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주식회사 - 질병과 비만 빈곤 뒤에 숨은 식품산업의 비밀
에릭 슐로서 외 지음, 박은영 옮김, 허남혁 해설 / 따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먹을거리에 대한 낭만적 상상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고기를 파는 코너에 가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선홍색의 탱탱한 육질을 자랑하는 고기들. 더구나 보기 좋게 포장까지 되어있다. 그런데 그게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키워져, 어떤 과정으로 도축되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또한, 유전자 변형식품에 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것이 앞으로 인간의 인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막연한 불안은 있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은 없다.  

이런 건 또 어떤가? 나는 이렇게 하루 세끼. 아니 더 정확히는 내가 먹고 싶을 때 먹을 수가 있는데, 지구 반대편 아니 그 먼곳까지 갈 것도 없겠다. 당장 북한의 주민들은 기아에 허덕인 세월이 벌써 몇십년째인지 모른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들의 상황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것에 대한 일말의 동정 더 나아가 책임의식을 가져 본적은 있는가?

그와 더불어 그렇게 기아선상에 있는 지구상의 최빈국의 국민들은 굶주린 배를 채워보고자 말도 안되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힘들게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그런 사이 부자들은 배를 두들겨가며 살 지언정 그들의 인권는 고사하고 먹을 권리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것은 또한 인류 역사상 수 없이 되풀이 되어 온 인간의 고질적인 역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도 부족해서 이번엔 신에너지로 각광 받고 있는 에탄올을 추출하기 위해 옥수수 재배에 혈안이 되고 있다. 지구 인구의 3분의 1에 가까운 숫자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데, 그들을 먹여살릴 수 있는 대체 작물인 옥수수가 에너지에 사용된다면 기아문제 해결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솔직히 이건 오래 전부터 궁금했었다.   

앞서 고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인간의 인권이 이토록이나 말살된 세상에서 동물에게 베풀어줄 자비는 남아 있다고 보는가?  이책 '공장형 농장의 식품 안전'(43~53)이란 부분을 보게되면을 절로 입이 벌어지고, 인상이 안 찡그려질수가 없다. 도무지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한낱 짐승이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몰상식하고, 몰인정할 수 있을까, 분노가 치밀어 누군지 안다면 그가 동물에게 행했던 똑같은 방식으로 보복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낀다. 

하지만 그럴수도 없는 게,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는 거라고 거기에 맞추었을 뿐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러기 전에 그것을 원했던 그들부터 그 책임을 물어봐야 한다. 더구나 요즘엔 가난한 나라도 점점 육식을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육식 산업은 망할래야 망할 수 없는 철옹성의 산업이다. 물론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런 동물에 대한 가혹행위는 오래 전에 법으로 금지되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아직도 심심찮게 나오는 걸 보면 그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많은 것  같다.   

이렇게 우리의 먹거리를 위협하는 갖가지 사건과 사고를 접하게 되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세상에 먹을만한 건 없어." 그러면서 역시 산 입에 거미줄 칠 수 없으니 먹을 수 밖에 없다. 옛말에 모르는 게 약이랬다고 눈 딱 감고 오늘도 먹는다.  오늘 내가 먹은 음식은 안전한 걸까?   

진실은 언제나 불편하다   

마침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우리나라는 또 한번 구제역의 홍역을 치르게 됐고, 이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조류독감까지 번지고 있다. 구제역은 보통 70도씨 이상의 온도에서 가열을 하면 없어진다고 안심하고 육류를 먹으라고 소비를 촉진중인데 과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런지 모르겠다. 그러다면 살처분은 왜 하는 걸까? 그냥 구제역 걸린 소고기, 돼지고기 싸게 팔 일이지. 그 돼지와 소들은 자신들이 왜 죽어가야 하는지 알고나 있을까? 이유없는 원인이 없다고 뭔가의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게 죽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직접적인 원인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책에 보면 사람은 먹는 대로 된다, 동물도 먹는 대로 된다는 말이 나온다. 어차피 동물에게 무엇을 먹이던지간에 그것을 또한 사람이 먹으니 당연한 말이지만 동시에 무서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무엇으로 심던지 그대로 거둔다고 했는데 이건 정말 진리다. 동물을 가혹하게 다루고, 비위생적인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이건 재앙인 동시에 벌을 받는다는 느낌이다.       

사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먼저 정부와 기업을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정부외 기업은 국민의 건강을 위하고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위해 기여할 마음이 있는 것인가? 물론 이 책이 직접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를 다루진 않고 주로 미국의 상황을 얘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그다지 예외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구제역에 살처분되는 아타까운 소만 보더라도 한우가 그리 좋다고 떠들어대는 그 의기양양함이 무색하다. 얼마 전만해도 마치 우리나라 소는 저 푸른 초원위에 방목해서 키운 소인 양하고 있지 않은가?  자연의 섭리대로 키우기만 했더라도 그 역병을 방역하겠다고 이 추운 날씨에 그 고생을 할까?  

