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 P67


온갖 유치한 표현이 대중가요에서 받아들여지고 온갖 어리석은 사랑이 문학에서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건 사랑이라는 속성이 그렇다는 걸 사람들이 한번쯤은 경험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리라. 사랑이라는 화학작용에서는 더 반응하는 쪽이 약자일 수밖에 없다. 더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더 많이 상대를 기다리는 쪽이 아무래도 불리하다. 일단 상황이 시작되면 '유불리'를 따지는게 무의미하긴 하지만 '이성'이 완연할때는 불리한 위치에 있고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이 소설은 그런 면에서 작가의 '자기고백'에 가깝다. '프랑스어'가 아주 유창하진 않은 한 외국인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던 그녀의 그를향한 기다림과 그녀의 삶을 가득채우던 '열정'에 관한 이야기다. 



2008년에 종영한 드라마 '불한당'에는 그런 상대의 마음을 이용해 돈을 벌던 한 남자가 진실한 사랑에 눈뜨는 과정을 담았다. 권오준(장혁)은 외모하나 믿고 여성들에게 접근해 투자를 빌미로 돈을 뜯어낸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하루이틀. 결국 그는 위험한 사채를 쓰고 빚을 지게 된다. 보름안에 3천만원을 갚지 않으면 장기라도 내놓아야 하는 위기에 놓인다. 차 접촉사고로 우연히 만난 진달래(이다해)에게 3천만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그녀를 유혹하려 접근하게 되는데 영 만만치 않다. 유혹하려다 의도치 않게 유혹당한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가 '전형적'인 방식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어 눈길을 끌었다. 어쩌면 그래서 이 드라마가 당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는지 모른다. '진달래'는 히말라야 등반 후 사고로 돌아오지 못한 남편 때문에 싱글맘이 되었고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며 함께 살아간다. 권오준이 늘 하던 방식대로 그녀를 유혹하려 하지만 죽은 여동생을 닮았다고 눈물흘리는 그 앞에서 다른 여자들과 달리 못들은척 졸고 있다. (그녀는 남편의 죽음을 쉽게 감당할 수 없어 '명상'을 배웠고 아직 타인의 눈물을 받아줄수도 없는 상태다) 방법이 안통하자 뭐든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유혹하는 그에게 대형서점에 다니는 그녀는 '고객만족 응모함'에 자신의 이름을 써내달라 부탁한다. 


여러 가지 제약이 바로 기다림과 욕망의 근원이었다.- P32


다른 사람에게는 늘 통하던 방법이 이것저것 통하지 않자 그는 그녀에게 온통 마음을 쓰게 된다. 결국 카페 투자로 3천만원을 받아내지만 채권자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그 돈을 되찾아 진달래에게 돌려준다. 가진것 없이 불행한 삶을 살던 그에게 평범하고 진실한'사랑'이란 일종의 사치에 가까웠다. 그래서 속아 넘어온 상대에게 때로 모진 말로 그들의 어리석음을 비난하기도 했던 그는 이제 새로운 삶을 꿈꾸려 한다. '사치스러운 사랑을'




대중적인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대체로 이야기의 아름다운 '결말'을 그려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삶'이란 것이 그렇듯 '사랑'도 그 여정으로 이미 충만한 것일 수 있다. 아니 에르노가 자신의 '열정의 기호'들을 남긴 이유도 그런것이 아닐까? 조각가가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내놓는 것도 경이롭지만 그 조각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이미 열정의 산물이다. 결말은 그런 의미에서 큰 의미가 없다. '그와 그녀가 어찌되었는지' 보다 동요를 일으키는 부분은' 그와 그녀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이다. 


그 사람과 함께 있던 어느 날 오후, 펄펄 끓는 물이 들어 있는 커피 포트를 잘못 내려놓는 바람에 거실의 카펫을 태워버렸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불에 탄 그 자국을 볼 때마다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열정적인 순간을 떠올릴수 있어서 행복했다.- P24



우리 관계에서 그런 시간적인 개념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그저 존재 혹은 부재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언제나‘와 ‘어느 날‘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하면서 열정의 기호들을 모으고 있었다. 그 기호들을 한데 모으면 나의 열정을 좀더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을 열거하거나 묘사하는 방식으로 쓰인 글에는 모순도 혼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글은 순간순간 겪은 것들을 음미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일을 겪고 나서 그것들을 돌이켜보며 남들이나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인 것이다.-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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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3-21 00: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 제약이 바로 기다림과 욕망의 근원이었다는 문장이 콕 박히네요. 그 제약과 기다림이 없다면 사랑도 그저 생활이 되는건 순간이지요. 그래서 그런 생활로서의 사랑은 열정이 없다 생각하기 쉽고요.
불륜이든 이루어질 수없는 사랑이든 그런 것들이 더 아름다워보이는건 바로 그 삶의 척박한 순간들을 같이 겪지 않음으로 해서 환상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지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ㅎㅎ

청아 2022-03-21 11:20   좋아요 2 | URL
맞는 말씀입니다.ㅎㅎ 그런 면에서 보부아르가 떠오릅니다. ‘결혼‘이란 제도가 있는 한 욕망을 꿈꾸는 소설,드라마,영화는 계속 주된 관심을 받을거란 생각도 들고요.^^*

scott 2022-03-21 0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불에 탄 그 자국을 볼 때마다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열정적인 순간] 미미님은 감동 받은 구절에 붙여 놓은 플래그, 형형색색의 플래그를 볼때 마다 작품 속 그곳, 그 장면을 떠올리실것 같습니다! ㅎㅎ 장혁이 추노 이전의 모습인건가요? 풋풋함이 ㅋㅋㅋ

