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우 지음,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김경원 옮김 / 다산초당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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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히 혁명에 가깝지 않나 싶다. 글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책이 나왔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철학 입문서치고 이렇게 나온 건 처음 보는지라 좀 놀라웠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일본에서 제작된 책이다. 일본이 출판에 있어서 우리나라보다 앞서있는 것은 사실이고(뭐는 앞서지 않겠는가만), 저자는 학원 강사란다. 어쩐지 책을 펼쳐든 순간 뭔가 참고서스럽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철학을 또 이렇게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런 만큼 이 책은 청소년들을 겨냥한 책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꼭 청소년만 보랄 건 없다. 나 같이 철학의 철 자만 들어도 하품부터 해 댈 것 같은 성인들이 봐도 전혀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의 캐리커처가 인상적이다. 

각 철학자의 생김새를 정말 잘 살렸다. 단지 여러 다양한 표정이 가능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런 걸 기대하기엔 욕심이 과했을까? 그 점은 조금 아쉽긴 하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세상은 스토리텔링과 편집으로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하단 말이 실감 난다. 어떻게 각각 다른 시대 살았던, 서로 다른 철학자의 생각과 사상을 이렇게 한 테이블에 불러 모을 생각을 했을까, 한마디로 기획이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의 생각이란 한쪽으로만 기울어 있는 것은 위험하다. 이런 생각이 있으면 그 반대되는 생각이 있고 이를 통해 우린 분석과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책 속에서 따로 다루기도 하지만) 헤겔의 정반합의 사고를 지향하는 것도 같다.

당대 유명한 철학자를 한 테이블에 끌어모았으니 얼마나 말발들이 셀까. 물론 실제로 이들은 결코 만나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단지 시대를 거슬러 면면이 이어져 온 사상을 엮은 것이다. 그래서 편집의 힘이란 게 대단하다는 것이다.

단지 좀 아쉬운 것이 있다면 각 단원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길이가 짧다. 그래서 그냥 맛보기 수준이지 깊이는 느끼지 못하겠다. 그런데 어찌 보면 그게 전략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고 입문서란 콘셉트이라면 말이다. 그저 한 가지 사안에 대해 과거 철학자는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고 미끼를 던져주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되묻는 일종의 토론이 가능할 수 있도록 의도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역시 읽고 있으면 이만큼 배려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철학은 어렵다는 장탄식을 피해 갈 길은 없어 보인다. 철학 공부의 새로운 형식의 책으로는 쌍수를 들어 환영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철학이란 학문 자체가 쉬워졌다거나 접근 자체가 용이해졌다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왜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 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고, 그 답을 조금이나마 이 책에서 찾는다면 그도 이 책을 읽는 보람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일독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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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4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03-06 13:4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오타쿠 문화가 가능해서 일 수도!
이렇게 정리를 잘 하는 사람 보면 정말 부러워요.
전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ㅠ

페크pek0501 2017-03-05 15: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철학의 지도 같은 책이군요.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인 듯...

stella.K 2017-03-06 13:44   좋아요 0 | URL
네. 그냥 입문서 정도.^^

고양이라디오 2017-03-05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어보이는 책이예요. 읽어보고 싶네요ㅋ

stella.K 2017-03-06 13:46   좋아요 0 | URL
어떻게 캐리커처를 넣을 생각을 했는지...
재미도 있어요. 가끔 조용히 하라고 호통도 치고 그래요.ㅋ

북프리쿠키 2017-03-07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이라는 나라는
특정 주제에 대해 기발하게 접근하고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데는
특출난 것 같습니다.^^;

stella.K 2017-03-07 13: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오밀조밀하게.^^
 

책을 택배로 받다보면 가끔 그런 상상을 할 때가 있다. 

나에게도 우렁각시가 있어 생각지도 않게 책 선물을 받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

지금까지 그 비슷한 일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어, 이거 내가 안 시킨 것 같은데 누가 나에게 이런 선물을...?

그리고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뜯어보지만 다 받을만한 이유와

받을만한 해당 상품이 들어있다.

그러면 그렇지...

어쩔 수 없이 허탈함과 함께 우렁각시 같은 건 두 번 다시 믿지 않으리라

또 한 번 다짐을 한다. 

