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에서 4년 차인 나에게 '인생 네 권'은 처음에 좀 황당하고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40권도 아닌 4권이라니? 아마도 서재 활동하기 전이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테지만. 나보다 더 오래 활동한 분들, 서재 활동은 짧아도 독서에 대해 나름의 관점과 애정이 깊은 분들이라면 목록이 더 길 수도 있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봤다. 그러니 다들 그렇게들 이고 지고 쟁여 두고(책을 데리고 살다시피)들 사는 것이 아닐지... 


거부감이 없지 않았지만 이웃들의 목록을 가끔 들여다보니 흥미롭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내 목록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4권이라는 다소 말이 안 되는 규칙에 들어가지 못한 나의 인생 책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올려봅니다. 



  

    


1.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내 마음을 뒤흔들어놓은 수많은 책들 가운데서 가장 으뜸이라 할 수 있는 프루스트의 소설. 완간되지 않았던 민음사 것으로 '거꾸로 읽기'를 시작해 뒤늦게 출간된 나머지를 작년에 다 읽었다. 어떤 소설은 진입 장벽이 높다. 프루스트의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악명이 높은 축에 속할 듯하다. 여러 작가들 마저도 도중에 읽기를 포기할 정도로 프루스트만의 장황한 묘사와 강박적으로까지 느껴지는 비유들은 종종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프루스트가 펼쳐놓은 풍경에 제대로 빠져들면 마치 암벽등반에 중독된 사람처럼 남들에게는 비이성적이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가파른 벽이 희열의 순간들로 채워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우리가 언제나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추구하는 어떤 꿈이 들어 있다. 베르고트나 스완에 대한 믿음은 내가 질베르트를 사랑하게 했고, 질베르 르 모베 에 대한 믿음은 게르망트 부인을 사랑하게 했다. 그리고 지극히 고통스럽고 질투 어린, 그리하여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보였던 알베르틴에 대한 나의 사랑에는 얼마나 광대한 넓이의 바다가 마련되었던가! -마르셀 프루스트. 되찾은 시간




   



2.샬럿 브론테,빌레뜨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얼마나 많이 울고 웃었는지 모르겠다. 최재천 교수가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를 처음 만난 일화를 떠올려 본다. 미리 약속을 잡고 방문했음에도 도킨스는 얼마간 최재천 교수를 문 앞에 그대로 세워두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심지어 인사를 하러 나온 도킨스의 부인도 방문객에게 들어오라는 말을 하지 않고 돌아섰다고. 결국 최 교수는 '들어가서 이야기 나누어도 되겠냐?'고 묻고 나서야 안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이어진 인터뷰도 마찬가지였다. 도킨스는 전혀 호의적이지 않았고 모든 질문에 짧게 대답했다고 한다. 누구라도 무척 불쾌하고 당황스러웠으리라. 이에 최재천 교수는 '나는 당신의 많은 책들을 번역했고 당신의 펜이다. [이기적 유전자]는 차가운 머리로 쓴 것 같고 당신 다운 논리정연함이 돋보이는데 [만들어진 신]은 뜨거운 가슴으로 쓴 글이다. 당신답지 않다. 대필한 것 아니냐? 당신이 직접 쓴게 맞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여기 격노한 리처드 도킨스는 대체 어떤 부분이 그렇냐며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어선 4시간 이상을 최재천 교수와의 대화에 할애했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를 듣고 생각해 보니 나는 차가운 머리로 쓴 글보다는 뜨거운 가슴으로 쓴 글을 선호했다는 걸 알게되었다. 하지만 [빌레뜨]는 뜨거운 가슴뿐만 아니라 차가운 머리의 느낌도 담겨있다. 어찌 보면 그 둘의 전쟁터를 소설로 묘사하는 것 같기도 했다. 샬럿 브론테는 루시 스노우는 이름 처럼 차가운 이성으로 삶을 지탱하는 여성이다. 그녀의 숨겨진 과거는 감정을 억누를 수밖에 없는 기질의 원인일 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 기원을 알 도리가 없다. 어쩌면 그렇게 과거를 가려둠으로써 각자의 고통을 숨기고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더 얻지 않았을까?



