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은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다.
그때부터 책을 모으기 시작했고,
책이 빽빽히 쌓여있거나, 꽂혀 있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런 걸 중학교 들어가면서, 그동안 모아온 계림문고 어린이 책을 과감하게 버리고 ,
어른들이 봄직한 묵직한 세로 줄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무렵, 어찌어찌 해서 장식장을 내 방에 들여놓게 됐는데,
이게 거실에 있었으면 폼잡느라고 갖가지 술병에, 장식품들이 들어갔을 것이다.
더구나 옛날 장식장들은 요즘 나오는 그런 것이 아니어서,
제법 크기도 크거니와 수납공간이 넓어 책장을 겸하기도 했다.

그런 책장에 나는 참 부지런히도 책을 사서 꽂았다.
돈이 많았더라면 전집류로 채우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난 돈도 없거니와, 그딴 과시용은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비록 책을 읽다 포기하는 일이 있어도, 일일이 내 손떼가 묻고, 나의 체취가 묻은(묻어봤자 얼마나 묻었겠냐만) 그런 책으로 빽빽히 세울 수 있기를 바랐다.

처음엔 이걸 언제 다 채우나 싶었는데,
곧 책을 빈 공간 하나 없이 빽빽히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책장 위에도 책을 얹져서, 보고만 있어도 배가 그득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가끔 심심하면, 어디 내가 그동안 몇 권의 책을 모았나 세어보기도 했는데 400권 넘어가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책을 세지 않았다.
그게 벌써 꽤 오래 전 일이다. 물론 중간에 남을 주기도 했으니 많아야 그 선을 넘어갈 것 같지는 않다.

지금도 난 몇 권의 책이 있는지 잘 모른다.
이사 때 안타깝게도 그 책장을 버리고 왔을 뿐만 아니라,
이사 와서도 지금까지 풀지 못한 책 박스가 몇 개가 되고,
그 위에 책을 차곡차곡 싸놓았다.
또 그것도 부족해 안 읽은 책이 산더미다. 
아무튼 내가 생각해도 엄청나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모르는 사람은 내가 책을 여러 방면에서 굉장히 많이 읽는 줄 것이다.
하지만, 나 역시 편식이 심하며, 편견, 편애가 심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나는 무슨 책을 안 읽는지를.

우선 난, 추리 또는 미스터리류를 읽지 않는다.
그걸 읽으면 좀 머리가 빠릿빠릿 해 질 텐데, 이야기의 얼개를 파악하는데 꽤 시간이 걸리므로
그 머리 쓰는 게 싫어 안 읽는다.

또, 작가 김훈은, 소설 같은 건 읽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자신이 읽는 책은, 법전이나, 소방 수칙, 칼 만드는 법. 뭐 이런 책을 읽는다고 했다.
내가 그런 책을 읽을 턱이 있겠는가? 

그림 많고, 글씨 드문드문 박힌 책 역시 제외된다.
그런 책 보면 괜히 책을 속아서 사는 느낌이 들어 선택하지 않게된다. 
이것에 대해서는 어제 읽은, 조너선 샤프란 포어 말에 귀 기울여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문학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다들 완고해요. 활자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나 봐요.
비주얼이 들어간 소설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놀라워하죠."
"비주얼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건 확실해요. 세상을 둘러보면 온통 멀티미디어잖아요."
출판업계의 작가들은 누구보다 미디어 빅뱅을 체감할 수 없다. 

                                                                                   -엘르 2011,6월호에서-

멀티미디어적 세상에서 굳이 책까지 그래야 하는 것인가란 다소의 의문의 여지는 남지만,
이 자체만으로도 생각해 볼 가치는 있어 보인다. 
그래도 난 책은 역시 활자의 향연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사방팔방을 돌아봐도 다 멀티미디어도, 이미지인데 책까지 그래야할 필요가 있는가?
그건 또 나의 어린 시절하고도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데,
난 어렸을 때 그림책을 그다지 많이 볼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나지 못했다.
유치원 거치지 않고 바로 초등학교로 직행했던 것처럼, 
나는 한글을 깨치고 나서 바로 책을 읽기 시작한거나 다름없다. 

또한 나는, 가제본을 읽지 않는다.
그런 것으로 봐 나는 분명 활자중독자는 아닌 것도 같다.
활자중독자는 뭐든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이라 가제본도 읽을 것이다.
나도 한 때는 가제본 몇 권 읽긴했다. 근데 읽다보면 넘기는 맛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의 정본은 두 페이지가 왼쪽, 오른쪽 한 면이지만,
어떤 가제본은 4 페이지가 한 면이다. 속도감이 없고, 왠지 모르게 벅차다는 느낌이 든다.
뭐 그런 건 차치하고라도, 가제본 읽으면 나중에 정본 보내주는데,
이게 또 사람은 묘하게 만든다.
남 주자니 아깝고, 갖고 있자니 별로 필요가 없다.
출판사에서 아예 안 만들면 좋겠는데...

가제본은 확실히 종이낭비란 생각이 든다.
가득이나 요즘 종이컵 안 쓰기, 산림 보호 이런 거 하고 있는데,
출판사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꽤 의식있는 사람들인 줄 착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제본은 가제본대로 만들어 종이 낭비하면서, 
여타의 자연보호에 관한 그런 책내면 좋은 책 출판하는 건가?

또한 난 학교 때 수학이나 과학은 젬병이었던 관계로
그런 책은 아예 쳐다도 보지 않는다.
막 내 상처가 건드려지는 것 같아 읽기가 싫어진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알지못하는 전인미답의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다못해 나는 거의 태어나면서 개를 길러왔고, 지금도 여전히 개를 기르고 있으면서도
개에 관한 책은 읽어보지도 못했다. 

또 그뿐인가? 예전엔 책이 그렇게 많이 다양하게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출판 환경이 좋아져서 시쳇말로 개나 소나 다 책을 내겠다고 한다.
더구나 책을 팔기위한 마케팅이나 선전문구는 또 얼마나 요란한가?
그런 가운데 옥석을 가리는 일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이것이 또 쉽지가 않다.
그 과정에서 나의 편견, 나의 취향이 섞여들어가기 마련이다.

그저 내가 오로지 관심있어 하는 건, 문학과 관련된 책들이 고작인데,
이것 또한 얼마나 편견이 많은가? 이 작가는 고리타분해서 싫고, 저 작가는 청승떨어 싫고,
그 작가는 멍청함을 들어내는 것 같아 웃기고, 등등...
요는, 아는 것이 병이랬다고,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편견은 더욱 심해져 간다는 생각이 든다.