 

그런데 오늘 낮에 느닷없이 예스24  택배 상자가 도착했다.

이건 또 뮝미..?

읽어야할 책이 산더미라 가급적 책을 안 사려고 발버둥을 치다못해

발광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므로 난 결코 이런 상자를 받을 짓을 한 적이 없다.

그래도 과거 그런 전적이 있어 혹시 그런 적은 없는가 내 기억을 탈탈 털어 보았다.

털어도 먼지하나 없이 깨끗하다.

그렇다면 정말 천사는 있는 걸까? 

우렁각시는 믿지 않는다면서 나의 상상력은 역시 그 수준을 크게 못 벗어나고

있다는 걸 자각하며  천천히 상자를 뜯어 보았다.

 

그건 박균호님의 <독서만담> 1권도 아닌 2권이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이상한 일이다. 얼마 전 내 책에 님의 책을 다룬 것을 기념해

서로 바꿔 본적이 있고,

또 얼마 전 페이퍼 글에 자신의 책을  남에게 공짜로

주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쓰신 것 같은데

왜 나한테 이런 과분한 친절을 베푸시는 걸까?

내 책이 그렇게도 감동스러웠나?

역시 글 잘 쓰는 사람은 글 잘 쓰는 사람을 알아 본다니까.

하며 나는 내 나름대로 환상의 나래를 촤악~ 펼쳐보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이왕 보내주실 것 같으면 내가 읽지 않은 책이면 얼마나 좋을까

역시 사람의 욕심은 끝간데가 없구나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건 난 오늘에야 비로소 이 책을 완독했으니.

그래도 이렇게 같은 책을 두 권씩이나 보내주신 걸 보면 좋은 사람과 나누라는

그분의 착한 마음을 호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돌이켰다.

그리고 서재 댓글란에 비밀글로, 뭘 두 권씩이나 보내주시냐고

좋은 사람과 함께 나누겠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남겼다.

 

그런데 작가님 요즘 학기가 시작되어 바쁘실 텐데 단 몇 분만에 댓글을 남겨 주셨다.

사실 나에게 보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걸 주소 확인을 미처 못하고 

엔터를 누르는 바람에 나에게 오게 된 것이라고. 순간,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어찌나 웃기고 황당하던지.

뭐 이런 만담 같은 일이...!ㅎㅎ

 

내가 이 책을 받으면서 장소팔, 고춘자 버금가는 만담을 기대한다고 했는데,

우리의 박균호님 확실히 독서계의 장소팔답다.

그런데 나는 아직 고춘자는 못 되는 것 같다.

노력하면 나도 독서계의 고춘자가 될 수 있을까?

아, 그래도 이건 너무 웃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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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7-03-03 2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두 권을 받으셨다는 말씀을 듣고 한 동안 골똘히 무슨 말씀인지 의아했더랬죠 ㅎㅎㅎ 아름 다운 밤 되세요

stella.K 2017-03-03 20:09   좋아요 2 | URL
ㅋㅋ. 네. 그런데 왜 제 부탁은 안 들어주시는 겁니까?
물론 그럴 줄 짐작은 했습니다만...ㅠ

박균호 2017-03-03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슨 부탁 말씀이신지 ㅠ

stella.K 2017-03-03 20:22   좋아요 2 | URL
ㅎㅎ 거기 댓글란에도 썼는데...
작가님 보고 싶으신 책 있으면 선물해 드리겠다구요.
여기 이 동네에선 그런 거 서로 잘 하는 분위긴 거 아시죠?
빼지 마시고 말씀해 주세요.^^

박균호 2017-03-03 2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 제가 생각해보고 알려드리죠

stella.K 2017-03-03 20:27   좋아요 1 | URL
넵!