청아 2022-03-21 11:23   좋아요 3 | URL
네 스콧님! 사랑에 관한 솔직한 고백을 들은 기분이예요.ㅎㅎ 고백을 듣는 와중에도 참 설레고 좋았습니다. 추노 이전에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의외로 괜찮은 드라마였어요^^*

페넬로페 2022-03-21 0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랑엔 완벽한 균형은 없는것 같아요.
제목처럼 단순한 열정이 오히려 더 앞뒤 안 볼 수도 있고요^^
장혁, 이다해 배우가 불한당이란 드라마에도 같이 나왔군요.
사랑은 언제나 아이러니하지만 사랑 그 자체로 오케이입니다**

청아 2022-03-21 11:26   좋아요 3 | URL
‘사랑은 언제나 아이러니하지만 사랑 그 자체로 오케이‘!! 이 말 넘 좋은데요?!ㅎㅎ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 드라마가 몇개나 되더라구요. 아이리스2,추노,이 드라마까지요. 웃다 울다 하며 참 재밌게 봤는데 이 책 읽고 떠올랐어요^^*

새파랑 2022-03-21 0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와 장혁과 김동률 조합이군요 ^^ 사랑도 약간 권력같은게 더 좋아할수록 더 아쉽게 되는거 같더라구요~ 이 책 얇은데 여운은 많이 두꺼운 책인거 같아요 ^^

청아 2022-03-21 11:30   좋아요 3 | URL
네! 새파랑님 이소라 언니도 같이 불렀습니다.ㅎㅎ 사랑에도 권력이 있다니 참 웃픈 현실입니다.ㅎ얇지만 말씀대로 여운은 정말 두껍네요. 출간되고 세간을 놀라게 했다니 재밌고 ‘그 남자‘가 누굴까 궁금했어요.^^*

책읽는나무 2022-03-21 09: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정적인 순간들은 사랑 말고도 다른 곳에도 쏟을 수 있겠죠???^^
계속 처지고, 가라앉아 열정이 식어가는 이때, 김동률의 노래는 감미롭네요. 이소라 가수랑 분위기가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왜 물감님이 같이 떠오르는 걸까요???
이동욱스런 물감님ㅋㅋㅋㅋ
불한당이란 드라마가 있었군요?
장혁도 열정 빼면 시체일 것 같은 배우 중 한 사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다해도 열심히 하는 배우였던 것 같구요.
아...그러고 보니 두 배우 추노에도 함께 나왔었던???.....ㅋㅋㅋ

청아 2022-03-21 11:39   좋아요 3 | URL
그럼요! 나무님이 주신 댓글 읽을 땐 커피 마시면 안되겠어요ㅋㅋㅋㅋ저 또 쏟을 뻔ㅋ갑자기 출연하신 물감님ㅋㅋㅋㅋ김동률,이소라 목소리 조합이 꽤 드라마틱하네요? 흠뻑 빠져 듣고 있어요~♡ 이 드라마 6~7회 정도까진 꽤 볼만해요. 당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린 드라마에 동시간대에 눌려 빛을 못봤대요. 후반부는 시청률이 낮아져서 그랬던건지 뭔가 배우들도, 각본도 조금 김이 새는 느낌을 받았어요.ㅠㅠ(장혁만 그대로?) 연기보고 감탄해서 바로 ‘검객‘이란 영화 봤는데 역시 훌륭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두 배우 3편정도 함께했어요.^^*

프레이야 2022-03-21 19: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불한당이란 드라마가 있었단 말이에요? ㅎㅎ
장혁이 저때만 해도 풋풋하군요.
아니 에르노 넘 좋아요 미미 님.

청아 2022-03-21 20:57   좋아요 3 | URL
네! ㅎㅎ 웨이브에서 볼 수 있는데요 7화정도까진 지루할틈없이 아주 잘 만들었어요. 장혁 연기가 압권입니다. 아니 에르노의 글 매력있죠~^^♡

2022-03-21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1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03-22 0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 두 사람이 똑같이 좋아하는 일은 별로 없을까요 어느 한쪽이 더 좋아할지... 다시 생각하니 그럴 때가 더 많을 듯합니다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좋을지도...


희선

청아 2022-03-22 09:53   좋아요 2 | URL
그럼요~♡ㅎㅎ 저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서 화자가 늘 그 사람을 기다리고 그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약자라고 써봤습니다. 헷

mini74 2022-03-22 2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불에 탄 자국을 볼 때마다 그 사람을 떠올릴수 있어 행복하다는 구절이 저는 눈에 들어오네요. 그런 자국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면 사랑은 끝난거겠지요. ㅠㅠ 불한당과 에르노를 이렇게 잘 풀어내시다니 미미님 💕멋지십니다 ㅎㅎㅎ

2022-03-22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2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의지나 욕망, 그리고 지적 능력이 개입되어 있는 행동은 오로지 그 남자와 관련된 것뿐이었다.
- P12

책을 읽을 때 나의 마음을 휘어잡는 문장은 남녀관계를 묘사한 대목이었다. 그런 내용은 내게 A에 관한 무언가를가르쳐주었고, 사실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들에 확신을 주었다.
가령, 그로스만의 『삶과 운명에서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포옹할 때 눈을 지그시 감는다" 라는 구절을 읽으면, A가 나를 안을 때 그렇게 하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씌어 있는 그 밖의 다른 내용들은그 사람과 다시 만날 때까지의 빈 시간을 메워주는 수단일 뿐이었다.
- P13

