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을 보았다.

개봉 당시 흥행에 별 재미를 못 본 줄 알고 있다. 그래서 별 기대없이 봤는데, 생각 보다 괜찮다. 못해도 별 세 개 반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모티프로 만들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만하면 나름 좋다 싶다. 무엇보다 미장센이 뛰어나다. 예전에 보았던 <장화, 홍련>이 생각 나기도 한다. 아무튼 미장센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봐 줄만 한데 왜들 못 마땅해 씹고 나오는지 모르겠다.

 

 

 

감독이 <천하장사 마돈나>를 만들었던 이해영 감독이다. 그 영화라면 재밌게 본 기억이 있는데, 그 영화도 흥행엔 별로 성공하지 못했던 것 같다. 왜 그럴까? 영화 잘 만드는 감독인데 너무 대중의 입맛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까?

 

하지만 영화판은 정말 아무도 모른다. 어떤 영화가 흥행에 성공을하고, 실패를 하는지. 전혀 성공할 것 같지 않은 영화가 성공하기도 하고, 성공할 것 같은 영화가 실패하기도 한다. 뭐가 대중의 입맛인지 모르겠는 거다. 단지 가능성 있는 감독은 작품의 성패를 떠나 좀 밀어줬으면 좋겠다. 이해영 감독은 정말 시나리오도 잘 쓰고 가능성이 많은 감독이다. 언제고 히트 칠 날을 기대해 본다.  

박보영은 원래 좋아하는 배우이긴 하지만, 요즘 박소담이 자꾸 눈에 들어 온다. 이 영화에선 박보영의 친구로 대등한 연기를 펼치기도 하지만, <사도>에선 영조의 승은을 입고 건방이 하늘을 찌르다 경을 친 역할을 무난히 잘 소화해 냈다. 엄지원의 일어는 거의 네이티브다. 일본 여자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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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7-01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영감독 영화 잘 만들죠.
동감입니다 ^^

stella.K 2016-07-02 15:56   좋아요 0 | URL
와~ 시이소오님이닷!
영화도 보시네요.
전 책만 보시느라 영화는 못 보시는 줄 알았슴다.ㅋ

시이소오 2016-07-02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제 일인걸요 ^^

stella.K 2016-07-02 18:47   좋아요 0 | URL
헉, 정말요? 몰랐어요.
어떤 일하시나요? 궁금 궁금~

2016-07-02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2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나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시이소오 님 혹시 영화 만드시나요 ?

stella.K 2016-07-02 18:48   좋아요 0 | URL
곰발님도 보셨군요. 이해영 감독 영화 잘 만들지 않습니까?^^

시이소오 2016-07-02 18:53   좋아요 0 | URL
저 지금 놀고 있습니다. 영화판도 약육강식의 세계자놔요.

곰발 님도 영화관련일 하시나요?

stella.K 2016-07-02 19:38   좋아요 0 | URL
헉, 우찌 그 힘든 일을. 몰랐습니다.ㅠ
시이소오님 곰발님과 한번 만나셔야겠습니다.
제가 알기론 곰발님도 한때 영화판을 구르셨다고 들었습니다.ㅋ

시이소오 2016-07-02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포기하고 다른걸 해보려해도 할줄아는게 없어요 ㅎ ㅎ

stella.K 2016-07-02 19: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송충이는 솔잎을 먹는다고 자기가 하던 일
떠나기가 쉽지는 않더라구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2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가 영화판에서 구름니까. 극장판에서 그냥 굴렀습니다. 영화사에도 잠시 있었고, 편집도 잠시 했었고, 자막도 했었고.. 뭐 그냥 노가다했습니다.

stella.K 2016-07-02 19:3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구른 거 맞잖아욧!!
노가다는 구른 거 아닙니까?ㅎㅎ
 
