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믿음의 글들 9
엔도 슈사쿠 지음, 공문혜 옮김 / 홍성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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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개항을 하고 외국과 문물을 교환했다. 그런 와중에 천주교 선교사들이 일본에 들어가 선교활동을 하게되고 많은 신자들을 모으게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집권초기에 천주교 보호정책을 쓰다가 이후 사교로 판정하고 금지한다. 과도한 세금 징수로 가난과 굶주림을 벗어날 수 없었던 농민들은 신앙을 갖게 되면서 마음의 위안을 찾게되고 불의한 현실에 차츰 눈뜨게 된 것일까. 정치적 위기로 느낀 정부는 천주교 신자들을 박해하며 급기야 살해하기에 이른다. 핍박이 한창이던 1632년경 포르투칼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가르페와 로드리고 신부는 자신들의 스승이었던 페레이라 신부가 일본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 고문을 받고 배교(신앙을 저버리는 행위)한 사실을 전해듣는다. 심지어 페레이라 신부가 일본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둘은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스승을 찾아 일본으로 향한다.



중국을 거쳐 일본으로 들어가려던 일행은 일본에서 포루투칼 선교인들의 입국을 금지시켰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래서 밀항을 위해 일본인을 찾게되고 고향땅을 밟고자하는 남루한 차림의 기치지로라는 사람을 만난다. 기치지로는 교활하고 비굴한 눈빛과 행동으로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었지만 일본에 도착한 두 신부는 그에 의해 도모기 마을 사람들과 접촉한다. 알고보니 이 마을 주민 모두가 비밀리에 천주교를 믿고 있었고 선교사들의 가르침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의 박해와 감시가 삼엄해 신부들은 낮에 숨어지내며 밤이면 교대로 그들을 찾는 신도들에게 세례를 해주고 고해를 받고 축복을 해주었다. 그러다 소문을 듣고 이웃마을에서도 신도들이 찾아오고 결국은 두 신부 모두 관리들에게 붙잡히게 된다. 


로드리고 신부는 이 모든 과정을 기록이 가능한 순간까지 글로 남긴다. 포르투칼에 있는 교회에 보고형식으로 편지에 쓴것이다. 믿음을 갖게 된 어린시절부터 로드리고 신부가 마음속으로 그려오던 예수님의 형상은 일본에서의 여정내내 그를 따라 다닌다. 로드리고 신부가 경험한 일본에서의 고난의 과정은 아마 배교한 스승 페레이라 신부의 여정과 다르지 않았으리라. 또한 예수가 유다에게 배신당하듯 로드리고 신부는 기치지로에게 배신당한다. 그리고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한 빌라도를 상징하는 듯한 관리 이노우에는 농민들을 고문하고 죽이며 로드리고 신부에게는 십자가 대신 농민들을 살리기 위해 배교하라고 종용한다. 참수된 신자들을 삼킨 어둡게 침묵하는 바다처럼 신은 이들의 고통에 침묵한다. 예수의 길을 따라 걷고자 했던 로드리고 신부는 마음깊이 미워할 수 밖에 없던 배신자 기치지로의 억울해하는 항변에 고뇌하고 흔들린다. 결국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읽어보시길.


이 소설은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막바지에 이르던 시기의 실제 사건을 일본인 작가 엔도 슈사쿠가 각색하여 만들었다. 신부들의 숨막히는 도피과정, 신도들의 처절한 죽음에 침묵하는 신을 향한 고통스러운 로드리고의 신부의 질문을 따라가며 신앙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나는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을까? 위해를 가하려 하는 자 앞에서 신념을 굽히지 않을 자신이 있나? 엔도 슈사쿠는 고상한 이미지가 아닌 현실적이며 추하고 비열한 상황을 제시해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집요하게 던진다. 누구나 유다를 비난할 수 있지만 모두가 예수처럼 죽음을 감수할 수 있는건 아니다. 그렇다면 평화로운 상황에서의 믿음이란 과연 온전한 것인가? 진실한 믿음이란 무엇일까? 



그리스도는 아름다운 것이나 선한 것을 위해 죽은 것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것이나 선한 것을 위해 죽는 일은 쉽지만, 비참한 것이나 부패한 것들을 위해 죽는 일은 어렵다는 것을 저는 그날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 P60


저는 오랫동안 성인전(聖人傳)에 쓰인 그런 순교를, 이를테면 그 사람들의 영혼이 하늘나라에 돌아갈 때 공중에는 영광의 빛이 가득하고 천사가 나팔을 부는 그런 빛나고 화려한 순교를 지나치게 꿈꿔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에게 이렇게 보고하고 있는 일본 신도의 순교는 그와같은 혁혁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비참하고 이렇게 쓰라린 것이었습니다. 아아, 바다에는 비가 쉴 새 없이 계속 내립니다. 그리고 바다는 그들을 죽인 다음 더욱 무서우리만치 굳게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 P93



달이 차츰 둥그런 보름달이 되어 갔다. 옥사 뒤에 있는 잡목림에서 산비둘기와 올빼미가 서로 어울려 매일 밤 같은 소리로 울었다. 그 잡목림 위에 걸린 보름달이 기분 나쁠 정도로 붉은색을 띠고 검은 구름 사이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숨바꼭질을 했다.  - P213



인간이 성경 속에 쓰인 신비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신부는 알고 싶었을 뿐이다. 그냥 모두 다 완전히 알고싶었을 뿐이다. "오늘 밤 너는 반드시 배교할 것이다"라고 통역은 자신 있게 말했다. 마치 베드로를 향해 그분이 말한 것처럼, "오늘밤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새벽은 아직 멀고닭이 울 시각은 아니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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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5-25 1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고 싶은 책 중 하나에요~

