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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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정윤수
주연 : 엄정화, 한채영(2007년)

사실, 정윤수 감독의 영화를 알게 된 건 이 영화가 먼저다. 하지만 그동안은 왠지 이 영화를 볼 마음이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감독의 <아내가 결혼했다>를 봤고, 영화가 의외로 꽤 괜찮다는 생각을 했고, 내친김에 이 영화를 연이어 보게 됐다. 정 감독의 필모그라피도 보면 이 영화가 <아내가 결혼했다>보다 먼저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선듯 볼 용기를 내지 못했던 건 역시 '스와핑' 때문이었다. 그것을 이 영화에선 '크로스 스캔들'이라고 좀 더 순화된 용어를 쓰더만, 그렇게 쓰니 조금은 낫다는 느낌이 든다. 솔직히 스와핑은 네 사람 서로의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들은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냥 우연히 사랑에 물들었으니까(물론 그렇다고 스와핑이 아니라고도 말 못하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사랑은 눈이 멀다. 이런 사랑엔 이성이 아니면 조절이 가능하지 않은데, 문제는 인간의 이성 조차 감당하기 어렵거나 일부러 이성의 통제를 받지 않으려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폐일언하고, 중요한 건 이 영화는 스와핑에 관한 영화마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 감독의 후기작 <아내가 결혼했다>도 그렇고, 이 영화에도 그렇고 감독은 인간의 결혼 관계에 대해서 일관되게 묻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때론 도발적이고, 때론 엉뚱하게. 단지, 이 두 영화가 다른 것이 있다면 <아내가 결혼했다>는 결혼에 대한 여성의 불합리함을 유쾌하게 대변했다고 한다면, 이 영화는 그 초라함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영화적 공간이나, 등장하는 네 사람 정민재(박용우), 한소여(한채영), 박영준(이동건), 서유나(엄정화)의 직업은 하나 같이 세련되고, 고상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의 결혼은 다소 밋밋하고, 긴장감이 없다. 한마디로 이들의 결혼은 권태롭다. 인간은 삶이 권태로울 때 일탈을 꿈꾸게 되어있다. 

 

 영화에선 엄정화와 박용우가 부부고, 이동건과 한채영이 부분데, 원래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걸까? 역시 이들 네 사람은 성격상 서로 크로스해서 더 잘 어울려도 보인다. 즉 매사에 차갑고 자기 주장이 강한 박영준(이동건)은 매사에 조용하고 차분한 한소여(한채영)보다는 늘 자신에게 자극을 주는 서유나(엄정화)가 더 흥미롭고 끌리는 반면,  뭔가 보호해 주고 감싸줘야만 할 것 같은 한소여에게는 푸근하고 젠틀한 정민재(박용우)가 더 잘 어울린다. 또한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서유나에게 정민재는 그다지 맞는 상대는 아니다. 특히 이것은 이들의 정사장면에서 잘 나타내 보여주고 있는데, 정민재와 한소여의 정사는 진지하고 꼼꼼한 반면, 박영준과 서유나의 정사는 정열적이다 못해 우리나라 씨름의 성대결을 연상케 해 오히려 유쾌하게 보인다.        

이전에 본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도 말했지만, 정윤수 감독은 완급조절을 잘하는 감독이다. 이 영화에서 볼만한 대목은 그렇게 상대를 크로스해서 절정에 오르는 과정을 교차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정민재와 한소여는 차분하고 부드럽지만 강렬한 사랑을 보여주는데 반해, 박영준과 서유나는 뭔가 액티브하지만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부드러움이 약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역동적이라고 해서 방향을 잃는 것은 아니라는 상대적 개념을 영화속 네 사람은 충실하게 보여준다.  결국 이것은 힘의 안배라고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감독은 이것을 상당히 노련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나중에 이들 네 명의 심리적 일탈을 어떤 연출과 음악적 효과를 사용하고 있는가를 보면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 중년의 부부가 자신들의 한 많은 결혼생활을 토로하게 만드는 것은 통속적이지만, 확실히 절묘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또한 이들은 이렇게 불온하고 불안한 사랑은 동시에 그것은 자신들의 결혼생활을 되집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특히 결혼 3년된 정민재가 아내 서유나에게, 당신은 아직도 나를 보면 가슴이 뛰냐고 묻는 것은 확실히 이들의 부부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말해 주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감독이 모든 면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 부분에서 아쉬운 한계를 보여주지 않나 생각해 본다. 즉 인간의 사랑. 특히 남녀간의 사랑을 가슴이 뛰냐 안 뛰냐로만 상정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것 말이다. 바로 이것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크로스가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인간의 사랑을 한정적으로만 보여주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이들의 새로운 사랑은 외롭고 쓸쓸하며 불온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물론 그래서 여기에 영화적 상상력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여간해서 도덕적인 것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탈도덕을 말한다. 그러므로 도덕은 관객의 몫으로 돌린다.   