안녕, 테레사
존 차 지음, 문형렬 옮김 / 문학세계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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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람이 태어나기도 잘 태어나야겠지만 죽기도 참 잘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무리 의학의 발달로 백세시대를 얘기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연수를 다 채우고 사는 것은 아니다. 그 살아가는 동안 무슨 일로 어떻게 죽을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얼핏 강간 살해 피해자의 가족과 피의자간의 법정 싸움을 그린 작품처럼도 보인다.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피해자의 유가족 즉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절절히 토로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이 나올 즈음 다 아는 일이지만, 강남역에서 20대 여성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무참히 살해당했다. 그에 꼬리의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던 일련의 사건들은 차마 입에 떠올리기도 싫다. 물론 일어나지 말아야할 사건이 일어나 공분을 샀지만,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그들의 살아남은 가족은 어떤 심정일까, 어떤 고통을 당하고 있을까를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은 선량해서만도 아니다. 누구든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당한만큼 복수하며 살고 싶다는 것의 또 다른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법이 없다면 말이다. 그러나 문명국 특히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일수록 예외 없이 법치국가이기도 하니 총이나 칼이 있기 전에 먼저 법의 다스림을 받아야 한다. 그러니 피해자의 가족들은 어찌 보면 고통을 가중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재판에서 만족한 결과가 나온다면 그나마 법의 위로를 받는 것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 당하는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배심원 제도라는 게 있긴 하지만, 미국은 그 보다 훨씬 앞서 이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는 줄 알고 있다. 어쩌다 미국의 법정 드라마를 보면 배심원이 근엄하게 그려지곤 하는데 책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아 보인다. 더구나 그 배심원 제도라는 게 다수결의 원칙 같은 것이 아니라 평결의 원칙 그러니까 만장일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다면 상대가 유리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만장일치의 평결을 얻어 피의자인 산자를 구형 받도록 하는데 승리하지만 나중에 항소해 다시 법정에 서는 이중의 고통을 당하기도 한다. 물론 그 재판에서도 승소해 결국 산자를 최소 25년에서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고 아마도 살아선 교도소 밖을 나오는 일이 없게 만들었다. 불행 중 다행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려니 우리나라 법은 과연 어떨까 싶기도 하다. 대체로 우리나라 법은 무르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연이은 여성 대상 범죄에 우리나라 법정은 어떤 형을 내릴지 모르겠다.

 

얼마 전, 혼자 사는 중년의 여성이 알지도 못하는 남성에게 이유 없는 괴롭힘을 당하자 경찰에 신고를 했더니 증거불충분으로 보호해 줄 수 없다고 했단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법은 어떤 경우에도 약자를 보호해 줘야하는 것인데 증거불충분이라니. 여성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데, 피의자에게 정신병이니 심신미약이니 온갖 이유로 그들을 보호해 주려고 하고 있다.

 

이 책이 범죄에 취약한 여성을 얼마나 대변해 주는 책인지 모르겠다. 물론 그런 의도로 쓰인 것인지 아니면 미국 내 촉망 받는 우리나라 젊은 예술가의 비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로선 공교롭게도 시의가 그렇게 맞아 떨어졌다. 그런데 제발 부탁이다. 이런 작품을 통해서라도 우리나라에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엄한 법의 구형을 적용해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물론 피의자의 가족도 못지않은 고통을 당한다는 건 알지만 그래서도 엄한 법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우리나라엔 잘 안 알려져서 그렇지 실력 있는 소설가다. 그러니만큼 문체가 유려하기도 하다. 하나의 문학작품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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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18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이 폭행이나 성범죄를 당하면 누군가 나서서 도와줘야 하는데, 도와준 사람이 가해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래서 보고도 그냥 지나가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단 나부터 살자는 마음인거죠.

stella.K 2016-06-19 14:01   좋아요 0 | URL
그런데 웃긴건, 또 다른 여자도 그 비슷한 일을 당했는데
얼마만에 한번씩 그집 아들이 왔다 가는 것을 알고 그 다음부턴
그런 일이 없어졌다는 거야.
여자는 남자에 의해 공격을 당하고 남자에 의해 보호도 받고,
그런 걸 보면 아무래도 여자는 유도라도 배워둬야 하려나 봐.
남자들 그러다 나중에 죄 받지.
선량하게 사는 남자들 조차 어떤 피해가 갈지 몰라.ㅠ

페크pek0501 2016-06-18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그의 가족은 앞으로 어떻게 사나, 하는 것이에요. 피해자도 그렇지만 가족의 고통을 생각할 때 남의 일 같지 않아요.