청아 2022-05-25 12:27   좋아요 2 | URL
저도 다시 읽고싶어요! 몰입해서 읽었어요^^*

새파랑 2022-05-25 1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었던 로드리고 신부의 고통이 가장 안타까웠어요. 살아남은게 어쩌면 신에 대한 믿음을 버린게 아닌 증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 책하고 <깊은 강>이랑 연결되는 기분이 듭니다 ㅋ 저도 깊은 강 리뷰 쓰려고 하는데 어떻게 쓰지 고민중입니다 😅

mini74 2022-05-25 12:35   좋아요 3 | URL
이제 양파를 추앙할 때입니다 새파랑님 ㅎㅎㅎ

청아 2022-05-25 12:37   좋아요 4 | URL
그러게 말이예요! 도망칠수도없고 천주교인인데 무섭다고 목숨을 끊을수도 없고요. 엔도 슈사쿠가 어려운 문제를 제대로 다루었죠. 전작하고 싶어요!😭

새파랑 2022-05-25 13:01   좋아요 3 | URL
양파 ㅋ 퇴근후 리뷰냐 책읽기냐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

mini74 2022-05-25 12: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해서 더 몰입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누구의 선택이 더 옳다고 할 수 있을까요 ㅠㅠ 미미님이 발췌한 글들 저도 줄 그으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

청아 2022-05-25 12:41   좋아요 4 | URL
유다의 입장을 다자이 오사무가 유쾌하게 다루었다면 엔도 슈사쿠는 날카롭게, 현실적으로 쓴것 같아요ㅠㅠ 슈사쿠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5-25 12: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사적 배경이 있는 소설이라 흥미롭게 읽을 것 같아요. 새파랑님이 말씀해주셔서 찜해놓고 있었는데 미미님 글 읽으니 더 뽐뿌가 오는군요~ㅎㅎ 이달 책은 이미 샀으니 다음달 지르겠습니다!^^;

청아 2022-05-25 13:06   좋아요 4 | URL
오가는 뽐뿌 너무좋죠!ㅎㅎ그래서 저도 다 읽고 자료를 더 찾아봤어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어요^^*

거리의화가 2022-05-25 13:10   좋아요 4 | URL
오 영화도 있군요~ 비교적 최근 영화네요? 2016년이라니... 사일런스! 제목이 딱 정직하군요^^ 책 읽고 함 봐봐야겠네요. 정보 감사합니다.

청아 2022-05-25 13:13   좋아요 4 | URL
네! 그리 잘 만든건 아니지만 이 소설 읽고나서 가볍게 볼만했어요^^*

다락방 2022-05-25 14: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저는 이 책을 잠자냥 님과 함께 읽게 될 듯합니다. 즉, 빨리 구매할 것 같단 얘기입니다. 미미님, 땡투 드립니다. 부자되세요!!

청아 2022-05-25 16:20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다락방님~^^♡
역시 다락방님의 영향력👍

페넬로페 2022-05-25 14: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배교한 신자들을 비판하기보다 끝까지 버티다 순교를 택한 신자분들을 더 존경해요.
모진 육체의 고통 앞에서 저 자신부터 신앙을 지켜내기가 쉽지 않을듯 해요~~
얼른 읽고 싶네요^^

청아 2022-05-25 16:24   좋아요 5 | URL
네~♡ 페넬로페님 말씀에 이 소설속 가르페 신부가 떠오르네요. 가장 눈물났던 장면이 그 신부님 마지막 모습이었어요ㅠㅠ
또 눈물나요ㅠ

레삭매냐 2022-05-25 15: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엇보다 에도 막부 위정자
들이 순교자들을 양산해 내는
방식 대신 배교를 종용하게 하면
서 가톨릭의 확산을 막은 게 놀
랍다고 생각합니다.

오래 전에, 로마에서 사제로 유학
중이던 사촌 형님하고 어느 성당
에서 성유물 그리고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던 생각이 나네요...

청아 2022-05-25 16:28   좋아요 4 | URL
아 역시 레삭매냐님!!
참 교활한 방법이죠.

소설을 읽고 찾아보니 이 방법이 통했고 엔도 슈사쿠도 그점을 다루고싶어 이 소설을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필드 2022-05-25 2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고 싶었던 책인데 미미님 정리해주시니 꼭 읽어봐야 겠어요 종교서적으로 유명한 책이죠

청아 2022-05-25 21:13   좋아요 2 | URL
역시 그랬군요?!! 저는 그렇게 유명한줄은 모르고 새파랑님이 너무 좋다고 두번이나 강조하셔서 읽었어요. 마음에 파장을 크게 남기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그레이스 2022-05-27 2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읽을때 긴장해서 배가 막 아팠던 생각이 나요.
15년도 더 됐는데...
당시 일본의 감시의 역사나 ‘7인의 사무라이‘ 영화를 함께 봤던것 같아요.

청아 2022-05-27 20:46   좋아요 3 | URL
저도 읽으면서 조마조마하고 뒤로가면서 가슴이 막 답답하더라구요.😭일본 역사를 잘 몰랐는데 조금이나마 공부가됐어요*^^*

‘7인의 사무라이‘ 궁금해요~♡

기억의저편 2022-05-28 2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어요. 저자 엔도 슈샤쿠의 ˝침묵˝ 소설에 대한 작가 노트 ˝침묵의 소리˝.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4769588

청아 2022-05-28 20:09   좋아요 2 | URL
오 기억의 저편님 반갑습니다.*^^*그리고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꼭 읽어볼래요👍

mini74 2022-06-10 08: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슈샤쿠바람을 일으키신 미미님 ㅎㅎ 축하드립니다 ~ 무슨 책 사실지 궁금한 *^^*

청아 2022-06-10 10:41   좋아요 4 | URL
미니님~♡ 감사해요!! 슈사쿠로 번돈 슈사쿠책을 또 구매했어요ㅋㅋㅋㅋ😆

새파랑 2022-06-10 11: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천재 구매천재 미미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이젠 츠바이크에서 슈사쿠로 ^^

청아 2022-06-10 11:30   좋아요 4 | URL
<침묵>도 좋았는데 <사무라이>에 홀딱 반함요!! 새파랑님 덕분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06-10 11: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미미님 덕분에 기대치가 up~!!! 조만간 읽으려고 생각중입니다. 종교와 믿음이란 가치가 제겐 좀 낯설고 어렵지만 소설의 배경상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당선 축하드립니다!