박균호 2017-03-03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동네 분위기를 잘 몰랐네요

2017-03-04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03-04 13:36   좋아요 0 | URL
그럼요. 예전엔 더 했는 걸요?
그래도 책 인심 여전해서 이 동네가 좋긴하죠.^^

blanca 2017-03-04 0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여워요. ^6^(혹시 실례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저도 맨날 온갖 공상의 나래를 펴서 스텔라님 말씀이 어떤 얘기인지 이해가 가서요.

stella.K 2017-03-04 13:39   좋아요 0 | URL
아유, 그 무슨... 가끔 그런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 주면
삶의 활력소도 되고 좋은데 말이죠.
그래도 뭐 이런 재밌는 일도 나쁘지 않아요. ㅎㅎ

북프리쿠키 2017-03-0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도 작가님께서 엉뚱한 댓글을 달아주셔서 빵 터졌습니다.ㅎ
재미있으신 분이예요.^^;

stella.K 2017-03-04 13:4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재밌으세요.
쿠키님 이 책 안 읽으셨으면 박균호님을 대신해서
제가 한 권 보내드릴까 했는데 안 되셨습니다.ㅠ
뭐 언제고 또 기회가 있겠죠.
좋은 주말 보내십쇼!^^

페크pek0501 2017-03-04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얘기 잘 읽었어요. 저도 예전에 알라딘 책이 왔길래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어쩐 일이지, 하면서 사은품인가 보다, 하는 생각으로 포장지를 봤더니 이웃집의 책이 잘못 배달된 것이었어요.
기대감이 꽝, 하고 터지는 순간이었죠. ㅋ

stella.K 2017-03-04 13:43   좋아요 0 | URL
어맛, 언니도요!
맞아요. 기대는 과녁을 빗나갔지만
어제 웃을 수 있어 나름 좋았습니다.ㅋㅋ

노란가방 2017-03-0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stella.K 2017-03-04 13:43   좋아요 0 | URL
ㅎㅎㅎ
 
플로렌스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 메릴 스트립 외 출연 / 에프엔씨애드컬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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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영화는 아름다운 것만이 예술인가에 대해 묻고 있는 것 같다. 우린 흔히 아름다운 것 또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것만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만이 정답일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실제로도 미(美)의 기준을 나눌 때 '추미(醜美)' 즉 추한 것도 미의 기준에 포함시킨다. 그런 것처럼 음치도 성악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인가를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나는 당연히 음치는 성악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영화의 얼개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또 다른 버전을 보는 것도 같다. 그 동화가 말하는 건 정직 또는 진실함을 가르치기 위함인데 오늘 날엔 과연 진실만이 최선이냐 또는 그것만이 이 세상을 구원하는가에 오히려 과거의 가치관에서 다소 비껴선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 보는 건 돈과 예술과의 상관관계다. 예술은 숭고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예술해서 밥 먹을 생각하지 말고, 배를 곯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은 거룩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다소 잔다르크적 사고를 가진 예술가나 예술 애호가가 여전히 존재하는 듯하다. 물론 난 그들이 여전히 전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야 예술도 정화될 수 있는 것이 니까. 그러나 예술은 자본의 자양분을 먹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라는 걸 부정할 사람이 과연 있겠는가?

     


영화의 주인공 플로렌스 젠킨스는 실존 인물이다. 사상 최악의 성악가란 오명이 있긴 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다(실제로 이 영화의 장르는 드라마 코미디물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나 뭔가 모르게 나의 의식을 자극하는 게 있어 갈수록 좀 진지해 졌다.

플로렌스가 비록 최악이란 오명이 있긴 하지만 성악가의 반열에 그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건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또한 그럴 수 있었던 것엔 그녀가 음악을 너무 너무 사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지 않아도 될 만큼은 부자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자본가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을 해서 재산을 하나도 상속 받지 못하고 자수성가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런 걸 보면 가난이 꼭 사람의 주제를 파악하도록 만드는 건 아닌 것 같다. 주제파악 보다 앞선 건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다.

그 사랑이 얼마나 큰지 그녀는 난봉꾼인 첫 남편에게서 매독에 감염되어 평생 고생을 하고 의학적으론 50대 안에 사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녀는 그 나이를 훨씬 넘어 살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음악을 사랑하기 때문 아니겠는가. 그런 사람에게 주제 파악은 당치 않는 일이다. 