영화의 말미에 가면, 이들의 크로스적 관계를 빼도 박도 못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은 서유나와 한소여가 실족해 물에 빠지는 장면이다. 그랬을 때 박영준과 정민재는 각각 누구했을까? 각자의 아내? 아니면 내연의 여인? 스포일러지만, 두 남자는 서로 약속이나 한듯 내연의 여인  즉 상대의 아내를 구한다. 내가 스포일러를 무릎 쓰고 이것을 밝히는 것은 이것은 결국 감독의 의지의 표명이기도 했을 텐데, 확실히 여자의 뇌와 남자의 뇌가 달라서 그런 연출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말하자면 내가 감독이라면 그 두 남자가 각자의 아내를 구하는 것으로 하지 않았을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후  이들은 그 사건으로인해 서로 갈라선 것으로 마무리가 되고 있는데, 그것으로 봐서 감독은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언젠가 나의 지인 중 한 사람은 배우자에게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바람은 언제라도 피워도 좋은데 내가 모르게 피우라고 했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결혼이라는 건 참 쓸쓸하고 초라한 것이겠구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지혜롭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결혼의 순결성은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바람은 그야말로 바람이다.  감기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36.5도의 정상적인 체온을 가진 남녀라면 있을 수 있는. 그것은 반드시 지나간다. 배우자가 바람 한번 피웠다고 칼바람을 일으키고 한 가정을 풍비박산내 끝내는 결혼까지 포기한다는 건 과연 온당한 처사일까? 이쯤되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건 역시 엄정화가 아니었을까 한다. 난 정말이지 이 배우가 너무 멋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배역을 맡겨도 그녀는 그 배역에 최선을 다한다. 박용우는 배역에 값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한채영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그녀는 자체발광, 아름다운 면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가장 어정쩡한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는 이동건은 아니었나 싶다. 그 더벙한 머리라도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왔더라면 보기는 좀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영화 어느 장면을 봐도 어느 대기업 젊은 이사역을 맡기엔 좀 안 어울리는 배역이다. 그래도 영화는 그 자체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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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1-07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기.. 계기 아닌가요?

밀도 있는 감상문 잘 봤습니다. ^^


stella.K 2010-11-08 11:42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항상 그 단어가 헷갈려요.ㅜ

2010-11-08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8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11-09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이 영화 못봤어요.
전 요즘 엄정화를 다시 봐요.
만능엔터테이너라는 말 뜻을 곱씹어가면서 말이죠.

슈스케를 보면서,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상대에게 고대로 전달할 수 있는 매력을 엿보았다고나 할까요?
달리는 말에 채찍질 뿐만 아니라,따뜻한 말 한마디도 필요한 것일테니까 말이죠~^^

stella.K 2010-11-09 12:24   좋아요 0 | URL
저도 엄정화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40이 넘은 나이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도 좋구요.
영화 한번 보세요. 뒤가 좀 그렇긴 하지만 정말 잘만든 영화란 생각이 들어요.
감독이 감각 있어요.^^

다이조부 2010-11-09 14:38   좋아요 0 | URL
엄정화의 슈스케의 심사평은 찬반이 분명히 갈렸죠~

저도 나무꾼님의 생각에 동의하는 편이긴 하지만 말이죠.

엄정화 같은 누나가 있었다면 나도 엄태웅처럼 매력남이 됬을까요?

아마 그렇게 되지는 못했을거에요 ㅋ

stella.K 2010-11-09 16:50   좋아요 0 | URL
ㅎㅎ 매버님은 매버님 나름의 매력이 있잖아요.^^

다이조부 2010-11-13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윤수 감독의 신작이 개봉하더군요.

