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주식회사 - 질병과 비만 빈곤 뒤에 숨은 식품산업의 비밀
에릭 슐로서 외 지음, 박은영 옮김, 허남혁 해설 / 따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먹을거리에 대한 낭만적 상상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고기를 파는 코너에 가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선홍색의 탱탱한 육질을 자랑하는 고기들. 더구나 보기 좋게 포장까지 되어있다. 그런데 그게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키워져, 어떤 과정으로 도축되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또한, 유전자 변형식품에 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것이 앞으로 인간의 인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막연한 불안은 있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은 없다.  

이런 건 또 어떤가? 나는 이렇게 하루 세끼. 아니 더 정확히는 내가 먹고 싶을 때 먹을 수가 있는데, 지구 반대편 아니 그 먼곳까지 갈 것도 없겠다. 당장 북한의 주민들은 기아에 허덕인 세월이 벌써 몇십년째인지 모른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들의 상황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것에 대한 일말의 동정 더 나아가 책임의식을 가져 본적은 있는가?

그와 더불어 그렇게 기아선상에 있는 지구상의 최빈국의 국민들은 굶주린 배를 채워보고자 말도 안되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힘들게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그런 사이 부자들은 배를 두들겨가며 살 지언정 그들의 인권는 고사하고 먹을 권리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것은 또한 인류 역사상 수 없이 되풀이 되어 온 인간의 고질적인 역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도 부족해서 이번엔 신에너지로 각광 받고 있는 에탄올을 추출하기 위해 옥수수 재배에 혈안이 되고 있다. 지구 인구의 3분의 1에 가까운 숫자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데, 그들을 먹여살릴 수 있는 대체 작물인 옥수수가 에너지에 사용된다면 기아문제 해결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솔직히 이건 오래 전부터 궁금했었다.   

앞서 고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인간의 인권이 이토록이나 말살된 세상에서 동물에게 베풀어줄 자비는 남아 있다고 보는가?  이책 '공장형 농장의 식품 안전'(43~53)이란 부분을 보게되면을 절로 입이 벌어지고, 인상이 안 찡그려질수가 없다. 도무지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한낱 짐승이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몰상식하고, 몰인정할 수 있을까, 분노가 치밀어 누군지 안다면 그가 동물에게 행했던 똑같은 방식으로 보복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낀다. 

하지만 그럴수도 없는 게,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는 거라고 거기에 맞추었을 뿐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러기 전에 그것을 원했던 그들부터 그 책임을 물어봐야 한다. 더구나 요즘엔 가난한 나라도 점점 육식을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육식 산업은 망할래야 망할 수 없는 철옹성의 산업이다. 물론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런 동물에 대한 가혹행위는 오래 전에 법으로 금지되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아직도 심심찮게 나오는 걸 보면 그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많은 것  같다.   

이렇게 우리의 먹거리를 위협하는 갖가지 사건과 사고를 접하게 되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세상에 먹을만한 건 없어." 그러면서 역시 산 입에 거미줄 칠 수 없으니 먹을 수 밖에 없다. 옛말에 모르는 게 약이랬다고 눈 딱 감고 오늘도 먹는다.  오늘 내가 먹은 음식은 안전한 걸까?   

진실은 언제나 불편하다   

마침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우리나라는 또 한번 구제역의 홍역을 치르게 됐고, 이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조류독감까지 번지고 있다. 구제역은 보통 70도씨 이상의 온도에서 가열을 하면 없어진다고 안심하고 육류를 먹으라고 소비를 촉진중인데 과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런지 모르겠다. 그러다면 살처분은 왜 하는 걸까? 그냥 구제역 걸린 소고기, 돼지고기 싸게 팔 일이지. 그 돼지와 소들은 자신들이 왜 죽어가야 하는지 알고나 있을까? 이유없는 원인이 없다고 뭔가의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게 죽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직접적인 원인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책에 보면 사람은 먹는 대로 된다, 동물도 먹는 대로 된다는 말이 나온다. 어차피 동물에게 무엇을 먹이던지간에 그것을 또한 사람이 먹으니 당연한 말이지만 동시에 무서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무엇으로 심던지 그대로 거둔다고 했는데 이건 정말 진리다. 동물을 가혹하게 다루고, 비위생적인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이건 재앙인 동시에 벌을 받는다는 느낌이다.       