돈이 좋긴 하다. 비록 돈이 플로렌스를 진정한 성악가로 만들어주진 못하지만 매번 박수 부대는 만들 수 있으니. 물론 진지한 음악가가 있었다면 플로렌스를 보고 신성한 음악을 모독한다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아무도 그러지는 않는다. 게다가 그녀는 이미 음악 발전에 거액을 기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유명하다던 토스카니니가 그녀의 성악을 지도한다. 그가 무엇이 아쉬워 성악지도를 했겠는가. 그 역시 그녀의 그늘 아래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난 이쯤 보고 있을 때 잊고 있던 한 기억이 떠오르면서 오랜 질문과 맞닥트리고 말았다. 이것은 나의 책 <네 멋대로 읽어라>에서 나의 뮤지컬 작품 제작 과정에 언급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몇 년 전 <뮤지컬 손양원>을 대학로 무대에 올리면서 오랜 숙원을 이루어 좋긴 했지만 그때 겪은 자본의 힘이란 건 나에게 거의 충격으로 다가 왔었다. 

그때 난 애써 쓴 대본이 제작자의 손에 의해 거의 만신창이가 되다시피 했는데도 그걸 속수무책으로 지켜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일은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자본가의 것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깊이 깨달았다. 거기까지는 뭐 자본주의 세상이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내 안에 남아 있던 한 가지 질문 그렇다면 하나님은...? 기독교적 양심이란 건 그 앞에서 소용이 없는 것인가? 각본은 분명 내 이름으로 나가긴 했지만 그건 이미 내 작품이 아니었다. 제작자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하고 이름만 내 이름으로 나가면 뭐하나. 정말 괴로웠다. 그리고 난 복수라도 하듯 제작자를 비난하는 것으로 일관했었다. 뮤지컬의 뮤 자도 모르는 인간이 돈 많다고 자랑이나 하고 암사자마냥 작품을 갉아먹는다고. 

대체로 하나님은 그 상황에서 침묵하시는 경우가 많으시니 나는 그렇게 표독스럽게 변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그 공연이 망치길 바랐다. 그 제작자를 생각하면 그랬다. 어찌나 교만하고 무례한지 작품이 성공하면 자기가 잘 나서 성공한 줄 알지 않겠는가. 그리고 실제로 엉성하기 짝이 없는 작품이라 망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그 반대였다.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이것을 기뻐해야 하는 것인지 화를 내야하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후자를 선택하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나는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공연의 한 부분을 맡은 사람일뿐 전체를 보고 비평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공연의 시작은 작가에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마지막은 관객에게 있다는 것. 관객이 좋다고 하면 다 좋은 것이다.

이 영화도 보라. 시작은 플로렌스에게 있는 것 같지만 진짜 플로렌스를 있게 만든 것은 그녀를 토끼라고 부르는 남편도, 반주자 맥문도, 토스카니니도 아니다. 그녀의 존재를 완성시킨 건 관객이다. 관객 대부분은 그녀의 노래를 조롱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 조롱했던 것도 아니다. 누구는 진지했고, 누구는 경청했다. 진심은 통한다고 비록 음치여도 자신이 정말로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은 관객들에게 전달해 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어찌보면 주제 파악이나 하라는 말처럼 주제 넘은 말도 없다. 뉘라서 함부로 이 말을 하랴. 주제를 파악하고 안하고는 그 사람의 몫이지 나의 몫은 아니다. 그런데 우린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에 밤 놔라, 대추 놔라를 참 잘한다. 왜 사람은 그 사람이 꿈 꾸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일까. 때로 꿈속에 있는 것도 건강을 위해선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늘 제 정신으로만 살면 사람은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살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도 보라. 플로렌스가 꿈을 깨고 현실을 마주했을 때 어떤 결과를 맞이했는지. 그녀가 훌륭했던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성악가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 제작자가 뭘하며 지내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새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 공백이 생각 보다 길다 싶다. 더 이상 제작을 안 하기로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게 자신의 현실과 한계를 깨달아서는 아닌지 모르겠다. 또 그 현실과 한계를 깨닫게 하는데 지난 날 나도 공헌을 했던 탓은 아닐까 모르겠다.

비록 그 제작자는 내 작품을 더 이상 제작하지 않더라도 어디선가 계속 제작은 해 주길 바랄 뿐이다. 그 작업은 솔직히 맨정신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쳐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야 우리나라 공연 발전에 조금이나마 공헌하는 것이니까. 나는 지금쯤 되서야 정말 모든 것 다 잊고 그가 잘되길 축복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디서도 소식을 들을 수 없으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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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03-04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아름다운 것만이 예술인가에 대해 묻고 있는 것 같다.˝
- 저는 추한 것을 보여 주는 것도 예술이라고 봅니다. 현실 반영을 제대로 했다면요.