stella.K 2016-06-19 14:03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요.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죽은 거야 아쉽긴 하지만
고통은 온전히 살아 있는 가족의 몫이잖아요.
그런 일이 나한테도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고.
두루 세상 살기가 무섭네요.ㅠ

낭만인생 2016-06-22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해자의 유가족 즉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절절히 토로하고 있는 작품`에 눈이 가네요. 글을 참 잘 쓰십니다. 좋은 책 꼭 읽고 싶네요.

stella.K 2016-06-22 14:01   좋아요 0 | URL
저는글 잘 쓰려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그저 감사할다름입니다.
이 책 좋더군요. 시간 나시면 읽어보시라고 감히 추천드립니다.^^
 

 

 

                                       

오랜만에 사회성 짙은 단막 드라마다.

비싼 대학 등록금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반값등록금 이야기가 나온지 꽤 오래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그건 대통령 선거 공략 주메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도 반값 등록금을 실현할 의지가 없는가 보다. 그 사이 대학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변해간 걸까? 그것을 상당히 밀도 있게 그렸다. 보고 있노라면 가장 아름다워야할 대학생들이 좀비가 되어 전장에서 쓰러져 가는 뭐 그런 이미지가 연상이 된다.

 

등록금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 보고자 일종의 캐피탈 회사를 차리고 성공가도를 달려 가던 중 이것을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소위 잘 나가는 금수저들과 여전히 돈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 아니 돈의 노예는 차라리 양반이다. 없는 사람 무시당하고 굴욕을 견뎌야 하는 건 신 조선판 노비제도고, 인권이 이런 식으로 유린 당하는구나. 씁쓸해진다.  

 

대학을 왜 들어가야 하는 것인가? 저마다의 이유는 다 있겠지만 들어가도 돈 걱정 없이 대학생활의 낭만을 즐겨야 하는 것 아닌가? 요즘 대학가에 낭만이 있기나 한 걸까? 힘들게 공부해 대학에 들어왔지만, 돈과 스펙, 계급 의식에 내몰려야 하는 오늘 날의 젊은이들이 웬지 불쌍하고 측은한 느낌이다.

 

보면 좀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드라마 안 봤다면 한번쯤 관심있게 봐 줬으면 한다.   

 

 

                             

 

 sbs가 언제 단막극을 그렇게 많이 했는지 모르겠다. IP TV에 들어가 찾아보니 그동안 꽤 많은 단막극을 제작해 왔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지금까지 단막극하면 KBS 아니었나? 예전엔 M 본부의 <베스트셀러 극장>이라는 것도 했었는데 말이다.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르고, 언제 새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정도가 됐다. 방송에선 간간히 단막극을 밀어줘야 한다고 말하곤 하는데, 워낙 미니시리즈에 밀리고, 블록버스터한 영화에 밀리다 보니 단막극은 거의 관심 밖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하지만 어떤 단막극은 16부작 미니시리즈 보다 나은 것도 많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작년에 방영한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이다. 2부작인데 웬만한 영화 한 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별로 기대 안하고 봐서 그런가? 대비 효과는 정말 웬만한 영화 못지 않고 열 미니시리즈 부럽지 않다.

 

정말 내가 나의 장례식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보는 것뿐 아니라 주인공이 되서 문상객을 맞는다면 어떨까? 분명 울면서 맞아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시간내서 일부러 와 줬는데 어떻게 슬픈 표정을 지을 수 있단 말인가? 또 그렇지 않으면 반대로 그런 장례식에 내가 초대를 받는다면 이건 뭐 축하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슬퍼해야 하는 건가 헷갈릴 것도 같다.

 

아무튼 그렇더라도 주인공 장미수가 살아 있을 때 미리하는 장례식은 결혼식만큼이나 즐겁다. 그런 점에서 미리하는 장례식은 고려해 볼만하다. 보통의 장례식은 주인공이 이미 고인이된 관계로참석이 불가능하지 않는가? 주인공이 없는 장례식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드라마가 장례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놓을 수도 있겠다란 생각도 해 본다.