신은경 정준호 주연의 영화인데 예감이 아쉽게도 쫄딱 망할거 같아요.

주인장의 연뻑 리뷰가 아니었으면 관심 없을 이름이었는데 종로에 있는 극장에 광고를

보는데 정 윤 수 눈에 빵빵 띄더군요 ㅋ

stella.K 2010-11-13 18:05   좋아요 0 | URL
헉, 그런가요? 그래도 저는 일단 관심가져 봅니다.^^
 
아내가 결혼했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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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감독 : 정윤수
주연 : 김주혁, 손예진

누군가는, 영화는 도덕의 잣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듣고 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어떤 영화는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버젓이 썩소를 날리기도 하지 않는가? 이것이 현실에서 가능하기나 한 것이란 말인가? 그래도 그건 영화려니하고 보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뭐란 말인가? 사실 도덕의 잣대로 보지 않는 것이 영화라면,  모든 영화는 마음을 비우고 봐야한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킬링타임용 영화라면 모를까.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자주, '이거 뭐하자는 시츄에이션이야?'를 남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도대체 가능하냔 말이다.  

아무리 능력있고, 세련된 직업을 가졌으며, 남다른 가치와 사고 방식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남편을 두고 또 다른 남자랑 결혼을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지금의 남편이 싫어져서 이혼을 하고, 다시 재혼을 하는 거라면 이해를 할 수가 있다. 또 가끔, 이혼할 자신이 없으니까 바람을 피우거나, 배우자 몰래 동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한 채 결혼을 또 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뭐 그냥 우스개 소리로, "거 누군지 참 남자 복도 많다."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제 3자니까 그렇지, 이것을 선듯 찬성할 배우자는 없다. 이것에 대해 이 영화의 여주인공 주인아(손예진 분)는 당당하게 맞선다. "내가 뭐 하늘의 별을 따 달래? 달을 따 달래? 그저 남편 하나 더 갖겠다는 것 뿐인데 그게 뭐 그렇게 어려워?" 꼭 사춘기 여자아이가 스마트폰 사 달라고 아버지에게 징징거리는 것 같다. 결혼이 그렇게 어느 대리점에서 스마트폰 사는 거처럼 쉬운 거라면 누군들 못할까? 이쯤되면 좀 정신에 문제있는 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렇게 자꾸 징징거리면 아무리 쇠고집이어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들어주고도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내가 뭐 잘못했나? 자신을 의심하는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영화는 이렇게 여주인공의 도발적이고 엉뚱한 언동에 점점 갈등하고, 타협하고, 그러다가도 뭔지모를 미로속을 헤메는 것 같은 남자주인공 노덕훈(김주혁 분)의 심리를 그리 무겁지 않으면서도 통속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이혼도 하지 못하면서 아내의 새로운 결혼을 지켜 봐야하는 덕훈의 심정이 어떨지 감히 짐작이 간다.  그건 단순히 질투라고만 말할 수도 없다. 그것은 결혼의 순결성에 대한 도전이고,  숨이 턱턱 막히는 고통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덕훈에겐 세상을 넓게 보는 시야가 열리는 것이기도 하다.  원래 세상을 넓고 깊게 보는 경험은 좋은 것에서 얻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은 쓰디 쓴 경험에서 얻어지는 경우가 더 많은 법이다. 자신은 바람을 피우면서 아내의 바람기는 참아내지 못하는 친구의 푸념은 자신이 느끼는 이 황당한 상황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기가 잘못해서 아내가 바람이 난 것을 누굴 나무라냐며 용서해 주라고 말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영화는 이렇게 기존의 결혼에 대한 도덕 관념 내지는 사람들의 인식을 별 것 아닌 것처럼 치부한다.  또한 아내가 그렇게 두 집 살림을 하면서 자신의 가족들에게 며느리 노릇을 완벽 잘하는 것을 보면서, 덕훈은 어머니에게 묻기도 한다. 아버지랑 그동안 어떻게 살았냐고. 의외로 돌아오는 답변은 간단하다. 악착같이 살았다고. 누구 좋으라고 이혼하냐며.  그게 결국 결혼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 상황에서 이혼을 생각해 보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이혼하면 지는 것이다. 

