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사회성 짙은 단막 드라마다.

비싼 대학 등록금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반값등록금 이야기가 나온지 꽤 오래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그건 대통령 선거 공략 주메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도 반값 등록금을 실현할 의지가 없는가 보다. 그 사이 대학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변해간 걸까? 그것을 상당히 밀도 있게 그렸다. 보고 있노라면 가장 아름다워야할 대학생들이 좀비가 되어 전장에서 쓰러져 가는 뭐 그런 이미지가 연상이 된다.

 

등록금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 보고자 일종의 캐피탈 회사를 차리고 성공가도를 달려 가던 중 이것을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소위 잘 나가는 금수저들과 여전히 돈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 아니 돈의 노예는 차라리 양반이다. 없는 사람 무시당하고 굴욕을 견뎌야 하는 건 신 조선판 노비제도고, 인권이 이런 식으로 유린 당하는구나. 씁쓸해진다.  

 

대학을 왜 들어가야 하는 것인가? 저마다의 이유는 다 있겠지만 들어가도 돈 걱정 없이 대학생활의 낭만을 즐겨야 하는 것 아닌가? 요즘 대학가에 낭만이 있기나 한 걸까? 힘들게 공부해 대학에 들어왔지만, 돈과 스펙, 계급 의식에 내몰려야 하는 오늘 날의 젊은이들이 웬지 불쌍하고 측은한 느낌이다.

 

보면 좀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드라마 안 봤다면 한번쯤 관심있게 봐 줬으면 한다.   

 

 

                             

 

 sbs가 언제 단막극을 그렇게 많이 했는지 모르겠다. IP TV에 들어가 찾아보니 그동안 꽤 많은 단막극을 제작해 왔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지금까지 단막극하면 KBS 아니었나? 예전엔 M 본부의 <베스트셀러 극장>이라는 것도 했었는데 말이다.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르고, 언제 새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정도가 됐다. 방송에선 간간히 단막극을 밀어줘야 한다고 말하곤 하는데, 워낙 미니시리즈에 밀리고, 블록버스터한 영화에 밀리다 보니 단막극은 거의 관심 밖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하지만 어떤 단막극은 16부작 미니시리즈 보다 나은 것도 많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작년에 방영한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이다. 2부작인데 웬만한 영화 한 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별로 기대 안하고 봐서 그런가? 대비 효과는 정말 웬만한 영화 못지 않고 열 미니시리즈 부럽지 않다.

 

정말 내가 나의 장례식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보는 것뿐 아니라 주인공이 되서 문상객을 맞는다면 어떨까? 분명 울면서 맞아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시간내서 일부러 와 줬는데 어떻게 슬픈 표정을 지을 수 있단 말인가? 또 그렇지 않으면 반대로 그런 장례식에 내가 초대를 받는다면 이건 뭐 축하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슬퍼해야 하는 건가 헷갈릴 것도 같다.

 

아무튼 그렇더라도 주인공 장미수가 살아 있을 때 미리하는 장례식은 결혼식만큼이나 즐겁다. 그런 점에서 미리하는 장례식은 고려해 볼만하다. 보통의 장례식은 주인공이 이미 고인이된 관계로참석이 불가능하지 않는가? 주인공이 없는 장례식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드라마가 장례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놓을 수도 있겠다란 생각도 해 본다.

 

또한 장례식은 고인을 위해 살아 있는 사람 모여서 서로 슬픔을 위로하고, 고인의 살아생전의 삶을 되짚어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미가 제대로 행해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린 고작 조의금을 내고, 영정 사진에 잠시 예를 표하고, 유가족들을 적당히 위로하고, 아는 사람끼리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다 헤어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렇게 나의 장례식에 내가 주체가 되어서 문상 온 사람들에게 너무 슬펴하지 말라고 직접 위로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살아 있을 때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건 또 얼마나 행운이랴. 세상엔 사고사로 죽는 사람도 많고, 자살도 많은데 나의 죽음을 알고 미리 한다는 건 거의 로또에 가까운 행운이다. 