내 방엔 아직도 나의 눈도장과 손때가 묻혀지길 바라는 책들이 그득그득 쌓여 있다.
언젠간 읽어야지 하면서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다.
알고보면 이것도 나의 편견의 산물이다. 내 취향에 맞을 것 같아 사 놓고, 내 취향에서 아직 선택되지 못한 책들.
때론 책에 대한 편견을 깨고, 지평을 넓혀 보겠다고 각종 리뷰 대회나 이벤트에 올인하는 나.
이 모습이 현재 내가 책을 읽는 자화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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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6-05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딴 과시용' ㅋㅋ
저도 책 편식이 심해서 제 남편은 소설 읽는 저보고 감히 '그런 것'만 읽지 말고 골고루 읽으라고 합니다. 문학, 소설 분야만 해도 얼마나 광범위한데...전 그것이라도 골고루 읽으면 좋겠어요.
눈도장과 손때라는 말이 오늘 따라 참 정겹게 들리네요.

stella.K 2011-06-05 19: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소설도 얼마나 방대한데요.
책은 그렇게 편애만해서 읽어도 다 못 읽어요.ㅜ

제가 손때를 손떼로 잘못 썼죠? 헷갈려요.ㅋ

꼬마요정 2011-06-06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건 베스트셀러라서 안 읽고, 이건 내가 안 좋아하는 작가라서 안 읽고, 요건 너무 어려워서 안 읽고... 하지만 세상 사람 중에서 대부분의 분야를 섭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한 분야, 한 작가만 파도 엄청난 걸요..라고 생각하며 아직 읽지 않은 책들 보면서 한숨 짓는 저입니다.^^

stella.K 2011-06-06 12:41   좋아요 0 | URL
ㅎㅎ 저랑 똑같으시군요.
맞아요. 한 분야, 한 작가도 엄청난데,
또 다른 쪽에선 그렇게 편식하지 말라고 하죠.
책은 너무 방대해요.ㅠ

oren 2011-06-06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님의 글을 읽어보니 저는 어른이 되고 난 이후엔 문학을 너무 멀리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초등학교 시절 읍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읽을 땐 온통 '문학전집류' 밖에 안 읽었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문학 특히 소설'과는 완전히 담 쌓고 지내는 것 같아요.

고교시절만 하더라도 한국근대문학전집이나 세계문학전집류들을 곧잘 재미있게 읽었었고, 군대 다닐 때만 하더라도 노벨문학상 수상작품들을 열심히 골라 읽었던 것 같은데, 나이 들면서부터 어느새 딱딱하고 어려운 책들만 골라 읽는 이상한 독서습관으로 바뀐 저 자신을 보면서, 자꾸만 더 문학쪽으로 되돌아가서 말랑말랑한 재미들을 느끼고 싶은 욕구를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닌데, 그게 참 쉽지가 않네요.

stella.K 2011-06-06 16:23   좋아요 0 | URL
뭘 그렇게까지...
그렇지 않아도 매번 오렌님 독서에 놀라고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만 파도 인생이 너무 짧다고 생각합니다.
말랑말랑 재미는 저에게 맞기시고, 오렌님 좋아하시는 책
읽으세요.^^
 
예술/대중문화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5월에 도착한 평가단 책을 채 펼쳐 보기도 전에, 6월에 주목 받을 만한 책을 숙제처럼 하고 있다. 5월에 받은 책 중 한 권은 내가 원하던 책이 선정이어서 이의는 없다만, 도착한 영화 관련 책은 논문집이어서 그다지 마음이 안 간다. 영화야 재밌게 즐기며 보면 되는 거지, 이렇게 어려운 책 옆게 끼고 볼 일 있을까? 좀 겁도나고, 한숨도 나온다. 정말 누구 말마따나 평가단 책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평가단 해 보겠다고 쉽게 덤빌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라고 써놓고 보니 좀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불평은 나의 힘이다. TV의 수준은 딱 중학교 2학년 수준이라고 오래 전 들은 적이 있다. 지금도 그 말이 유효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쉬워야 하고, 누구나 공유가 가능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책도 좀 그래야 하지 않을까? 특히 평가단 책은 더더욱. 논문집이야 전공자들 보라고 그러고. 그래도 책은 교양물이니 중학교 수준이 좀 그러면, 고등학교 2학년 생들이 보면 좋을만한 수준으로 뽑아 줬으면 좋겠다.   

이번 달에도 좋은 책들이 선정되길 바라며... 

그림이 참 재밌고, 독특하다. 꽃분홍색 팝콘을 담아 놓은 것도 같고, 밥 색깔이 저럴 리 없겠지만 그래도 밥을 수북히 담아 놓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뜻 보면 무슨 잡지 표지 같기도 하다. 그냥 미술 입문자들을 위해 편히 볼 수 있는 책 같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우리 그림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그렇지! 역시 우리 것은 좋은 것이랬다고, 나도 언제부턴가 우리 그림에 더 눈길과 마음이 간다.  

독특한 건, 4개의 소제목과 그에 따른 우리 그림이 소개되어져 있는데, 또 그 소제목들이 삶을 되돌아 보게하는 주제들이다. 이런 시도가 전에도 있어 왔는지 모르겠지만, 나름 신선해 보여서 마음이 간다. 확실히 무엇을 보느냐가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책 보면 나도 좋은 생각이 절로 나올까? 궁금하다.   

 언뜻 위의 책과도 매치가 잘 되 보이지 않나 싶기도 한데, 무엇보다 저자가 마음을 끈다. 손철주! 미술계에선 알아주는 재담가 아닌가? 책 소개에도,  스스로 ‘잘 노는 사람’이라 말하는 그의 사람됨의 멋은 직접 보고 말을 섞어보면 글과 진배없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 같다.  

 

 

 

 

사실 요즘 영화가 가벼워진 것 같긴하다. 아무래도 영화의 경제적 효과를 생각하면 심각하고 괴로운 영화는 잘 안 보게되는 건 사실이다. 그건 좀 안타까운 현실인데, 영화에 관한 책을 봐야한다면 난 이런 책을 보고 싶다.  어렵지 않으면서 뭔가의 생각할 거리를 주면서, 영화 보는 수준을 높여주는 그런 책.  

저자의 경력도 무시 못할 화려한 경력이지만, 나는 무엇보다 출판사가 마음에 든다. 선택을 망설이지 않게 한다.         

 

 

  

                                        그의 삶과 죽음은, 그가 이 세상에 왔다 간지 몇 백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회자가 되고 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난 아직도 베토벤에 관한 변변한 전기조차 읽어보질 못했다. 

