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개의 공통점 다섯 가지

 

첫째 털이 많다,

  

둘째 먹이를 일일이 챙겨줘야 한다,

 

세째 시간을 내서 놀아줘야 한다,

 

넷째 버릇을 잘못 들여 놓으면 평생 고생한다,

 

마지막으로 복잡한 말을 알아 듣지 못한다.

 

                                          -박웅현, <책은 도끼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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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30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긴 한데, 이런 표현이 남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어요. 예외도 있어요. 확실히 네 번째 내용은 맞아요. 저도 복잡하게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

stella.K 2016-11-30 16:09   좋아요 0 | URL
웃자고 하는 얘긴데 뭐. 근데 뺄건 없어 보이는데...

하긴 네 말마따나 예외가 있어 둘째와 세째만이라도
해결되면 여성해방 반은 이루어지는 거지. 안 그래?ㅋ
특히 난 마지막 말에 격하게 공감해.
그리고 너도 털 많잖아.ㅋㅋㅋ

[그장소] 2016-11-30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저도 웃음 뿜고 갑니다! ^^

stella.K 2016-11-30 16:10   좋아요 1 | URL
웃기죠? 저도 한참 웃었어요.ㅎㅎ

hnine 2016-11-30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째 항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자 몫이군요 ㅠㅠ

stella.K 2016-11-30 16:10   좋아요 1 | URL
그니까요. 저게 여자 몫이 안 되는 날이 여성해방의 날
아니겠어요?ㅠㅋㅋㅋㅋ

yureka01 2016-11-30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세끼만도 못한 놈도 있으니 틀린 말도 아닙니다.^^


[그장소] 2016-11-30 17:46   좋아요 0 | URL
아이구야...격한 걸요. ㅋㅎ 푸하핫

stella.K 2016-11-30 17:57   좋아요 1 | URL
역시 유레카님은 화끈하십니다.ㅋㅋㅋㅋ
 
[블루레이] 곡성
나홍진 감독, 곽도원 외 출연 / 기타 제작사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모처럼 심장이 쫄깃거리는 영화다. 흔치 않은 괴기와 피로 잘도 버무려놨다. 옛날 같으면 장르영화라고 해서 마니아만 봤을지 모르겠다. 이제 관객은 장르를 굳이 따지지 않는가 보다. 그냥 나홍진이란 이름만으로도 봐줄 마음이 있으니 말이다. 그가 전작인 <추격자>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사이코패스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열광(?)했었다. 이 영화는 전작 보다 더 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게다가 귀신이 나오지 않았는가? 요즘 같은 세상에 귀신 이야기가 여전히 먹힌다는 게 신기하다. 아니 그래서 이 영화는 마니아나 좋아할 영화로 취급될만한데 대중이 좋아하게 만든 건 아무래도 이야기가 주는 탄탄함과 비주얼한 디테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겉으로로는 아이를 구하려는 아버지의 부성과 믿음의 문제를 다룬 역작이라고 시부리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됐구요, 이 영화는 한편의 잘 만든 킬링 타임용 오락영화일 뿐이다. 까짓 거, 영화 별거 있어? 재미있으면 그만인 거지. 영화에 무슨 철학이니 하는 거 난 몰라. 딱 그렇게 분류될 수 있는 영화인 것이다. 예전에 그런 영화는 좀 조악했거나 수준 낮은 영화로 취급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엔 쉬 무시할 수 없는 영화적 디테일이 있다는 거다. 어떻게 이런 영화에 무지막지한 디테일을 부여할 수 있을까? 뭐 피가 튀어도 그냥 튀지 않고, 사람이 죽어도 그냥 죽지 않고, 귀신이 장난을 쳐도 그냥 치지 않는다. 그래서 감독을 미친 놈이라 욕하고도 쉬 무시할 수는 없다. 그걸 프로라고 해야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미쳐야 미친다고 사람들 누구나 마음속 아닌가엔 미친 욕망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지 않나? 그걸 기어이 표출하는 사람이 있고, 여러 가지 사회적 제약이나 에너지의 문제로 그렇게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 뿐이다. 그런 점에서 감독은 확실히 전자에 속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래서 영화에서의 그 유명한 대사 "뭐이 중헌지도 모름서..."가 나오는 거 아니겠는가?