 

또한 장례식은 고인을 위해 살아 있는 사람 모여서 서로 슬픔을 위로하고, 고인의 살아생전의 삶을 되짚어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미가 제대로 행해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린 고작 조의금을 내고, 영정 사진에 잠시 예를 표하고, 유가족들을 적당히 위로하고, 아는 사람끼리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다 헤어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렇게 나의 장례식에 내가 주체가 되어서 문상 온 사람들에게 너무 슬펴하지 말라고 직접 위로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살아 있을 때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건 또 얼마나 행운이랴. 세상엔 사고사로 죽는 사람도 많고, 자살도 많은데 나의 죽음을 알고 미리 한다는 건 거의 로또에 가까운 행운이다. 

 

그러므로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너무 우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품속 주인공처럼 사는 날까지 마치 자신의 죽는 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즐거움과 설레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나의 삶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면 물론 당연 우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갑자기 할 일이 많아진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또한 건강할 때처럼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모든 것에 시간 계산을 넉넉히 해 두어야할 것이다. 즉 몸은 예전처럼 안 따라주고, 할 일은 많아질 테니 시간은 그만큼 더 없다. 

 

사실 이 드라마는 동화 같긴하다. 건강하다면 결코 좋아하지 않았을 학교 동창을 다시 만나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한다. 또 그 동창이란 아이가 꼭 동화속에서 튀어 나옴직한 즉 현실에선 잘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낭만돌이다. 그러므로 내가 죽음을 맞이할 땐 결코 이런 드러마 같은 간지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죽음을 낭만적으로 준비하지 말라는 법다. 지금도 나의 바람은 나의 죽음이 너무 슬픈 일이 되지 않았으면, 의연하게 맞았으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만 그렇지 막상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그것을 조금 실현 가능한 것으로 앞당겨 준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물론 그래도 마음이 아프다. 실제로 주인공의 현실이 나의 현실이 되면 그렇게 즐겁게 장례식을 치뤄낼 수 있을까? 특히 그 장례식에 엄마를 참석시킨다는 건 못할 짓 같긴하다. 그래도 그 장례식에 마치 시집 보내는 딸을 위해 엄마가 준비하는 이바지 음식처럼, 딸이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도 머지 않아 딸을 저 세상으로 보낼 때 훨씬 덜 섭섭할 것 같다.

 

드라마가 정말 동화 같다. 특히 주인공의 남자 친구가 염통이 정상이 아니면서, 만화 그림을 잘 그리는 캐릭터로 나온다. 그게 이 드라마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녹아지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인공 캐스팅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장미수 역을 경수진이 한 것도 좋긴 했지만, 미수를 좋아하는 박동수 역을 최우식이 맡았다는 건 거의 신의 한 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소위 말하는 꽃미남 배우가 아니다. 그냥 엉뚱한 조연급 배우 정도일 뿐인데 이 드라마에선 자신의 연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줬다. 안 본 사람이 본 사람 보다 압도적으로 많을 테니 꼭 보라고 강추하고 싶다. 정말 열 영화 부럽지 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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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6-18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드라마가 있는 줄 처음 알았어요. 요즘 너무 많아서...
조금 전 `가화만사성`을 중간부터 보기 시작해 끝까지 봤어요. 통쾌한 장면이 있었죠. 전 사위가 자기가 모시고 있는 회장님 편을 들지 않고 전 장인어른 편을 들어주는 장면.
드라마 작가는 이런 장면 하나를 만들기 위해 앞과 뒤가 잘 연결되게, 치밀하게 계획했겠죠.
제가 드라마 작가를 우러러보는 이유입니다.

stella.K 2016-06-19 14:07   좋아요 0 | URL
사실 단막 드라마에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저력은 있다고 봐요. 옛날 베스트셀러 극장 때부터요.
우리 단만 드라마를 많이 사랑해 줘야겠어요.
놀라운 건 단막 드라마는 kbs줄 알았는데
그동안 sbs도 꽤 만들었다는 거죠.
저도 볼 것은 너무 많고 TV 보는 시간은 한정되 있고
잘 못 보게되요.ㅠ

yamoo 2016-06-3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좋은 드라마 정보 감솨합니다! 근데, 소개해 주신 드라마는 어케 봐야 하는지요..아이피티브로 볼 수 있는 건가? 브로드밴드는 에스비에스 단막극에 대한 서비스는 없는 거 같아서욤..