사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먼저 정부와 기업을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정부외 기업은 국민의 건강을 위하고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위해 기여할 마음이 있는 것인가? 물론 이 책이 직접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를 다루진 않고 주로 미국의 상황을 얘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그다지 예외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구제역에 살처분되는 아타까운 소만 보더라도 한우가 그리 좋다고 떠들어대는 그 의기양양함이 무색하다. 얼마 전만해도 마치 우리나라 소는 저 푸른 초원위에 방목해서 키운 소인 양하고 있지 않은가?  자연의 섭리대로 키우기만 했더라도 그 역병을 방역하겠다고 이 추운 날씨에 그 고생을 할까?  

알고보면 인간의 편위주의와 이기주의 때문에 인류가 겪는 재앙은 상상을 초월한다. 무엇보다 유전자 조작에 의한 감자에 관한 위험성은 끊임없이 재기되어 왔는데도 미국 정부와 기업은 그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것에 관한 위험성을 밝히는데  노력했던 푸스타이 박사는 어느 날 정부의 연구지원이 끊기고 연구 결과를 언론에 공개했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하지만 푸이타이 박사는 유전공학에 관해서 이렇게 말했다. "빌헬름 텔의 활쏘기를 생각해 보라. 지금 유전공학에서 벌이는 유전자삽입의 현실은 눈가리개를 한 사람이 화살을 쏘는 것과 마찬가지다."(151p)라고 했다. 우리는 유전공학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유전자조작에 의한 식품은 우리의 식탁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박사가 말하는 건 확실히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앞서 말한 옥수수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문제에 대한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만해도 그것의 의문에 다소의 타협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기아의 문제를 해결하는 적격은 되지 못해도 연료와 공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지 않는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것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연료문제와 공해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 해법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도록 하고 여전히 옥수수 재배에 박차를 가해 우선 죽어가는 사람부터 살리는 쪽으로 관심을 돌려야하지 않을까?  또한 소의 이산화탄소 배출에 관한 문제는 알았지만, 우리의 몸에 좋다하여 즐겨 먹는 요구르트를 마시기 위하여 소의 이산화탄소 배출에 관해서는 그다지 생각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진실은 불편하지만 확실히 아는 것은 힘이 된다.         

소비자는 약하지 않다.  

솔직히 이런 책을 읽으면 마음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비난 받아 마땅한  건 정부와 기업인건 사실이지만 결국 편한 것만을 좋아하는 우리의 안일함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나는 그렇게 힘이 없는데. 나 하나 노력한다고 되는 건가? 나 하나쯤이야. 등의 온갖 회의와 구실을 대며 슬쩍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사람은 역시 이기적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제 공해나 기후의 문제는 어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국가의 문제다. 이기주의로 우리만 손해보지 않겠다는 생각 가지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사실 우린 해 보지 않은 일을 겁내하거나 귀찮아한다. 그러나 우린 어느 틈엔가 지구와 인류를 살리는 일에 직간접으로 동참하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그런 노력을 오래 전부터 해왔던 어느 단체나 개인의 노력 때문에 가능하다.  예를들면 가급적 유기농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것.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이 뭐 그리 대단한가 싶지만 자꾸 여기 저기서 유기농을 찾으면 육류의 소비는 줄이면서 그것에 대한 소비는 늘 것이다. 그렇다면 수효는 자연 그쪽으로 옮겨갈 것이다.   