나는글쓰기를 통해 그것들을 붙잡아두려고 했다.  - P16

나는 나를관통하여 지나가는 시간 속에 살고 있을 뿐이었다.
- P17

하나하나 어떤 몸짓이나 순간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그 물건들을, 그것들이 이루는 생생한 무질서를 지금상태 그대로 보존하고 싶었다. 그것들은 미술관에 소장된 다른어떤 그림도 내게 주지 못할 힘과 고통을 간직한 하나의 그림을이루고 있었다.  - P17

 "그 남자가 마치 섬세한 신경이라도 다루듯 조심스레 나를 애무하더라니까요"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다들 평범한 이야기들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여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그런 고백이 정신이상의 증거라도 된다는 듯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아주 신중하게 거리를 두고그 여자를 대하는 것이었다.  - P20

요즘은 ‘한 남자와 미친 듯한 사랑‘을 하고 있다거나 누군가와 아주 깊은 관계에 빠져 있다거나 혹은 과거에 그랬었다고숨김없이 고백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이야기를 하고 공감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사라지고 나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었더라도 그렇게마구 이야기해버린 것을 후회했다. 
- P21

그 사람과 사귀는 동안에는 클래식 음악을 한 번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대중가요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예전 같으면 관심도 갖지 않았을 감상적인 곡조와 가사가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런 노래들은 솔직하고 거리감 없이 열정의 절대성과 보편성을 말해주었다. 실비 바르탕이 노래한 사람아, 그건 운명이야를 들으면서 사랑의 열정은 나만이 겪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대중가요는 그 당시 내 생활의 일부였고, 내가 사는 방식을 정당화시켜주었다.
- P23

그 사람과 함께 있던 어느 날 오후, 펄펄 끓는 물이 들어 있는 커피 포트를 잘못 내려놓는 바람에 거실의 카펫을 태워버렸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불에 탄 그 자국을 볼 때마다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열정적인 순간을 떠올릴수 있어서 행복했다.
- P24

요즈음 나는 내가 매우 소설적인 형태의 열정을 지닌 채 살고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P25

우리 관계에서 그런 시간적인 개념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그저 존재 혹은 부재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언제나‘와 ‘어느 날‘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하면서 열정의 기호들을 모으고 있었다. 그 기호들을 한데 모으면나의 열정을 좀더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을 열거하거나 묘사하는 방식으로 쓰인 글에는 모순도 혼돈도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글은 순간순간 겪은 것들을 음미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일을 겪고 나서 그것들을 돌이켜보며 남들이나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인 것이다.
- P26

친구들로부터 꽃이나 책을 선물받게 되면 나는 기쁘기보다는, 그 사람은 내게 지금껏한 번도 이런 선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이내 그 사람은 욕망이라는 값진 선물을 하고 있잖아‘라는 생각으로 그런 마음조차도 떨쳐버릴 수 있었다.  - P29

어쨌든 또다른 이유를 찾는다는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일 테니 말이다. 그 사람이 나를 욕망하느냐 욕망하지 않느냐하는 것. 그것은 그 사람의 성기를 보면 당장에 알 수 있는, 유일하고도 명백한 진실이었다.
- P30

여러 가지 제약이 바로 기다림과 욕망의 근원이었다.
- P32

나는 완벽한 한가로움을 갈망했다. 나는 상사가 요구하는 시간 외 근무를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로 단호히 거절했다.
내 열정이 불러일으키는 느낌과 상상의 이야기에 자유롭게 전념하지 못하도록 나를 방해하는 것들에 맞설 권리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 P35

내가 예술작품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그것이 열정과 관계가 있을때뿐이었다. 나는 바디아 성당에 다시 갔다.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난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반쯤 닳아서 지워진 산타크로체의 프레스코 벽화를 바라보다가 우리의 이야기도 나와 그 사람의 기억 속에서 언젠가는 저 빛바랜 그림처럼 되고 말 거라는생각이 들자 몹시 혼란스러워졌다.
- P42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앞에서는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남성의 육체가 가진 아름다움을여자가 아닌 남자가 그토록 뛰어나게 표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워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그 당시 여자들이 처한상황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 P43

그런데도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선택하는 문제에서부터 립스틱을 고르는 것에 이르기까지모든 일이 오로지 한 사람만을 향해 이루어졌던 그때에 머물고싶었기 때문이다. 첫 페이지부터 계속해서 반과거 시제를 쓴 이유는, 끝내고 싶지 않았던 삶이 가장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영원한 반복을 말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예전의 기다림이나 전화벨 소리, 만남을 대신하고 있는 나의 고통을 묘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 P53

그런데도 계속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읽힐지도 모른다는 고통을 연장시키는 것과 같다.
하지만 내가 글을 써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한, 그런 건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그 필요성의 극에 다다른 지금, 써놓은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놀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하다. 열정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갈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감정들이다. - P59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아닐까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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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1 14: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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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1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1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1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럽의 성별화전략은 이용자인 여성을 상품화해 수익을 창출한다. 투자자는 수익을 가장 많이 가져가면서도 문제가 발생했을때 책임은 가장 덜 가져간다. 한국 유흥업소의 시스템은 남녀 모두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성별화로 인한 착취구조로 기능한다.