 

모르긴 해도 감독은 여러 사람에게 욕은 얻어 먹을지언정 영화인으로 그 작업에 있어서만큼은 원도 한도 없을 것 같다. 감독이 지금의 임권택 감독 정도의 나이가 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때쯤 어떤 평가를 받을지. 인생은 생각 보다 길다. 나에 대한 평가는 나만이 내릴 수 있다. "나는 다른 거 필요읎어. 그냥 영화를 영화답게 잘 만든 거 하나면 족햐." 뭐 이런 거라면  나 감독의 작품도 그리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관객으로서 아쉬움은 남는다. 이렇게 심장이 쫄깃거리고, 러닝타임 2시간 반이라면 좀 맨 마지막에 가서 귀신이 누구라고 확실히 밝혀주고 끝날 일이지, 말이 좋아 열린 결말이지 화장실에서 화장지 안 쓰고 나오는 그 기분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런 킬링타임용 영화에 무슨 철학적 고민을 하라고 말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믿음의 문제를 말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귀신한테서 무슨 썪을 믿음이란 말인가. 귀신은 사람을 홀리고 교란만 할뿐 믿을 가치도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인간은 또 인간인지라 믿으라고 하면 믿고 싶어하는 약한 존재가 아닌가. 감독은 아마도 이런 인간을 조롱하기 위해 이 무지막지한 영화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배우는 역시 아무나 맨정신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닌 것 같다. 소리를 지르고 피를 토하며 죽는데 아무리 주어진 역할이 그래도 그렇지 과연 맨정신으로 이게 가능할까 싶다. 주인공 종구의 딸이 빙의들린 모습도 그렇고. 사건의 전말을 다 파악할 무렵 종구는 마을의 남자들을 규합해 삽이며 각종 연장을 들고 귀신을 떼려 잡으러 가는 장면을 보면, 감독은 날 것 그대로의 수컷성이 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더구나 그것이 부성과 연결이 될 땐 어떤 폭발력을 보여주는지를 감독은 그 아수라장에서 잘도 보여준다. 그동안 곽도원은 비중있는 조연 정도만 맡아 왔는데 이 영화에선 주연으로 부족함 없다. 조금 좋아질려고 한다. 

 

가끔 나는 진정의 의미로 '피나게'란 말을  쓰곤 하는데, 이 영화 정말 피가 나서이기도 하지만, 정말 재미있어서도 피난다. 아직 안 본 사람에게 이 영화 피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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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25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사람들은 당연히 ‘곡성’ 줄거리가 궁금해서 극장에 찾아가 보게 되는데, 저는 무한도전 ‘귀곡성’ 패러디를 이해하기 위해서 영화를 봤어요. ㅎㅎㅎ

stella.K 2016-11-25 18:06   좋아요 0 | URL
무한도전을 안 봐서...
근데 이 영화 진짜 재밌지 않나?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군.ㅋ

북프리쿠키 2016-11-25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쟝르를 뒤섞어 놨는데도
따로 놀지 않는 끈끈함 덕분에
수준있는 열린결말로 마무리할 수 있었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악취나는 소재를 이렇게도 깔끔하게
연출할 수 있단 느낌도 받았구요ㅎㅎ
그래도 역시 텔라님은 점잖으셔서
˝피나게˝로 표현하시다뉘..
새롭고 독특한 표현입니다^^

stella.K 2016-11-25 18:08   좋아요 0 | URL
기가 보통 센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해 내는 거겠죠?
저는 기가 약해서 피나게 이 정도로 밖에
표현 못하겠슴다.ㅋㅋ

북프리쿠키 2016-11-25 17: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싸이러스님과 댓글 찌찌뽕~

cyrus 2016-11-25 20:08   좋아요 0 | URL
진짜네요. ㅎㅎㅎ

반딧불,, 2016-11-26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전 정보 없이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아무런 정보도 없이 보러 그것도 혼자서 보러 갔다가 죽는 줄 알았습니다. 무서워서 덜덜덜 떨다 나왔어요. 중간에 나오고 싶은 것을 참고 끝까지 보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봤던 데블스애드버킷이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천우희의 비중이 좀 작아서 서운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곽도원의 부인 역할하신 분 연기도 좋았었다 싶네요. 저는 넘 무서웠던 기억이 강해서 두 번은 보기 싫어요. 킬링타임용 오락영화.동감.

stella.K 2016-11-26 17:56   좋아요 0 | URL
저도 옛날에 이런 영화 봤으면 무섭고 기분 나쁘다고 했을 거예요.
사실 지금도 유쾌한 건 아니죠. 혹시 밤에 꿈에 나타날까 봐 겁도나고.ㅋ
그런데 스토리를 어찌나 잘 엮는지 감독이 대단하다 싶더군요.

