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에게 두 권의 책이 도착했습니다. 하나는 박범신의 <산다는 것은.>이었고 또 하나는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였지요.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요즘 박범신의 작품에 매료되서 내친김에 저 <산다는 것은>을 읽어 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저<운명이다>를 대충 훑어만 보고 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이 책이 좀처럼 내 눈과 손을 놔주질 않네요.  

언젠가도 밝혔지만 나에게 있어서 책이란 그저 지식을 쌓는 정도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웬만해서 책 읽으면서 우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눈물로 읽지 않으면 안 될 책들도 있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바로 이 책 역시 그런 책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아니 아직 처음 몇장을 읽을 뿐인데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첫장을 펴니 문재인 씨가 쓴 '고맙습니다'란 부분을 읽는데 왜 이토록 마음이 무너지는지... 작년 이맘 때의 슬픔이 다시 살아나고야 말았습니다. 문재인 씨는 그 글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지요.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호불호나 정치적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것은 또한 시대 상황이나 시대정신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가 어떤 목표를 추구했는지, 무엇을 성취하고 어떤 오류를 범했는지, 대한민국에 무엇을 남겼는지, 우리는 많은 시간 더 생각하고 연구하고 토론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 노무현'을 넘어 '인간 노무현'의 삶에 대한 기록이 필요합니다. ...... '인간 노무현'의 삶과 죽음 전체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아야 비로소 '대통령 노무현'을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다른 사람이 원고를 정리하기는 했지만,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들을 기록한 '정본 자서전' 입니다.(5~6)"  또한 그는, "퇴임한 직후 노무현 대통령은 자서전을 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가치 있는 자서전은 거짓과 꾸밈 없이 진솔하게 써야 하는데,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으로서 관계를 맺었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현업에 있는 상황이라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더 많이 흐른 후에야 자서전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검찰 수사가 대통령의 주변을 옥죄어 들어 왔던 시점에 와서야 회고록을 써야겠다며 목차와 생각의 편린을 메모하기 시작했지만, 그에게는 이미 그 일을 할 만큼 많은 시간이 남이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열네 줄 짧은 글 하나만 남기고 떠나 버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회고록을 쓰는 것은 남은 사람들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날을 더 살아야할 '노무현 사람들'은 그를 잊지 않고 그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7p)" 라고 썼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 저는 그를 아주 지지했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잘 이겨낸 대통령이 되길 바랬습니다. 그가 퇴임 후 검찰의 조사를 받으러 차에 올라탔을 때 또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그가 탄핵을 받아 잠시 대통령직을 내려놔야 했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바로 애써 국민들 앞에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그 모습이 말입니다. 그가 부엉이 바위 위에서 몸을 던졌다고 했을 때 그가 살아생전 사람들 앞에 보여줬던 미소는 정말 행복해서 지었던 미소가 아니었구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할 수 있었을까? 놀랍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슬펐지만 한켠 화도 났습니다. '죽긴 왜 죽어. 악착 같이 살아서 힘없고 백 없는 대통령도 역사의 등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어야지.' 속으로 되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비운에 가 버렸으니 그의 역사적 평가가 과연 올바로 내려질 수 있을까? 우려가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냥 무조건 동정론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거였죠. 물론 어떤 사람은 그가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도 아니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건데 국장이 웬말이냐라고 하는 사람도 더러는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게 어법에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전 그 사람들의 말에 동의 하지 않습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옳은 선택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 자체로도 그분의 업적과 함께 평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분의 죽음 조차도 역사에 고요히 묻힐 수 없다는 것이 유족들에겐 아픔이겠지만 또 어쩌겠습니까? 이것이 정치인의 삶과 죽음인 것을.  

하지만 제가 더 분통터져하는 것은 그분의 죽음이 아닙니다. 제가 더 화가 나는 건 언론이었습니다. 그분의 재임시 모든 언론사들은 하나 같이 그분에 대한 비난의 촉각을 곤두세웠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언론사 중 어느 하나라도 그분을 옹호는 고사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려고 했던 곳이 한곳이라도 있었나요? 설혹 있었다고 해도 공중파 방송 3사와 조중동이 워낙에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어 도무지 또 다른 시각을 찾아 볼래야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물론 저 자신부터 애초에 포기했던 것이 더 큰 문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도무지 정치엔 관심이 없는 인간이니 말입니다.) 그래도 놓고 그분이 서거하자 일제히 그분을 추모하며 그분의 업적을 기리는 작태라니..물론 국가 원수였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우는 했어야했겠죠.  

왜 우린 아직도 돈있고, 학벌있고, 백있는 사람이 활개치는 세상에 살아야 하는 건가요? 아무리 적자생존의 세상을 살아가는 거라고는 하지만 이젠 좀 이 가치가 변하면 안 되는 건가요?  우리가 이토록이나 그분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을 보면 그분은 한때 민중을 대변했으며 그래서 희망을 품었던 때가 있었기 때문인 줄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강력한 힘을 가진 대통령 보다 작고 소박한 것에도 가치를 두며 진실을 사랑하는 대통령이었는지도 모르겠구요. 

선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왜 하필 이때 선거를 하는 것일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회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1주년 즈음이고, 천안함 사태를 연일 보도하고 있는 싯점입니다. 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와 업적을, 여당은 천안함 사태를 들고 저마다 선거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 여전히 정책 선거가 실종되고 과거에 목숨거는 걸 보면 씁쓸합니다. 여당이 이기건 야당이 이기건 그거야 그날 보면 알겠지요. 하지만 제가 이렇게 한발 빗겨서 말하기도 두려운 것은, 너무 선거 선거하다 자기네 당만이 나라를 지켜낼 수 있다고 말하다 국운을 전복시킬 것만 같아 불안해집니다. 제발 선거 때만되면 불안을 조장시키는 이 위험한 정치 놀음은 좀 그만하고 차분한 선거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내가 이 싯점에 이 책을 읽는 것은 선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저 읽다보니 그렇게 됐을 뿐이죠. 전 당분간 이 책이나 읽으면서 누시울을 적시게 될 것 같습니다. 또 그러면서 선거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도 책 사이 사이에 보여지는 고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 되어진 사진들을 보며 가슴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이걸 보면서 어쩌면 우리나라 국민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행복한 대통령은 보지 못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가슴에 멍 하나를 만들어 준 대통령을 기리며 살 팔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명예로운 죽음은 되지 못 하지만 언젠가 세월 지나면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까요? 아직도 6월2일은 너무 멀게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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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눈물로 읽은 자서전
    from stella09님의 서재 2010-06-11 14:44 
    생각 보다 일찍 우리 곁에 온 자서전  이 책은 자서전이라고는 하지만 좀 특별한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도 밝혔거니와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했다고는 하지만 자서전을 그리 빨리 쓸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그것은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현역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자신의 자서전으로 인해 그 모든 이들에게 누가 될까 봐 극히 꺼려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분은 자서
 
 
나와의약속 2010-05-29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월 2일 꼭 소중한권리행사합시다. 화이팅!

HOSU 2010-05-29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