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이 세상엔 내가 없다는 경지까지 축소해보자. 그때 꿈틀거리는 한 마리의 곤충은 정말 희귀한 생존인 것이다(<개미와 베짱이>후기 61p).

 

유서를 쓰듯 쓴 시. 며칠을 살자고 울다가 떠난 매미처럼 벗어놓은 껍질이 이 시집이다. 그 껍질을 들고 매미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도 이 시집에 포함된 한 편의 시(하늘에 있는 섬 서문)라고 했다. 시란 이렇게 하찮은 것에 마음을 두고, 끊임없이 무위자연해지지 않으면 써 질 수 없다.

 

그렇다면 시인의 마음은 어때야 할까?

도시의 높은 빌딩에서 악수를 하고 나오는 젊은 비즈니스맨도 알고 보면 불청객이고 외딴섬 풀밭에 앉아 땀을 씻는 불청객이다. ......집에서 쫓겨난 사람처럼 낯설다. 그런 낮으로 호박꽃을 본다. “호박꽃도 꽃이냐얼마나 섭섭한 말인가. 그래도 오늘 아침 호박꽃은 명랑하다. 외로운 데서 얻은 아름다움. 나는 그것으로 시를 썼다. 시집<섬마다 그리움이> 후기에 나오는 말이다.

... 남들은 모른다. 시심을 먹고사는 시인의 마음을 모른다. 조금은 가난하게 조금은 외롭게 조금은 춥게 살아야 시심이 생기는 시인의 마음을 모른다(‘거문도후기)고 했다. 이 외로움이 아니면 하찮아 그냥 지나쳐 버릴 것도 다시보고 새롭게 보려고 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시심에 다가설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편안함을 추구해서는 시를 쓸 수가 없다.

 

그렇다면 시인에게 시는 어떤 의미인가?

서른여섯 번째 시집 <섬 사람들>에서, 정월 초하루 00, 보신각종이 울리는 순간 어린 학생처럼 일기장을 꺼내 무엇인가 쓰고 싶다. 앞으로 365, 이 많은 시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시를 쓰겠다는 다짐. ...... 시 때문에 내가 살아나는 것이다. 시는 생존의 기록, 나를 만나게 하는 기록, 그것이 시를 쓰는 재미라고 썼다. 그러면서 고맙다고 했다. 삶의 질곡까지 기쁨으로 맞아들이는 시가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시인은 평생 시와 함께 살아보고 이런 말을 남긴다.

나이 90이 되니 알 것 같다

살아서 행복하다는 것과

살아서 고맙다는 것을

그리고 보니 이제 철이 드나보다

이런 결말에 결론 비슷한 말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을까

 

거기엔 조건이 있다

첫째 건강해야 한다는 것과

둘째 90이 되어도 제 밥그릇은 제 손으로 챙겨야 한다는 것과

셋째 밥 먹듯이 시를 써가며 살아야 한다는 것과

그리고 제정신으로 걸어가야 한다는 것

......

그 사람이 시를 쓰며 어떻게 살았는지는 그 길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리라 믿지만 그렇게 살라는 강요는 아니다 시인은 언제나 부족한 자리에서 만족해왔으니까(‘무연고서문에서)

나는 애초에 이 책을 읽으며 시인은 어떻게 시를 쓰는가를 알고 싶었다. 그런데 과연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겠구나 싶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외로움과 고독을 발견했고 그것을 천명으로 받아들이며 시를 썼겠구나 싶다. 그리고 저 문장을 만났을 때 뭔가 쓸쓸하지만 꽉 차 있고, 꽉 차 있지만 쓸쓸했다. 과연 뭔가에 뜻을 품은 사람은 저래야겠구나 싶다.

 

스물다섯이 되면 어떻게 사나 싶은 때가 있었다. 그때가 되면 내가 너무 나이 들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던 중 알고 지내던 한 지인이 자신은 빨리 늙고 싶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다. 그는 나 보다 3살 위였을 뿐이다. 생각해 봤더니 그때 내가 정말 나이 들어서가 아니라 나이든 인생을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스물다섯 그 나이 보다 훨씬 많은 인생을 살고 있다. 아이러니 한 건, 젊었을 때는 중년을 감히 가늠하지 못했다. 젊음이 영원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나이든 나를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덧 중년이 되고 보니 노년이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시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상적인 노년의 삶을 보는 것도 같다. 노년은 인생의 저주가 아니다. 노년을 감사하게 살면 그건 오히려 선물이다. 시를 사랑해야지, 시인처럼 살아야지 싶다. 고독을 응시하며 순간순간 치밀어 오를지도 모르는 노욕을 지그시 누르며 시인처럼 늙어야지 한다 

 

덧붙이자면, 시인이 처음 시집을 내기 시작한 건 1955년부터다. 그렇게 많은 책을 냈어도 우리가 시인의 책을 접할 수 있는 건 반도 채되지 않는다. 이 기회에 절판된 책들이 다시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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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12-14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작의 수를 보니 대단한 분이시군요.