 

사실 덕훈도 덕훈이지만 주인아를 보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두 집 살림하는 것이 영화에서처럼 쉬운 일인가?  지구상에서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가 유지되는 종족은 극히 드물다. 영화속 인아는 처음부터 거의 끝까지 생글생글 웃고 있지만, 실제로는 보통의 능력이 아니면 두 시어른의 눈을 완벽히 속여 가면서 두 집 살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여자가!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현재의 배우자와 이혼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원래 한 가지만 잘할 수 있지 두 가지 이상을 잘하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까.  

하지만 영화는 언제나 가정을 잘하는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이다. 예로부터 두 집 살림은 남자가 잘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것은 알고보면 영역 표시하기를 좋아하고, 사냥을 좋아하는 수컷의 본능일뿐 문화적으로 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 역할은 주인아처럼 여자가 더 잘할지도 모른다. 여자의 뇌는 멀티 플레이를 잘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남자는 그럴 수 있어도 여자는 그럴 수 없다는 건 사회적 인습이 그렇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대부분의 도덕이란 건 남자들에게 유리한 인습을 둔갑시킨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영화속 덕훈은 그 말도 안되는 결혼 생활을 꾸역꾸역 해 나가고 있었고, 한 여자를 두고 두 남편이 공유할 수도 있다는 걸 새롭게 인식해 갈 무렵, 인아는 아기를 낳고 이들의 결혼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그리고 새롭게 나타나는 문제는, 그 아이가 누구의 핏줄이냐는 것이다. 덕훈 자신의 것이냐, 아니면 아내의 남편의 것이냐. 즉 핏줄의 문제. 현대에 있어서 일부일처제의 결혼이 유지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핏줄의 문제 때문일 것이다. 누구의 씨냐는 것은 오랜 가부장제를 관통해 온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얼마 전에 TV를 통해 소개된 아프리카 원시 부족인 '조에족'이 생각이 났다. 그 부족은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가 허용된 사회인데, 특별히 일처다부제인 경우 여자가 낳은 아이가 정확히 누구의 핏줄인지를 모른다고 한다. 단지 아기가 태어나면 모든 남편들이 공동으로 육아에 참여한다고 한다. 그래야 그 부족은 종족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종족 보존의 나름의 합리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에서도 보면, 아기가 갑자기 열이 나고 병원에 급히 데려가 봐야하는 상황이 생기고 만다. 하지만 하필 덕훈은 다리를 다쳐 병원에 데려 가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아내의 남편이 그야말로 바람 같이 나타나 아기를 안고 병원엘 데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걸 보면서 아이의 건강뿐만 아니라 이렇게 범죄가 많은 문명화된 사회에서 아이를 지켜줄 존재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핏줄을 보존하는데 유리하면 유리했지 결코 불리할 것은 없어 보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들었다.  단지 그 아이의 정체성의 문제 때문에 그렇게 못하는 것뿐이지.

             

 이렇게 이 영화는 기존의 결혼을 헤집어 놓는다.  무겁지 않고 상큼하게. 그리고 '뭐하자는 시츄에이션인가?'란 이 짜증도 알고보면 그동안 내가 영화를 얼마나 도덕적 관념과 기존의 인식의 틀을 가지고 볼려고 했는지 반성(?)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미래 사회에 결혼의 형태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영화 초반의 인아의 덕훈에 대한 요구는 얼마나 황당한가? 중혼이라니? 하지만 일부일처의 결혼제도에서 음성적으로 파생되는 결혼의 모순과 상처를 생각할 때 차라리 인아의 요구는 오히려 정당성을 얻을만 하다. 앞으로 이런 결혼 형태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벌써 부성을 거부하고 모성에 의한 자녀 양육의 형태나 동성부부간의 자녀 양육의 형태가 나오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영화는 결혼의 새로운 논리를 펴고자  만들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결혼에서 여자가 얼마나 상처 받을 수 있는지를 남자에게 고스란히 덮어 씌우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한 남자가 조강지처를 두고 딴 여자를 얻는 경우 그 여자들은 형님, 아우의 존칭을 나눠 갖는다. 그것이 이 영화에서는 고스란히 두 남자의 몫이 됐다. 그것에 대해 덕훈은 얼마나 낮간지러워 하던지. 웃긴다. 상대를 이해하는데 역시사지의 논리만큼 좋은 것도 없으리라. 그러면서 동시에 영화는 결혼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위로까지 해 주고 있다.  