알고보면 인간의 편위주의와 이기주의 때문에 인류가 겪는 재앙은 상상을 초월한다. 무엇보다 유전자 조작에 의한 감자에 관한 위험성은 끊임없이 재기되어 왔는데도 미국 정부와 기업은 그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것에 관한 위험성을 밝히는데  노력했던 푸스타이 박사는 어느 날 정부의 연구지원이 끊기고 연구 결과를 언론에 공개했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하지만 푸이타이 박사는 유전공학에 관해서 이렇게 말했다. "빌헬름 텔의 활쏘기를 생각해 보라. 지금 유전공학에서 벌이는 유전자삽입의 현실은 눈가리개를 한 사람이 화살을 쏘는 것과 마찬가지다."(151p)라고 했다. 우리는 유전공학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유전자조작에 의한 식품은 우리의 식탁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박사가 말하는 건 확실히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앞서 말한 옥수수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문제에 대한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만해도 그것의 의문에 다소의 타협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기아의 문제를 해결하는 적격은 되지 못해도 연료와 공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지 않는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것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연료문제와 공해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 해법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도록 하고 여전히 옥수수 재배에 박차를 가해 우선 죽어가는 사람부터 살리는 쪽으로 관심을 돌려야하지 않을까?  또한 소의 이산화탄소 배출에 관한 문제는 알았지만, 우리의 몸에 좋다하여 즐겨 먹는 요구르트를 마시기 위하여 소의 이산화탄소 배출에 관해서는 그다지 생각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진실은 불편하지만 확실히 아는 것은 힘이 된다.         

소비자는 약하지 않다.  

솔직히 이런 책을 읽으면 마음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비난 받아 마땅한  건 정부와 기업인건 사실이지만 결국 편한 것만을 좋아하는 우리의 안일함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나는 그렇게 힘이 없는데. 나 하나 노력한다고 되는 건가? 나 하나쯤이야. 등의 온갖 회의와 구실을 대며 슬쩍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사람은 역시 이기적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제 공해나 기후의 문제는 어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국가의 문제다. 이기주의로 우리만 손해보지 않겠다는 생각 가지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사실 우린 해 보지 않은 일을 겁내하거나 귀찮아한다. 그러나 우린 어느 틈엔가 지구와 인류를 살리는 일에 직간접으로 동참하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그런 노력을 오래 전부터 해왔던 어느 단체나 개인의 노력 때문에 가능하다.  예를들면 가급적 유기농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것.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이 뭐 그리 대단한가 싶지만 자꾸 여기 저기서 유기농을 찾으면 육류의 소비는 줄이면서 그것에 대한 소비는 늘 것이다. 그렇다면 수효는 자연 그쪽으로 옮겨갈 것이다.   

여담이지만, 나는 솔직히 몇년 전 미국과 우리나라간의 FTA의 체결될 때 당장 나라가 망할 것처럼 흥분했던 우리의 저자세(?)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다 나라의 장래를 걱정해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 건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약한 존재였던가? 왜 무작정 미국이라면 경기부터 일으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면 대세에 맞서는 수 밖에 없다. 시작도 하기 전에 징징거린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 아니다. 자유무역해서 미국 제품 문제있으면 안 사면 그만이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제품 안 좋아 안 쓰겠다는데  FTA아니야 그 할아버지가 와도 자기네들이 어쩔 것인가? 우린 더 좋은 제품으로 대응하면 되는 것이다. 왜 그것이 망국의 지름길인 양 겁부터 내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 나라든지 희망은 소비자에게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것처럼  어떤 게 좋은 제품인지, 그것이 몸에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이것이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길인지 아닌지는 소비자가 더 잘 안다.   먼 거리에서 난 식재료는 좋은 것이 아니라는 인식, 가급적 가까운 거리에서 난 것이 좋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미제를 무작정 좋아만 하겠는가? 그것을 안다면 아예 안 사거나 한 번이라도 줄여서 사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나는 이 책이 일견 이런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밖에도, 우리가 소비자로서  공정무역에 관한 얘기는 몇년 전부터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매스컴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것으로 인해 가난한 나라의 국민을 어느 정도 빈곤에서 살리는 길이 된다면 그것 또한 점점 확장될 것이다. 그뿐이겠는가? 우리가 부엌을 회복하는 것도 그 방법중의 하나라고 책은 소개한다. 사람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귀찮다는 이유로 부엌에 있는 시간이 옛날에 비하면 반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유기농 재로로 부엌에서 요리를 한다면 그만큼 지구는 보호되는 것이며 가족간의 관계도 돈독해지는 것이다.  또 하나가 더 있다.  학교 자판기에서 청량음료와 스넥류를 없애고, 내 아이의 건강은 내가 지킨다는 의지만 있다면 그 또한 지구를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난 이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청량음료 자판기는 다른 공공 기관에서도 없애버리거나 다른 천연과일주스로 대체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금연구역의 확대를 위한 노력은 하면서 언제까지 몸에 좋지도 않은 청량음료의 판매는 그냥 지켜만 보는 것인가? 아무튼 이렇게 소비자가 할 일은 많다.  결국 소비자는 결코 약하지 않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    