˝나이 90이 되니 알 것 같다
살아서 행복하다는 것과
살아서 고맙다는 것을˝ - 저는 몸 건강하고 돈 걱정 없고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저는 90까지는 안 됐지만 연로한 친정어머니를 보며 살아서 그런지 아직 몸 쌩쌩한 게 감사히 생각되더라고요. 산책하면서도 느낍니다. 이렇게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제가 너무 늙은 생각을 하고 사는 것 같습니당~~ㅋ

stella.K 2018-12-15 14:42   좋아요 0 | URL
언니는 늘 긍정 갑이시잖아요.ㅎㅎ
저도 언니와 같은 생각을 해요.
바라는 게 있다면 지금 보다 조금 더 열심히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2018-12-14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5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8-12-15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주말 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stella.K 2018-12-15 14:48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님도 행복한 주말되시길...^^

청계 2018-12-22 1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대로입니다. 산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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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 비슷한 메일을 받곤한다. 나만 이럴 것 같지는 않고...

남의 블로그에 올린 글 가져다가 뭐에다 써 먹을까?

돈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좀 수상하긴 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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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3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12-13 15:1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역시 돈은 쉽게 버는 게 아닙니다.
이런 걸로 피해 사례 있으면 공유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ㅠ

2018-12-13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12-13 18:15   좋아요 0 | URL
저는 종종 받습니다. 포털 사이트 메일로.
별로 잘 정리된 것도 없는데 뭘 노리고 이런 메일을 보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상한 건 무조건 의심해 봐야합니다.

위의 글 내일 제가 여기 들어오면 지우겠습니다.
괜찮죠?^^

cyrus 2018-12-13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그 팔라고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로만 들었는데, 미끼(?)를 자세히 보는 건 처음이에요.. ㅎㅎㅎ

stella.K 2018-12-13 18:28   좋아요 0 | URL
ㅎㅎ 너도 본적이 없구나.
그럼 이거 뭐 영광이라고 해야되는 건가?
내가 만약 빈털터리면(지금도 뭐 그닥 부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몇 가지 물어보고 괜찮으면 팔 것 같아.ㅋㅋㅋ

카알벨루치 2018-12-13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블로그 팔라고 팔면 저한테 2백 준다 했습니다...ㅋ돈 없어서 허덕일때 그런 제안이...팔 수는 없었습니다 제 자존심이 있어서 흑흑 ...

stella.K 2018-12-13 19:53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러셨군요. 잘 하셨습니다.
그돈 없어도 하나님이 다 먹이시고 채워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저도 카알님 본 받아 끝까지 지키도록 하겠습니다.ㅠ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8-12-13 20:02   좋아요 1 | URL
블로그 팔지도 마시고 빌려주지도 마세요! 기록은 역사입니다 !!! 흑흑흑 ....

hellas 2018-12-13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메일 너무 많이 받아요:0 그냥 첫문장보고 지워버리는데, 블로그 게시판에도 달리고 메일도 오고 요즘은 카톡으로도 오더라구요. 순전히 기록을 위한 블로그라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 대응한 적이 없는데 여기서 저 판에 박힌 문구들 보니 반갑? 네요 ㅋㅋ

stella.K 2018-12-13 20:3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반갑습니까?
저도 헬라스님과 동병상련이 된 것 같아 반갑습니다.ㅋㅋ
지금까지는 다 스팸으로 돌렸는데 오늘은 다른 사람은 어떤가
싶어 일케 올려봤습니다. 역시 상종을하면 안 되겠군요.^^

hellas 2018-12-13 20:40   좋아요 1 | URL
카테고리 추가로 만들어서 각종 광고글올리는것 같은데. 간혹 제 블로그 내용에 딱히 관심없을듯한 사람이 이웃신청 같은거 해서 살펴보면 그런 광고들 잔뜩인 블로그들이더라구요. 광고도 하고 이웃맺기도 하고 그러는것 같습니다. 병원 변호사 건강식품등이 많은듯해요.

책읽는나무 2018-12-13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많이 본 문구다~~싶어 읽어보니 음!!!!
저는 제가 저런 문구를 받은게 아니구요~~울아들녀석이!!
중학교때 저런 문구 메일을 받고 정말 돈을 40만원을 받은거에요ㅜ
저도 뒤늦게 이사실을 알고 깜놀!!
문구를 아무리 읽어봐도 좀 수상쩍어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까지 했었는데요~방문자수가 많은 블로그에 자신들이 접수받은 광고글을 올려 수익을 챙기는 전문? 뭐 그런 곳인 것같았어요.
다시 돈 돌려주고 아들더러 본인의 블러그 한 번 들어가 보라고 시켰더니 치과,보험광고가 똭!! 심지어 점집 광고마저~~ㅋㅋㅋ
본인도 살짝 충격 받고 블러그 일단 잠정중단 중입니다.
뭐든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걸 열심히 가르치는 계기가 되긴 했습니다만~~돈이 된다면 학생까지 끌어들인다는건 참ㅜㅜ

stella.K 2018-12-14 13:59   좋아요 1 | URL
ㅎㅎ 귀엽습니다. 아드님이 호기심이 많은가 봅니다.ㅋㅋㅋ
돈을 주긴 하는군요.
불법은 아닌가 보죠? 돈이 궁하면 진짜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긴 저도 광고 붙는 거 질색인지라 역시 눈길도
주지 않는 게 좋겠군요.^^

