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곡성
나홍진 감독, 곽도원 외 출연 / 기타 제작사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모처럼 심장이 쫄깃거리는 영화다. 흔치 않은 괴기와 피로 잘도 버무려놨다. 옛날 같으면 장르영화라고 해서 마니아만 봤을지 모르겠다. 이제 관객은 장르를 굳이 따지지 않는가 보다. 그냥 나홍진이란 이름만으로도 봐줄 마음이 있으니 말이다. 그가 전작인 <추격자>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사이코패스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열광(?)했었다. 이 영화는 전작 보다 더 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게다가 귀신이 나오지 않았는가? 요즘 같은 세상에 귀신 이야기가 여전히 먹힌다는 게 신기하다. 아니 그래서 이 영화는 마니아나 좋아할 영화로 취급될만한데 대중이 좋아하게 만든 건 아무래도 이야기가 주는 탄탄함과 비주얼한 디테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겉으로로는 아이를 구하려는 아버지의 부성과 믿음의 문제를 다룬 역작이라고 시부리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됐구요, 이 영화는 한편의 잘 만든 킬링 타임용 오락영화일 뿐이다. 까짓 거, 영화 별거 있어? 재미있으면 그만인 거지. 영화에 무슨 철학이니 하는 거 난 몰라. 딱 그렇게 분류될 수 있는 영화인 것이다. 예전에 그런 영화는 좀 조악했거나 수준 낮은 영화로 취급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엔 쉬 무시할 수 없는 영화적 디테일이 있다는 거다. 어떻게 이런 영화에 무지막지한 디테일을 부여할 수 있을까? 뭐 피가 튀어도 그냥 튀지 않고, 사람이 죽어도 그냥 죽지 않고, 귀신이 장난을 쳐도 그냥 치지 않는다. 그래서 감독을 미친 놈이라 욕하고도 쉬 무시할 수는 없다. 그걸 프로라고 해야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미쳐야 미친다고 사람들 누구나 마음속 아닌가엔 미친 욕망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지 않나? 그걸 기어이 표출하는 사람이 있고, 여러 가지 사회적 제약이나 에너지의 문제로 그렇게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 뿐이다. 그런 점에서 감독은 확실히 전자에 속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래서 영화에서의 그 유명한 대사 "뭐이 중헌지도 모름서..."가 나오는 거 아니겠는가?

 

모르긴 해도 감독은 여러 사람에게 욕은 얻어 먹을지언정 영화인으로 그 작업에 있어서만큼은 원도 한도 없을 것 같다. 감독이 지금의 임권택 감독 정도의 나이가 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때쯤 어떤 평가를 받을지. 인생은 생각 보다 길다. 나에 대한 평가는 나만이 내릴 수 있다. "나는 다른 거 필요읎어. 그냥 영화를 영화답게 잘 만든 거 하나면 족햐." 뭐 이런 거라면  나 감독의 작품도 그리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관객으로서 아쉬움은 남는다. 이렇게 심장이 쫄깃거리고, 러닝타임 2시간 반이라면 좀 맨 마지막에 가서 귀신이 누구라고 확실히 밝혀주고 끝날 일이지, 말이 좋아 열린 결말이지 화장실에서 화장지 안 쓰고 나오는 그 기분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런 킬링타임용 영화에 무슨 철학적 고민을 하라고 말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믿음의 문제를 말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귀신한테서 무슨 썪을 믿음이란 말인가. 귀신은 사람을 홀리고 교란만 할뿐 믿을 가치도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인간은 또 인간인지라 믿으라고 하면 믿고 싶어하는 약한 존재가 아닌가. 감독은 아마도 이런 인간을 조롱하기 위해 이 무지막지한 영화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배우는 역시 아무나 맨정신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닌 것 같다. 소리를 지르고 피를 토하며 죽는데 아무리 주어진 역할이 그래도 그렇지 과연 맨정신으로 이게 가능할까 싶다. 주인공 종구의 딸이 빙의들린 모습도 그렇고. 사건의 전말을 다 파악할 무렵 종구는 마을의 남자들을 규합해 삽이며 각종 연장을 들고 귀신을 떼려 잡으러 가는 장면을 보면, 감독은 날 것 그대로의 수컷성이 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더구나 그것이 부성과 연결이 될 땐 어떤 폭발력을 보여주는지를 감독은 그 아수라장에서 잘도 보여준다. 그동안 곽도원은 비중있는 조연 정도만 맡아 왔는데 이 영화에선 주연으로 부족함 없다. 조금 좋아질려고 한다. 