이렇게 이 책은 이런 생존과 지구의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만 하고 마는 그런 책은 아니다. 물론 문제제기도 하면서 그에 대한 노력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도 보여주고, 나아가 평범한 우리들도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그것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일은 의외로 많고, 그런 웹사이트나 단체도 많다.  관심있는 사람들은 일독을 권하면서,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기를 바란다.   

우리나라도 이제 그린 마일리지 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언듯 보면 상당히 바람직하고 좋은 제도인 것 같다. 이것이 앞으로 잘 정착이되서  OECD 국가라는 명예에 걸맞게 인류가 당면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동참하는 그런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뿐만 아니라 위험성을 경고한 일에는 나서지 말고 먹을거리 가지고 벌어먹는 기업들 바른 길로 인도하는 정부의 역할을 기대했으면 좋겠다.  깔끔한 이미지로 선전하는 각종 식품주식회사들 그들이 기업의 이득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소비자들은 모른다. 단지 그 깔끔한 이미지 때문에 깨끗하겠지, 안전하겠지 믿거라 한다. 기업의 투명성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어지는 때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가 중요한 때다. 이전 세기까지는 무엇을 먹을까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먹을 것인가가 중요한 세대가 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어디가면 뭐가 맛있더라. 또는 뭐는 어디에 좋다더라 정도가 아니다.  오늘 먹는 나의 양식이 내 몸은 물론이고, 나라의 경제뿐만이 아니라 인류와 지구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생각할 때라는 것이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비록 내가 밥에 물을 말아서 김치 한 가지와 먹을지라도 그 한끼 식사는 모자람이나 소홀함이 없다. 왜냐구? 그는 의식있는 소비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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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16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도서관에서 마이클 폴란의 <푸드 룰>을 빌려서 읽게 되었는데
이 책도 꼭 읽어봐야겠네요. 저도 아직 <푸드 룰>을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먹게 되는 음식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으니
이 두 책을 같이 읽으면 무언가 연관성이나 서로 다른 관점이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

stella.K 2011-01-16 11:38   좋아요 0 | URL
지금은 워낙에 이 방면의 책들이 심심찮게 나고고 있어서
이 책 보시면 매 쳅터 뒤에 참고할만한 책들을 함께 소개해 놓고 있어요.
아마 유용하게 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지금 언듯 기억나는 건...음, 페스트푸드의 제국? 육식의 종말?
요즘은 제 머리가 새여요. 뒤 돌아서면 내가 기억하는 게 과연 맞나?
의심이 난다니까요.ㅠㅠ



프레이야 2011-01-1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을 거리 풍요의 시대에 정말 고민하고 실천해야할 문제에요.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
먹는 게 사람을 말해준다고 하죠.
늘 촘촘하고 올바른 리뷰 추천입니당!!

stella.K 2011-01-16 11:49   좋아요 0 | URL
ㅎㅎ 마지막 말씀 왠지 흐뭇하면서도 찔리는데요.
늘 묵묵히 지켜봐주시는 프레이야님께 고마울다름이죠.^^
 

 

어느 님으로부터 생각하지 못한 선물을 받었다.  

책만도 고마운데 작가의 사인까지! 

부끄럽게도 나에게 김연수 작가는 마음에만 있고 전인미답의 작가다. 올해는 기필코 족적을 남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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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1-13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부러워요.
김연수님, 글씨를 참 김연수님 답게 쓰시는군요~^^

읽고 좋은 리뷰도 남겨주세요~!!!

hnine 2011-01-13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이네요? ^^
여기 알라딘에도 김연수 작가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아요.
그런데 7번 국도의 위치가 어디일까요? 그것부터 궁금해지네요.
stella님은 이 작가의 책을 어떻게 읽으실까도 궁금...
아무튼 좋으시겠다~~

blanca 2011-01-13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스텔라님에게라는 저 부분 완전 매직아이처럼 떠오릅니다. 이제 스텔라님의 김연수평을 들을 수 있게 되는 건가요!

cyrus 2011-01-13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작가의 친필사인본을 받게 되시다니 부러워요. 즐거운 독서하세요 ^^

꿈꾸는섬 2011-01-1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정말 좋으시겠어요.
김연수 작가님 글씨도 참 마음에 드네요.