청아 2022-06-10 11:52   좋아요 2 | URL
아~몰입도가 좋더라구요. <사무라이>는 더 뛰어나고요. 종교에 상관없이 인간적인 고민,번뇌를 듬뿍 느끼실거예요!! 거리의 화가님 감사해요😄

페넬로페 2022-06-10 18: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신앙이 무엇인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믿고 있지만 어떤 실체가 잘 잡히지 않고,
언제나 구하고 찾아가야 하는 여정인 것 같습니다.
미미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청아 2022-06-10 19:50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신앙은 끝없는 여정인것 같아요.
엔도 슈사쿠의 책을 읽고 좀더 생각해볼 수 있어서 뜻깊었어요! 감사해요~♡

서니데이 2022-06-10 2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청아 2022-06-10 21:55   좋아요 4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해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scott 2022-06-14 0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얼대로 침묵 할 수 없는 리뷰 였습니다
미미님 이달의 당선 추카 !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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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つ —̳͟͞͞ 💗 —̳͟͞͞💗 +
(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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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し´

청아 2022-06-14 08:30   좋아요 2 | URL
스콧님의 표현은 늘 국보급입니다(>.<)/
💗💗감사해요 스콧님💗💗
 

1636년 이래 일본 정부는 시마바라 내란에 포르투갈인이 관계되어 있음을 의심하고 통상을 완전히 단절시켰을 뿐만 아니라, 마카오에서 일본 근해에 이르는 해상에서는 신교도 국가인 영국과 네덜란드의 군함이 출몰하여 우리 상선에 포격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 P22

이노우에라는 이름을 저희가 들은 것은 이때가 처음입니다. 발리나노 신부님은 이에 덧붙여서, 그 사람에 비하면 전에 나가사키 부교로서 많은 가톨릭 신도들을 학살한 다케나카 같은 사람은 단순히 흉포하고 무지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일본에 상륙한 뒤 혹시 만날지도 모를 이 일본인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저희는 익숙지 않은 발음으로 그의 이름을 입속에서 되풀이했습니다. - P24

출발은 드디어 5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각자의 마음 외에는 일본에 가지고 갈 짐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저희는 마음 정리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마르타의 일은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습니다. 가련하고 불쌍한 그였지만, 저희의 동료를 위해 하나님은 결국 병의 회복‘ 이라는 기쁨은 내려 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이루시는 일은 모두 선한 일. 그가 머지않아 이루어야 할 그 사명을, 하나님은 은밀히 준비하고 계실 것입니다. - P36

모키치나 이치소우도 그렇고 저 노인도 그렇고, 거의 인형처럼 표정이 없는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쓴 대로입니다만, 그 이유를 이제야 확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기쁨은 물론 슬픔조차도 얼굴에 드러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오랜 비밀 생활이 이 신도들의 얼굴을가면처럼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그것은 참으로 가슴 아프고 슬픈일입니다. 하나님께서 왜 이와 같은 고난을 신도들에게 주시는지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 P53

그리스도는 아름다운 것이나 선한 것을 위해 죽은 것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것이나 선한 것을 위해 죽는 일은쉽지만, 비참한 것이나 부패한 것들을 위해 죽는 일은 어렵다는 것을 저는 그날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 P60

일본인 농민들은 무엇에 굶주려 있었던가? 소나 말처럼 일에 혹사당하고 소나 말처럼죽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이 사람들은 그 족쇄를 버릴 수 있는 새로운 한 길을 저희의 가르침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것입니다. 불교의 중들은 그들을 소처럼 취급하는 자들의 편이었습니다. 그래서그들은 오랫동안 자신들의 삶이 다만 체념하기 위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 P68

‘그런데 나는 왜 이처럼 그분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일까.‘ 아마 그분의 얼굴 모습이 성경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성경에 쓰여 있지 않기 때문에 저는 그분의 얼굴을 제 상상력에 맡겨어린 시절부터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그 얼굴을 마치 연인의 얼굴 모습을 미화하듯이 가슴속에 간직했던 것입니다. 신학생 시절수도원에 있을 때, 저는 잠들 수 없는 밤이면 언제나 그 아름다운얼굴을 마음속에 떠올렸습니다.  - P69

우선 당신은 이곳 농민들이 포르투갈의 변두리 지방에서 볼 수있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고 비참하다는 사실을아셔야 합니다. 부유한 농민이라 할지라도 일본 상류 계급이 먹는쌀을 1년에 두 번 입에 넣을 수 있을 뿐입니다. 대개 토란과 무 같은야채 따위를 주로 먹으며 음료는 물을 따뜻하게 끓여서 마십니다.
때로는 풀과 나무의 뿌리를 캐 먹는 일도 있습니다.  - P75

"하나님은 무엇 때문에 이런 고통을 주시는지요?"그러고 나서 그는 원망스러운 눈빛을 제게 보내며 말했습니다.
"신부님, 저희들은 나쁜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듣고 흘려 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겁쟁이의 이 한탄이 어째서 예리한 바늘이 되어 제 가슴을 아프게 찌르는 것인지요? 하나님은 무엇때문에 이들 비참한 농민들에게, 이 일본인들에게 박해와 고문이라는 시련을 주시는지요? - P86

십자가 모양으로 만든 두 개의 나무가 파도가 밀리는 물가에 세워졌습니다. 거기에 이치소우와 모키치가 묶이는 것입니다. 밤이되어 조수가 밀려오면 두 사람의 몸은 목까지 바다에 잠기게 되겠지요.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바로 죽지 않고 이틀이나 사흘이 지나, 육체도 마음도 극도로 지쳐 버렸을 때 결국 숨이 끊기게 되겠지요. 그러한 오랜 시간의 고통을 도모기 부락민이나 다른 농민들에게 실컷 보임으로써 그들이 두 번 다시 가톨릭교에 접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리들이 노리는 바입니다. 모키치와 이치소우가 나 - P90