여성 게스트들은 자신이 착취되고 있다고 인식하지 않고 '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클럽에 입장하고 남성들에게 선택받는 위치를 욕망하고 선망하기에 클럽에서 '여자'로 패싱되는 경험 자체가 즐거움이기도 하다. 남자-되기의 즐거움처럼, '매력적인 여자-되기'의 즐거움은 클럽이 여성 게스트에게 용인한 유일한 즐거움이다. p.40




여성은 클럽에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클럽의 이윤을 창출한다. 클럽에 여성 게스트가 없다면, 혹여 있더라도 남성이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접근할 수 있는 여성이 아니라면 남성들은 그 클럽에 가지 않거나 오랫동안 머무르며 술을 시키지 않을 것이다. 클럽은 여성의 이미지로 홍보되고, 여성화된 몸 덕분에 굴러간다. 여성 게스트는 클럽에 입장하기 위해 신체를 관리하고 화장을 해야 하며 여자다운 복장을 갖춰야 한다. 만약 엠디를 통해 클럽에 입장했다면 엠디가 알선한 남성 게스트들의 테이블에 가서 대화를 나누고 술을 마셔야  한다. p.39





남성은 높은 주대를 감당하는 테이블 손님으로, 여성은 무료로도 입장 가능한 플로어에 배치하는 버닝썬과 아레나의 전략은 여성을 테이블이라는 '기회'를 갖기 위해 폭력을 감당해야 하는 존재로 격하시키고 남성이 자행하는 폭력을 여성에게 제공되는 '기회'로 번역한다. p.30


어떤 이는 클럽을 일탈문화‘로 규정하지만, 한국 사회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가치가 평등과 인권이라면 아레나와 버닝썬의 운영법은 용인되지도, 그곳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미 한국 사회에서 돈과 외모를 통한 선별과 차별이 만연하기 때문에 클럽에서의 차별도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클럽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혐오, 폭력은 현 사회로부터의 ‘일탈‘이 아니라 현 사회의 ‘반영‘에 불과하다. 버닝썬에 개입하려면 버닝썬의 토양이 된 한국 사회의 전면화된 유흥산업을먼저 문제 삼아야 한다. 또한 유흥산업을 바꾸려면 지금과 같이 남성만을 위한 유흥산업을 당연하게 여겨왔던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남성유흥산업을 ‘밤문화‘, ‘지하경제를 방치한 채 그 안에서 벌어지는차별과 폭력은 외면하기 일쑤다. 폭력이 발생하는 환경이 어떻게, 누구의 이익을 위해 유지되는지를 묻지 않는다면 버닝썬 사건은 다시 발생할 것이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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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Schatten 2022-03-19 15: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영업시간이랑 부킹이란 시스템 때문에 아직 클럽 한번도 안가봤습니다. 이젠 나이 때문에 갈 일이 없겠죠. ㅋㅋㅋ
입장료 안 싸도 되니까 모르는 사람이랑 돌아다니며 합석해야 하는 것좀 없었으면 싶어서요.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친구들이 가는 곳들은 내내 자리옮긴 이야기밖에 할 수 없는 곳들이어서 잘 안 갔던 거 같아요. 지금 새삼 대체 뭘 부킹(예약)하는 건가 생각해보게 되네요.

청아 2022-03-19 15:10   좋아요 5 | URL
저는 어릴때 친구따라 몇번 가봤었는데요. 그 부킹이란것이 이 책을 읽고보니 여성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상품화시키는 거더라구요. 부킹되어 이방저방 끌려들어가는건 ‘여성‘이잖아요? 아웅... 버닝썬은 그걸 더욱 악용했고요. 어쩜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 이제야 깨달았다는게 참 신기해요. 클럽에선 그게 당연한 문화인것처럼 문제의식없이 모두에게 수용되는듯해요. 그런 면에서 페르소나님 안가시길 잘한겁니다ㅋㅋㅋ^^*

cyrus 2022-03-19 15: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흥 산업의 문제점을 권력 유착에 초점 맞추어 보려는 경향 때문인지 유흥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둘러싼 실질적인 문제들이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 같아요.

청아 2022-03-19 15:27   좋아요 3 | URL
네! 사이러스님.^^* 이 책에서도 그 점을 지적했는데요. 버닝썬 사태도 결국 권력 유착으로 이슈몰이가 되어 근본적인 구조의 문제는 외면받았죠. 이런 식이면 유흥 산업의 성별화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가필드 2022-03-19 1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성범죄 처벌법이 너무 관용적인에 대해서도 화가납니다 법처벌문제도 엄격하게 진행해야 하는 건 아닌지… 매번 관련기사 나올때마다 불만입니다.

청아 2022-03-19 19:13   좋아요 3 | URL
그럼요!^^* 가장 답답한게 그런거죠. 입법 기관인 국회가 기득귄 남성위주다보니
노동자,여성들에게 무관심하고요. 대의 민주주의로의 제대로된 기능이 불가하다고 생각해요.엘리트,기성세대중심으로 과잉대표되어있으니 문제죠.육체노동자가,회사원이,교수보다는 선생님이, 더 많은 여성이 국회에 앉아있어야합니다.

그레이스 2022-03-19 19: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클럽 문화! 잘 모르는 부분이지만...
한 두 사람이 생각을 바꿔서는 변하지 않을듯 하네요;;;

청아 2022-03-19 20:17   좋아요 3 | URL
네 그레이스님^^* 워낙 뿌리내린지 오래라 조금 이상하다고 느낄수는 있는데 여성들조차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고요. 그래서 외국인들이 오히려 입장제한부터 비인권적이라며 불만제기하고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고해요.

mini74 2022-03-19 20: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처벌이 약해요 클럽에서 즐기는 자유조차 여성들에겐 위험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당하는 처지라는게 참 불공평하죠. ㅠ

청아 2022-03-19 20:46   좋아요 3 | URL
네! 미니님^^* 되려 여성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도 하죠. ‘그럼 안가면 되지 않냐는 식‘으로요. 그런 피해자탓도 본질을 흐리는 태도고 원인제공자에 대한 책임은 지우게 되는 몹쓸인식인데 말입니다. 성별화된 유흥문화도 남성화된 사회적 구조의 뚜렷한 사례네요.