맞아요. 천우희가 의외로 분량이 적어서 좀 아쉬웠어요.
음..말에 의하면 곽도원과 그 와이프로 나왔던 배우 실제
연인 사이란 말도 있던데 증권가 소식지는 맞을 수가 없어서리...

반딧불,, 2016-11-29 13:42   좋아요 1 | URL
네..이견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연출력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추격자도 눈과 귀를 가리고 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입니다.

곽도원과는 실제로 연인사이라는 글이 있긴 하더군요. 그 배우는 역린에서도 좋은 연기였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최근엔 안투라지에 나오더라구요.이상하게도 이름이 안 외워지는 배우입니다ㅠㅠ
 

영화 중, 고등학생인 몽규에게 명희조 선생 묻는다. 

국가의 3 요소뭐냐고. 

그러자 몽규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천천히 대답한다.

국토, 국민, 주권이라고. 

그러자 선생은 맞다고 한다

하나 지금 조선은 국토도 있고, 국민도 있지만

주권이 없다고 말한다. 

 

문득 그 장면을 보면서, 나 또한 묻고 싶어졌다. 

지금도 이 주권은 살아 있느냐고.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대내외적으로 그것을 대표하는 사람이기도 한데

                                    어떻게 국민이 생전 알지도 들어 보지도 사람에게 

                           이것을 저당잡히고

                                 그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는 건지.      

                            대통령의 권세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의 주권 보다 앞설 수 없음을

                         이때야 말로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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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 초회 한정판 (2disc)
이준익, 박정민 외 / 아트서비스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를 두 번 내리 보았다. 나는 왜 개봉했을 때 왜 혼자 개봉관에 가서 보지 못했을까? 후회가 들 정도다. 가끔 그럴 때 있지 않나, 무슨 영화 한 편 보고 센티해지고 싶을 때. 하도 우울증이 난무한 시대라 꼭 멀쩡한 사람의 기분까지 일부러 망가트릴 필요 있겠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내가 말하는 바가 뭔지 알 것이다. 그냥 좋은 영화 한 편 보고 마음을 정화하고 싶은 것이다. 그럴 때 딱 보기 좋은 영화다. 늦게 찾아 본 것도 잘못이긴 하지만, 아마도 개봉관에서 혼자 봤더라면 극장을 나와 한없이 길을 걸었을 것이다. 어딘지 목적도 없이 그냥 상념에 젖어서. 그러리만치 좋은 영화다.

  

                        

  

 

책과 작가에 대한 동경을 버리지 못한 사람이라면 영화가 보여주는 미장센만으로도 충분히 빠져들 것 같다. 특히 방 바깥에서 일가친척들이 무엇을 하던 지간에 개의치 않고 그림 같이 앉아 책만 읽는 동주를 보면 새삼 그의 시대와 지금의 시대가 너무 많이 다르다는 걸 절감한다. 무엇보다 그의 시대는 결핍의 시대고, 지금은 풍요의 시대다. 그 시절 들을만한 라디오가 있었겠는가? 볼만한 TV나 영화가 있었겠는가? 소일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책뿐이 없었을 것이다. 책조차도 흔한 시대가 아니었으니 마음만 먹으면 당시 알려진 유명한 책들은 거의 다 섭렵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은 그때 보다 규모 면에서 몇 배는 더 많이 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읽지 않는다.

 

또 다른 것이 있다면 고등학생이다. 요즘의 고등학생과는 참 많이 다르다 싶다. 80년 대 이념의 시대 때 대학생들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성숙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대는 부모가 대학은 고사하고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부모노릇 거의 다했다고 생각하던 시절 아니었겠는가. 지금의 응석받이 고등학생과 비교할 일이 못 된다.

 

물론 설정이겠지만, 그때의 고등학생들은 자기 진로가 확실해 보인다. 선생님이 졸업을 하면 무엇을 할 거냐고 묻자, 한 학생은 춘원 이광수의 <>을 읽고 감명을 받아 평양 숭실대 농업과를 가겠노라고 말한다. 그러나 선생은 단호하게 말한다. 춘원 이광수는 민족을 저버린 반역자라고. 나라가 망하면 개인은 오히려 확실해 지는가 보다. 나라의 장래가 보이지 않는데 개인은 어쩌면 그리도 나가야할 바들과 해야 할 바들이 훤히 보일 수 있단 말인가. 그게 그 시대 민족교육의 힘이었는지도 모른다.