레삭매냐 2018-12-13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블로그에 갔더니 블로그 매도가
1억이라고 되어 있더라구요 :>

그런 분에게도 입질을 하는지 문득 궁
금해졌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12-13 22:40   좋아요 0 | URL
1억이면 조금 흔들릴 것 같은데?ㅎㅎ 주진우 기자는 우스갯소리로 기사 안 쓰는 댓가로 50억이야기 하던데 저도 한 50억???ㅋㅋㅋ 춥네요 밤이 ㅎ

stella.K 2018-12-14 13:54   좋아요 1 | URL
와우, 1억! 그거 정말 그냥 입질 같은데요?
저도 밤이 춥다 못해 낮도 춥습니다.ㅠㅋㅋ

페크pek0501 2018-12-14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로 네버~~ 넘어가시면 아니 되옵니다.

stella.K 2018-12-14 20:2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알고 있습니다. 걱정 마시어요.ㅋㅋ
 

                         

감독: 맷 브라운

출연: 데브 파텔, 제레미 아이언스(2016년 영국)

 

 

언제부턴가 영화를 보면 그 영화가 원작이 있는가 없는가를 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더구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기 영화는 더 하지 않는가? 이 영화는 인도에 실존했던 천재적 수학자 라마누잔의 짧은 생애를 극화했다. 그래서 원작이 있나 찾아 봤더니 그의 평전 또는 전기 소설 같은 건 없고 어린이 위인 전기 같은 것이 발견됐을 뿐이다.

 

물론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 뿐이지 영국에서 제작이 됐고 실제로 라마누잔이 영국에 유학한 적이 있는데다, 감독이 (국적이 정확히 어떤지 모르겠지만)인도 사람 같다. 그렇다면 백퍼 원작을 바탕으로 했을 것이다. 어쩌자고 우리나라엔 그의 전기가 없는 것일까?  

 

 

 

 

수학을 한 번도 잘 해 본적도, 그렇다고 좋아해 보려고 노력해 본 적도 없기 때문에 솔직히 이 영화가 나로선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긴 수학보단 천재란 수식어가 더 당황스럽다. 한번도 천재가 되본 적이 없으니. 이 영화에 수학을 다루건, 물리학이나 문학을 다루건 무엇이 그리 차이가 있겠는가? 영화는 그저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뿐인데. 단지 부러운 것이 있다면 이들이 무엇인가를 연구하고, 발견하고 그것에 놀라워하고 그러는 것들이 부럽다.

 

더구나 라마누잔이 유학했던 곳은 지성의 요람이라던 트리니티다. 거긴 뉴턴을 비롯한 그야말로 내로라는 지성이 거쳐갔다. 그런 곳의 교수들이고 학생들이니(1920년대의) 그들의 콧대가 얼마나 높을까? 뭐 어느 나라나 인종 차별은 존재하는 법. 영화는 인구만 많지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나라의 남자를 처음부터 환대했을 리 없다. 그리고 영화는 웬지 영국을 끝까지 옹호할 참인지 그러한 차별에 대해선 아주 노골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견 이들의 차별이 이해가 간다. 얼마나 콧대가 높으랴? 그만한 지성을 길러낸 대학이고 나라니 말이다. 그게 우리 나라라면 더 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아무리 개천에서 용이나지 않는다지만, 미래는 꿈 꾸는 자의 것이란 건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인도가 계급주의 사회라지만 어느 계급은 배를 타면 안되는 계급도 있다니 놀랍다. 물론 지나간 시절의 이야기고, 인도도 지금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또한 그런 계급주의 사회가 얼마나 사회를 억압하고 발전을 저해 하는지를 영화는 라마누잔을 통해 그것을 보여준다. 라마누잔이 자신의 계급이나 신분에 비관했다면 그는 한 발자국도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꿈만 바라보고 나가는 자세는 꽤 유용하고 필요한 자세다.

 

영화를 보면서 대학이 부럽긴 했다. 나는 거의 평생을 학교를 좋아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명문대의 뜰을 밟아보지 않은 것에 대해 그닥 부러워해 본적은 없다. 하지만 역시 대학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지적 욕구와 함께 뭔가 모를 내 안에 아쉬움을 자극시킨다. 

 

나름 볼만한 영화였다. 영화긴 하지만 내가 몰랐던 또 하나의 천재를 만났다. 천재가 남다른 건 남이 보지 못하는 걸 보고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을 갖는 것에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제목이 그런가 보다 싶다. 천재는 되지 않아도 좋다. 이 경이로움만 가질 수만 있어도 세상 살아가는데 훨씬 용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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