페넬로페 2022-03-19 2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년심판에서도 나오는데 가출청소년들 사이에 가출팸이라는게 있더라고요.
같이 모여 함께 지내는 곳인데 예상한대로 여학생들에게 매춘을 시키고 영상을 찍어 협박하고 그걸 팔아 또 돈을 벌고 ㅠㅠ
우리에게 닥치는 현실이 너무 무시무시합니다^^
클럽은 더 지배적이고 구조적, 체계적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곳 같아요^^

청아 2022-03-19 20:50   좋아요 5 | URL
네!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불법행위들, 코로나19라는 재난상황의 고용불안정등 모든 불안정한 시기,장소는 차별적 사회구조를 극명하게 드러내 보이는것 같아요! <소년심판> 완결되면 저도 한번 봐야겠어요^^*

페크pek0501 2022-03-20 14: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버닝썬의 관련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었죠. 비밀스런 비인간적인 지하 세상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어요.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정신은 오히려 후퇴하는 걸까요.
개선할 점이 너무 많은 한국 사회... 입니다.

청아 2022-03-20 15:17   좋아요 2 | URL
네~페크님^^* 그러게 말이예요. 유흥문화가 기본적으로 여성을 상품화하는 경향이 문제인것 같아요. 클럽의 경우도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은데 버닝썬은 여성착취 종합세트라고 할만큼 여러방법으로 악용했으니까요. 투자자들이 결코 몰랐을리 없는데 몇몇 꼬리자르기로 무마한걸 보고 결코 끝난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계속 지겨봐야할듯 해요!
 
화가의 친구들 - 세기의 걸작을 만든 은밀하고 매혹적인 만남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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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모든 작품은 자기 생의 변주이며, 화가의 모든 그림에는 자신이 들어 있다. p.136



렘브란트 판레인.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수업.1632

이들은 해부대 위의 창백한 시신을 둘러 싸고 있지만, 누구도 거기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들이 바라보는 것은 시신의 발치에 놓인 책이나 튈프 박사 혹은 그림 밖의 관람객이다. 튈프 박사가 해부하고 있는 시신은 교수형을 당한 아드리안 아드리안스존이라는 인물이다. 소설가 W.G.제발트는 '토성의 고리'에서 렘브란트가 그림 속의 등장인물 누구도 아닌, 해부대 위의 시신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의 견해대로라면 더이상 말할 수 없게 된 화가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그림 그리는 손을 해부하도록 내맡기고 있다. 지극한 성공의 순간, 렘브란트는 이미 사람들의 환호 그 너머에 있는 심연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P.136



에드바르 뭉크.마돈나.1894

뭉크의 추도사는 당시 언론이 전혀 다루지 않았던 그녀의 일면을 알려준다. 그녀는 만인의 연인이었으며 무수한 작품에 영감을 준 모델이었으나, 그에 그치지 않았다. 잘못된 결혼으로 끝내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으나 그것 말고도 기억해야 할 점이 많았다. 다그니 유엘은 '인형의 집'의 노라가 깨어난 시대를 살았던 여성이다. 남자들과 똑같이 교육받고 똑같은 자유를 누리고자 했던 페미니스트였다. (중략)보헤미안들이 추구하던, 구속받지 않고 성적으로 자유로운 사랑을 추구했다. 매혹적이고 강인하면서 평온한 존재, 그녀는 뭉크의 이상형이었다. P.57




윌리엄 터너.눈폭풍:알프스산맥을 넘어가는 한니발과 그의 군대.1810~1812

그는 빠르게 구름을 스케치해 호크워스에게 보여주며, "2년 후에 이걸 다시 보게 될 거란다. 알프스산맥을 넘어가는 한니발이라고 부를 거야"라고 말했다. 터너의 말대로 , 이날의 스케치는 '눈폭풍:알프스산맥을 넘어가는 한니발과 그의 군대'라는 폭 2미터가 넘는 대형 캔버스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판리홀을 드나들며 관찰한 요크셔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고대 영웅들의 이야기로 거듭난 것이다. P.190


에밀 졸라와 절교한 세잔, 세잔이 '신처럼 너그럽다'고 말한 카미유 피사로,에두아르 마네가 살롱전에 출품했다가 낙선한 '풀밭위의 점심식사', 빈대학 강당에 천장화를 그리고 난 뒤 지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모욕적인 비난을 들은 클림트등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곳곳에 있다. 인연은 때로 서로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고 불타는 열정을 꺼뜨리기도 했다. 소소한 에피소드만 보면 때로 너무나 유치해서 과연 위대한 그 화가의 실제 이야기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지만 사람사는게 거장이라고 다를 것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칭찬에 마음 약해지고 비판에 타오르던 의욕이 꺾인다. 다만 그들의 뒷이야기는 세월에 모래바람처럼 흩어지고 영혼을 담아낸 작품만이 상징으로 남아 불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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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19 09: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젠 미술까지~! 미미님 미니님 이네요 ㅋ 첫번째 렘브란트 그림은 해설을 보니까 아! 했네요 ㅋ 역시 아는만큼 보이나 봐요 ^^