소개해 주신 드라마는 반드시 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요~^^

stella.K 2016-06-30 13:25   좋아요 0 | URL
와우, 오랜만이십니다. 잘 지내시죠?ㅎ
글쎄요...저도 IP TV로 봤는데 저는 올레 거든요.
아마 웬만하면 다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일단 검색창에 제목을 띄워 보시죠.^^
 
탐독 -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어수웅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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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한 권의 책이 사람을 바꿀 수 있을까에 새삼 의문이 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독서를 해 오긴 했지만 과연 책이 나의 삶을 바꿨을까 그걸 잘 모르겠다. 여기 저자의 취재의 대상이 됐던 10명의 명사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책 한 권씩을 자랑한다. 나는 좋게 읽은 책은 많지만 아직 이렇다하게 이 책이다 싶은 책이 떠오르질 않는다. 내가 독서를 지금까지 헛해 온 건가? 읽는 내내 마음 한편이 위축되는 느낌도 받았다

 

나에게도 이런 책이 나와 주려면 김대우 감독같이 어느 한 책을 몇 백 번을 반복해서 읽을 수 있어야 할 것도 같다. (그는 로빈슨 크루소를 500번을 읽었다지 않는가?)나의 책 읽는 수준이란 게 범박하여 (성경을 제외하고) 두 번 읽은 책은 손에 꼽을 정도고, 한 번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저자의 질문은 애초에 나 같은 사람에겐 해당사항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책은 말자. 그래도 생각해 보면 내 삶을 변화시켰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괜찮은 책을 읽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냥 이 책을 읽은 내 생각이나 쓰련다.

 

기자라는 직업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건 이렇게 움베르토 에코를 취재했을 때가 아닌가 싶다. 알다시피 에코는 작년에 타계했다. 타계했을 때의 나이가 적은 건 아니지만 100세 시대를 생각하면 의외다 싶기도 하다. 그런 분을 기자는 또 언제 취재를 했던 걸까? 갑자기 이 책의 가치가 백배는 올라가는 느낌이다.

 

기억에 남는 건, 그가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요는,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정보의 옥석을 가릴 줄 알지만,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사람은 정보에 대한 변별력이 떨어지며 조악한 정보만을 습득할 뿐이라고 했다. 좀 씁쓸한 전망이긴 하나 세계적인 석학이 하는 말이니 그냥 흘려버릴 수만은 없다. 에코는 좋은 정보를 취할 줄 아는 사람은 좋은 공연을 보러 다닐 줄 아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집에서 드라마나 본다나? 마침 이 부분을 읽던 날 저녁 동네 모처에서 어느 독립운동가의 일대기를 그린 창작극을 한다고 해서 보고 오긴 했는데, 좋은 공연이었다면 에코의 말을 따랐겠지만, 그 공연은 드라마를 보는 것 보다 못 했다. 그런 것으로 봐 에코는 드라마 보는 걸 하위문화로 인식하는 것 같다. 나는 드라마 보는 것을 즐겨하는 편이긴 한데, 모든 드라마가 수준이 낮은 건 아니다. 드라마를 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중에서도 좋은 드라마를 볼 줄 아는 변별력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에코의 말은 다 받아들일 건 못되지만 확실히 생각해 보게는 만드는 것 같다

            

사실 이 책은, 인터뷰 이들이 자기 인생의 책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삶을 얘기하는 게 더 많다. 그게 참 읽는 이로 하여금 혹하게 만드는 데가 있다. 그중 단연 압권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중혁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 작가의 입담은 가히 알아 줄만하다. 그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자신의 인생의 책으로 꼽았는데, 그는 이 책을 군대에서만도 9번을 읽었단다. 그러다 첫 소설의 테마를 세상의 끝을 향한 남녀의 모험소설로 잡았는데 내용은 군인을 위한 성애 소설이었던 셈. 수위는 높지 않았지만 반응은 열광적이었고, 그들은 준비된 독자들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귀여운 악동의 이미지가 있다.

 

그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처음에는 연애 소설로, 두 번째는 철학 소설로, 그리고 세 번째는 소설을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소설 작법에 대한 소설로 읽히지만 역시 또 한 번 읽으면 연애 소설로 읽힌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 관점 자체가 아예 없는 무관주의자라고도 했는데, 그런 삶의 자세가 마음에 든다.