 

춘원 이광수 말이 나와서 말인데, 같은 건 아니겠지만, 최근까지 표절에 성추문까지 리스트에 올라있는 작가들이 앞으로 50년 후나 100년 후쯤 어떤 평가를 받을까 싶기도 했다. 사람의 행위야 잘못한 것은 잘못한 거고, 지금의 우리가 춘원 이광수 대해 보는 시각 비슷하거나 아니면 그 보다 낮게 평가하게 되지 않을까? 우리가 이광수의 문학성은 인정하지만 차마 그를 존경한다고까지는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글 하나 잘 쓰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하지만 존경 받는 작가가 되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걸 그 시대나 이 시대나 똑같아 보이는 것 같다.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아무래도 윤동주와 그의 고종사촌이라는 송몽규의 대비가 아닐까 한다. 서로 성격도 다르고, 가는 길도 다르다. 같다면 죽음이 같을 뿐이다. 동주는 평생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살았다. 그는 시인이란 슬픈 천명을 가졌다며,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조용하면서도 자의식이 강한 때문이고, 그의 사촌 몽규와 매사 비교가 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혁명가 기질이 다분한 몽규는 동주 보다 공부도 잘해 열등감을 자극했고, 김구도 인정하는 투사요 행동파였다. 그에 비하면 그는 우유부단하고 문학에 자신을 숨는다고 오해나 받고 있다. 그렇지 않다고 반항하면 매사 그 보다 대범한 몽규는 알았다며 싸우지 않고 넓은 아량으로 동주를 포용한다. 차라리 치열하게 싸우면 열패감이 덜할지도 모른다. 몽규는 동주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의 혁명 과업에서 번번이 제외시키는데 그건 또 동주에겐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 되었을까. 대신 그는 그걸 시로 풀어낼 뿐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시 즉 문학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느냐는 거다. 오늘날 문학은 영화와 TV, 그밖에 여러 잡다한 것에 자리를 내준 느낌이다. 문학이 구원을 얘기하려면 성스럽고 고귀하기도 해야 할 것 같은데 후대의 작가들에 의해 오히려 그것을 거부한 것처럼도 보인다. 그렇다면 문학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문학이 우리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뭐냐고 묻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동주에게 있어서 책을 읽고 시를 짓지 않았으면 그는 온전히 그 자신으로 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문학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아무도 시를 쓰지 않는다고 했던 그 시대에. 그 시대에 시는 그에게 아무 것도 해 주지 않았다. 부모조차도 아들이 문학의 길을 가지 말고 의사가 되어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러기는 이 시대도 마찬가지 아닌가. 아니 오히려 이 시대는 시를 쓰는 사람은 많은데 읽는 사람은 없다고 하는 시대다. 서로 양상은 다르지만 불균형의 시대인 것만큼은 같다. 하지만 그는 누가 뭐라고 하던 지간에 시로 자의식을 표현해 왔고, 시대를 대변해 왔다. 시가 그였고, 그가 곧 시다. 이제 누구도 그를 시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마침내 시 즉 문학은 그에게 구원을 허락한 것이다.

 

시가 문학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 주었냐고, 무엇을 줄 수 있냐고 묻지 말아야 한다. 무엇으로 자신의 구원을 삼던 그것 또한 마찬가지다. 무슨 일을 하든지 우리 당대뿐만이 아니라 후대의 사람에게도 전수해 주려면 그걸 잘 가꿔야 한다. 그것이 동주 자신이 볼 땐 몽규 보다 못한 일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시대나 오늘날이나 제 3 자인 독자들이 볼 땐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토록이나 명징하고 쓸쓸한 시를 그가 쓰지 않았더라면 우린 어디서 시가 주는 참된 위로를 받을 수 있겠는가.

 

중간 중간 흐르는 그의 시가 지금도 귓가를 맴돈다. 감독이 왜 흑백필름으로 했는지 알 것도 같다. 하지만 윤동주 그의 쓸쓸한 영혼을 표현하기엔 다소 미흡해 보이기도 한다. 잡지 편집 회의 때 바닥에 펴 놓은 평상엔 호롱불을 켜놨으면서 방 한쪽 구석에 켜 놓은 전기스탠드나 몽규가 차던 가죽 손목시계, 그와 동주가 배를 기다리며 입었던 겨울 코트 등이 시대와 맞지 않게 너무 세련됐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이준익 감독의 결코 고급지지 않은 정서를 좋아한다. 동주 역에 강하늘을, 몽규 역에 박정민을 캐스팅한 건 일단 적절해 보인다. 특히 나는 강하늘을 좋아하는데 그의 반듯한 이미지가 동주 역을 맡기에 결코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박정민은 아직 이렇다하게 확 끌리는 건 아니지만 점점 좋아지고 지켜보고 싶은 배우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다시 한 번 또 돌려서 보았다. 아직 다 보지는 못했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내 인생의 영화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언제 다시 보아도 좋아할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윤동주의 전기 소설이나 평전을 사 봤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나 역시 그런 충동을 느꼈다. 조만간 전기 소설이든 평전이든 사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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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1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11-21 18:23   좋아요 0 | URL
^^

