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손등 위의 맥박은, 울근불근, 아주 고요하면서도 힘차게 뛰고 있었다. 네 심장이 뛰고 있는 것 같았지. 아니, 쌔근쌔근 바람 부는 네 코의 피리, 푸르스름하고 가지런한 네 속눈썹 그늘의 떨림, 맑은 물 고인 네 쇄골 속 우물, 오르락내리락 시소를 타고 있는 네 가슴의 힘찬 동력, 휘어져 비상하는 네 허리의 고혹을 나는 보고 느꼈다. 내가 평생 갈망했으나 이루지 못했던 숨결의 영원성이 거기 있었다.
-소설 『은교』에서


폭풍같이 썼지요, ‘은교’요.
쓰면서, 生에 대한 나의 갈망을 통절히 반영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봄꽃들은 속절없이 피고 지는데, 그 복잡한 시간 속에서 목 놓아 울어도 좋을 것, 사랑 이외에 무엇이 더 있을까요. 생성이고 죽음이며 상승이자 추락인, 꿈이면서 동시에 피 어린 실존인, 아, 사랑!


사랑에서 우리는 어떻게 멸망할 것인가.


괴테의 시구예요. 봄이 다 가기 전에 비록 멸망일지라도, 당신의 운명을 만나기 바라요. 보세요, 숲은 하루가 다르게 제 몸을 바꾸면서 장엄한 운명을 만들어가고 있는걸요.

2010년 4월 끝자락에서,
박범신 
 

출처: http://cafe.naver.com/mhdn/14294  

벌써 여섯번째 레터란다. 난 왜 몰랐지?  

아무튼 문동 카페 회원들을 위해 이메일로 보내줬는데 저거 받고 왠지 뭉클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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