히 이 영화는 대사가 좋은데, 엔딩 때 김주혁이 나레이션으로 읊조리는 대사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미운 사람이 사라진다고 하여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이 주는 환상을 가지고 결혼하지만, 그렇게 결혼은 핑크빛 사랑 보단 수없이 반복하는 애증속에서 미워하지 않는 방법 아니 미움을 끌어 안는 법을 깨달아 나가는 과정은 아닐까? 결혼은 해도 후회고 안 해도 후회라지만 그건 확실히 결혼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싸우더라도 혼자인 것 보단 같이가 나은 법이니까.  

감독의 세련된 연출과 완급 조절 능력이 좋은 것 같다. 덕훈 역의 김주혁이 왠지 차갑고 묵직한 이미지 때문에 찌질한 역이 안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 의외로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는 생각이 든다. 여우 같은 이미지와 청아한 이미지를 함께 갖춘 손예진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조금 야하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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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1-05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이거 소설 읽구 너무 화딱지나서 영화는 볼 생각두 안 했어요.
남성 작가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공감이 하나두 안 가요.
언니 같으면 시댁 두개 갖구 시플거 같아요?
거기다 여주가 엄청나게 남편들에게 잘 하고, 집안 살림 잘하고,
시댁에게도 잘 하고, 회사도 다니고, 밤일도 잘 하게 나오잖아요?
그렇게까지 피곤하게..... 남편 둘 가지고 시플까?
완전 남성 시각이예요,, 윽. 시러.

그러나 리뷰는 좋네요! ^^

stella.K 2010-11-05 16:2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가?
하지만 영화에서 덕훈이 많이 당하잖아요.
영화는 영화일뿐. 정말 인아 같은 인물이 있겠어요?
영화니까 가능하지.
난 이쯤되니까 책도 보고 싶긴한데 영화가 더 잘 만들어졌을거란
생각이 들어요. 축구 얘기 얼마나 능청스럽게 굴려 먹는지
시나리오가 좋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이조부 2010-11-0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의 원작소설도 상당히 인기 있었던걸로 기억해요. 저는 읽어보지도 않고

축구매니아인 동생한테 권했더니, 소설과는 거리를 두는 친구인데 재미있게 읽었ㄷㅏ고

하더군요.

리뷰를 보면서 찔금 읽다가 치운, 이갈리아의 딸들 이 떠올랐어요. 리뷰가 무척 좋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ㅋ

stella.K 2010-11-06 10:46   좋아요 0 | URL
오호! 이갈리아의 딸들이 이와 비슷한가요?
오래 전 읽어 볼까 하다 그만둔 건데 관심이 가네요.
가끔 리뷰가 좋다 생각되시거든 추천 쿡!도 해 주세요.ㅋㅋ

프레이야 2010-11-07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책도 영화도 재미있게 본 거네요.
손예진은 이 영화에서 가장 잘 어울리고 적격인 거 같았어요, 제 눈엔요.ㅎㅎ

stella.K 2010-11-06 12:3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손예진은 정말 물이 오를데로 올랐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우미와 청순미를 어찌 그리도 두루 갖췄는지 째끔 부럽다는 생각을...ㅎㅎ
그런데 책은 어떤가요? 좀 끌리긴 하는데...

프레이야 2010-11-10 21:13   좋아요 0 | URL
축구와 그들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조합되어요.
전 재미있게 봤어요.^^

순오기 2010-11-06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영화도 재밌게 잘됐지만...
정말 여자가 두 남자 거느리고 그렇게 피곤하게 살고 싶을까는 알 수없는 영역!ㅋㅋ

stella.K 2010-11-06 10:49   좋아요 0 | URL
원래 세상의 모든 이치는 하나 좋으면 하나가 나쁘잖아요.
결국 선택의 문젠데 그러고 사는 것도 그녀에겐 좋은가 보죠.
저도 두 집 살림은 못할 것 같아요.ㅋㅋ

다이조부 2010-11-0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사소한 궁금증인데, 추천을 하면 뭐가 좋은가요? ^^

아무도 제가 쓴 ㅎㅓ술한 글에는 추천을 안해줘서 몰라서 말이죠~

좋아하는 가수가 얼마 전 쓰러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는데, 결국 세상을 떠났네요.

