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의 성별화전략은 이용자인 여성을 상품화해 수익을 창출한다. 투자자는 수익을 가장 많이 가져가면서도 문제가 발생했을때 책임은 가장 덜 가져간다. 한국 유흥업소의 시스템은 남녀 모두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성별화로 인한 착취구조로 기능한다.
여성 게스트들은 자신이 착취되고 있다고 인식하지 않고 '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클럽에 입장하고 남성들에게 선택받는 위치를 욕망하고 선망하기에 클럽에서 '여자'로 패싱되는 경험 자체가 즐거움이기도 하다. 남자-되기의 즐거움처럼, '매력적인 여자-되기'의 즐거움은 클럽이 여성 게스트에게 용인한 유일한 즐거움이다. p.40
여성은 클럽에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클럽의 이윤을 창출한다. 클럽에 여성 게스트가 없다면, 혹여 있더라도 남성이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접근할 수 있는 여성이 아니라면 남성들은 그 클럽에 가지 않거나 오랫동안 머무르며 술을 시키지 않을 것이다. 클럽은 여성의 이미지로 홍보되고, 여성화된 몸 덕분에 굴러간다. 여성 게스트는 클럽에 입장하기 위해 신체를 관리하고 화장을 해야 하며 여자다운 복장을 갖춰야 한다. 만약 엠디를 통해 클럽에 입장했다면 엠디가 알선한 남성 게스트들의 테이블에 가서 대화를 나누고 술을 마셔야 한다. p.39
남성은 높은 주대를 감당하는 테이블 손님으로, 여성은 무료로도 입장 가능한 플로어에 배치하는 버닝썬과 아레나의 전략은 여성을 테이블이라는 '기회'를 갖기 위해 폭력을 감당해야 하는 존재로 격하시키고 남성이 자행하는 폭력을 여성에게 제공되는 '기회'로 번역한다. p.30
어떤 이는 클럽을 일탈문화‘로 규정하지만, 한국 사회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가치가 평등과 인권이라면 아레나와 버닝썬의 운영법은 용인되지도, 그곳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미 한국 사회에서 돈과 외모를 통한 선별과 차별이 만연하기 때문에 클럽에서의 차별도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클럽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혐오, 폭력은 현 사회로부터의 ‘일탈‘이 아니라 현 사회의 ‘반영‘에 불과하다. 버닝썬에 개입하려면 버닝썬의 토양이 된 한국 사회의 전면화된 유흥산업을먼저 문제 삼아야 한다. 또한 유흥산업을 바꾸려면 지금과 같이 남성만을 위한 유흥산업을 당연하게 여겨왔던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남성유흥산업을 ‘밤문화‘, ‘지하경제를 방치한 채 그 안에서 벌어지는차별과 폭력은 외면하기 일쑤다. 폭력이 발생하는 환경이 어떻게, 누구의 이익을 위해 유지되는지를 묻지 않는다면 버닝썬 사건은 다시 발생할 것이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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