기억의집 2016-11-21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고 정처없이 걷고 싶은 영화라니. 저는 아직 이 영화는 안 봤어요. 사도는 극장 가서 봤는데. 작은애가 엄마 우리 이 영화 보러 오자 했는데 흑백영화라 낯설더라구요 이상하죠. 전 흑백영화를 본 세대임에도 흑백이 낯설다니.

일제 시대의 작가들을 그다지 존경하지 않는 것이 작품만이 남지는 않아서 그런 거 봅니다. 부역자! 아마 현재 말 많은 작가들에 대한 평가도 사생활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요.


윤동주 시집붐이 이 영화 덕이었잖아요~

stella.K 2016-11-21 18:12   좋아요 1 | URL
엇, <사도>가 흑백 필름이었나요? 저는 칼라로 본 것 같은데...
그 영화는 좀 처절하죠. 이 영화는 뭐랄까...
진짜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네요.ㅠ
이 정도로도 만족은 하는데 이왕 쓸쓸한 거 더 좀 멜랑꼴리해도
되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도 남고.
어쨌든 빨리 책을 사 보고 싶다는 충동이 마구 생겨요.

정말 글 하나 잘 쓰는 것도 어렸지만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인격이 받혀줘야 하지 않을까 해요.

기억의집 2016-11-21 19:16   좋아요 0 | URL
글을 정확하게 안 썼어요. 사도 볼 때 윤동주의 저 영화 광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울 작은애가 보러 가자고 한 건데 저는 광고보면서 흑백이라 망설였어요!

stella.K 2016-11-22 13:25   좋아요 0 | URL
흑백이 좀 낮설긴 하죠.
근데 옛날 향수 생각해서 아주 드물게
흑백으로 찍는 영화도 있는 것 같더라구요.
몇년 전에 무슨 미국 영화 흑백으로 찍은 거
있는데 제목이 생각이 안 나네요.
암튼 감독이 그 영화에서 착안한 것 같기도 해요.

cyrus 2016-11-21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17년 12월 30일 윤동주가 태어난 날이에요. 내년에도 윤동주의 해입니다.

stella.K 2016-11-21 18:14   좋아요 0 | URL
헉, 그럼 100년인가, 110년인가?
암튼 그의 영혼을 사랑하지 않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ㅠㅠ

북프리쿠키 2016-11-21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다시 나라를 뺏긴다면 다시 독립운동을 할 수 있을까. 총과 폭탄을 들고 하는 것만이 독립운동이 아니다. 독립군을 하루 재워주고 밥 한 끼 대접하는 것도 독립운동이고 윤동주처럼 부끄러운 마음으로 참회하며 독립을 기다리는 마음 역시 독립운동일 것˝이라고 무한도전에서 설민석 선생이 말했죠.

저도 영화관에서 밤 늦게 봤는데요.
흑백과 어우러진 중간중간의 시 낭송이 마음을 쓸쓸하게 하더군요.
특히나 이 영화를 통해 송몽규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알게 된 것과
당대의 거장 정지용 선생도 반가웠구요.ㅎㅎㅎ
춘원 이광수 선생은 뭐랄까..
공과를 논하기 전에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친일행위에 대한 내용자체가 공론의 장에 없었다는..
억울하고 분할 뿐입니다.

* 염치(廉恥) :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겠죠?
현 시국에 ‘염치‘따위는 바라지도 않겠지만 말입니다

stella.K 2016-11-21 18:19   좋아요 1 | URL
맞아요. 윤동주도 윤동주지만 송몽규가 이 영화를 통해
재조명된 게 반갑더라구요. 매력적이에요.
문성근이 정지용 역으로 잠깐 나왔는데
꽤 괜찮게 나오더군요. 그 사람은 왜 연기를 안하는지 모르겠어요.
이경영이 여기저기 많이 나오는데.