여담이지만, 나는 솔직히 몇년 전 미국과 우리나라간의 FTA의 체결될 때 당장 나라가 망할 것처럼 흥분했던 우리의 저자세(?)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다 나라의 장래를 걱정해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 건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약한 존재였던가? 왜 무작정 미국이라면 경기부터 일으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면 대세에 맞서는 수 밖에 없다. 시작도 하기 전에 징징거린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 아니다. 자유무역해서 미국 제품 문제있으면 안 사면 그만이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제품 안 좋아 안 쓰겠다는데  FTA아니야 그 할아버지가 와도 자기네들이 어쩔 것인가? 우린 더 좋은 제품으로 대응하면 되는 것이다. 왜 그것이 망국의 지름길인 양 겁부터 내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 나라든지 희망은 소비자에게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것처럼  어떤 게 좋은 제품인지, 그것이 몸에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이것이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길인지 아닌지는 소비자가 더 잘 안다.   먼 거리에서 난 식재료는 좋은 것이 아니라는 인식, 가급적 가까운 거리에서 난 것이 좋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미제를 무작정 좋아만 하겠는가? 그것을 안다면 아예 안 사거나 한 번이라도 줄여서 사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나는 이 책이 일견 이런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밖에도, 우리가 소비자로서  공정무역에 관한 얘기는 몇년 전부터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매스컴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것으로 인해 가난한 나라의 국민을 어느 정도 빈곤에서 살리는 길이 된다면 그것 또한 점점 확장될 것이다. 그뿐이겠는가? 우리가 부엌을 회복하는 것도 그 방법중의 하나라고 책은 소개한다. 사람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귀찮다는 이유로 부엌에 있는 시간이 옛날에 비하면 반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유기농 재로로 부엌에서 요리를 한다면 그만큼 지구는 보호되는 것이며 가족간의 관계도 돈독해지는 것이다.  또 하나가 더 있다.  학교 자판기에서 청량음료와 스넥류를 없애고, 내 아이의 건강은 내가 지킨다는 의지만 있다면 그 또한 지구를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난 이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청량음료 자판기는 다른 공공 기관에서도 없애버리거나 다른 천연과일주스로 대체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금연구역의 확대를 위한 노력은 하면서 언제까지 몸에 좋지도 않은 청량음료의 판매는 그냥 지켜만 보는 것인가? 아무튼 이렇게 소비자가 할 일은 많다.  결국 소비자는 결코 약하지 않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    

이렇게 이 책은 이런 생존과 지구의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만 하고 마는 그런 책은 아니다. 물론 문제제기도 하면서 그에 대한 노력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도 보여주고, 나아가 평범한 우리들도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그것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일은 의외로 많고, 그런 웹사이트나 단체도 많다.  관심있는 사람들은 일독을 권하면서,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기를 바란다.   

우리나라도 이제 그린 마일리지 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언듯 보면 상당히 바람직하고 좋은 제도인 것 같다. 이것이 앞으로 잘 정착이되서  OECD 국가라는 명예에 걸맞게 인류가 당면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동참하는 그런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뿐만 아니라 위험성을 경고한 일에는 나서지 말고 먹을거리 가지고 벌어먹는 기업들 바른 길로 인도하는 정부의 역할을 기대했으면 좋겠다.  깔끔한 이미지로 선전하는 각종 식품주식회사들 그들이 기업의 이득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소비자들은 모른다. 단지 그 깔끔한 이미지 때문에 깨끗하겠지, 안전하겠지 믿거라 한다. 기업의 투명성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어지는 때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가 중요한 때다. 이전 세기까지는 무엇을 먹을까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먹을 것인가가 중요한 세대가 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어디가면 뭐가 맛있더라. 또는 뭐는 어디에 좋다더라 정도가 아니다.  오늘 먹는 나의 양식이 내 몸은 물론이고, 나라의 경제뿐만이 아니라 인류와 지구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생각할 때라는 것이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비록 내가 밥에 물을 말아서 김치 한 가지와 먹을지라도 그 한끼 식사는 모자람이나 소홀함이 없다. 왜냐구? 그는 의식있는 소비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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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16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도서관에서 마이클 폴란의 <푸드 룰>을 빌려서 읽게 되었는데
이 책도 꼭 읽어봐야겠네요. 저도 아직 <푸드 룰>을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먹게 되는 음식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으니
이 두 책을 같이 읽으면 무언가 연관성이나 서로 다른 관점이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

stella.K 2011-01-16 11:38   좋아요 0 | URL
지금은 워낙에 이 방면의 책들이 심심찮게 나고고 있어서
이 책 보시면 매 쳅터 뒤에 참고할만한 책들을 함께 소개해 놓고 있어요.
아마 유용하게 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지금 언듯 기억나는 건...음, 페스트푸드의 제국? 육식의 종말?
요즘은 제 머리가 새여요. 뒤 돌아서면 내가 기억하는 게 과연 맞나?
의심이 난다니까요.ㅠㅠ



프레이야 2011-01-1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을 거리 풍요의 시대에 정말 고민하고 실천해야할 문제에요.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
먹는 게 사람을 말해준다고 하죠.
늘 촘촘하고 올바른 리뷰 추천입니당!!

stella.K 2011-01-16 11:49   좋아요 0 | URL
ㅎㅎ 마지막 말씀 왠지 흐뭇하면서도 찔리는데요.
늘 묵묵히 지켜봐주시는 프레이야님께 고마울다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