 

그러므로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너무 우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품속 주인공처럼 사는 날까지 마치 자신의 죽는 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즐거움과 설레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나의 삶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면 물론 당연 우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갑자기 할 일이 많아진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또한 건강할 때처럼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모든 것에 시간 계산을 넉넉히 해 두어야할 것이다. 즉 몸은 예전처럼 안 따라주고, 할 일은 많아질 테니 시간은 그만큼 더 없다. 

 

사실 이 드라마는 동화 같긴하다. 건강하다면 결코 좋아하지 않았을 학교 동창을 다시 만나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한다. 또 그 동창이란 아이가 꼭 동화속에서 튀어 나옴직한 즉 현실에선 잘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낭만돌이다. 그러므로 내가 죽음을 맞이할 땐 결코 이런 드러마 같은 간지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죽음을 낭만적으로 준비하지 말라는 법다. 지금도 나의 바람은 나의 죽음이 너무 슬픈 일이 되지 않았으면, 의연하게 맞았으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만 그렇지 막상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그것을 조금 실현 가능한 것으로 앞당겨 준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물론 그래도 마음이 아프다. 실제로 주인공의 현실이 나의 현실이 되면 그렇게 즐겁게 장례식을 치뤄낼 수 있을까? 특히 그 장례식에 엄마를 참석시킨다는 건 못할 짓 같긴하다. 그래도 그 장례식에 마치 시집 보내는 딸을 위해 엄마가 준비하는 이바지 음식처럼, 딸이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도 머지 않아 딸을 저 세상으로 보낼 때 훨씬 덜 섭섭할 것 같다.

 

드라마가 정말 동화 같다. 특히 주인공의 남자 친구가 염통이 정상이 아니면서, 만화 그림을 잘 그리는 캐릭터로 나온다. 그게 이 드라마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녹아지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인공 캐스팅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장미수 역을 경수진이 한 것도 좋긴 했지만, 미수를 좋아하는 박동수 역을 최우식이 맡았다는 건 거의 신의 한 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소위 말하는 꽃미남 배우가 아니다. 그냥 엉뚱한 조연급 배우 정도일 뿐인데 이 드라마에선 자신의 연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줬다. 안 본 사람이 본 사람 보다 압도적으로 많을 테니 꼭 보라고 강추하고 싶다. 정말 열 영화 부럽지 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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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6-18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드라마가 있는 줄 처음 알았어요. 요즘 너무 많아서...
조금 전 `가화만사성`을 중간부터 보기 시작해 끝까지 봤어요. 통쾌한 장면이 있었죠. 전 사위가 자기가 모시고 있는 회장님 편을 들지 않고 전 장인어른 편을 들어주는 장면.
드라마 작가는 이런 장면 하나를 만들기 위해 앞과 뒤가 잘 연결되게, 치밀하게 계획했겠죠.
제가 드라마 작가를 우러러보는 이유입니다.

stella.K 2016-06-19 14:07   좋아요 0 | URL
사실 단막 드라마에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저력은 있다고 봐요. 옛날 베스트셀러 극장 때부터요.
우리 단만 드라마를 많이 사랑해 줘야겠어요.
놀라운 건 단막 드라마는 kbs줄 알았는데
그동안 sbs도 꽤 만들었다는 거죠.
저도 볼 것은 너무 많고 TV 보는 시간은 한정되 있고
잘 못 보게되요.ㅠ

yamoo 2016-06-3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좋은 드라마 정보 감솨합니다! 근데, 소개해 주신 드라마는 어케 봐야 하는지요..아이피티브로 볼 수 있는 건가? 브로드밴드는 에스비에스 단막극에 대한 서비스는 없는 거 같아서욤..

소개해 주신 드라마는 반드시 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요~^^

stella.K 2016-06-30 13:25   좋아요 0 | URL
와우, 오랜만이십니다. 잘 지내시죠?ㅎ
글쎄요...저도 IP TV로 봤는데 저는 올레 거든요.
아마 웬만하면 다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일단 검색창에 제목을 띄워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