그런데 저자가 또 불쑥 베토벤에 관한 책을 들이 밀고 있다. 저자가 왜 이 책을 독자들에게 들이 밀었는지 그 진의가 알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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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요즘 대세는 '나가수'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지난 주, 지지난 주의 감동을 과연 이어갈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봤는데 역시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임재범도 하차했지, 좋아하게된 박정현도 콘서트 때문에 지친 게 역력하다.
그래도 그녀는 매번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보인다. 물론 다른 가수도 그렇긴 하지만.

그 주에 1등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수들은 알고 있을까?
지난 몇 주 동안 지켜본 바에 의하면,
나름 지명도 있는 가수의 노래를 부르면 1등 내지는 수위에 등수를 차지할 수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박정현이 조용필의 노래를 부른 것이라든지,
임재범이 윤복희의 '여러분'을 부른 것이나,
옥주현이 이승환의 '천일 동안'을 부른 것을 보면.

그런데 이 프로는 마가 끼었을까? 시작부터 삐걱 댔던 것이 말이 끊이지 않는다. 

PD가 교체되고, 한 달의 공백기가 있었으면 좋아질 법도 한데, 이 프로에 대한 악성 루머가 이젠 아예 괴담 수준을 넘 보고 있다.

임재범이 곤욕을 치르게 하더니, 옥주현이가 도마에 올랐고, 지금은 BMK까지 한데 싸잡아 편집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다른 건 그렇다쳐도, 이 프로는 라이브 프론데(물론 녹화라는 거 안다. 하지만 가수들이 방청객들 앞에서만큼은 라이브로 불렀을 것이 아닌가? 우린 편집된 것을 보는 것이고) 앞에서  어떻게 노래하는 순간에 편집이 가능하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쨌든 그러다 보니, 과연 이 '나가수'가 과연 앞으로도 오래 갈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난 무엇보다 순수하고, 단순하게 음악만을 즐겼으면 좋겠는데 그게 그렇게 안 되는 걸까?
출연진이 사적으로 어땠던 지간에 그건 좀 본인들에게 맡기고(그들이 어린 아이도 아니지 않는가?), 
이 가수가 얼마나 기량이 뛰어난지,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좀 지켜봐 줬으면 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옥주현이 떨어진 김연우 대신 나왔다. 
그런데 이 여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누구는 생각 보다 잘한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못한다고 한다.
나는 별로 관심없던 사람이라 그렇게 보면 생각보다 잘한다는 쪽이다.
난 이 가수가 어디까지 보여 줄 수 있는지 지켜보고 싶다.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에 그녀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면 주눅들어 뭔들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첫 무대도 보라. 얼마나 경직된 채 현장에 있었는지.

현대 사회는 참 반응이 빠르다. 그래서 말도 빠르게 너무 가차없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녀의 경직된 표정을 보면서, 저래가지고 얼마를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작가가 글 잘 쓴다는 말, 요리사가 요리 잘한다는 말, 가수가 노래 잘한다는 말 외에 최고의 찬사가 어딨겠는가?
그것을 시작도 하기 전에 기를 죽여 놓으면 어쩌겠다는 말인가?
나는 옥주현에게서, 얼마 전 자살한 송모 아나운서가 떠올랐다. 
혹시라도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 
사람의 어떠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던가,
그럴 자신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TV에 안 나왔으면 좋겠다. 
이건 그녀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녀가 상처 받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다.

사람들, 참 남 얘기하기 좋아한다. 
그런 주둥이들 당장 무대에 서 보라지. 옥주현 반도 못할 것들이면서...
난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 것이, 서태지와 이지아다. 그래서 뭘 어째야 하는 건데?
좀 우스웠다. 그건 엄밀히 말하면 그 사람들 사생활 아닌가?
그 둘이 무슨 추악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경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잠시 나도 놀라긴 했다. 몰랐던 걸 알았는데 그 정도 반응도 못하겠는가?
하지만 더 이상 얘기 할 것도 없겠구만, 일파만파란다. 뭘 갖고 일파만팔까?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

얘기가 좀 빗나갔다.
난 이제 좀 가수들 험담하지 말고, 괜찮은 프로에 찬물만 끼얹지 말고,
과연 우리가 그만한 쇼 프로를 즐길만한 사람들인지 좀 돌아 보았으면 좋겠다. 
그런 것 조차 우리가 즐길 수 없다면 뭔들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다 벌여 준 잔치상을 즐기지 못한대서야, 우리 문화시민 맞아?  
난 '나가수' 제작진들 못해 먹겠다고 나자빠질까 그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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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1-05-3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옥주현이 왜 논란에 대상이 되었는지 이해를 하지 못 했는데, 아래 기사가 그나마 설득력이 있게 설명했습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5606

stella.K 2011-05-31 14:19   좋아요 0 | URL
음,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래서 그토록이나 옥주현이 경직됐나 봅니다.
아무튼 이 기회에 가요계도 자정 노력이 있길 바래봅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cyrus 2011-05-31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실 옥주현 출연에 대해서 그렇게 큰 기대가 느껴지지 않았어요,
예전에 임재범, 김연우, BMK 나왔을 때는 무척 기대감을 느겼는데 말이죠.
그런데 막상 TV로 봤는데,, 제가 생각하는 이상 가창력이 좋더군요.
노래도 참 좋았구요.. 옥주현의 팬은 아니지만 좋은 노래실력을
청중들을 위해 선보였으면 좋겠어요.

stella.K 2011-05-31 15:06   좋아요 0 | URL
저도 시루스님과 같은 생각이어요.
임재범 하차 이후 김이 빠진 느낌도 드는데,
빨리 좀 조용해져서 진정한 음악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난 주엔 그랬지만, 아마 모르긴 해도 돌아 오는 주엔 또 좀
생기가 있어질지 모르겠어요. 2차 경합이 탈락자 나오는 주라
출연진들이 혼신을 다하잖아요.^^

saint236 2011-05-31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왜 옥주현을 보면 다른 생각이 나는 것일가요? 분명 데뷔 시기에 옥주현은 핑클의 조혜련이었습니다. 조혜련과의 싱크로율이 90%가 넘어갔는데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슬림해지더니 전혀 다른 사람이 되더군요. 아마 옥주현의 안티 중에는 그런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stella.K 2011-05-31 18:35   좋아요 0 | URL
전 핑클 시절의 옥주현이 잘 기억이 안나요.
그리고 핑클에서 활동했을 시절은 옥주현만이 그랬던 건 아니겠더라구요.
심은하도 한창 시절 얼마나 통통했는데요.
<인터뷰>란 영화 얼마 전 다시 보고 식겁했다는.
그땐 미의 기준이 지금과 또 달랐겠더라구요.