청아 2022-03-19 10:17   좋아요 3 | URL
네! 재밌게 읽긴 했는데 저는 미니님처럼 설명하지 못해서 발췌문 위주로ㅋㅋ에밀 졸라도 이곳저곳 나오고 좋았어요^^*

페넬로페 2022-03-19 1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림에 대한 해석을 읽어보면 다시 그 그림이 보여요. 위대한 예술가들도 사람인지라 유치할 수 있겠죠.
오히려 더 치열하게 유치할수도 ㅎㅎ

청아 2022-03-19 12:19   좋아요 3 | URL
네 ㅋㅋ유치해서 더 좋아졌어요! 인간미가느껴지더라구요.미술사관련책을 꾸준히 읽어야겠다 마음먹었어요.다음은 <위대한 미술책>입니다^^*

그레이스 2022-03-19 12: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사람사는게 거장이라고 다를게 없겠죠?!
서로 연결된 예술가들의 관계망이 흥미로워요.
전시회에서 작품을 마주치고는 화풍이 변하는 순간들도 흥미롭구요.
파리, 빈, 드레스덴,,, 등 유럽의 도시들은 용광로같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청아 2022-03-19 13:09   좋아요 3 | URL
용광로!! 탁월한 비유네요. 당시로서는 체감하지 못했겠지만 이 시대에 바라보면 그야말로 용광로 맞네요ㅎㅎ화가들이 문인들과도 이렇게나 많이 교류를 했는줄 몰랐는데 흥미진진했습니다^^*

그레이스 2022-03-19 13:00   좋아요 3 | URL
왜 이글이 비밀댓글로 됐을까요?ㅋㅋ
손가락이 문제네요 ㅎㅎ

청아 2022-03-19 13:10   좋아요 2 | URL
저도 바로 따라했어요ㅋㅋㅋㅋ

mini74 2022-03-19 20: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좀 상투적이지만 그림은 화가의 일기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 사람이 이 그림을 그릴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어떤 사람들과 아울렸는지 알고나면 더 가깝게 다가오더라고요. ( 덤으로 경제사도 알게 될 때가 있지요 ㅋㅋ) 미미님 글 읽으니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맘이 드네요. ~ 미미님 편한 주말 보내세요 ~~~❤️

청아 2022-03-19 21:02   좋아요 3 | URL
읽는 동안 울고 웃고 감동하고 너무 즐거웠어요 미니님~🧡 전혀 상투적이지 않은데요?!ㅋㅋㅋ배경지식을 흥미롭게 읽다보면 역사공부도 되고 그림이 새롭게 다가오더라구요. 미니님 덕분에 책의 주제처럼 저도 새친구를 하나 더 얻은 기분입니다!!😄

scott 2022-03-19 23: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에밀 졸라와 절교한 세잔
속좁은 세잔!
화끈한 이딸리아 출신 친구 졸라 ㅎㅎㅎㅎ

그림이 품고 있는 이야기 넘 ㅎ 좋은 ^ㅅ^

청아 2022-03-20 11:01   좋아요 2 | URL
<작품>책 내용이 대체 어땠길래 절교했을까 궁금해요ㅎㅎㅎㅎ
스콧님 댓글보고 찾아보니 졸라 아버지가 이탈리아계네요?!! 😆

스콧님은 그림 관련 모르는 이야기가 없으실것 같아요!

singri 2022-03-19 23: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그림보러 가고싶네요.;;;

청아 2022-03-20 11:02   좋아요 3 | URL
저도요!! ㅋㅋㅋ어제 뉴스에서보니 요즘 전시회가 인기라고 해요. 구매율도 높아지고요😉

singri 2022-03-20 11:20   좋아요 3 | URL
네 전시회 고픕니다. 정말.
 





인생은 어쩌면 '나'라는 우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이라는 우주를 이해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자신을 이해하려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에게 관대하고 이해도가 높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이해 안가는 사람, 이해 안되는 생각, 이해 안되는 것들 투성인 사람은 우선 자신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사람들은 유독 소설을 읽지 않습니다. 소설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마음껏 만나 경험하고 나를 반추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데도 거기에 그런 유익이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합니다. 또는 읽더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감흥이 없습니다.



사람 마음에는 판사가 한명씩 있습니다.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원고로 지지해주는 검사도 있고 타인을 위한 변호사도 존재합니다. 검사와 변호사의 다툼을 보고 판사는 결과를 내립니다. 이 재판이 늘 공정할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이란 본래 자신에게 관대하기 때문입니다. 검사는 본인이기에 자료가 넘쳐 납니다. 나의 성장과정, 나의 기쁨과 슬픔, 상처, 성취같은 나의 역사를 모두 간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타인을 위한 변호사는 나의 노력여하에 따라 자료가 충분할 수도 턱없이 부실할수도 있습니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노력, 또는 소설이란 도구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타인들의 세계에 대해 들여다보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경험치가 쌓일수록 변호사의 자료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좋은 판결의 밑거름이 됩니다. 