 

사실 나를 이루는 팔 할은 책이라고 말해도 무방하긴 할 것이다. 그러므로 책이 사람을 바꾸는가에 나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가끔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그나마 책이라도 읽으니 그 정도지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난 악마적이기도 했을 것이다. 은희경 작가가 그런 말을 한다. 책이 없는 인생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늙어 가는 게 두렵지 않은 것은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책을 보고 인생이 바뀌었다이렇게는 말할 수 없을지 몰라도, 생각을 조금씩 바뀌게 해 준다고 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언젠가 내 주위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홀로 있는 외로움을 견디게 해 줄 유일한 버팀목이 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은희경 작가가 그런 말을 해서 말인데, 이 책의 10명의 명사들도 내 인생의 책을 어느 날 갑자기 발견하고 이 책이라고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정말 한 권의 책이 사람을 바꾸면 얼마나 바꾸겠는가? 지구가 자전을 하고, 공전을 해 하루와 1년을 바꿔가듯 독서도 그런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런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 나가고 거기서 떠나지 않고 늘 함께 해 오는 책이 사람 저마다 있을 것이다. 같은 책이더라도 누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그래서 책은 살아 있는 것 같다.

      

글이 정말 간결하면서도 유려하다. 모 신문사 문화담당 기자니 오죽 글을 잘 쓰겠는가. 나도 아주 가끔은 취재 글을 쓰기도 하는데 뭘 알아서 쓰는 건 아니고 훗날 다시 보면 형편없다 싶을 때가 많다. 이 책은 취재 글을 쓸 때 어떻게 써야할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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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6-06-07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저는 김중혁 작가 책 한 권도 안 읽어보고 팟캐스트만 듣는데도 좋아지더라고요. 그 뭐랄까, 촌스러운 듯하면서도 담백하고 솔직하고... 글도 그럴까 싶네요. 이 책 읽고 싶어지네요.

stella.K 2016-06-07 20:02   좋아요 0 | URL
저도 김중혁 작가의 책은 많이 안 읽어봤는데 이 작가는 왠지 좋더라구요.
이 책 정말 좋더군요. 강추합니다.^^

cyrus 2016-06-07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있을 때 책이 없으면 허전해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stella.K 2016-06-07 20:08   좋아요 0 | URL
맞아. 버스를 타면 십중팔구는 다 스맛폰을 보고 있다는 게
또 그것을 당연하게 보고 있다는 게 새삼 놀랍더군.

yureka01 2016-06-0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전 카메라만 있으면 ㅋㅋㅋ

stella.K 2016-06-08 14:51   좋아요 0 | URL
ㅎㅎ 어련하시겠습니까?ㅋㅋㅋ
 
세속 도시의 시인들 - 삶의 진부함에 맞서는 15개의 다른 시선, 다른 태도
김도언 지음, 이흥렬 사진 / 로고폴리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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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한 관심 때문에 읽은 책이긴 하다. 흔히 작가하면 소설가를 떠올리겠지만, 이 책은 시인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밝힐 것이 있다. 내가 평소 시를 좋아하고, 시에 대한 순수한 관심 때문에 읽은 책은 아니라는 것. 특정 몇몇 시인의 이름이 실려 있어 호기심에 볼 생각을 했다. 그들은 김정환과 류근, 김경주 시인 때문이다.

 

김정환 시인은 오래 전, 한국문학학교란 일종의 창작 학원(?)을 다니고 있을 때 거기 교장으로 계셔 안면을 튼 적이 있다. 그땐 그분이 그렇게 유명한 시인인 줄은 몰랐다. 시인이라면 그저 김소월이나 박목월 정도 밖에 알지 못하던 내가 그분을 알리 만무했다. 난 그저 창작을 가르쳐 주는 전문 학원도 있다는 게 놀라웠을 뿐이고, 소설을 공부했기 때문에 이 분에 대해선 더 더욱 알지 못했다. 비교적 작은 키에 다부진 체구를 지닌 시인은 사람과 어울리는데 스스럼이 없었고, 사람 이름을 기억하는데 비상한 재주를 가지고 계셨다.