그래도 그때는 노래보단 외모나 포퍼먼스로 승부를 봤다면,
이제는 노래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봐요.
모험이긴 하지만 이즈음 나온 것도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1-05-31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1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1-05-31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먼저 꾸욱~~
옥주현이 안티팬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넘 안됐어요.
아이돌 스타이긴 하지만 그래도 뮤지컬 배우로 열심히 활동중이고, 이번 나가수에서도 노래 정말 잘 하던데요.^^
나쁜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뇌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요.

stella.K 2011-06-01 11:2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사람의 뇌 자체가 애초에 그렇다는 말도 들은 것 같아요.
나쁘다기 보단, 자꾸 안 좋은 쪽으로 간다는 거죠.
한없이, 끝없이. 그래서 애써 좋은 마음과 긍정적인 사고를 하도록
훈련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맞는 말 같더라고요.
고맙습니다.^^

똘똘한앵두 2011-05-31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원해요...생각만하고 있었는데 제가 하고 싶은말을 참 조리있게 잘쓰셨네요!! 저는 요즘 그냥 세상이 아주오래전 저희할머니께서 하시던 표현이 생각나게해요...ㅋㅋ 오도방정....제가 좀 까불때 그렇게 혼내셨죠...왜들 쉽게 끓어대는지 모르겠어요...저도 간만에 가족과 함께볼수 있는 프로찾았다고생각했는데...부디 휘둘리지않고 오래갔으면 하는 맘 뿐이네요..

stella.K 2011-06-01 11:27   좋아요 0 | URL
그냥 생각한 걸 내 식대로 썼을 뿐인데
예쁘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좀 더 논리적이었으면 좋았을 텐데...ㅜ

2011-06-01 0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6-01 12:19   좋아요 0 | URL
와우, 녹화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시네요.
전 이렇게 복잡한 줄 몰랐어요.
녹화라는 거 저도 알고 있어요.
단지 가수들이 노래 부를 때만큼은 라이브 아니었겠느냐는 거죠.
거기 방청객도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우린 편집된 부분을 보는 거 아니냐는 거죠.

그렇죠. 글 잘못 쓰면 돌맞죠.ㅎㅎ

2011-06-01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1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1-06-01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주현은 안 되어 보이고 사회현상은 흥미롭고.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5616
저에게 '나는 가수다'는 임재범과 김연우로써 소임을 다한 듯한 느낌입니다.

stella.K 2011-06-01 12:16   좋아요 0 | URL
임재범을 능가한 사람이 또 나올가요?
그런 점에서 임재범이 너무 일찍 나왔다 사라진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저 <나가수> 중간쯤 식상하지 않나 싶을 때 나와주면
확 다시한번 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김연우 노래 잘하는 가순 건 인정하겠는데
저는 의외로 그닥 감동은 없었어요.
목소리에서 아직 연륜이 느껴지지 않는달까?
물론 요즘 가수에 비할 건 아니지만.
그리고 이 프로는 크게 기대 안하고 당분간
지켜봐도 좋을 것 같아요.
옛날에 유행했던 노래와 그 노래의 편곡이란 점에서
울나라 가요사를 다시 쓰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stella.K 2011-06-0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기능은 강화되고, 악평이나 스포일러는 좀 잠잠해 졌으면 좋겠는데..
사람들이 분노를 매체에 다 푸는 것 같아요.
희노애락을 TV에 건다고 할까요.
오랜만에 비주얼에 묻혀서 눈에 띄지 못했던 가수들의 모습을 프라임 타임에 좀 자주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불후의 명곡처럼 아이돌 써먹지 말고 말이죠.. ^^"

어제 나랑 내기 글 쓰고 있는 나주 청년이 남긴 댓글이다.
그의 말에 동감이다.

하늘바람 2011-06-02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천일동안 노래 가사만 따라 부르다 울었어요 다시는 만나지 마요에서요.

stella.K 2011-06-02 13:41   좋아요 0 | URL
이승환도 이승환이지만, 옥주현이 부르니 그도 새로운 맛이었어요.
그죠?^^

피아졸라 2011-06-02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기회가 좋았던거 같아요. 다른 가수분들의 컨티션 난조에, 예전같은 시스템이였으면, 자신의 히트곡을 불러야하는데, 빠른 진행을 원하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 중간 단계를 없애면서 순번을 6, 7번으로 주고. 등등. 옥주현이 제일 기억에 남긴 남았답니다. 저 역시 옥주현 1등, yb 2등, 박정현 3번이라고 했으니가. bmk는 7등.

stella.K 2011-06-03 11:0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내 노래 잘 부르기도 벅찰텐데
도전 미션이 꽤 커보였던 모양입니다.
이게 잘만 되면 좋겠는데, 가수들을 힘들게 하고 있으니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ㅠ

어리 2011-06-03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는 말씀이세요 사람들은 때때로 익명이라는 그늘아래서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죠 마치 현실에서 사회불만자가 불특정다수를 향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처럼요
저는 사실 나가수 애청자는 아니에요 그냥 방송을 하면 보고 다른 방송을 보게 되면 다른 거 보고 그랬는데 요즘은 재방송도 많이해서 꽤 다 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왜 이리들 그 프로그램 가지고 사람들이 그러는 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요즘 사람들은 서바이벌에 미쳐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얼마전 끝난 위탄에 사람들이 열광한 것처럼요 하나의 사회심리같아요 사람의 내적본능엔 제로섬 본능이 있는 것도 같고요
중요한 건 그 내적분출이 엉뚱하게 선량한 출연진을 괴롭히는데 표출되니 문제네요
어쨌든 개인적으로 나가수의 무대를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노래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눈물이 나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죠
임재범 씨의 여러분과 최근의 옥주현 씨의 천일동안을 듣고 눈물을 흘렸던 저의 경험은 아마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stella.K 2011-06-03 11:0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서바이벌.
방송이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하죠?
위탄 같은 경우는 출연진이나 보는 사람이나 너무 지치고
피를 말리겠다 싶어 저는 거의 안 봅니다.
성격상 과정을 보는 것을 즐기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은 정말 생각하는 것 보다 너무 심각하겠더라구요.
 
하정우, 느낌 있다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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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가끔 물건에 비유하는 경우가 있다. 뭔가 하나에 반짝이는 재주를 보이면 "핫, 요것 물건인데...!" 한다. 그렇게 말하는 건, 그만큼 가능성 있어 보인다는 뜻이고, 느낌이 좋다는 말도 될 것이다.   