사람은 떠났지만, 결국 음반만 덩그러니 남았네요. 속이 상하네요. 쩝

stella.K 2010-11-06 13:05   좋아요 0 | URL
헉, 누군데요? 어쩌다...?

추천은 그냥 기분이에요. 그래도 있는 거랑 없는 거랑 많이 다르죠.
내 글에 대한 자존심을 인정해 달라는 거랄까?
누군가 내 글에 관심있다는 건데 그럼 기분 좋잖아요.
근데 추천하셨네요. 잘하셨어요. 토닥토닥~ㅋ
저도 좀 전에 매버님 글에 추천하고 왔는데.
어때요, 기분 좋지 않아요?^^

다이조부 2010-11-06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제가 스텔라님처럼 밀도 있는 감상문을 쓰지는 않아서 십중팔구 추천은 0 이랍니다.

달빛요정만루홈런 이진원씨가 오늘 사망했네요.

후유증이 주말 내내 계속될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stella.K 2010-11-06 15:04   좋아요 0 | URL
방금 들었어요. 전에 들어본 것 같기도하구...
안 됐네요. 아직 젊은 사람인데.

매버님도 밀도 있게 쓰세요. 그럼 제가 백만 개쯤 날려 드릴게요.ㅎㅎ

다이조부 2010-11-0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은 빈말을 안 하시는구나 ^^

보통이라면, 매버님도 밀도 있게 쓰는걸요~ 할텐데 말이죠 ㅋ

아무튼 재미있네요 ^^ ㅎㅎ

스텔라님도 고종석 좋아한다는 것은 무척 반갑네요. 저는 그 아저씨 를 제일 좋아하거든요

stella.K 2010-11-07 16:26   좋아요 0 | URL
정말 그래야 했던 건가요?
사람이 가끔 마음에 없는 소리도 해야하는 건데
이게 전 잘 안되요.ㅎㅎㅎ
하지만 제가 누구를 칭찬을 할 땐 아낌없이 하죠.
그러고 보면 매버님도 예리한데가 있어요.ㅋ

고종석은 오래 전에 읽었는데 좋은 건 아는데 뭐하느라
그의 다른 책들을 못 읽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러고 보니 낮간지럽네. 마치 잘 알고 있는 것처럼...ㅠ
 
프랑켄슈타인 - Frankenstei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허리우드표가 다 그렇지. 눈을 사로잡는 마력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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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1-03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옆에 있는 4단 서재에서 지성에서 영성으로 없어졌네요.

요즘에 그 책을 읽고 있어요.

모임에 나갔다가 그 책을 두고 와서 후배한테 소포로 부치라고 했는데 이 녀석이

차일피일 미루네요 ㅋ

stella.K 2010-11-03 15:22   좋아요 0 | URL
ㅎㅎ 가끔 님은 전혀 상관없는 란에 댓글을 다세요. 여기는 영환란인데.ㅋ

그책은 저도 감명 깊게 읽은 책이어요.
그렇게 부족할 것없이 완벽할 것만 같은 어르신에게도
말 못할 아픔이 있었다는 게 너무 공감이 가고,
다시 한 번 이 분의 지성이란 상당한 경지구나 싶어요.
지성을 통과해야만 영성이 보인다는데 공감은 가지만,
그렇게만도 얘기할 수 없는 게 영성이고, 신앙 같아요.
한마디로 오묘한 거죠.
 
청춘 - Plum Blossom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곽지균
주연 : 김래원, 김정현, 배두나

배두나가 '무릎팍 도사'에 나와 그런 말을 했다. 봉준호 감독이 자신을 발견해 줬고, 곽지균 감독이 연기란 무엇인가를 알게 해줬다. 나 뭐라나. 그리고 곽지균 감독 얘기가 나오자 그녀의 큰 눈에 눈물이 글썽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곽지균 감독은 올봄에 타계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바람에 호기심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배두나가 이 영화에 큰 의미를 두는 것과 나의 호기심이 무슨 상관이라고 이 영화를 봤을까? 싶다. 그녀가 특이하게 연기를 잘하긴 하지만 내가 그녀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로맨스 영화의 대부라던 곽지균의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볼만한 이유가 없는데 봤다는 것.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면 그가 죽었기 때문이었을까? 그가 죽지 않았더라면 보지 않았을 영화다. 