 

가끔 나는 진정의 의미로 '피나게'란 말을  쓰곤 하는데, 이 영화 정말 피가 나서이기도 하지만, 정말 재미있어서도 피난다. 아직 안 본 사람에게 이 영화 피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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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25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사람들은 당연히 ‘곡성’ 줄거리가 궁금해서 극장에 찾아가 보게 되는데, 저는 무한도전 ‘귀곡성’ 패러디를 이해하기 위해서 영화를 봤어요. ㅎㅎㅎ

stella.K 2016-11-25 18:06   좋아요 0 | URL
무한도전을 안 봐서...
근데 이 영화 진짜 재밌지 않나?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군.ㅋ

북프리쿠키 2016-11-25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쟝르를 뒤섞어 놨는데도
따로 놀지 않는 끈끈함 덕분에
수준있는 열린결말로 마무리할 수 있었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악취나는 소재를 이렇게도 깔끔하게
연출할 수 있단 느낌도 받았구요ㅎㅎ
그래도 역시 텔라님은 점잖으셔서
˝피나게˝로 표현하시다뉘..
새롭고 독특한 표현입니다^^

stella.K 2016-11-25 18:08   좋아요 0 | URL
기가 보통 센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해 내는 거겠죠?
저는 기가 약해서 피나게 이 정도로 밖에
표현 못하겠슴다.ㅋㅋ

북프리쿠키 2016-11-25 17: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싸이러스님과 댓글 찌찌뽕~

cyrus 2016-11-25 20:08   좋아요 0 | URL
진짜네요. ㅎㅎㅎ

반딧불,, 2016-11-26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전 정보 없이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아무런 정보도 없이 보러 그것도 혼자서 보러 갔다가 죽는 줄 알았습니다. 무서워서 덜덜덜 떨다 나왔어요. 중간에 나오고 싶은 것을 참고 끝까지 보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봤던 데블스애드버킷이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천우희의 비중이 좀 작아서 서운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곽도원의 부인 역할하신 분 연기도 좋았었다 싶네요. 저는 넘 무서웠던 기억이 강해서 두 번은 보기 싫어요. 킬링타임용 오락영화.동감.

stella.K 2016-11-26 17:56   좋아요 0 | URL
저도 옛날에 이런 영화 봤으면 무섭고 기분 나쁘다고 했을 거예요.
사실 지금도 유쾌한 건 아니죠. 혹시 밤에 꿈에 나타날까 봐 겁도나고.ㅋ
그런데 스토리를 어찌나 잘 엮는지 감독이 대단하다 싶더군요.

맞아요. 천우희가 의외로 분량이 적어서 좀 아쉬웠어요.
음..말에 의하면 곽도원과 그 와이프로 나왔던 배우 실제
연인 사이란 말도 있던데 증권가 소식지는 맞을 수가 없어서리...

반딧불,, 2016-11-29 13:42   좋아요 1 | URL
네..이견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연출력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추격자도 눈과 귀를 가리고 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입니다.

곽도원과는 실제로 연인사이라는 글이 있긴 하더군요. 그 배우는 역린에서도 좋은 연기였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최근엔 안투라지에 나오더라구요.이상하게도 이름이 안 외워지는 배우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