감은빛 2011-01-14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저도 아직 김연수 작가 글은 못 접해봤네요.
언젠가 몰아서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stella.K 2011-01-14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고맙습니다, 님들. 생각해 봤더니 <대책없이 해피엔딩> 읽으면서 김연수란 작가를
접하긴 했더라구요. 하지만 그건 김중혁 작가랑 주거니 받거니 쓴 책이고,
그것 가지고는 부족하겠죠? 작년엔 박범신 작가의 재발견이 저에겐 새로웠는데
올해는 웬지 김연수 작가가 저를 사로잡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부지런해야 그것도 가능하겠지만.^^
 

 계란이 한 판이라구?   

사람들은 흔히 30이란 나이에 큰 의미를 두는 것 같다.  하긴, 나이를 앞에서 따지자면 여태까지 30이란 나이를 살아 본 적이 없으니 많다는 느낌도 들 것이다. 어느 날 뒤를 돌아보니 아무 것도 해 놓은 것이 없다.  결혼이라도 하면 그나마 좋을텐데, 남들 은 쉽게도 하는 결혼을 나는 아직 못했다. 그렇다고 살면서 혼줄 빠지는 진한 연애를 해 본 것도 아니다. 모아 논 돈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피부조차도 예전 같지 않아 칙칙하고 푸석푸석 하다. 거기다 바야흐로 나잇살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시쳇말로 꺾어진 60세라고 하지 않던가? 이래저래 젊은 날을 생각하면 정말 한물간 듯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가 없는 게 30이란 나이다. 오죽했으면 계란 한 판이라고 했을까?   

                                                
                                                     
30세, 그 나이도 젊더라!   

사실 나이가 들면 책 고르기가 점점 더 신중해진다.  어떤 책은 딱 그 나이가 느껴지는 책이 있다. 말하자면 저자의 나이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저자는 나이가 어림에도 사유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런 책도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워낙에 출판 환경이 좋아져일까? 대부분은 딱 그만큼의 사유와 언어구사만을 보여주는 저자들이 있다.  

<괜찮나요, 당신?>은 30대의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꿈을 이루어 가는가를 이야기로 풀어간 처세에 관한 책이다.  이런 책은 그전에도 많이 나왔고, 현재 이책은 공전의 히트를 쳐서 일약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실제로 읽어보면 나름 그렇구나 하며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없지 않다.  특히 이야기의 주인공이 나하고 너무나 흡사해  놀랍기도 하고 찔리는 느낌도 받았다.  주인공이 단 것을 좋아하고 카페를 운영한다는 것을 빼면,  처지가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이 과연 어떤 식으로 꿈을 이루어가는가를 보고 싶었다.  이야기는 나름 예쁘게 포장되어서 누군가의 말처럼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생각나게 만들었다. 사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꿈과 점점 멀어지고 세월에 내 인생을 저당잡혀 사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곤 할 때가 있다. 아마 그래서도 나는 그 쓸쓸한 연말에 그 책을 붙들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시작해 보는 거야.  그런 응원이 필요했을지도 몰랐다.      

그대, 아직도 신데렐라를 꿈꾸고 있는가?      

사실 책은 그저 그랬다. 30 이전이거나 딱 30의 기로에 선 독자가 읽었다면 나름 좋았을런지 모르겠지만, 역시나 30을 한참 전에 보내버린 내가 읽기엔 뭔가 모르게 뻔한 것이 보여 김이 빠졌다고나 할까? 특히 이 책은 주인공이 원하던 작가의 꿈도 이루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랑도 하게 된다는 동화적 도식을 담고 있어서 그다지 공감을 하지 못했다. 요즘의 동화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나는 동화를 그다지 안 좋아한다. 특히 공주와 왕자가 만나서 사랑을 이루고 오래 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든 백설공주식의 또는 신데렐라식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사랑을 이루기만했지 그 이후 그 사랑을 지켜가기 위해 둘은 어떤 노력을 했는지,  과연 그렇게 결혼해서 정말로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단지 이런 건 짐작해 볼 수 있다. 성공하면 결혼도 잘하는가 보다 하는.  과연 그럴까? 물론 성공하면 좋은 결혼에로의 보장은 있는 것 같다. 이 책도 은연중 그런 것들이 깔려 있다. 그러다 보니 과정은 생략한 채 무조건 성공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난 그것도 정말 사랑일까? 의심해 본다. 결국 사람과 사람의 결합이 아닌, 조건 대 조건의 결합은 다른 모양은 아니겠는가? 이를테면 사랑은 그 사람이 성공을 했건 하지 않았건 그것을 뛰어넘는 무엇이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자면 그대 아직도 신데렐라를 꿈꾸고 있냐고 딴지 걸어 보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설혹 그렇게 신데렐라가 되면 그 다음은 어쩔건데?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누구는 그런다. 꿈만 꾸면 뭐하냐고. 꿈만 꾸지 말고 뭔가를 이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렇다면 그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의 꿈은 뭐냐고.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인간만이 꿈을 꿀 수 있다. 동물이 꿈을 꾸는 것을 보았는가?    