주변에 이해할 수 없는 사람 투성이라면 내가 타인의 마음을 경청하는 인간인지, 또는 소설을 읽어 간접적인 경청을 하는 인간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타인에 대한 무지는 적극적인 무경청의 결과입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모르고 있는 이유는 대개 한 가지뿐입니다. 알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다 엄밀히 말하면 자기가 무엇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지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지식의 결여를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알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한결같이 노력해온 결과가 바로 무지입니다. 무지는 나태의 결과가 아니라 근면의 성과입니다. p.7 푸코, 바르트, 라캉 쉽게 읽기





인간은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며, 자기 안에서만 타자를 인식하며, 그렇지만 그와 반대되는 말을 하면서 거짓말하는 존재이다.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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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3-17 15: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읽으니 얼마전 이현재 선생님의 책 <여성혐오, 그 후>의 내용이 생각나요. 주디스 버틀러의 책 <윤리적 폭력비판>에 나온 내용을 재인용한 부분입니다.

‘자아가 있고 타자가 자아 밖에 분리된 것이 아니다. 자아는 오히려 타자의 발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반복적으로 자신을 자기 밖에서 발견한다.˝ 이것은 자기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 자신을 생각할 때 언제나 나 자신의 타자이다. 어제의 나는 어제의 나를 바라보는 오늘의 나에게 낯설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타자이고 나 자신으로의 귀환이 일어나는 어떤 최종적인 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겪는 만남에 의해 항상 변형된다.˝ 따라서 나는 나를 알기 위해서라도 너를 물을 수밖에 없다. 나는 오직 ˝너는 누구인가˝를 물음으로써만 알아갈 수 있다‘

청아 2022-03-17 15:27   좋아요 2 | URL
아 제가 찾던 글이네요! 역시 나의 다락방님~♡.♡ 마침 어제 <윤리적 폭력비판>을 사두었습니다. 기대됩니다. 혐오의 몰이해, 무지에 대해 요즘 많이 생각합니다. 페미니스트들은 남성들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들의 역사를 공부하며 자신을 알아가는데, 안티들은 이해하려 노력조차 하지 않잖아요. 그것은 그들 스스로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근거라고 생각해요.

다락방 2022-03-17 15:40   좋아요 3 | URL
격렬한 혐오는 무지에서 오는 것 같아요. 저도 그 생각을 합니다. 얼마전 피디수첩에서 젊은 남성을 인터뷰한 장면을 SNS를 통해 보게되었는데요 ‘여성가족부는 말도 안되는 정책들을 내밀고 있으니 없어져야 한다‘고 해서 기자가 ‘말도 안되는 정책에는 어떤게 있느냐‘ 물었더니 ‘그건 모르겠어요‘ 라고 하더라고요. 모르는데 어떻게 싫어할 수가 있지? 싶지만 모르기 때문에 싫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싫어한 이상 굳이 알 필요도 없는거고요. ‘모르겠어요‘ 라고 답하는게 부끄러울 것 같은데, 그건 부끄럽지 않은가봐요. 그 부끄러움보다는 무조건 싫다는 감정이 우선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혐오는 무지에서 오지요.

청아 2022-03-17 15:47   좋아요 2 | URL
네! 그저 혐오를 만들어내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이들의 언어를 무비판적으로 되풀이 할 뿐이죠. 그걸 근거라고 생각하는듯 합니다. 제가 알기로 이 사회구조가 남녀모두에게 공정하다는 수치는 어디에도 없는데 그들은 이미 충분히 공정하다, 오히려 남성에게 불리하다고 말합니다. 조금만 찾아봐도 데이터가 나오는데 그것조차 하지 않고 증오만 쌓고 있습니다. 그들이 회피하는것에 그들이 알아야할 것들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프레이야 2022-03-17 16: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타인을 위한 내 안의 변호사를 잘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적극적인 무경청과 더불어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 적극적인 의지가 작용하는 것 같아요. 미미님 좋은 페이퍼 빗방울 촉촉하게 젖는 오후에 잘 읽었어요.

청아 2022-03-17 16:13   좋아요 3 | URL
프레이야님 ~^^♡ 읽어봐 주셔서 감사해요!
변호사를 잘 대우해 주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노력할수록 끊임없는 이 우주 여행의 여정이 더 즐겁고 만족스러울거라 믿어요.

새파랑 2022-03-17 16: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말 미미님이 쓰신 말인가요? 😆 완전 공감에 멋진 말입니다 ㅋ 타인에 대한 이해는 아무리 노력해도 다 알수는 없지만 어느정도는 알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 우주만큼 알기 어려운 타인 ~!!

청아 2022-03-17 16:53   좋아요 3 | URL
발췌문 두 개 빼고는요ㅋㅋㅋ 감사해요 새파랑님~♡ 새파랑님은 소설도 많이 읽으시고 또 리뷰를 보면 변호사가 능력좋은 이타적인 분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페넬로페 2022-03-17 16: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타인에 대한 감정, 평가, 행동의 감시등에는 민감하고 시선을 많이 두는 반면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쉽지도 않고 관대하기도 하지요. 미미님의 글에 완전 공감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해볼 기회가 생긴것 같아요.
제가 소설을 많이 읽는데 그나마 좋은 거네요^^

청아 2022-03-17 16:56   좋아요 5 | URL
실제 경청과 독서를 통한 경청이 참 유사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소설은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장소,시대,사건,관계를 통해 적극적인 경청의 경험이기도 하고요. 페넬로페님도 앞으로의 우주 여행이 쭉 멋질거라 믿습니다.여정을 함께하고픈 분~^^♡

단발머리 2022-03-17 20: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검사는 본인이기에 자료가 넘쳐 납니다.

