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택배로 받다보면 가끔 그런 상상을 할 때가 있다.
나에게도 우렁각시가 있어 생각지도 않게 책 선물을 받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
지금까지 그 비슷한 일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어, 이거 내가 안 시킨 것 같은데 누가 나에게 이런 선물을...?
그리고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뜯어보지만 다 받을만한 이유와
받을만한 해당 상품이 들어있다.
그러면 그렇지...
어쩔 수 없이 허탈함과 함께 우렁각시 같은 건 두 번 다시 믿지 않으리라
또 한 번 다짐을 한다.
그런데 오늘 낮에 느닷없이 예스24 택배 상자가 도착했다.
이건 또 뮝미..?
읽어야할 책이 산더미라 가급적 책을 안 사려고 발버둥을 치다못해
발광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므로 난 결코 이런 상자를 받을 짓을 한 적이 없다.
그래도 과거 그런 전적이 있어 혹시 그런 적은 없는가 내 기억을 탈탈 털어 보았다.
털어도 먼지하나 없이 깨끗하다.
그렇다면 정말 천사는 있는 걸까?
우렁각시는 믿지 않는다면서 나의 상상력은 역시 그 수준을 크게 못 벗어나고
있다는 걸 자각하며 천천히 상자를 뜯어 보았다.
그건 박균호님의 <독서만담> 1권도 아닌 2권이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이상한 일이다. 얼마 전 내 책에 님의 책을 다룬 것을 기념해
서로 바꿔 본적이 있고,
또 얼마 전 페이퍼 글에 자신의 책을 남에게 공짜로
주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쓰신 것 같은데
왜 나한테 이런 과분한 친절을 베푸시는 걸까?
내 책이 그렇게도 감동스러웠나?
역시 글 잘 쓰는 사람은 글 잘 쓰는 사람을 알아 본다니까.
하며 나는 내 나름대로 환상의 나래를 촤악~ 펼쳐보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이왕 보내주실 것 같으면 내가 읽지 않은 책이면 얼마나 좋을까
역시 사람의 욕심은 끝간데가 없구나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건 난 오늘에야 비로소 이 책을 완독했으니.
그래도 이렇게 같은 책을 두 권씩이나 보내주신 걸 보면 좋은 사람과 나누라는
그분의 착한 마음을 호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돌이켰다.
그리고 서재 댓글란에 비밀글로, 뭘 두 권씩이나 보내주시냐고
좋은 사람과 함께 나누겠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남겼다.
그런데 작가님 요즘 학기가 시작되어 바쁘실 텐데 단 몇 분만에 댓글을 남겨 주셨다.
사실 나에게 보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걸 주소 확인을 미처 못하고
엔터를 누르는 바람에 나에게 오게 된 것이라고. 순간,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어찌나 웃기고 황당하던지.
뭐 이런 만담 같은 일이...!ㅎㅎ
내가 이 책을 받으면서 장소팔, 고춘자 버금가는 만담을 기대한다고 했는데,
우리의 박균호님 확실히 독서계의 장소팔답다.
그런데 나는 아직 고춘자는 못 되는 것 같다.
노력하면 나도 독서계의 고춘자가 될 수 있을까?
아, 그래도 이건 너무 웃긴다.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