신음소리는 때때로 도중에 끊겼습니다. 모키치는 어제와는 달리,
이제는 자신을 격려하기 위해 노래를 부를 기력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그 소리는 도중에 끊겼고, 한 시간쯤 지나면 다시 바람에 흘러이쪽 부락민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짐승이 우는 듯한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농민들은 온몸을 떨면서 울었습니다. 오후가 되어 또다시 조수가 조금씩 밀려들자 바다는 그 검고 차디찬 빛을 더해 가고나무기둥은 그 속에 차츰 가라앉아 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얗게 거품을 머금은 파도가 때때로 나무기둥을 넘어 해변까지 부딪쳐밀려오고, 한 마리 새가 바다에 거의 닿을 듯이 살짝 스치며 멀리날아갔습니다. 이것으로 모두 끝났습니다. - P92

저는 오랫동안성인전(聖人傳)에 쓰인 그런 순교를, 이를테면 그 사람들의 영혼이하늘나라에 돌아갈 때 공중에는 영광의 빛이 가득하고 천사가 나팔을 부는 그런 빛나고 화려한 순교를 지나치게 꿈꿔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에게 이렇게 보고하고 있는 일본 신도의 순교는 그와같은 혁혁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비참하고 이렇게 쓰라린 것이었습니다. 아아, 바다에는 비가 쉴 새 없이 계속 내립니다. 그리고 바다는 그들을 죽인 다음 더욱 무서우리만치 굳게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 P93

발리냐노 신부가 악마로 부르고 선교사들을 계속해서 배교하도록 한 이노우에를 그는 오늘까지 창백하고 음험한 얼굴을 지닌 남자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눈앞에는 사물에 대한 이해심이 넓을 것 같은 온화한 인물이앉아 있다. - P173

매력이 있는 것, 아름다운 것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누구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아니다. 색 바랜 누더기처럼 되어 버린 인간과 인생을 버리지 않는 것이 사랑이다. 신부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직 기치지로를 용서할 수는 없었다. 또다시 그리스도의 얼굴이 자신에게 다가왔을 때, 그분이 그맑고 다정한 눈으로 조용히 이쪽을 바라보았을 때, 신부는 오늘의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 P181

연민은 결코 행위가 아니었다. 사랑도 아니었다. 연민은 정욕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본능에 지나지 않았다. 그 정도는 신학교의 딱딱한 의자에서 이미 훨씬 전부터 배웠지만, 그것은 책 속의 지식으로만 머물러 있을뿐이었다. - P212

달이 차츰 둥그런 보름달이 되어 갔다. 옥사 뒤에 있는 잡목림에서 산비둘기와 올빼미가 서로 어울려 매일 밤 같은 소리로 울었다.
그 잡목림 위에 걸린 보름달이 기분 나쁠 정도로 붉은색을 띠고 검은 구름 사이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숨바꼭질을 했다.  - P213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겠다고 신부는 단단히 결심했다. 나귀에태워져 자기는 지금 나가사키의 거리를 걷는다. 나귀에 태워져 그분도 예루살렘 거리에 들어섰다. 치욕과 모멸을 견디는 얼굴이 인간의 표정 중에서 가장 고귀하다는 것을 그에게 가르쳐 준 사람은바로 그분이다. 자신도 최후까지 이 표정을 지니고 싶다. 오로지 이얼굴이 이방인 가운데서의 그리스도교인의 얼굴일 것이라고 신부는 생각했다. - P244

인간이 성경 속에 쓰인 신비를 모두 이해할 수는없다. 다만 신부는 알고 싶었을 뿐이다. 그냥 모두 다 완전히 알고싶었을 뿐이다. "오늘 밤 너는 반드시 배교할 것이다"라고 통역은자신 있게 말했다. 마치 베드로를 향해 그분이 말한 것처럼, "오늘밤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새벽은 아직 멀고닭이 울 시각은 아니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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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25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다 읽으셨네요. 역시원조 독서 기계~!!

청아 2022-05-25 11:36   좋아요 2 | URL
ㅋㅋㅋ지금 리뷰 쓰고 있어요^^*

mini74 2022-05-25 1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분 종교관련해서 깊은 성찰과 물음을 주는 글 참 잘 쓰시는거같아요. 깊은 강도 그렇고 침묵도 그렇고. 실제론 짓궂은 장난 잘치는 유쾌한 분이시라던데 ㅎㅎ

청아 2022-05-25 11:39   좋아요 1 | URL
어머 그래요? 의외네요!
왜이제야 읽었나 싶어요. 깊은강도 봐야겠네요!! 선물도 하려고요^^*
 




어제 넷플**에서 n번방 추적기를 다룬 다큐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를 봤다. n번방으로 세상이 시끄러울때 기사를 통해, 불꽃 자매들의 책을 읽고 알게된 사실들은 빙산의 일각이었구나 느꼈다. 범죄수사물 관련 미드를 한동안 즐겨봤었는데 성범죄에서는 가학적인 범죄들이 드물지 않다. (물론 성범죄 자체가 가학적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가학적 범죄란 각종 신체적 가학행위를 일컫는다) 어제 본 다큐에서 사진들은 모자이크 처리되었지만 어떤 상황인지 어느정도 짐작할만했고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디테일한 참상을 들을 수 있었는데 미드에서 보던 가학행위보다 더 심각하다고 느꼈다.(여기 옮겨 적지도 못하겠다) 




피해자들 중에는 10대 소녀들이 다수였고 직장에 다니는 여성도 있었다. 취업을 미끼로 유인하거나 사진이 유포되었다면서 스미싱으로 유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재연을 통해 화면가득 대화가 오가는 것을 보니 숨이 막혔다. 올가미로 목을 죄이듯 피해자들을 빠져나갈수 없게 몰아대는 과정은 세상물정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무기력하게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으리라. 더 기가막혔던건 추적단 '불꽃'과 한겨례 기자들이 사건 초반 연합해 자료를 취압한뒤 공론화하려 지문1면에 실었지만 반응은 너무나 싸늘했고 오히려 n번방 가입자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던 점이었다. 기사보고 왔다면서...