하정우의 나이를 보거나, 영화 경력으로 보거나, 그를 두고 이렇게 말하는 건 이제 그에 대한 예의는 아닌 성 싶다. 그는 이미 <추격자>를 비롯해 몇몇 작품에서 확실한 그의 존재감을 각인시켜 주고 있다. 솔직히 <추격자>를 유쾌한 마음으로 봐 주기란 힘이 든다. 배우가 왕자 같은 역만 맡으려 해서도 안되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지영민 같은 역을 맡는다는 건 솔직히 보는 입장에선 내키지는 않는다. 영화 '추격자'를 볼 즈음, 나는 하정우에 대해 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멋진 하루>나 <국가대표>에서의 그를 보는 건 얼마나 즐겁고, 유쾌했던? 그런데 <추격자>에서 걸렸다. 왜 하필 이런 역을...? 희대의 살인마라는 점에서 나쁘기도 하지만, 힘들기도 했을 것이다.  

지금은 전혀 관심도, 흥미도 없어졌지만 한때 시나리오를 (잠깐) 공부하고, 아직도 그 망령을 떨쳐버리지 못했나 보다. 유명 연예인이 책을 썼다고 해서 무조건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데, 하정우가 책을 썼다고 하니 관심이 갔다. 이 사람이라면 뭔가 할 얘기가 있을 것 같고, 곱씹어 들을만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이런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하정우에 대해 알려면 꼭 그의 그림을 알아야 한다.  그의 미술에 대한 관심은 선배인 고현정에 의해 시작이 되었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추격자>를 찍을 때부터였다고 한다. 하루 종일 연쇄살인범 지영민을 연기하다 보면 마음이 맑아지지 않았고, 쉽게 쉴 수가 없었다고 한다. 쉬기 위해 억지로 잠을 청하는 대신 그림을 그리자고 했고, 그것은 의외로 효과가 좋아 그때부터 쉬는 때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럴까? 이 책엔 그가 그림 그림 60점이 소개되어 있으며, 그가 좋아하는 화가에 대한 해설이 들어있다. 나 개인적으론 그의 화풍을 딱히 좋다고는 말할 수는 없는데, 보면 상당히 공들여서 열심히 그린 흔적을 느낄 수가 있고,  그 실력이 웬만한 화가 못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김흥수 화백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놀라운 건 이 모든 것이  독학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그는 직업란에도 당당히 화가라고 쓴다고 한다(물론 직업란에 화가라고 쓰게 된 배경이 좀 특이하긴 하지만).  

하정우의 문체는 소탈하고, 진솔하고,  조근조근하다. 그리고 그것은 의외로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때론 뭔가의 카리스마가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척'하지 않고, 긍정적인 그의 인생관이 매력적이다. 집안이 기울지만 않았어도, 그는 미국 연수를 무사히 마쳤을 것이고, 좀 더 기량이 뛰어난 배우가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갔던 길을 다시 돌아와야 했을 때, 그는 언젠가 다시 가게될 거라고 열심히 꿈을 꿨고, 마침내 그꿈을 이뤘다. 그리고 지금의 여려움이 자신의 연기 인생에 자양분이 될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런 긍정적인 인생관이 있었기에 그는 오늘도 찬찬히 벽돌을 쌓아가듯 자신의 인생의 집을 짓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연기관이나 연애관도 참 확고하고 남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보면 그의 시나리오를 볼 수가 있는데, 웬만한 수험생 참고서를 방불케 한다. 어쩌면 그리도 밑줄이 많이 거져있으며, 메모가 빽빽히 들어 차 있는 것인지. 그의 연기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란 걸 알 수가 있다. 그러면서 배우가 무슨 무당이냐고 반문한다. 빙의가 되고, 필을 받게......(AN ACTOR 01에 나온 말이다)라고 반문한다.  그의 연기는 오로지 공부-연습-조율을 거쳐 철저히 계산된 연기고, 철학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 말이 얼마나 똥폼 잡고 하는 거짓말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사랑을 용기가 없어 하지 못하거나, 너무 계산된 만남만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AN ACTOR 08(206P~ )을 읽어봐 주면 좋겠다. "사랑해."라고 조근거리며 하는 말 속에, 얼마나 많은 거짓이 숨어 있는지, 그 말속엔 얼마나 많은 모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 그렇게 오가닉 라이프를 부르짖으면서 왜 사랑은 오가닉하지 못한 것인지, 무릎을 칠만큼 구구절절 옳은 말을 하고 있다. "내 손가락이 저 사람의 손가락에 살짝 닿았으면 좋겠다."라고 한 그의 말이 좋다.  

또 때론, 그가 친구에 대해, 우정에 대해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가 느껴진다. 친하게 지냈던 친구나 지인도 어느 때가 되면 멀어진다. 내가 그들을 멀리하는 건지, 그들이 나를 멀리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럴 때 변함없이 부를 수 있고, 추억을 서슴없이 떠올릴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복된 일인가? 그래서 하정우가 부럽기도 하다. 

그밖에도 그가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배우, 거듭해서 보게 만드는 영화, 그의 하루가 마치 라디오 DJ가 조근대며 말하는 것처럼 씌여져 있다. 확실히 내가 기존에 봐왔던 에세이와는 좀 다른 느낌이다. 뭐랄까? 모던하고, 심풀한 느낌이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편집도 마음에 든다.  

나는 가끔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보면, 그를 지켜볼 수 있는 관객이나 시청자에게는 굉장한 선물이라는 생각을 이즈음 해 보게 된다. 사람만큼 탁월한 예술품은 없다고 했는데, 자신을 고도로 훈련시킨 예술품을 보는 건데 어찌 최고의 선물이라 말하지 않겠는가.  

나는, 이 배우가 참 믿음직스럽다. 그의 행보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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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5-30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원래 그림을 그렸던 사람이 아니란 거지요? 우와 추격자 찍을 때부터 그림을 그린 것이라니 정말 대단나네요

stella.K 2011-05-30 11:52   좋아요 0 | URL
참 열심히 사는 사람 같아서 보기가 좋아요.
하늘바람님도 기회되시면 읽어 보세요.
후회 안하실 거예요.^^

cyrus 2011-05-30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남자,, 같은 남자로써 잘 멋지다고 생각하면서 은근히 질투심을 유발하는,, ㅎㅎ;;

stella.K 2011-05-30 11:53   좋아요 0 | URL
ㅎㅎ 그래도 하정우 최근에 수염을 길러서
지저분하고, 영감같아졌어요.
그게 아니면 진짜 훈남인데...ㅋㅋ
시루스님도 훈남이잖아요.^^
 
마이 리틀 레드북 - 100명의 솔직한 초경 이야기 '여자는 누구나 그날을 기억한다'
레이첼 카우더 네일버프 엮음, 박수연 옮김 / 부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프롤로그 

이야기 발상부터가 깜찍하다.  