자본의 논리가 우리를 슬프게 할 때가 많지요. 공감합니다.


stella.K 2017-03-04 13:4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나름 용기를 주던데요?
생각할 거리도 줘서 이 영화 전 괜찮게 봤어요.
앞으로 노래 못 부른다고 기죽을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진심을 다해 부르면 알아주겠죠?ㅋㅋ
 
출판을 위한 출판주의자 범우 윤형두
김병익 외 70인 지음 / 종합출판범우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면 꼭 거치게 되는 출판사가 있는 것 같다.
나에겐 범우사가 그런데 학창시절 이 출판사의 책들을 참 많이 사 봤다.
최근엔 새 책은 더 이상 안 내는 것 같던데 많이 아쉽다.
그런데 언제 이런 책이 나왔구나. 반갑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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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28 1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범우사에 나온 책들이 좀 오래된 게 많고, 문장에서 올드(old)한 느낌이 확 나요. 그래도 읽을 만한 책이 아주 많아요. 아쉬운 건 그 좋은 책들은 거의 절판됐어요.

stella.K 2017-02-28 16:30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 하긴 내가 범우사 책을 읽지 않은지가 꽤 오래 됐지.
주로 그 올드함이 비교되기 이전에 책을 사 봤을 테니.
하긴 지금 표지만 봐도 확 차이가 나지.
윤형두 사장 일선에서 물러났을 테고
누군가는 범우사를 맡아 다시 부흥시켜야할 텐데
그럴만한 사람이 없나 봐. 안타까워.ㅠ

cyrus 2017-02-28 16:35   좋아요 1 | URL
과거에 비해 문고본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한번은 범우문고를 읽고, 리뷰를 쓰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요즘 워낙 좋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니까 문고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요. 사람들이 책값이 비싸다는 걸 심각하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책값이 싼 문고본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지 의문입니다. 요즘 같은 출판 시장에 문고본의 수익이 높아져야 정상인데 말이죠.. ^^;;

2018-01-04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겨우내 만나지 못했던 말하자면 성경공부 리더님과 한 분의 멤버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어느 식당엘 들어갔다. 식당엔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마침 방안에 자리가 있어 불편은 했지만 신발을 벗고 냉큼 가 앉았다.

 

우린 대충 음식을 주문했고, 잠시 후 음식이 나와 먹고 있는데 우리와 조금 떨어져 있는 상에 앉은 남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지기 시작했다. 왜 그런가 했더니 거기엔 남자와 그의 아내로 보이는 여자 그리고 채 4살이나 5살이 됐을까 말까한 여자 아이가 밥을 먹고 있었는데 그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 아주머니가 실수로 이 남자에게 할아버지라고 했건 것이다. 그러니까 그게 이 남자에겐 용서가 안 됐던 것이다. 

 

"내가 그렇게 할아버지로 보입니까? 아, 똑똑히 좀 보세요."

그제야 아주머니는 실수한 걸 알고 실실 웃어가며 미안하다고 했는데도 분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더니 우리를 포함해 방에 있는 모두를 둘러보며,

"아니 제가 그렇게 늙어보입니까?"

 

그러자 우리 옆 테이블에 어떤 여자 손님이 장단이라도 맞추듯 아니라고 했다. 사실 내가 보기에도 그 남자는 젊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할아버지로 불릴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그 여자 아이가 너무 어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젊은 할아버지쯤. 그 여자아이가 귀여워 아는 척 한다는 게 "할아버지와 왔구나. 할아버지와 맛있게 먹었쪄요?" 했었나 보지. 