 

일단 학원에 들어서면 늘 클래식 음악이 흘렀다. 당시에도 음악에 관한 책을 저술 중에 계셨던 것으로 안다. 한 번 정도 그분의 특강을 들었던 것 같고(그것도 담당 선생님이 펑크를 내는 바람에 땜빵으로), 거기서 그분의 지난한 삶의 이야기를 띄엄띄엄 들을 수 있었다. 호기심에 다녔던 곳을 수강료를 한 번 더 내고 더 다녀보려고 했는데, 결국 성실히 다니지도 못했다. 그러자 시인은 나에게 전화해 왜 안 나오느냐며 이제라도 열심히 다니라고 격려 겸 선도 부장의 직임을 자처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대답만하고 끝까지 그곳을 다니지 않았다. (역시 나는 학교란 말이 붙으면 못 견디는 체질인가 보다. 믿거나 말거나) 아무튼 그런 인연이 있어 이 분에 대한 근황이 궁금했다.

 

류근 시인이야 김광석의 노래 작사가로 유명하고, 지금도 TV에서 열렬하게 나오고 있으니 궁금한 거야 당연하고, 김경주 시인은 작년,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로 그의 존재감을 인식한 나는, 그가 펼치고 있다던 시극에 관한 이야기를 더 알아 볼 수 있을까 해서 관심이 갔다.

 

그렇다고 이 관심 있어 하는 시인부터 읽었던 것은 아니다. 부러 실린 순서대로 깔끔하게 읽었다. 왠지 그러고 싶었다. 그런데 읽으면서, 이제 나는 시 앞에서는 더 이상 문외한인 것을 자랑하듯 떠벌릴 수 없을 것 같았다. 하긴 그게 무슨 벼슬이라고. 오히려, 나는 시인을 진정으로 사랑한 적이 없으며, 소설가만큼도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서 애써 관심 밖의 영역으로 미뤄뒀던 것을 후회해야 했다. 언젠가 함민복 시인이 시 한 편에 원고료가 얼마인지를 얘기한 시를 읽어 본 적이 있는데, 시인이 이렇게도 별 볼 일 없는데 시는 왜 쓰는가 그랬던 적이 있음을 고백한다. 시인들이 알면 꽤나 섭섭하다 못해 상처를 입었을 것 같다. 누구의 말처럼 자본주의 상흔을 치료할 수 있는 건 문학이고, 작가란 말에 동의했던 내가 정작 돈 벌이가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시를 애써 외면하다니.

 