이 책의 엮은이는 13살 때 처음 초경을 경험하게 되는데, 하필 외할아버지 댁에서 수상스키를 타다 그렇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또 그때 따라 탐폰도 생리대로 없어 휴지로 대충 처리를 했는데, 이를 눈치 챈 외할아버지는 생리대를 산다는 것이, 요실금 기저귀를 사다 준다. 그도 그럴 것이 외할아버지가 사는 동네는 젊은 여자는 없고 할머니들만 득실대는 곳이라 생리대는 팔지 않았던 것. 얼마나 창피하고 당황스러웠을까? 그런데, 엄마와 이모들은 그런 그녀를 위로하기 보다 그 일을 두고두고 우스개 이야기거리로 삼았다고 한다. 옛적 당신들의 경험을 추억 삼아.  지은이는 바로 이 점에 착안을 해 초경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했고, 그것은 의외로 많은 이야기거리를 낳았다. 그리고 이렇게 빨간색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정중앙에 팬티 그림이 앙징맞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있으려니, 뭔가 나의 이야기도 보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지는 이 글 마지막에 이르면 밝혀지리라. 자, 그럼 내 이야기를 해 볼까? 

나도 하게 될 거야

하도 오래된 일이라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아주 어렸을 적, 그러니까 10살이 되기 이전이었던 것 같다. 이모들이 집에 놀러왔는데, 갑자기 언니와 오빠를 놀려주겠다고 숨자는 것이었다. 당시 우리집엔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방 하나가 있었는데, 그 방엔 잡동사니를 넣어 놓는 다락이 있었다. 거긴 출입구가 워낙 작고 높아 잘 가지 않는 곳인데, 그곳에 숨게 되었다. 그때  언니와 오빠가 우리를 찾아낼 때까지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모들과 엄마가 생리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순간 나만 소외되는 것도 같고, 나를 너무 어리게만 보는 것이 싫어 불쑥, "나도 하게 될 거야."라고 말 해 버렸다. 그러자 막내 이모는 의혹의 눈빛으로 "뭘?" 하는데, 갑자기 말문이 막혀 버렸다. 방금 신나게 떠들어 놓고 뭐라니? 그러자 이모는 "뭘 하는데?"하며 재차 물었다. 나는 속으로, '그 얘기 하는 거 아니었나? 그런데 왜 시치미를 떼지? 난 다 알고 있는데.' 그런데 문제는 그걸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는 거다.  척하면, 착하고 알아 들어야 하는데 우리 이모는 그런 센스가 부족했다. 아, 그때 내가 '월경'이나 '멘스'란 단어를 알았어도 꿀 먹은 벙어리는 면했던 건데. 그러니까 엄마의 자매들은 말중에 그 말을 사용하지 않았거나, 사용했더라도 난 아직 그런 단어를 구사하기엔 언어능력이 달렸던 거다. 하지만 무엇보다 당신들이 나를 너무 어리게 보는게 여간 섭섭한 게 아니었다.  

'이래뵈도 저 알건 다 안다니깐요. 흥!'    

뻘(빨)갱이가 쳐들어 왔어!

사실 '월경'이란 말 보다 '멘스'란 말을 먼저 들은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그건 당시 우리집 입주 가사도우미, 그러니까 식모 언니에게서 처음 들었는데, 엄마가 다른 것은 다 맡겨도, 생리 때면 써왔던 천 기저귀를 그 언니에게 맡기지 않은 것이다. 그것마는 당신 손으로 직접 빨았는데,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던 말이 '멘스'였고, 그것을 그 언니가 나에게 옮긴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월경을 멘스라고 한다니? 훨씬 멋있고, 매력적인 단어라고 생각했다. 하긴, 그 나이 때 어떤 영어 단어, 외래어가 멋있지 않은겠는가? 더구나 당시는 외래어 사용 금지, 국어 순화 운동이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했던 때다. 왜 하지 말라면 더 한다고 하지 않는가? 아무튼 '멘스'는 너무 매력적인 단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월경 때면 '멘스' 말 보다는 이걸두고 하는 은어가 있는데, "뻘갱이 가 쳐들어 왔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 알이 들을만한 사람들은 다 알아 듣는다. 빨갱이도 아니다. 뻘갱이다. 엄마는 항상 그랬다. 반공시절, 북한 괴뢰군을 지칭할 때도 뻘갱이였고, 월경을 지칭할 때도 뻘갱이다. 뻘갱이는 사투리였음직도 한데, 빨갱이 보다 더 강렬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 후 나도 본격적으로 월경이 시작이 되고, 엄마가 몰라주면 흉내낼 겸 가끔 그것을 따라하곤 했다.  

생리대의 역사                          

내가 어렸을 때의 생리대는 지금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언니가 생리를 시작했는데, 월경 때면 입는 월경 팬티에 위 아래 가로로 두 줄의 끈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생리대는 접착식이 아니라 부직포 같은 것이 한겹 더 씌워져 위 아래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말하자면 패드가 마치 사탕껍질 모양으로 한겹 더 쌓여있는 있는 모양이랄까? 그것을 그 끈이 고정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때 너무 어려 '이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했었다.  생리대를 알지 못했던 나는, 마치 깨끗한 휴지가 여러겹 쌓여서 예쁘게 부직포 로 포장이 되어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호기심에 그 껍질을 벗겨보고 싶었는데 도무지 어디에도 쉽게 벗겨낼 수가 없었다.  그게 나름 신비로웠다.  

그러다 접착식 생리대가 나왔고, 나는 그것부터 사용했던 것 같다. 이것이야 말로 가히 생리대의 혁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얼마 뒤엔 '방취식 생리대'가 눈길을 끌었는데, 말하자면 생리할 때 냄새를 잡아주는 것이라고 하는데 다른 냄새로 전환시키기 위해 짙은 향수 냄새를 풍겼다. 그리고 그건 오히려 남자들의 표적이 된다고 해서 잠시 나왔다 사라졌지만, 지금은 좀더 친환경적인 소재의 방취식 생리대가 다시 나오고 있다.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나는 그 옛날 우리 엄마가 썼던 천 기저귀가 시쳇말로,  짱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건 못 쓸 것 같은데, 생리대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새는 생리를 완벽하게 차단시켜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저귀만큼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난 한번도 엄마가 생리 때 잠을 자다가 옆으로나, 뒤로 샜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으니까. 지금의 오버나이트가 나오기 전까지 나의 초기 생리 땐 넘쳐나는 생리를 주체할 수가 없어 아예 첫날밤은 요를 깔지 못하고 맨바닥에서 이불만 덥고 잔 적도 있다. 그런 다음 날이면 몸이 베겨서 잠을 잤는지, 뭐에 두들겨 맞았는지 모를 정도로 몸이 안 좋았다. 그렇지 않더라도 판매되는 생리대는 알고보면 화학 처리가 불가피 해 피부에 자극을 준다고 한때 천 생리대를 사용하자는 운동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래도 생리대의 눈부신 발전은 90년대 들면서 본격화 됐는데, 그것의 필두가 '위스퍼'였던 것으로 안다. 그때 그것을 처음 사용해 보고, 역시 생리대는 할 수만 있으면 좋은 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깨달았다. 그것은 다른 기존의 제품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비쌌는데, 그렇게 비싸더라도 꼭 좋은 것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갖도록 해준 게 바로 그 생리대였던 것이다. 