 

그의 아내는 남편이 그럴수록 얌전히 밥을 먹으며 "알았어. 조용히 해." 한다. 솔직히 이럴 때 남자는 아내가 자신과 함께 동조해 주길 바랐는가 본데 그녀는 오히려 남편으로 인해 주위가 소란스러운 게 더 창피하고 싫었던 것이다. 그러자 남자는 더 열에 받혔고, 결국 입맛도 잃었는지 밥을 두 숟깔쯤 뜨고 말아 버렸다. 여자는 끝까지 침착하게 밥 한 공기를 다 비우고. 우리가 밥을 다 먹고 개산할 때쯤 그들도 계산을 했는데 그곳 주인은 남자가 자기 종업원 때문에 밥을 못 먹었다는 것을 알고 합의하에 밥 한 공기 계산은 제외했던 것 같다.

 

나와 함께 밥을 먹었던 지인이 계산할 때 보니 여자도 남자 만큼이나 젊은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니까 이들 부부는 늦게 결혼을 해 딸 하나를 낳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평소 그 아이에게 신경 쓰였던 것은 아닐까. 하긴 그게 아니어도 그런 소릴 들으면 유쾌할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딸이 웃겼다. 아빠가 그렇게 화를 낼 때마다 추임새라도 넣듯 "재밌냐? 재밌냐?"하는데 아빠한테 하는 소린지 종업원 아주머니한테 하는 소린지 알 수가 없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워가지고 써 먹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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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02-27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글에서 웃었어요. 아이가 그런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저 같으면 늙어 보이는 게 창피해서라도 또 소심하지 않게 보이기위해서라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척했을 텐데 사람마다 반응하는 게 그렇게 다르네요.

늦둥이가 많은 세상이 되고 또 젊게 보이는 노인이 많은 세상이 되어
저도 아는 척하기 조심스러울 때가 있어요.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아이와 함께 있는
여자가 나이 든 엄마인지 젊게 보이는 할머니인지 정확히 모르겠거든요.
참 헷갈리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어요. ㅋ

stella.K 2017-02-28 14:06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니까요. 저 같으면 점잖게 몇 마디 하고 말텐데
그러니까 진짜 늙은 것 표내는 것 같잖아요.
전 그 아저씨 와이프 마음이 이해되겠구만
자기 편 안 들어준다고 더 오버하고.
그 종업원 아줌마 사람 볼 줄 모르는 것 같긴해요.ㅋㅋ

yureka01 2017-02-2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재밋냐...////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란 말이 떠오릅니다.ㄷㄷㄷ

stella.K 2017-02-28 14:07   좋아요 1 | URL
그러니깐요. 애들 앞에서 냉수도 못 마신다는 말
그냥 있는 말이 아니어요.
귀엽기도 하고.ㅎㅎ

마태우스 2017-02-27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그거 가지고 그리 화를 내고 그런답니까. 참 속이 좁네요. 자기 자신에게 자신이 없으면 그렇게 남의 평가에 예민하게 구는 듯요. 스텔나케이님은 참 글 잘써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stella.K 2017-02-28 14:14   좋아요 0 | URL
오, 마태우스님! 지난 주 우연히 TV 보다가
마태님 곽정은 씨와 토크쇼에 나온 거 보고 반가웠습니다.
더 화사해지시고 멋 있어 지셨더군요.
그 특유의 유머 감각은 여전하시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마태님께서 칭찬해 주시니 기분 좋습니다.ㅋㅋ

cyrus 2017-02-28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좀 이해가 안 되는 게 공공장소에서 언성을 높이면서 화를 내는 사람들이예요. 그 사람들 대부분은 나이가 많아요. 그 사정을 살펴보면 그렇게 크게 화를 낼만한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 아버지가 조금 이런 성향이 있어서.. ㅎㅎㅎ 제가 아버지가 밖에 나가서 부끄러운 행동을 한 걸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솔직히 걱정되긴 해요.

stella.K 2017-02-28 16:35   좋아요 0 | URL
ㅎㅎㅎ 남자들 그런 경향이 있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 와이프는 얼마나 쪽팔리겠니?
계속 조용히 하라는데도 말도 안 듣고.
근데 난 그 아저씨도 솔직히 이해는 간다.
나도 그런 일 당한 적 있었거든.
중학생 녀석이 나하네 할머니라고 그러는데 얼마나 열 받던지.
그런다고 그렇게 열 받아하는 건 좀 심하긴 해.ㅋ

cyrus 2017-02-28 16:37   좋아요 1 | URL
화를 먼저 낸 사람이 진 겁니다.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강한 부정의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화를 낼 수 있거든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