피해자가 '박사'(조주빈)의 요구를 힘들다며 거절하면 '박사'는 해당방에 수많은 이용자들을 초대해 그들과 함께 

피해자를 괴롭힌다. 쉴새없이 이어지는 모욕과 협박,스미싱을 통해 그들이 앞다투어 알아낸 피해자의 개인정보들,각종 사진(집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는 사진등등)는 효과적인 올가미가 되기에 충분했다. 노출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칼로 '박사노예'같은 글자를 몸에 스스로 새기게 만들었다.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10대 소녀들도 방안에서 이런 협박을 당하며 '박사'의 요구를 들어주곤 했는데 잠복했던 형사들이 집에 들어가서야 부모들은 사실을 인지했던것 같다. 참가자들에게는 돈을 미끼로 더 가학적인 영상을 만들어 공급했는데 추적단'불꽃'과 한겨례기자들, sbs궁금한 이야기y, JTBC 스포트라이트팀, 사이버수사대, 화이트해커와 자발적으로 협력해 '갓갓'의 IP를 찾아낸 해커들까지 수고와 도움을 아끼지 않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박사'와 '갓갓'은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마지막 자막에서는 아직도 유사 n번방이 국제적으로 계속 이어져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런 자들은 아마도 멈추지 않을것같다. 하지만 그런 자들에 분노하고 연대하는 세력 또한 만만치 않음을 실감했다. 조주빈은 징역 42년을 받았다. 법이 강화되어 이런 가학적 성착취영상을 공유하고 즐기는 자들의 신상이 온라인에 공개되었으면 좋겠다. 수치심을 느껴야하는 자들은 이들이기 때문에.







텔레그램의 성착취 방들은 아직도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텔레그램 성착취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잡히지 않은 가해자들은 잠시 숨어 있다 사건이 끝나갈 때쯤 기생충처럼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단 한명의 가해자도 놓치지 않고 철저하게 잡아내 사회에서 박멸할 것이다. 반드시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여성들이 안전해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n번방에서 감방으로-그 방에 입장한 너희는 모두 살인자다.2020.07.25 n번방 강력처벌 촉구시위 운영진   p.116.그래서 우리는 법원으로 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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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5-19 11: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거 보셨네요, 미미 님. 저는 이거 못보겠어요. ㅠㅠ 미미 님, 이 다큐 보고 이렇게 글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ㅜㅜ

청아 2022-05-19 11:52   좋아요 6 | URL
어제 새로 올라왔길래 바로 봤어요 조주빈이 잡혀서 다행이지만 이들의 트라우마는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ㅠㅠ 댓글에 위로받았다는 한 피해자의 말이 기억나 써봤어요. 감사해요 다락방님ㅜㅜ

단발머리 2022-05-19 12: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지옥같은 시간이었을까,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컥컥 막히네요. 전 불꽃 취재기 읽었고 예전에 한겨레 취재 기자 인터뷰 본 적 있는데, 남자기자인데 그 집 아이들 신상까지 다 공유하고 그랬다고 ㅠㅠ 진짜 무법천지더라구요 ㅠㅠ
그 시리즈를 보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일, 얼마나 고된 일이었을까요. 고생 많으셨어요, 미미님!

청아 2022-05-19 12:35   좋아요 4 | URL
네 맞아요! 한계레 김완기자님 신상이 털려서 아이들 사진까지 유포되었더라구요 아이들은 무슨죈지..자기들 기사 냈다고 그런짓을..형사들도 가학적인 사진보고 놀랐다고하니 기자들도 트라우마가 남았을것 같아요. 피해자들의 상처는 감히 상상도 안돼네요. 읽어봐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새파랑 2022-05-19 12: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큐에 나온 자료들이 상당히 끔찍했나보네요 ㅜㅜ 저런 악마들이 잡혀서 그래도 다행인거 같아요. 정말 법이 강화되면 좋겠습니다~!!

청아 2022-05-19 12:38   좋아요 6 | URL
네 새파랑님 모자이크 처리되었지만 기자들의 인터뷰로 몇몇 케이스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어요ㅜㅜ 보면서 계속 욕이 나와요. 내려받는것만으로도 징역으로 처벌했음 좋겠어요!! 감사해요

보리마루 2022-05-19 13:1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피해자들이 평생 안고 가야 할 고통과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성범죄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인권 운운하거나 심신미약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이유를 들어서 감형 따위는 없었으면 해요.

청아 2022-05-19 13:27   좋아요 6 | URL
네! 저도 그게 당연한것 같은데 <그래서 우리는 법원으로 갔다>를 보면 우리나라 사법부는 아직까지 범죄자에게 너무 관대하네요. 주요 가담자들 외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감형해주나봐요. 판사들이 신경쓴다는 글 보니 재판 참관하고싶어요. 글 봐주셔서 감사해요 보리마루님!

거리의화가 2022-05-19 13: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신상털기 등 2차 피해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넷플 구독중이지만 전 도저히 볼 수 없을 것 같네요ㅠㅠ 하~ 미미님 글 읽는데도 분노가 치미네요. 감사합니다 미미님~

청아 2022-05-19 13:31   좋아요 5 | URL
신상털기가 아주 심각하더라구요 민증사진을 함께 찍게해서 주소랑 알게되면 거리뷰로 찾아서 앞다투어 사진올리고요. 18세 이상이긴한데 끔찍한 장면이 많이 나오거나하진 않아요.제가 너무 무섭게 썼나봐요. 추적하는 과정이 더 자세히 나오는데 통쾌함이 있었어요. 물론 보면서 욕은 나옵니다.ㅜㅜ거리의화가님 감사해요!