너무 맞는 말씀이고 너무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자료가 넘쳐나기에 더 관대하겠지요. 전... 뭐랄까요. 이런 태도가 잘못된 것일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평생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이 혹은 그런 관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력해도 안 되는 관계요. 안 만나는게 제일 좋겠죠 ㅎㅎㅎ
정치적인 면에서라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한다기 보다는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되 어느 것이 더 우월한 의견인지, 어느 것이 더 다수를 위한 것인지 끊임없이 경합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미미님 페이퍼를 읽었더니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네요. 좋은 글, 좋은 사유 감사합니다^^

청아 2022-03-17 21:15   좋아요 3 | URL
읽어봐 주셔서 감사해요!
평생 이해할 수 없는 타인. 있지요!ㅎㅎㅎㅎ
특히 이쪽에선 나름 관망하고 이해하려 해도 그 상대가 나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1도 안한다면 참 난감해지곤 합니다. 그래도 제 경우 곁에 두는 편이예요. 전혀 다른 관점사이에도 교차점이 있고 때로 배울점이 있더라구요.

정치적인 면에서의 경합!
멋진 표현입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정치적 토론문화가 없어 많은 갈등이 붉어진다고 생각해요. 정치적인 경합,토론,열띤 논쟁만이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를 좀더 이해할 수 있는 길이라고 봐요. 적어도 이곳은 서로 입장차이가 있어도 욕을 할 수 없으니 논쟁적이어도 논리를 어느정도 갖추어야하는 장점도 있고요.

사실 정치인들보다, 이른바 전문가들보다 지식인들, 학자들, 시민들이 사회문제에 열띤토론을 주고받아야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해요.

갈등의 당사자들이 그런 기회를 얻는다면 더없이 좋겠죠.2030 남녀가 멸칭이나 욕설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토론할 여건이 주어진다면 지금과 같은 분노와 혐오는 설자리를 잃게 될꺼라고 믿어요.
댓글로도 생각꺼리를 던져주신 단발머리님께 제가 더 감사해요♡.♡

희선 2022-03-18 0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먼저 자신을 잘 알아야 남도 조금 알지도 모를 텐데... 남을 다 알기 어렵겠지만 알려고 애쓰면 조금 낫겠지요 자기 말만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도 잘 들으면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을 넓힐 수도 있겠지요 어려운 거지만...


희선

청아 2022-03-18 10:15   좋아요 2 | URL
네! 희선님~♡ 쉽지 않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자기 말을 들어주길 원하기에 서로 노력한다면 좀더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을테니까요. 어떤 사람은 누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살맛난다고하더라고요.ㅎㅎ

오늘 공기가 맑아졌네요. 상쾌하고 유쾌한 하루 보내시길요😄

mini74 2022-03-18 1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몇 번을 읽었어요 미미님 *^^* 👍 미미님 글 넘 좋아요 ㅎㅎ 경청하며 공정한 잣대를 갖도록 , 타인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미미님 글 읽고 생각할 수 있어서 넘 좋아요 ~~

청아 2022-03-18 10:52   좋아요 2 | URL
미니님♡.♡ 몇번이나 읽어봐 주시고 감동입니다ㅎㅎ 저도 늘 부족하고 이 글과 달리 행동하고 후회할 때도 있지만 ‘지향‘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것 같아요. 어차피 이 방면에 완벽이란 없으니 늘 수련인의 자세로 고고씽해야겠어요. 미니님은 이미 저보다 훨 잘하고 계실꺼란 느낌이 있습니다.🤭

페크pek0501 2022-03-18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 님의 글을 읽으니 행복도 능력이다, 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능력이 있으려면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청아 2022-03-18 10:57   좋아요 2 | URL
페크님이 읽어봐 주시고 격려도 해주시니 오늘 넘 기쁜날이네요~♡ ‘행복도 능력이다‘ 일리가 있네요.ㅎㅎ이 책을 읽다가 ‘나와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결국 동일하다‘는 심리학자의 말이 생각나 적어봤어요. 함께 이런 생각을 나눌 수 있는것도 큰 행복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2-03-18 1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위의 다락방 님 댓글 읽다가 문득 며칠 전 여성가족부로 토 달던 알라디너 생각이 나네요. 정작 본인은 여성가족부와 여성할당제에 대해 전무한 지식의 소유자였다능....

청아 2022-03-18 11:37   좋아요 2 | URL
저도 바로 그 생각이 나더라구요. 아마 여성가족부나 여성할당제를 반대하는 분들 대부분이 그런식으로 실정을 모르고계실거예요. 관련기사 댓글을 봐도 근거는 보이지 않고 보수당에서 억지 부리는 말 그대로의 반복에 악플만 덧붙여져 있거든요. 남녀갈등이 이렇게 심각할때 언론사가 나서서 젊은 세대들이 이런 주제로 토론할 수 있는 프로를 만들어주면 좋겠는데 죄다 기성세대, 정치 ‘전문가‘들 뜬구름잡는 공허한 이야기들 뿐입니다.

잉크냄새 2022-03-19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리학적으로 인간의 두뇌 구조 자체가 스스로를 바라볼 때는 인물보다 상황을 주로 보고 타자를 볼때는 상황보다 인물에 집중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스스로에 대하여는 ‘그때 상황이 어쩌구 저쩌구~~~‘하는 합리화가 자연스러운 반면 타자에 대하여는 ‘그 인간이 어쩌구 저쩌구~~~‘하는 비난이 자연스럽다고 하네요.

청아 2022-03-19 12:4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흥미롭네요. 그런면에서 소설은 인간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도구가 맞네요. 타인의 상황을 들여다볼 기회를 만들어주니까요. 심리학은 어렵긴한데 알아두면 여러가지 현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는것 같아요.ㅎㅎ 잉크냄새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