나의 초경 

얘기를 하다보니 생리 중의 이야기를 먼저하게 됐다. 나의 초경은, 초등학교 6학년 여름에 시작이 되었다.  이미 학교에서 또는 나의 엄마나 언니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던 거라, 나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라는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초경이 있기 얼마 전부터 어느 때가 되면 갑자기 몸에서 뭔가가 한 방울 흘러 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럴 때가 되면 곧 초경이 얼마 안 남은 거라고 당황하지 말라고, 당시의 담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런데, 이 책의 엮은이를 비롯해 여기에 나온 대부분의 여자들이 황당하게 초경을 맞는 걸 볼 수가 있는데, 나 역시도 그런 선생님의 가르침과 몸의 신호에도 불구하고 지금 생각해도 좀 멍청하게 초경을 맞이했다 싶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또래에 비해 비교적 일찍 초경이 시작된 셈인데, 다들 그 무렵 겨울이나 중학교 들어와서 시작되는 것을, 나는 여름도 다 보내기 전에 시작됐으니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슨 오긴지 아니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발견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팬티만 갈아 입었을 뿐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엄마와 언니가 걱정을 하고 나올 정도였다. 그래도 난 "아냐. 그럴리 없어. 내가 벌써? 말도 안돼." 팬티는 금방 피로 억룩져 다리를 타고 흘러 나올 지경인데도 난 이렇게 쉬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언니가 킥킥대고 웃으며, "빨리 대책세워."하며, 너도 별 수 없는 여자라는 걸 인정하라는 눈치였다. 나도 더 이상 버틸 수마는 없었던지라 언니의 말이 떨어지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그때의 황당함과 허망함이란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나의 어린 시절은 영영 가버린 건가? 그리고 이대로 여자가 되어버리는 건가? 나의 유년 시절이 새삼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망있는 가문에서는 생리가 시작되면 포도주도 따고, 축하를 해 준다는데 우리 엄마는 그런 것도 안 해 주고, 오직 언니의 야릇하고도 묘한 웃음만 째려 보는 것 밖에 없었다. 언니라고 하나 있는 것이 엄마 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하긴, 엄마가 그러는데 언니라고 낫겠는가? 그런 걸 바라는 내가 잘못이지.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건, 초경을 축하해 준다는 것에 대해 굳이 인위적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 것을 해 줌으로 밝은 느낌으로 월경을 맞이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초경 이후에도 그것을 긍정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인식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사실 여자들이 월경에 갖는 느낌이나 인식이 그렇게 밝지마는 않다는 느낌이다.  

스티븐 킹, 당신 실수한 거야! 

물론, 이 잘난 작가를 헐뜯을 생각은 없다. 그런데 내가 초경을 할 그 즈음, 이 영화가 상륙했다. 아직 어린 나이라 영화관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고, 이런 공포 영화는 접할 기회가 없어 영화는 못 봤지만, 당시 영화와 함께 책이 번역 출간 되었다. 그때 난 학교에 읽을만한 책을 들고 다녔는데, 마침 스티븐 킹 동명소설을 들고 다녔다. 그땐 스티븐 킹이 얼마나 유명간 소설간지 잘 몰랐다. 단지 이 책을 읽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남자 아이들은 그닥 그렇지 않은데, 여자 아이들이 얼굴을 찡그리며 치우라고 눈치를 주는 것이었다. 왜 그런가 했더니,  무서운 소설이라 그랬던 것이 아니라, 그 소설 속 주인공 캐리가 초경을 경험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해서 눈치를 주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스티븐 킹이 다른 소설을 잘 썼을지 몰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신사답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여자의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을 이렇게 기괴한 이미지에 써 먹을 생각을 했을까? 물론 해석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조소 당하는 느낌이어서 기분이 좋지는 않다. 그것을 영화에 그대로 써 먹은 제작진도 그렇고. 

이렇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월경을 자랑스럽지 못한 것으로 인식해 온 것도 사실이다. 아니, 책을 치우랬다고 해서, 생리를 할 운명에 봉착한 계집 아이들이 생리를 안하는 것이 되는 건가? 지금은 그런 의식이 많이 흐려진 것 같긴 하지만, 우리 한창 때는 남자가 카운터를 지키는 슈퍼나 약방에서 생리대를 살 엄두도 내지 못했다. 반드시 여자가 주인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생리대를 사곤 했다. 하긴, 작년이던가? 편의점에서 생리대를 사는데, 새파란 젊은 남자가 카운터에 서 있다. 내가 생리대를 내밀었더니 묘한 분위기와 손놀림으로 그것을 계산하고 봉지에 담는 것이다. 속으로, '이런 촌놈!' 했다.  

또, 내가 20대 젊은 날, 교회 아는 또래 남자애들이랑 섞여서 이야기를 하다가 누가 휴지를 찾기에 내가 얼른 휴지를 내준다는 게 하필 가방에서 잡힌 물건이 생리대였다. 나는 번개같은 손놀림으로 즉시 생리대를 집어 넣고 재빨리 휴지를 꺼냈는데, 그 0.0001초를 참아내지 못하고, 여자 아이들은 민망해 고개를 전부 아래로 숙이고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다. 실수한 사람 무안하게 그렇게까지 할 건 또 뭐가 있는가? 휴지와 생리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다 위생을 위한 필수품 아니던가? 마치 생리도 안하고 사는 고고한 한 마리 학인 양 하는 게 더 우습지 않은가?  