페넬로페 2022-05-19 15:5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밖에서 보기엔 신고하지 왜 저렇게 당하고 있지?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면 그것이 쉽지 않을수가 있겠어요. 결국 이런 범죄엔 처벌의 수위가 아주 높아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 역시 문제가 될 것 같아요 ㅠㅠ

청아 2022-05-19 17:10   좋아요 7 | URL
네 다큐에서도 그 부분을 강조했어요. 결코 피해자들을 탓해선 안된다는걸요. 누구라도 같은 상황에 빠질 수 있겠더라구요. 사법부 인식이 너무 올드한것 같아요ㅠㅠ 감사해요 페넬로페님!

mini74 2022-05-19 16:3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제발 제대로 처벌받았음 좋겠어요. 큰 죄엔 큰 벌이! 너무 처벌이 약하니까 이차 가해부터 유사 범죄까지 계속 되는 것 같아요. 열받아요 미미님 ㅠㅠ다큐 챙겨봐야겠어요

청아 2022-05-19 17:12   좋아요 7 | URL
로드뷰도 있었지만 가담자들이 주소로 찾아와 피해자집 사진을 찍어 올렸나봐요 직접 당한다면 무서워서 아무생각 못할듯해요. 더구나 아이들은 오죽할까요?ㅠㅠ 네! 강추합니다. 감사해요 미니님!

희선 2022-05-20 03: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자막에 나온 말 무섭네요 그런 건 사라지지 않고 비슷한 게 나타나기도 하니... 그런 사람 다 잡으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겠습니다 엄한 벌을 주면 좋을 텐데...


희선

청아 2022-05-20 08:49   좋아요 3 | URL
그러게 말이예요 뿌리 뽑는건 아무래도 불가능하겠지만 지금보다 강력하고 피해자가 납득가능한 처벌은 분명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희선님~^^*

다락방 2022-05-20 08: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꿈에 미미님이 나왔어요. 우린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지만, 꿈에서는 확실히 미미님이었어요. 미미님이 저희 집에 오셨고 저는 미미님과 저희 집 근처 시장으로 가 호떡을 사드렸어요. 미미님은 호떡을 맛있게 드셨어요. 이 꿈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 생각해도 모르겠는데, 오늘 여기에 제가 댓글단 거 읽고나니, 감사해서 호떡 사드린건가.. 싶네요. (응?)

청아 2022-05-20 09:03   좋아요 3 | URL
오!다락방님 저 이 페이퍼 쓰고 어제는 생각이 참 많았던 하루였어요 그래서 약간 마음이 붕뜬 기분으로 잠들었는데 다락방님께
날아갔었나봐요ㅎㅎ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생각함요)
저 또한 다락방님 본 적 없지만 존경하고 애정하는데
꿈에서 그런 다락방님을 만났다니 영광이예요!!!
게다가 저 호떡 무지 좋아합니다~♡♡
뭔가 상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스 2022-05-20 09: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분노를 지나쳐서 두렵습니다.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직접 가해하는 것보다 더 사악하고 교묘한 범죄를 막기위해서 법도 그만큼 지능적으로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청아 2022-05-20 09:42   좋아요 3 | URL
그쵸!! 가학행위를 요구하면 피해자들이 그대로 하는 식이었는데 요구사항을 보면 참 악랄하더라구요. 그나마 범인들이 결국 잡힌 방식이 그들이 피해자들의 신상을 캐낸 방식과 같아서 통쾌했어요. 텔레그램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본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무법천지인듯 해요.

프레이야 2022-05-20 11:0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추척단의 두 분 불과 단,김완 가지 모두 용감했어요. 이 다큐 보기 전에 티비 프로그램 악마를보았다에서 다룬 걸 보고 이미 경악했습니다. 조주빈은 키를 6센티 늘리는 위험한 수술도 받았더군요. 그 부작용으로 약간 절구요. 컴플렉스와 잘못된 성의식이 복합된 괴물이었어요. 더 무서운 건 그 사람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더 많은 남성들, 다수의 선량한 가면을 쓴 남성들이 있다는 거죠. 경악스럽게도, 악마의 삶을 멈추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하던 조주빈 얼굴이 떠오릅니다.

청아 2022-05-20 10:55   좋아요 8 | URL
네!! 인터뷰때 그 말 참 어처구니 없었는데... 자만에 찬 말이었다고 프로파일러가 말하더군요. 외국에서는 아동관련 영상 다운받은 것만으로도 4~5년은 살던데 우리 사법부는 소장한건 때때로 범죄로 인식하지도 않으니 문제예요.
형사들에게 잡힐때 그의 아버지와 자전거를 타고 있더라구요? 이웃들은 상상도 못했겠죠.
무엇보다 조주빈이 번 범죄수익이 몰수되어야하는데 암호화폐라 쉽지않나봐요. 부디 몰수했단 기사를 하루빨리 읽게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가필드 2022-05-20 19: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제목 그대로 지옥이네요 ㅠㅠ 정치가들 중에 강력한 개정법으로 빠른 시간에 바뀌길 희망합니다

청아 2022-05-20 19:53   좋아요 4 | URL
네 가필드님 제목 그대로 사이버지옥 ㅠㅠ 요즘 만남어플도 많아서 청소년들이 휴대폰만 있으면 손쉽게 이용당하는것 같아요. n번방으로 보완되고있지만 아직도 현실적인 법률 개정이 시급합니다. 읽어봐주셔서 감사해요!!
 

오늘은 5.18이다.