 

영상은 아름답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소 늘어지고 암울하다. 무엇보다 감독의 영화를 거의 보지 않았지만 그리고 2000년에 만들어진 영화라지만, 내내 보면서 드는 생각은 감독은 자신의 영화적 화법을 극복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일부러 그것을 고수하려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전자에 더 혐의를 두긴 하지만.  영화는 어찌보면 옛날 방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도 그런 게, 김자효(김래원 분)와 이인수(김정현 분)이 번갈아가며 뇌까리는 "섹스"라는 단어가 진부하고 권태롭다는 느낌이 든다. 과연 우리의 "청춘"으로 대별되는 단어가 (슬프게도) "섹스"라는 단어 밖에는 없었던 걸까?  어찌보면 이 영화는, 세상이란 자기가 느끼고, 보고, 체험하는 것 그 이상을 넘어가지 않는다는 다소 자조적인 것을 보여 주기도 하는 것 같다.  

보통 우리는  성인이 되는 싯점을 고등학교 졸업 전후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때가 되면 성인이 됐기 때문에 술도 먹고, 담배도 피우며, 섹스를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지점이 가장 취약한 싯점인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때야 말로 누구를 만나느냐,무엇을 경험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세계가 결정되는지도 모르니까. 자효만 하더라도 고등학교 3학년 그 싯점에서 섹스의 첫 경험을 그렇게 하지만 않았더라도 그의 인생이 조금은 나았을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정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 당황스러움과 혼란스러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첫 경험의 상대였던 정하라(윤지혜 분)는 그가 보는 앞에서 투신 자살을 하고 만다. 정하라 역시도 섹스의 첫 경험을 책임져 줄 줄 알았던 자효가 자신을 피하고 싫어하니 수치와 복수심으로 그같은 무모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니 자효가 성인이 되서 섹스 좀비가 된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싶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풋풋했던 자효와 수인이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벌써 뭔가에 쩔어있다. 이 비포와 애프터의 연기를 김래원과 김정현은 너무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동시에 방황하는 청춘을 나름 잘 연기했다. 하지만 나도 벌써 기성세댄가? '대학이라고 기껏 들어갔더니 저 짓거리 밖에 할게 없군'이란 우리네 부모 세대들이 했던 말을 그대로 뇌까리고 싶어졌다.  

그런데 차츰 보면서 드는 생각은, 흔히 하는 말로 남자는 사랑과 섹스는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맞는 말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아가 그것은 그저 사랑없이 섹스한 것에 대한 자기 합리화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란 말이다. 그에 비해 여자는 사랑이 먼저고 후에 섹스라고 말한다. 이것도 알고보면 내 여자는 순결해야 한다는 고전적 사고방식이 나은 유언비어는 아닐지? 이심전심이랬다고, 남자가 그렇게 말한다면 여자 역시도 그럴 수 있다. 요즘 자유연애라하여 여성에게 있어 섹스는 예전 보다 훨씬 자유로워졌다. 박수도 손뼉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방탕한 자효가 진짜 사랑을 만날 수 있을런지는 알 수가 없다. 물론 영화의 엔딩은 긍정적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지만, 자효가 섹스만 하고 상처 받을 것을 두려워해 사람에 대해 마음을 열지 못한다면 영화 이후에도 자효는 여전히 방탕한 삶을 살 확률은 여전히 높다. 즉 이말은 그렇게 섹스와 사랑이 별개라고 말하는 이상 누구에게든 진짜 사랑은 오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그것은 자효와 수인의 자취방에서 그 둘이 나누는 말 그대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늙어도 오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상 자신의 배우자는 여전히 섹스의 상대자며 익숙한 집안 식구중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 남자들은 그렇게 섹스와 사랑을 별개라고 말하면서 마음 저편엔 구원의 여인상을 동경하기도 한다. 그것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인수에게서 보여진다. 그는 고등학교 때 만난 선생님을 잊지 못해 동정의 몸을 나름 꽤 오래도록 유지(?)하고 살았다. 하지만 그 역시 미숙하고 어리석어서 선생님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아무와 섹스를 하고 그덫에 걸려 버린다. 나중에 선생님과 하룻밤을 지내게 되지만 그땐 이미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살을 하고 만다.  