이 영화 보고 막 걷고 싶지 않던가요?ㅋㅋ

Conan 2016-11-21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에서 송몽규의 인상이 더 강했던 기억이 납니다~

stella.K 2016-11-22 13:26   좋아요 0 | URL
이 영화는 정확히 말하면 동주와 몽규의 영화죠.ㅋ

페크pek0501 2016-11-21 2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의 시를 읽고 가슴 뭉클해졌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시인이란 말을 붙일 사람이 되는 건 아주 어려운 일 같습니다.

봐야 할 영화, 봐야 할 책이 너무 많고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고
제 몸 에너지는 적고 그러네요.
요즘 마음과 몸이 따로 노는 느낌으로 삽니다. 하고 싶은 게 많지만 몸 생각해서 생략, 이 많아집니다.
그래도 영화를 보는 대신 이렇게 리뷰만이라도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stella.K 2016-11-22 13:27   좋아요 0 | URL
ㅎㅎ 그래도 언제고 시간 한 번 내셔서 이 영화 꼭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언니.^^
 

 아침에 TV를 보니, 한국에도 미슐랭 가이드가 만들어졌다는 보도가 있더라. 미슐랭 가이드는 우리가 잘 아는대로 프랑스에서 만든 세계적인 맛집 전문잡지. 거기에 한 번만 기제가 되어도 맛집으로의 끕이 달라진다고나 할까?

 

특이한 건 보통 평점을 별점 다섯 개 안에서 하곤 하는데, 미슐랭 가이드는 3개가 만점이고. 별 하나만 달아도 그 존재감을 확실히 어필할 수 있다는 것.   

 

그 프로는, 한식 차림으로 별 세 개, 두 개, 한 개짜리의 모본을 보여주는데 당연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 아니고, 재료는 한국에서 나는 것으로 하되 듣보잡이라는 것.

 

더 놀라운 건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 정갈하게 차린 한상 차림이 10만, 15만원 선이다. 물론 이건 순전히 미식가를 위한 잡지니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어쩌다 만 5천원, 3만원 짜리 식사만 해도 손목이 후달리는 우리네 서민으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러니 그런 상 받으면 SNS에 올리고 날리치지 않겠는가?

 

하지만 저 보도를 접하는 순간 그것 보다는 김영란법이 떠올랐다. 과연 저 잡지가 우리나라에서 성공을 할까?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미슐랭 가이드가 미쉐린 가이드라고 나왔다. 아무래도 영어 표기는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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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1-09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맛집을 차타고 많이 다니라고 ..타이어 회사에서 낸 모양입니다. 하여간 혀의 표면 감각에 따라 움직이도록하는 욕구의 지배력은 참 무섭긴해요..ㄷㄷㄷ

stella.K 2016-11-09 18:04   좋아요 0 | URL
그렇긴 하죠? 결국 선택의 문제이기도 한데
뭐 그만큼 우리나라 국력이 좋아졌다고 그렇게
자평해야죠.
예전에 하루 세끼만 꼬박 챙겨 먹어도 부자인 시절
있지 않습니까? ㄷㄷㄷ

참 저도 타이어 회사 생각했어요.ㅋㅋ
거기나온 맛집 김영란법 때문에 타격 좀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기억의집 2016-11-10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타이어 영업을 다른 지역에서도 열심히 하라고 영업사원에게 그 곳에 가면 뭐가 볼게 있는지 뭐가 맛있는지는 대한 팁을 준 책자가 저렇게 맛집이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스텔라님 말씀대로 비싸서 우리 서민은 가지도 못하는 곳 같아요. 솔직히 잡 한끼에 십만원이면... 다른 걸 사지 싶어서!!!! 집에서 김치나 밑반찬 하나 두고 먹으면 모를까. 접대에 저런 거 먹으니 김영란법 그렇게 반대 했나봐요. 갑자기 순실인 우리에게 뜯어간 돈 많아서 저런 데서 먹을 수 있겠다하는 생각이....

stella.K 2016-11-10 13:18   좋아요 0 | URL
그렇기도 했겠죠. 뭐 그게 비단 순실 씨만 있겠습니까?
일 열심히 안하고 이런데만 좋아하는 철밥통들한테도
고스란히 들어갔겠죠.

그런데 우리나라에 한끼에 15만원 하는 밥상이 있었다는 걸
별로 생각해 보지 못한 저도 좀 놀랍더라구요.ㅎ

기억의집 2016-11-10 13:20   좋아요 0 | URL
강남 양식 레스토랑은 비싸다던데요. 두 사람 먹으면 삼십 이렇게 나온대요. 그 말 듣고 진짜 놀라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