박완서의 단편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서 화자는 아들을 잃었다. 친구들은 주인공 처지를 생각해 동창아들 출세한 얘기 따위에는 입조심을 했다. 결혼식 같은경사에서 주인공의 눈치를 봤다. 주인공은 그들이 부럽지 않다고, 자기 아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죽었다고, 고귀한 죽음이었다고 믿으며 세월을 견딘다. 그랬던 주인공이 한 동창네 집에 간 날 무너졌다. 동창의 아들은 교통사고로 뇌와 척추를 다쳤다. 치매까지 겹쳤다. 꼼짝없이 누워 지냈다. 주인공을 이 동창네로 데려간 친구는‘죽는 게 차라리 나은 상태인 동창의 아들을 보며 주인공이 위로 받길 기대했던 것 같다. 어머니가 아들의 몸을 돌돌 굴려줘야 그나마 욕창을 막을 수 있었다. 아들은 어머니 말고 다른 손길은 거부한다. 주인공은 동창이부러워서 통곡한다
"인물이나 출세나 건강이나 그런 것 말고 다만 볼 수있고,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생명의 실체가 그렇게 부럽더라고요."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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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5-19 17: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울컥하게 되네요. 살아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부모 마음 ㅠㅠ

청아 2022-05-19 17:14   좋아요 2 | URL
저도 예상밖이어서 읽다가 눈물이ㅠㅠ 박완서 작가님이 정곡을 찔러주었네요. 마침5.18 이어서 나누고싶었어요~♡

페크pek0501 2022-05-24 16: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읽었던 기억이 나요. 반전이었죠. 사람 구실을 못하는 아들을 둔 친구가 가여운 게 아니라 무지 부러웠다는...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으니까요. 엄마의 손길만 찾는 그 아들이 있어 친구가 행복해 보였고요. 슬픈 이야기예요.

청아 2022-05-24 18:06   좋아요 1 | URL
네~♡ 페크님. 이 소설 읽어보셨군요! 이 대목 읽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지와 섣부름도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저도 꼭 읽어보고싶은 작품이예요^^
 


어떤 앎은 나에게 들어와 차곡차곡 쌓이고 어떤 앎은 내가 쌓아온 세계를 한방에 무너뜨린다. 전자는 나를 성장시키고 후자는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간다. 새로운 세계에 들어섰을 때 나는 연신 감탄하며 동시에 이렇게 읊조린다.
"온통 잘못 알고 살아왔군."
"나는 아무것도 몰랐던 거야."
- P12 (짐을 끄는 짐승들 중 추천사, 홍은전)


이 문장을 읽고 떠올린 '해러웨이 선언문'은 내게 마치 다른 세계로 가는 열린 문과 같았다.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첫번째 장인 '해러웨이 선언문'은 1985년에 해러웨이가 세상에 열어놓은 새로운 시도,실험이다. 이 책의 서문을 쓰고 3장 '반려자들의 대화'에서 해러웨이와 대화를 주고받은 캐리울프가 언급한 것처럼 '해러웨이 선언문'은 파격적인 문체와 화법,스웨거(swagger)로 읽는 사람들을 혼란의 도가니에 빠뜨린다. 독자들은 이 장을 읽어나가며 각자의 이해만큼 자신만의 뜨개질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해러웨이 선언문'은 하나의 진실을 주입하고 전하는 방식이 아니다. 기존에 우리를 가두던 세계에서 열린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기를 요구한다. 


글쓰기는 무엇보다 사이보그의 기술로, 20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글자판이다. 사이보그 정치는 언어를 향한 투쟁으로, 완벽한 소통에 대항하며, 모든 의미를 완벽하게 번역해내는 하나의 코드, 즉 남근 로고스 중심주의라는 중심 원리에 대항하는 투쟁이다. 사이보그 정치학이 소음을 고집하며 오염을 긍정하고 동물과 기계의 불법적 융합을 기뻐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P75


우리는 통념에 갇혀있다. 태초의 이야기 속에는 신과 닮은 온전한 인간이 있다. 세계는 신의 모습을 한 그 인간에 의해 이름지어지고 구성되어간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동물과 구분되어지고 지적인 세계를 넓혀가며 태초에 존재했던 신의 영역을 향해 끊임없이 도약해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은 단일한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일수록 이분법으로 분류되어 배제되는 동시에 억압, 지배당한다. 지배계층을 위한 수단이 된다. 해러웨이는 이러한 단일한 기준을 오히려 분산시키고 흩뜨려 개별화할 것을 제안한다. 사이보그 이미지를 통해서. 그녀의 다양한 지식을 망라한 글쓰기와 표현 방식 자체가 그런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사이보그 이미지는 우리 자신에게 우리의 몸과 도구를 설명해왔던 이원론의 미로에서 탈출하는 길을 보여줄 수 있다. 이것은 공통 언어를 향한 꿈이 아니라, 불신앙을 통한 강력한 이종언어heteroglossia를 향한 꿈이다. 이것은 신우파의 초구세주 회로에 두려움을 심는, 페미니스트 방언의 상상력이다. 이것은 기계, 정체성, 범주, 관계, 우주 설화를 구축하는 동시에 파괴하는 언어이다. 나선의 춤에 갇혀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지만, 나는 여신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 P86



해러웨이는 에코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자연과 여성의 동일시를 거부하면서 오히려 기술과학의 잠재력을 이용하고 있는 현재 세계를 철저히 분석하고 여성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생각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사이보그 선언" 이다.
"사이보그 선언"을 통해 해러웨이는 현대 기술과학인 생명공학, 정보과학, 통신이 여성에게 새로운 힘 권력의 가능성을 제공했다고 보고, 이런 힘이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 된다고 말한다. 
- P101 (컴북스,도나해러웨이,이지언)