가끔 영화나 문학은 아는 누가, 그것이 가족이든, 친구든 죽음을 목도하면 자아를 깨닫고 성숙해지는 것으로 표현을 하곤 하는데, 인수의 죽음이 그동안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던 자효에게 그것을 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운 결말처럼도 보인다. 그것도 사실 자신 스스로가 그렇게 한 것도 아니다. 인수의 죽음과 자효를 좋아하는 서남옥(배두나 분)의 적극성이 가능하게 해 준 것이다.  그렇게 자효의 소극적인 태도로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 가지는 못할 것이다. 더구나 섹스란 잣대 하나만 가지고 이 세상을 어떻게 잴 수가 있단 말인가? 이렇게 청춘을 사랑 그것도 섹스에만 국한시켜 보여주려 했던 감독의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몸은 여전히 청춘인데 20대와 함께 정신은 이미 40대 중후반의 권태로움을 보여준다. 사실 어쩌면 청춘은 뭔가 대단할 것 같아도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인생의 한 과정으로 흘려보내는 것일 뿐. 그런데 자효와 인수는 뭔가 대단한 게 있을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주저 피기도 전에 시들어버린 꽃 같다.

여기서 '무릎팍 도사' 때 배두나가 말했던, 곽지균 감독에게서 로맨스 연기의 정서를 배우게 되었다는데 과연 무엇을 두고 그런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영화에서 빈번히 보여지고 있는 정사 장면은 오히려 저렇게까지 친절할 필요가 있을까? 짜증스러울 정도였다. 특히 그녀는 그 프로에서 정사 장면의 곤혹스러움을 얘기 했었다. 수치스러움은 물론이고, 가족들에게도 미안하고, 자신이 앞날도 걱정스럽다는 것 까지. 그러면서도 그녀는 일에 있어서의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 주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서의 나는 필요 이상의 정사 장면을 보여 준다면, 그것이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떠나서 그것도 일종의 착취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감독은 어떻게 하면 베드신을 많이 보여 주느냐, 배우는 얼마나 벗는 영화에 참여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능력과 예술에 이바지한 정도가 증명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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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의 후예
영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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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 보다 재밌다. 성동일은 확실히 신뢰감을 주는 연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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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9-2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동일은 절대 주연 안 맡겠다고 말했다더군요.
그래야 오래, 수명이 길다구요.ㅎㅎ
현명하고 유머러스한 사람 같아요.

stella.K 2010-09-27 11:41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이 사람은 그 나름으로도 빛을 발하니까.
솔직히 이 영화에서도 주연 못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이조부 2010-09-27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별로일것 같았는데 의외로 좋은가 보네요~

나른한 오후 일요일 이 가는것을 아쉬워 하면서 봐야겠어요 ㅋ

stella.K 2010-09-27 15:4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별로 기대 안하고 봤는데 의외로 볼만했어요.
특히 저 성동일의 연기가 일품이었죠.
나중에 한번 보세요. 나른한 일요일 날.^^

양철나무꾼 2010-09-27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들은,
"엄마,액션이 지대루야~"
이러면서 낄낄거리던데요~

시험기간에 공부 대신 영화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해피한 일이겠죠.

stella.K 2010-09-28 10:02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죠. 아무리 시험기간이라도 재밌는 걸 못 본데서야
감히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국민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ㅋㅋ

lo초우ve 2010-09-28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며칠전 티뷔에서 추석특집으로 봤어요
아 이거야 원.... 파일로 소장하고 있는데 티뷔에서 보여주다니.. ㅡ,.ㅡ;
어쨋든 모 재미있게 봤답니다 ^.^

stella.K 2010-09-28 09:59   좋아요 0 | URL
사실은 저도 티뷔에서 봤답니다.
제가 코믹쪽에서는 눈이 좀 높은 편인데 모처럼 재밌게 봤어요.^^

카스피 2010-09-28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아쉽게 못봤는데,그래도 신민아가 나오는 구미호에도 무척 코믹하게 나오던데요^^

stella.K 2010-09-29 10:46   좋아요 0 | URL
앗, 성동일이 그 드라마에도 나오나요?
글면 그 드라마를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는군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