                                                  
                                                               
이야기에 딴지걸다  

작년 말, 나는 이지성 작가의 강연회를 다녀왔다. 그의 최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그의 인생스토리를 듣는 것도 여간 흥미로운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의 빚보증 때문에 집안이 그야말로 풍비박산이나고,  자신은 성남의 화장실이 안채와 분리되어 있는 어느 한 평반짜리 방을 얻어 살게 되었을 때의 절망적인 상황을 얘기한 적이 있었다. 물론 처음엔 막막했다고 한다. 아버지 대신 갚아야할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까? 너무 막연했다. 그때 그는 자기계발서를 붙들었고, 거기서 배우고 깨달은 것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처럼 세상을 살게되길 원치 않아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꿈꾸는 다락방>을 비롯해 일련의 책들을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렸고, 그래서 받은 인세로 일시에 빚을 다 갚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의 기분은 꼭 기쁘고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허탈함이 밀려오더라는 것이다. (마치 우울증에 빠진 사람이 그것에서 호전을 보일 때 더 많은 자살을 시도하는 것과 같은 거였으리라.) 그래서 그때 사람들이 왜 성공하고 자살을 하는지 깨달았다고 한다. 결국 사람이 꿈을 꾼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는 거기서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그는 몇 가지의 꿈을 꾼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은 뭔가를 이루면 행복을 느끼는 것은 잠깐이다. 오히려 허탈해진다. 그리고  난 이런 이야기가 더 사실적으로 와 닿고 공감하게 만든다. 그리고 앞의 책이 딱 그만큼의 나이가 느껴진다고 하는 것이다.  그도그럴 것이 내가 알기론 이지성 작가는 30이 훨씬 넘은 걸로 알고 있다(차라리 40에 더 가깝다고 해야겠지). 확실히 인생의 내공이 달라서 30 넘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또 있다.  이렇게 나는 딴지걸어보고 있는 중이다.    

물론 성공해서 사랑을 이룰수도 있고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이루지 못했다면 꿈꾸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성공하면 사랑도 더불어 이룰 것이라는 도식적인 이야기는 그만 안녕해도 되지 않을까? 사랑은 꼭 30안에 이루어야 하는 건 아니다. 사랑은 30 이후에도 올 수 있고, 50,60에도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나이와 상관없이 열어놓은 마음에 오는 것이겠지.  이렇게 스토리텔러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갈수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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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12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나이 먹음에 따라서 나도 모르게 독서하는 습관도 변하는거 같아요.
10대 때는 무조건 베스트셀러에다가 자기계발서, 내 입맛에 맞는 책만 봤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도서관에서 책 고르는데도 심사숙고해지는거 같아요.
그리고 예전에 관심 없는 사회에 관한 책도 눈여겨보게 되구요.
나중에 나이가 지나서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읽어보면 느낌도 다를거 같네요.
정말 나이가 들어간다는게 무서운거 같습니다. ^^;;

stella.K 2011-01-12 21:10   좋아요 0 | URL
에이, 무섭다니요. 더 깊어지는 건데...ㅠ
그래서 나이들면 고전을 읽게되나 봐요.
책이 아무리 좋다지만 가볍다 못해 경박하기까지한
책들 보면 참 공해다 싶어요.

카스피 2011-01-12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란 한판이라 전 미수다에서 따루가 한 이말을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지요.듣고보니 나이 30이라는 말...외국인보다 더 한국말을 이해 못해서 당시 좌절했어지용^^;;;

stella.K 2011-01-13 10:25   좋아요 0 | URL
ㅎㅎ 그 사람이 한국말을 더 잘 구사한 거지요.
미운 따루 같으니라구.ㅋㅋ

sslmo 2011-01-1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30세 그 나이도 젊더라'에 한표요~!!!
하지만 40세도 아직 찬란하잖아요.
우리가 건너게 세월의 강에 비하면~^^

stella.K 2011-01-14 10:4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오늘 아침 인간극장 보는데 75세 노모가 아들에게,
얘, 내가 60만 되어도 펄펄 날아다닐텐데. 하더군요.
울엄마도 한 10년전에 내가 지금 50만 되어도 좋겠다 했지요.
우린 아직 그 시간에 도달하지 않았으니 아직도 찬란한거죠?^^
 