그런데 시를 외면한 건 나만이 아니었다. 김요일이란 시인은, 시란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 중에 가장 쓸모없는 것이며. 맹장 같은 거라고 했다. 시인도 이럴진대 속된 나는 어떠하겠는가? 하지만 이 책을 엮었던 저자 김도언은 이런 말을 한다. 시인은 실패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라고. 그리고 이건 시인에게 요구되는 핵심적인 요건일 거라고. 모든 시인이 시를 써서 성공만을 지향한다면, 시는 빛나는 목소리를 잃고 하수구에 쳐 박힐 거라고 했다. 왜냐하면 타락한 시대의 성공만큼 비루한 것이 없기 때문에. 따라서 오늘날 우리의 시는, 가장 실패한 방식으로 타락한 시대를 증거하면서 자기 회복과 갱신의 가능성을 실험해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과연 저자의 말이 폐부를 찌른다. 우린 왜 모든지 성공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것도 성공을 위한 성공을. 그 성공을 위한 성공이 훗날에도 성공으로 남을 수 있을지, 현재의 실패가 언제까지나 실패로만 남아 있을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다. 실패를 위한 성공이 훗날 어떠한 길을 도모하며 발전해 갈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므로 실패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시인에 대한 이중의 잣대가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시인은 낭만적일 것이라는 것과 가난하다는 것. 이런 시인을 사랑하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가. 특히 시인의 나이가 젊으면 젊을수록 그들을 보는 눈은 가혹할 정도다. 권혁웅 시인은 인터뷰에서, 문학을 기술로 생각해서 문창과가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개탄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문창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몰라 하는 소리다. 글을 써서 성공하겠다는 세속적 욕망이 있다면 여기에 있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문창과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글을 안 쓰면 죽을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곳은 단순히 직업 훈련소나 소개소가 아니며, 그는 그런 그들에게 삶과 사회, 역사를 정확하고 날카롭게 볼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한 대학의 문창과 교수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마땅히 격려 받아야 하고, 인정받아야 한다. 왜 사람들을 자신의 잣대로만 보려하고 규정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시인들의 세계도 인간 세계여서 독야청청하고, 신선의 세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세계도 권력이 존재하기도 하고, 나태와 태만이 존재하기도 한다. 어느 시인은 청탁을 받을 때만 쓴다고 하는데, 시인이 그렇게 항상 목적이 있을 때만 시를 써서 되겠냐고 류근 시인은 질책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안 쓰면 죽을 것 같은 사람들이라며 그렇게 청탁이 있을 때만 시를 쓰려 한다면, 그들이 실패에 성공하지 않고 성공에 성공하려고 하는 사람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래서 그런 것과 상관없이 아웃사이더로 시를 쓰는 시인도 있다는 걸 나는 이 책에서 발견하고 눈이 번쩍하기도 했다(그가 누군지는 직접 읽어보고 확인해 보시라). 그런 건강한 아웃사이더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앞서, 김요일 시인은 그렇게 시는 가장 쓸모없고, 맹장 같음에도 불구하고 시인들이 시를 쓰는 건 병이라고 했다. 아주 고약한 병. , 왜 그리도 자학에 가까운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도 어느 부분에선 맞는 얘기다. 미치지 않고 서야 미칠 수 있겠냐고 하는 것처럼, 시인은 시로서 이 세상을 말해야 한다. 또한 권혁웅 시인의 말처럼, 삶과 사회, 역사를 정확하고 날카롭게 볼 수 있어야 한다. 누구보다도 건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김이듬 시인도 그렇게 말했다. 시인은 똑같이 보통 사람의 삶을 사는 건강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그렇다고 누굴 밟아 세속적인 지위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밥을 위해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시인은 그런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 되도록 계속 노력하는 사람이다.

 

뭐가 됐든 인간의 하는 일은 쉬운 것은 없다. 시인의 시 쓰는 일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시인들 역시 누가 뭐라고 하던 시를 열심히 써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다. 새삼 드는 생각은 내가 시인들을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하는 거였는데, 또 생각해 보면 시인들이 뭐 연예인도 아니고 일반인들에게 어디 쉽게 드러나는 사람이던가 싶기도 하다. 이런 인터뷰집이나 만들 때야 비로소 시인들의 삶과 고뇌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뿐. 이야기는 조금씩 달라도 뭔가 공통적인 목소리가 있었던 것 같다. 문학이나 시의 위상에 관한 이야기는 비슷한 공통분모가 있었다. 더불어 인터뷰이들을 통해 단편적이나마 우리나라 시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어 좋았다. 이 책 안 읽는 시대에 끊임없이 시를 쓰고, 그 시를 또 끊임없이 출판하는 출판사들이 새삼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 좀 읽어야겠다.

 

조금 아쉬운 점을 지적하자면, 전체적으로 난 이 책이 나쁘진 않았는데, 저자의 생각을 최대한 절제하거나 온전히 인터뷰 내용만 실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저자의 생각이나 해석이 인터뷰 중간 중간에 끼어들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좀 방해가 된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렇다고 저자의 문체가 쉬웠던 것도 아니다. 가끔 어려운 용어도 나오던데 그걸 우리말로 순화하거나, 뜻풀이를 해줘더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불친절하다는 느낌이었다.(그런데 저자의 사진을 보니 꽤 미남이다. 이런 저자를 두고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해야하는 나는 어디 가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단 말인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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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1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2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6-06-0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도언 저자의 책을 두 권 읽었는데 이런 책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소설가지만 시를 쓰기도 하는 작가라서 이런 책을 낼 수 있었던 것 같군요.

시에 반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30편쯤 시를 외우기도 했어요.
지금도 시의 매력은 알지만 이젠 시집을 읽게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사 놓고 보지 않은 시집을 봐야겠어요. 시 공부 좀 해야겠어요...

stella.K 2016-06-02 18:57   좋아요 0 | URL
김도언의 책 어떻던가요?
작가가 잘 생겼더군요. 배우 김주혁 같더라구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