우리집 츄츄(노견 시츄)를 산책시키다보면 개를 데리고 나온 이웃들을 종종 자주 마주친다. 반려견의 주인들과는 반려견들의 건강상태 및 변화된 상황, 다양한 에피소드와 안부를 나누며 관계를 이어간다. 그 옆에서 자기를 봐달라며 혀를 내밀어 섹섹거리는 녀석들은 꼬리를 흔들고 방방뛰며 나를 반기고 있다. 그들에게 내 다리 한쪽을 쭉 내밀어준다. 그러면 개들은 냄새를 맡고 내 눈을 마주치며 그 정보로 나의 안위를 확인하는 것 같다. 그 사이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 외에도 다양한 물질들이 우리사이 교환되고 결합될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을 채워가는 선택과 방식은 지구라는 이 세계와 나와의 끝임없는 관계와 교류를 형성해간다. 이 세계에는 결코 신의 형상을 한 우리 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다양한 형상들, 개별성으로 나뒤듯 생태계를 이루는 무수한 존재들이 이 안에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다른 수사, 다른 메타플라즘이 필요하다. "내가 개를 하나 데리고 있다면 나의 개는 인간을 하나 데리고 있다."  P182


나는 인간의 언어라는 좁은 케이지에 갇혀 있었다. 언어에게 너무 큰 권력을 줘버려서 그것에 잠식당했다. 불안으로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에 고양이를 쓰다듬는다. 그는 몸통 어딘가를 울려 그르렁그르렁 낮은 진동 소리를 낸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고 언어가 흉내 낼 수 없는 세계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며 잠이 든다.  동물의 해방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다는 마음은 공감이나 죄책감 같은 인간적인 것과 상관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비장애중심 사회가 우리의 인간성을 억압하듯 인간중심 사회는 우리의 동물성을 억압한다. - P24 (짐을 끄는 짐승들, 홍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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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05-18 20: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3차인공관절 시술까지 가능하다는 걸 들었어요. 해러웨이는 80년대에 이야기했지만 에코페미니즘보다는 사이보그가 현실적인 이야기인 것 같네요..

스마트폰 장착한 현대인은 이미 사이보그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청아 2022-05-18 22:40   좋아요 4 | URL
아 포노 사피엔스죠? 그렇네요!!ㅎㅎ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20년내에 계속해서 큰 변화들이 이어질거고 그 과정에서 해러웨이 선언문이 또 여러번 언급될수도 있을것 같아요

사이보그적 글쓰기라고 기억하는데 이 책 읽고나서 전에 읽은 이리가레도 떠오르고
새로 읽는 책마다 연관성이 보여요. 아직 <짐을끄는 짐승들>본문도 안읽었는데 홍은전님으로 마무리를...^^*

다락방 2022-05-18 2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마트폰 인간 생각했는데 어휴 여러분 너무 좋네요 ㅠㅠ

청아 2022-05-19 09:23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덕분에 제가 해러웨이를 읽었네요 함께 해서 가능했어요 감사해요^^*

새파랑 2022-05-19 08: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인용문장 너무 공감이 되네요. 특히 다른 세계로 데려가는 책의 만남은 언제나 즐거운것 같아요 ^^

청아 2022-05-19 09:30   좋아요 2 | URL
세권의 책 모두 인용하고 싶은 문장이 많아서 너무 좋았어요^^

책읽는나무 2022-05-19 08: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짐을 끄는 짐승들> 책 좋다고 하신 분이 있어 눈여겨 뒀었는데 도나 해러웨이님의 책과 연관이 있나 보군요? 여러분들의 리뷰에서 계속 책이 언급되는군요?^^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미미님의 지성이 확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ㅋㅋㅋ칭찬이에요^^)

청아 2022-05-19 09:44   좋아요 4 | URL
<짐을 끄는 짐승들> 수하님의 글을 읽고
관심이 생겨서 구입했어요^^ 아직 추천사만 읽은 상태인데 추천사부터 저는 감동받아서 여기 인용까지 했어요ㅋㅋㅋ
추천사 읽으면서 반려종선언이 추구하는것과 유사하다고 느꼈어요
지성이 터지다니 멋진데요~♡감사해요 나무님^^♡

mini74 2022-05-19 17: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첫 문단 넘 좋아요. 제게도 북플의 같이 책읽기는 새로운 세계로 가는 열린 문 ㅎㅎ 같은 내용에 밑줄 그은 것도 반갑고 ~ 짐을 끄는 짐승들 저도 기억하겠습니다 ~~

청아 2022-05-19 17:22   좋아요 4 | URL
그렇네요!ㅎㅎ저에게도 마찬가지예요^^ 더구나 미니님 비롯해 함께 읽는 분들이 지칠때마다 계속 앞으로 나아갈수 있는 힘을 주시니까요~^^♡

프레이야 2022-05-19 2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 님 좋아요 ^^ 수하님 페이퍼에서 보고 군침 흘렸던 짐을끄는짐승들 아무래도 읽어야겠어요. 일단 담아갑니다. 요즘 조명 형편상 눈이 너무 피로해요 에효 굿나잇 ~

청아 2022-05-19 22:14   좋아요 3 | URL
<짐을 끄는 짐승들>추천사만으로도 강추입니다^^* 관련된 책도 절판인데 구입했어요. 저는 요즘 주로 오전에 눈이 피로하네요. 꽃 알러지땜 조금 가렵기도하고요. 눈건강이 책쟁이에게 필수인데ㅠ 프레이야님 굿밤되세요~♡

scott 2022-05-19 2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가 개를 하나 데리고 있다면 나의 개는 인간을 하나 데리고 있다.˝
이 문장에 밑줄 쫘악!◌⑅⃝*॰ॱ✍

츄츄 미미님 곁에 오래 오래
건강하게^^
Δ~~~~Δ
ξ ・ェ・ ξ
ξ ~ ξ
ξ   ξ
ξ   “~~~~〇
ξ       ξ
ξ ξ ξ~~~ξ ξ
 ξ_ξξ_ξ ξ_ξξ_ξ

청아 2022-05-20 08:40   좋아요 1 | URL
해러웨이의 관점을 잘 나타내는 문장같아요*^^*

감사해요 스콧님
🌸( ˶ᵕ ﻌ ᵕ˶︎ ︎)🌸행복한
금요일 보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