<식품주식회사>를 보고 있다. 이 책을 보면,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 하나를 알려주고 있는데, 재밌기도 하고, 왜 이걸 생각 못했지? 약간의 웃음이 났다.  그 부분은 칼슘 섭취를 위해 과연 유제품을 먹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결론은,

                                              

  

 

"아무튼,  원하는 대로 유제품을 먹는 것이 좋다. 그러나 유제품을 먹는 것이 영양 요구량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소들을 생각해 보라. 젖을 떼고 나면 더 이상 우유를 먹지 않는데도 이 동물의 뼈는 800파운드가 넘는  몸을 떠받친다. 소는 풀을 먹으며, 풀에 들어 있는 칼슘은 얼마 단 된다. 그러나 이들이 섭취하는 칼슘은 빠져나가는 일 없이 계속 축척된다. 여러분도,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고, 완전곡물(도정하지 않는 곡물)을 먹으면 굳이 유제품을 먹지 않아도 뼈를 튼튼히 유지할 수 있다."    
                                                             -매리언 내슬, '건강한 선택과 쉽게 먹기'3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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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12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요구르트도 유제품 못지 않게 건강성에 대해서 과장된 것이 있답니다.
건강에 좋은 건 사실이지만, 요구르트를 많이 먹는다고 해서
장이 좋아지는건 아니라고 하네요. 이런 사례 이외에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식품 정보가 많을겁니다.


stella.K 2011-01-13 10:54   좋아요 0 | URL
그렇죠. 팔아먹기 위해...^^
 
스토리 오브 와인 - Story Of Win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이철하
주연 : 이기우, 박그리나

이런 영화가 있었나? 이 영화가 실제로 개봉관에서 개봉했었나?  2008년도 작이다. 그해라면 나는  되지도 않는 시나리오를 공부하겠다고 한창 동부서주했던 때이기도 하다. 덕분에 그전까지 없던 영화에 대한 관심을 바짝 끌어올리기에 좋은 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개봉한 것을 모를 리 없을텐데 왜 이제야 발견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우연히 발견한 영환데 의외로 좋다. 또 그러니만큼 아깝게 묻힌 영화였구나 싶기도 했고. 하긴 아깝게 묻힌 영화가 이 영화뿐이겠는가? 그 무렵이면 이미 유명한 <신의 물방울>은 물론이고, 와인을 소재로한 드라마도 만들어졌던 해이기도 하다. 그게 아니더라도 나 개인적으론  시나리오를 가르쳤던 사부님이 동시에 와인 강사로도 활약하고 계셔서 없던 와인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오죽했으면(?) 나의 사부님은 당신의 이름을 딴 '와인예찬'이란 책을 선보였을라고. 그 책은 독특하게도 스토리텔링 기법을 써서 와인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럴까? 전문가는 몰라도 나 같은 초짜들이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갖기에 좋은 입문서이기도 하다.아, 그러고 보니 그해는 이래저래 와인의 해였구나.  

스토리텔링이란 말이나와서 말인데, 이 영화 역시 같은 방법으로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이야기는 옴니버스식으로 세 개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니까 그 많은 와인 중 딱 세 가지만 소개된다고도 볼 수가 있다. 

   

 이야기는 '스토리 오브 와인'이란 와인바가 오픈 1주년을 맞아 기념 파티를 열면서 시작한다.  주인은 민성(이기우 분)이다. 그 와인바에 민성을 이끌어줬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유명한 소믈리에가 초대되어 왔는데, 와인 리스트를 보고 뭔가 잘못됐다고 지적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민성 나름에 사연이 있는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를테면, 와인바를 오픈하고 기억나는 손님을 중심으로한 그런 리스트를 만든 것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민성이 처음 와인바를 오픈하고 그의 샵에서 와인을 정기적으로 사 갔던 어느 외국인에 관한 얘기다.  처음엔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우리나라 어느 야구단의 선수였던 것이다. 고국을 떠나 타지에서 선수로 지내는 것이 얼마나 외로울까? 그를 응원하기 위해 민성은 그만을 위한 특별한 와인을 준비하고 기다리는데 그때따라 자주 오던 그가 오지 않고 와인을 전달해 줄 방법이 묘연해진다. 물론 나중에 우여곡절 끝에 선물을 전달해 주고,  그가 차츰 유명해지자 어느 신문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민성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며 더불어 그 와인바가 소개되고 민성은 이를 보고 좋아한다. 여기서 퀴즈, 그렇다면 민성이 그 외국인 야구 선수에게 준 와인은 무엇이었을까?

