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부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까?  

모처에서 원고 청탁을 받았는데, 내가 쓰고자 했던 건, 일기나 편지에 관한 책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그것에 관한 경험이나 생각을들 자유롭게 쓰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쓰자니 이 책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난 이 책을 오래 전에 사 놓고도 읽지 못하고 있었다. 

가끔 난 그때 그때 생각나는대로 관심 가는 책을 브리핑 하듯 정리해 보곤 하는데, 하면서도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읽지 않은 책에 관해서도 말할 수 있구나며 새삼 놀라곤 한다.  또 그 방법을 소개한 책도 이미 나와있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다. 난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책은 읽어 본 사람의 말에 하면 꽤 재밌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내 글이 출판되어 나온다고 생각하니(이글을 읽는 사람은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내 이름으로된 책이 나온다는 것이 아니라, 동인지 형식이라 그 중 내 글이 끼어 나온다는 것뿐이다), 평소엔 자연스럽게 소위 '썰'을 풀었는데,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려고 하니 왠지 목에 가시가 돋는 느낌이다. 그래서 늦게나마 원고를 넘기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읽고 있는 중이다. 

<새벽 세 시에 바람이 부나요?>관한 이야기는 여러 사람들에게서 듣고는 있는데, 이 책을 펼쳐든 순간 좀 놀라긴 했다. 소설이라면 있을 법한 인물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문어체 문장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구어체 문장만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름 재미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초반이라서일까? 아주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읽어봐야 아는 일이지만, 갈수록 재미있을지는 좀 의문이다. 그건 작가가 독일 사람(실제로는 오스트리아)이란 선입견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재밌다는 것중 하나가 유머라는 건데, 사실 독일식 유머는 좀 독특하지 않은가? 아주 박장대소할만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난 막상 읽으면서도 만일 이런 형식의 글을 우리나라 작가가 썼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게 만든다. 이 보다는 재미있지 않을까? 

소설이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이 책에 나오는 상황은 있을 법도 하지만 또 여간해서 있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메일을 얼마나 쓰는가? 사무용도가 아닌 정말 인간적 용도로 말이다. 별로 없지 않을까? 오히려 블로그라면 할 말이 좀 있지 않을까? 

꼭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오래 전, 알라디너였던 분이 계셨다. 과거형으로 표현한 건 지금은 당연 아니라는 소리다. 그 분은 아직 알라디너로 있을 때 우리나라의 유수한 출판사에 취직했고, 마침 작가 성석제가 그 출판사에서 책을 내, 출판 강연회를 강남 교보문고에서 한다고 해서 간 적이 있었다. 알겠지만 강연회는 독자의 질의응답을 받는 시간이 있다. 나는 거의 은둔형 스타일이라 조용히 왔다가 갈수도 있는데, 왠지 그냥 가기 섭섭해서 독자로서 한 가지 질문을 했었다. 무엇을 질문했었는지는 여기 밝히지는 않겠다. 그리고 그 갖다 온 후기를 여기에 남겼다. 그러자 얼마만에 그가 내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겼다. "그날 스텔라님 만나서 반가웠어요."라고. 그렇다면 뭐란 말인가?그도 그날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리고 내가 이렇게 후기를 썼을 때야 알았을 것이다. 아, 그 사람이 스텔라였구나! 하고. 그러니 그런 댓글을 남겼겠지.  

안타깝고 아쉬웠다. 무슨 어느 드라마에서 남녀주인공이 서로 스치고 지나가는 익숙한 장면처럼. 그렇다면 그는 나를 그렇게 알았겠지만, 난 여전히 그분이 어떻게 생긴 분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얄궃다니! 말하자면 성석제 작가의 강연회에 그도 스텝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날 계셨군요. 누구셨나요? 혹시 사회 보신 그분?" 이란 댓글을 남겼다. "아뇨. 전 주로 뒤쪽에 있었기 때문에 스텔라님은 거의 보기가 어려우셨을 겁니다. 실제로 그랬구요." 아, 이런 그때 나의 부주의 함이란! 그가 그 출판사의 직원이 된 줄 알고 있으니 스텝 아무나 붙들고 혹시 그분이 여기 계시냐고? 물어만 보았어도 나 역시 그를 만났을 것이다. 순간 장님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물론 나중에 어떤 기회에 실제로 그를 아주 잠깐 만났고 우린 정식으로 인사를 했다.  

이 책에서도 보면 남녀 주인공이 오프에서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도 정식으로 인사하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지만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메일로 그때 어떤 사람이 바로 당신일 것이다하고 찍어대는 것이다. 뭐 나름 재밌는 부분인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그 부분을 읽으면서 미래 인간의 만남이란 이럴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서글픔 같은 게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도 보라. 며칠 전 아는 사람들과 그런 얘기를 했지만, 우린 다 같은 자리에서 만나고도 서로 온전히 만나지 못한 만남을 갖기도 한다. 앉아서 핸드폰이나 아이폰으로 딴 사람과 교신하고, 다른 곳에 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책의 내용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건 왜 일까? 

그런데 꼭 문명의 이기가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은 아니다. 인간은 그것을 가지고 새로운 진화를 하는 것이다. 

이를들면 난 그 책을 읽으면서 뭔가의 충동을 느끼기도 했는데, 말하자면 나는 아는 알라디너 한분의 이벤트에 참여 하느라 재작년 시나리오 학원에서의 한 대목을 펼쳐보이기도 했다. 근데 그때 내가 뭘 느끼고, 뭘 생각했는지, 뭘 배웠는지를 말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을 몇 차례에 걸쳐 서간체로 써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수신인은 누구로 할까 머리를 마구 굴리다 결국 하루를 마감하고, 잠을 자고 일어나니 그 생각이 싹 가셨다. 확실히 그 책이 주는 임팩트가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난 대충 이런 생각들을 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은 이 책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알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편지 친구 있으십니까? 묻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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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2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2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10-07-03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참 많은 분들이 읽으시고 리뷰를 올리시는구요.
읽지는 않았지만 추억이 생각나는 책이 되었습니다. ㅎㅎ

stella.K 2010-07-03 11:00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도 함 읽어보세요. 읽을만 해요.^^

글샘 2010-07-03 13:22   좋아요 0 | URL
아참 이제 읽으실 때도 되셨구만, 계속... 읽지는 않았지만...을 읊조리고 계시다는... ㅎㅎㅎ

stella.K 2010-07-03 13:35   좋아요 0 | URL
근데 전호인님은 안 읽으실지도 몰라요, 글샘님.
남자들은 연애 소설 별로잖아요.
그래도 글샘님 읽어주신 거 그리고 마이리뷰 되신 거
확실히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