기억하는지 모르겠는데, 지금으로부터 한 10년 전이었나? 여성의 생리대 값을 나라에서 지원해 주자는 법안을 놓고 말이 많았다.  앞서도 말했지만 정말 여자는 좋은 걸 쓸 권리와 의무가 있다. '위스퍼'를 필두로 생리대의 고급화가 이루어지니 그 비싼 생리대가 어느새 평준화가 되어버렸다. 이런 건 정말 나라에서 지원을 해서 좀 싼 가격에 쓸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는데 그게 통과를 하지 못한 것이다. 그 이유가 어느 남자 국회의원이 여자의 생리대 값을 지원해 줄 것 같으면, 똑같이 남자의 면도에 드는 비용을 나라에서 지원을 해 줘야한다나 뭐라나. 순간 누군지 모으지만 쪼잔하기 한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견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니가 여자의 생리를 알아?' 콱 주어박아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좋다. 그런 거 법안 통과 안 시켜도 좋으니 민생이나 책임져라!  

하지만 한 나라의 여성의 생리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국민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들은 여자들이 죄가 많아 한 달에 한번씩 생리를 하며 속죄를 하는 거라는 생각을 신앙처럼 믿고 살아왔다. 그렇다면 남자는 뭐 죄가 많아서 밖에 나가 뼈 빠지게 일하는 것인가? 연출가 오태석 씨가 여성의 생리를 두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차오르고 나면 기우는 달처럼 자신의 몸에서 달의 주기를 체험하는 위대한 분들, 어떻게 이런 분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있나."(8p) 정말 여성의 생리를 이렇게까지 존중해 주는 남자가 있다면 어찌 그를 흠모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건 가히 스티븐 킹의 소설 <캐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신비스런 수사다. 

폐경 즈음에 월경을 되돌아 보다                           

물론 난 아직 폐경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오태석 씨가 말한 달의 주기를 꼬박꼬박 체험하는 위대한 사람 중 한 사람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 달의 주기를 얼마나 더 체험할 수 있을까? 손꼽아 볼 나이가 되었다. 월경을 일찍 시작한 사람은 내 나이 정도에 폐경을 맞이한 사람도 없지는 않으리라. 이쯤되니 이맘도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폐경이 됐을 때 나는 엄마를 꽤 부러워했다. 여름 한철 월경을 시작해 보라. 이때 만큼은 정말 어느 북극에라도 다녀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건 정말 아는 사람만 안다.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되니 엄마는 얼마나 좋을까? 부러웠다.   

이놈의 월경은 해도 문제고, 안 해도 문제며, 너무 많이해도 문제고, 적게 해도 문제다. 내가 초경을 했을 때 나는 공공연하게 같은 또래 여자 아이들에게 "하니?", "시작됐어?"라고 묻고 다니곤 했다. 그런 것처럼 이제 난 또 가끔 묻는다. "아직도 하니(해요)?"라고.  초경을 다소 초조하게 기다렸던 내가, 지금은  그것이 서서히 그림자를 보이며 사라져 가려고 하고 있다. 그 기분은 어떤 것일까?  정말 홀가분하고, 더 이상 아랫도리에 촉수를 예민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마냥 좋아할 수 있을까? 그런데 왠지 초경을 시작했을 때만큼이나 서글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더 이상 젊지 않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고. 그래서 가끔 엄마를 폐경을 맞이한 사람들의 얼굴을 유심히 볼 때가 있다. 얼마나 당당한가? 얼마나 자유로운가? 나도 그렇게 당당하게 폐경을 맞이해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이 책에 대해서    

이 책은 막상 읽으면 비슷한 내용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 약간은 지루할수도 있다. 하지만 또 읽다보면 의외로 웃음짓게 만드는 부분도 많다. 그건 '아, 저건 내 얘기야.', '어머, 나만 그러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잖아?' 또는 '그래, 그럴수도 있어'라고 고개를 끄덕이게도 된다. 그럼에도 이 책에 별점을 매기라면 나는 다섯 개를 줘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완벽한 작품성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사람의 체험이란 거,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건 다 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동질감을 느끼며 말의 축제를 벌일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나도 이 책이 아니었으면 나의 그런 이야기를 할 생각을 했을까?  

자,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할 차례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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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5-29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男이라서 잘 모르겠지만,, 초경을 하게 되면 어른이 된다는 막연한 불안감의
정서를 가지지 않나요? 그걸 스티븐 킹은 초자연적인 소설의 모티브로 따온거 같아요.
캐리가 주위 동급생들로부터의 왕타에다가 갑작스런 초경을 경험하게 되면서
사춘기 시절 특유의 불안감이 증폭되어서 알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이 생길 수 있었잖아요.

하지만, 스텔라님 글을 읽고나니 스티븐 킹의 설정은 기발한거 같은데,,
우리나라 작가가 그렇게 썼다면 독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가 쉽지 않았을거
같아요, 게다가 미국처럼 월경에 대해서 쉽게 꺼낼 수 있는 사회도 아니니까요. 오히려 월경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보네요.

이 책,, 남자들도 읽어보면 좋을거 같아요, 무엇보다도 아버지가 되어서
딸이 생기면 초경을 겪는 딸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게 중요하다고 봐요.

stella.K 2011-05-29 14:12   좋아요 0 | URL
그럴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캐리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게 78년도 거든요.
그땐 시루스님만큼이나 영화를 깊이 볼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냥 공포스럽다는 것과, 몇몇 인상적인 장면 가지고 얘기하는 정도지.

당연하죠. 지금은 여성의 월경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하지만,
저때만해도 쉬쉬했거든요.

맞아요.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이 시루스님 장가 갈 때까지도
계속 팔릴지 의문이어요. 혹시 절판되지 않을까요?
제가 볼 땐 단명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 책 사실은 서평단에서 받은 건데, 실제로 여자들만 신청했지
남자는 한 분이 관심을 보였을 뿐이었어요.
솔직히 여자 보단 남자가 더 읽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혹시 필요하시면 말씀 하세요. 보내 줄 수도 있어요.^^

cyrus 2011-05-30 11:36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이 은근히 권하시니(?) 읽어보고 싶은데요 ^^
게다가 친분이 있는 분의 블로그에서도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봤는데,,
재미있을거 같아요. 그 분도 이 책을 호의적으로 보시더군요.

stella.K 2011-05-30 11:49   좋아요 0 | URL
어떤 분은 이 책 킥킥대며 읽었다는데,
저는 좀 시크해서 그럴까? 그냥 나쁘지 않다는 정도였어요.
그러고 보면 사람들 저마다 느낌이 다르긴 해요.
시루스님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한데요?
급할 거 없으면 가지고 있다 천천히 보내드릴게요.
그래도 되죠? 제가 워낙에 나무늘보띠라...ㅋㅋ
암튼 시루스님, 찜!!

안인용 2011-05-31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라딘을 통해 이메일 드렸는데 확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