두번째, 민성이 그의 애인 화연과 와인바를 열 때의 그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와인바를 연다고 했을 때 다른 애인은 반대했지만, 그의 지금의 애인만은 적극 찬성을 해 함께 개업을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렇게 의기투합이 잘 될 것만 같은 둘의 사이가 안 좋아지기 시작한다.  화연이 자꾸만  샵에 대해 참견하고 집착해 결국 관계가 악화되고 만다. 그래도 관계를 회복해 보려고 노력했고 처음엔 그렇게 노력한만큼 잘 되나 보다했지만, 화연이 마지막까지 자신의 와인바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하는 것을 보고 실망하게 된다. 실은 와인바의 이름도 처음부터 '스토리 오브 와인'은 아니었다. 민성의 와인바에 이름이 정해지기까지 얼마나 실랑이를 버려야했는지 그 풀스토리도 이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한번 확인해 보기 바란다. 단 내가 이 두번째 이야기에서 발견한 건, 사람이 온전히 상대만을 사랑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있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여기서 퀴즈, 민성이 애인과 싸우고 화해할 때 같이 마시려고 했던 와인은 무엇이었을까? 

세번째 이야기는 그야말로 사랑이야기다. 민성이 가게를 오픈하고 제 집 들나들듯이 드나들었던 후배 진주와 조용히 책만 보다가는 NGO에서 일하는 혁준. 이 둘을 맺어주려고 민성이 힘을 쓰는데 거기에 와인이 빠질리 없다. 그때 민성이 썼던 와인은 무엇이었을까? 재미있는 건 거기에 썼던 와인의 뜻은 '중매쟁이'란다. 이 역시 영화를 직접 보면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이 사랑에 빠져 드는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선 당연 와인이다. 이렇게 서로 달라도 한 가지 공통점만 가지고 있으면 그것이 매개가 되어 사랑이 빠질 수 있다는 공식은  만고불변의 법칙처럼도 보인다. 둘이 와인을 두고 사랑하는 장면을 영화는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질투나리만큼.  참고로, 얼마 전 어느 님의 서재에 가봤더니 소설 <토마토 랩소디>에 대한 서평에서 와인 이야기를 잠깐 언급한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와인하면 프랑스나 칠레산을 생각하지만, 이태리 역시 빠질 수 없다. 거기서 나오는 '산지오베제'라는 와인이 있단다. 그분 말씀에 의하면, 이건 19금이긴 한데 여느 와인을 먹고 키스를 하면 텁텁하단다. 그런데 이 와인을 먹고 키스를 하면 과일향이 은은히 퍼져 좋다고 한다. 그리고 그 와인은 남자 보단 여자들이 더 찾는다고 한다.  뭐 꼭 달콤한 키스만을 위해서겠는가? 은은한 과일향이 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영화 속 진주와 혁준이 사랑에 빠져 달콤한 키스를 나눌 때 마셨던 와인은 과연 '산지오베제'였을까? 사실 이들의 사랑은 너무나 달콤해 보여 굳이 '산지오베제'가 아니어도 될 것 같다.  그래도 참고하실 분은 참고 하시라. 단 19세 이상만 가능함을 나 또한 강조하는 바이다.ㅋ  

영화를 보니 역시 2008년도의 아련한 추억이 떠올랐다. 거의 6개월의 과정을 마치고(원래는 5개월인데 휴강을 하는 바람에) 종강파티를 했다. 선생님이 와인 강사이기도 했으니 당연 선생님이 "와인은 내가 책임진다."하여 강의실에서 파티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술에 약한 나는 와인에 관심 있을리 만무하다. 솔직히 뒤돌아서면 잊어먹기도 했으니 뭔들 내 머리속에 남아 있을라고?  그런데 그 종강 날 난 뭐 때문인지 취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종강이 아쉬워서, 그리고 그 바로 전 주에 워크샵 작품을 냈다가 완전 개망신당한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았지, 더구나 우연히 좋아하게 된 같은 남자 수강생과도 이제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여러가지로 복잡했던 것 같다. 그런 이유로 그날은 술 좀 받는다 싶었는지 거의 벌컥벌컥 와인을 들이마신 것이다.  평소  술취한 상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취기가 올라온다 싶으면 나는 얼른 술을 그만 둔다. 그런데 난 순간적으로 안 취할 자신이 있다고 자만했던 것이다. 그런데 웬걸 갑자기 취기가 팍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내 발이 땅에 닿아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한마디로 붕 떠있는 느낌이랄까? 아, 이래서 술을 마시고 취하는가 보다 싶기도 했다. 그리고 갈증이 났다. 물을 한 없이 들이키는데 물 조차 마시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내 몸에서 술과 물이 분리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바로 그때 생각이 났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실소가 난다.

영화를 보면 한 가지 주제 의식이 흐르는데, 무엇보다 와인바 주인인 민성에게서 주인의 마음을 알 수가 있다. 그것은 주인은 먼저 와인을 팔려고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와인을 팔기 전에 고객에게 마음을 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게 비단 와인에만 국한된 일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사실 와인은 어느 만치 살기가 좋아졌을 때 관심을 갖게 되는 것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는 지난 밀레니엄 전후로 와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진 것으로 아는데, 지난 세기는 먹고 사는데 여념이 없느라 그런 것들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와인바는 여느 술집과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나름 꽤 고급한 직종 중의 하나로 인식되기도 한다. 와인의 상도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 세기는 그렇게 돈을 벌기위해 주인과 고객이 서로 줄다리기를 했다면, 이젠 심장을 팔고 영혼을 파는 자세로 고객을 대해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돈을 쥔 쪽은 고객일테니. 모든 와인바 주인들이 민성이 같은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민성과 같다면(!) 와인도 와인이지만 와인의 상도를 배워보고 싶기도 하다.  

    

이기우를 좋아한다. 영화에서 화연과 다시 잘해 보려다 뜻대로 안 되자 디켄팅된 와인을 머리에 들어 붓는 장면이 나오는데 참 인상적이다.  나는 이 배우가 왜 다른 여타의 배우에 비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지 좀 아쉽다. 영화 <클래식>에 어리버이한 까까머리 고등학생 역을 맡을 때부터 이 배우를 나름 지켜봐 왔다. 아마도 본인이 지나친 카메라 세례를 받는 것을 사려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간간히 영화에서나마 볼 수 있어서 그 존재감을 잊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사실 영화는 좀 풋풋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여느 노련한 감독 같으면 트릭을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쓰지는 않는 것 같다. 써도 나름의 세련미를 추구했겠지. 하지만 누가봐도 이렇게까지...? 하며 약간의 뜬금없는 느낌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나리오 덕을 톡톡히 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대사도 좋지만 시나리오 중간중간 와인에 대한 지식이 잘 녹아져 있다. 이 영화는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데, 와인이 젊은이들만 마시는 술이 아닌 만큼 나중에 어느 중견 감독이 같은 소재의 영화를 다르게 만들어줬으면 한다.  정말 일본의 <카모메 식당>에 필적할만한 것으로 말이다. 물론 이 영화는 이대로 볼만한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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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1-01-10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화도 있었군요. 독특한듯 합니다. 글 잘 봤습니다.^^

가끔 알라딘에 들러서 브리핑에서 짤려서 위에 보이는 글들만보고, 보고난 다음에도 그 글만 보고 나오고 있습니다. 스텔라님의 서재처럼 이런 좋은 글들을 보면 지나간 못본 글들도 다 보고 싶어지고 그러다보면 정말 몇시간은 장난이더라구요. 참아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방문이 늦거나 뜸하고 합니다.ㅋ

주말 잘 쉬셨길 바라며 다음 주도 아자!!

stella.K 2011-01-10 12:00   좋아요 0 | URL
이 영화 꼭 보세요.
저의 허접한 서재를 좋아해 주신다니 저도 루체님이 좋아요.ㅋ
하지만 최근엔 추천도 저조하구, 댓글도 별로 없구.
그냥 근근히 쓰고 있네요. 긁적 긁적~
정말 시간 금방 가죠? 그래서 저도 절제하느라 애좀 먹고 있습니다.
그래도 루체님 글 올리시면 당장 가서 읽어볼텐데...
루체님도 또 한 주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

sslmo 2011-01-10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찾아서라도 보고 싶어요.
카모메 식당에 필적할 만하단 말이죠?^^

술을 못 드시는군요?
그래도 육체이탈이 아니고, 술과 물이 분리 되는 거여서 다행이셨어요~^^

stella.K 2011-01-10 18:14   좋아요 0 | URL
사실 이 영화는 카모메 식당에 조금은 못 미치는데
보면서 그 영화를 많이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조금 더 인생을 풀어내는 그런 스토리텔링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감독이나 작가가 아직 젊은 사람인 듯합니다.
하지만 정말 볼만해요. 묻혀있는 영화를 본거라 뿌듯했어요.

취기가 오를 땐 물을 많이 마셔줘야한다더군요.
그런데 아무리 물을 많이 마셔도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는 그 황당함이란...
취한다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싶더군요. 구름위의 산책이라고나 할까?ㅋㅋ

2011-01-10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1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1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1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e0 2011-02-16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영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stella.K 2011-02-16 15:50   좋아요 0 | URL
개봉관에선 끝났구요, dvd나 다운 받으셔서 봐야할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