'이성'에 따르면 나는 빵조각이나 벌려고 일하며 죽음의 고통을 기다리면서 평생 낙담한 채 살아야 할 운명이었다. '이성'이 옳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끔씩 우리는 '이성'을 무시하고 '이성'의 채찍을 벗어나 '상상'에게 달려가서 빈둥대지 않는가. 밝고 부드러운, 이성의 적이자 우리의 상냥한 '구원자'이며, 신성한 '희망'인 '상상'에게 말이다. 끔찍한 복수가 되돌아오리라는 것을알면서도 우리는 이따금 한계를 넘어서기도 하며, 또 그래야 한다. -빌레뜨



  


 

3.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유시민 작가가 무인도에 딱 한 권 가져갈 수 있는 책을 고르라면 '코스모스'라고 했었다. 그래서 따라 읽었던 책. 내 기억에 이 책을 읽고나서 '총균쇠'도 무난하게 완독할 수 있었다. [태백산맥]은 여러권이니까 제외로 한다면 이 책이 내 인생의 첫 벽돌책이라 할 수 있겠다. 자연스럽게 문과를 선택하고 이과는 나랑 전혀 상관이 없을거라 믿었던 나의 어리석음을 일깨워 준 책이다. 칼 세이건은 과학이 얼마나 문학적일 수 있는지, 인간이 우주 속에서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상상할 수 있게 돕는다. 이런 책이기에 무인도에 가져간다고 유시민 작가가 말했던 거구나...하고 미소지었고 내 인생책이 되었다. 그래도 내가 무인도에 가야 하고 하나의 작품을 가져갈 수 있다면 나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가져가고 싶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 사이에 성립하는 불변의 관계들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수학보다 더 소중하며, 수학보다 더 쉽게 과오나 오류에서 해방될 수 있고, 수학 보다 더 간단히 기술할 수 있으며, 수학보다 그 통용 범위가 더 넓은 언어는 결코 발견될 수 없을 것이다. 수학이야말로 우주의 모든 현상을 기술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가 단 하나의 설계도를 통해서 가장 단순하게 만들어졌다는 확실한 증언을 우리는 수학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수학을 통하여 불변의 질서가 자연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믿을 수 있다. -조제프 푸리에



  


4.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 


이 책은 페미니스트들에게 BIBLE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제2의 성'을 읽지 않고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뭐 이렇게까지 생각했던 것 같다. 그만큼 '제2의 성'으로 자리매김한 여성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그럴리는 없지 않은가. 여성의 지워진 역사는 기록된 남성 역사만큼이나 방대할 것이므로. 이런 책 한권에 다 담길수는 없지. 이후로도 다락방님과 함께 읽은 수많은 여성주의 책들이 그 사실을 보란듯이 증명해 주었다. 그러나 이 책이 여성들의 인식 전환에 끼친 파급력과 기록적인 가치는 오랜 시간 지나도록 유지될 것이다.그 밖에 정희진 선생님의 책이나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또는 필리스 체슬러의 여성과 광기, 마리아 로사 달라 코스타 등 굵직한 저자들의 책들도 후보였지만 재독 했을때 그 경이로움을 잊을 수 없어 보부아르를 선택했다. 




사람들은 여자를 부엌이나 규방에 가두어 두고서 여자의 시야가 좁은 것에 놀란다. 여자의 날개를 잘라놓고는 그녀가 날 줄 모른다고 개탄한다. 여자에게 미래를 열어 준다면, 그녀는 더이상 현재에 정착해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여자를 그 자아나 가정의 한계에 가두어 두면서 그녀의 나르시시즘과 이기주의 및 허영, 신경과민, 악의 등을 비난하는 것은 모순이다. P.828



이렇게 네권을 인생책으로 골라 보았으나...그 외에도 포함되지 않은 인생책들이 있어 아쉬움에 조금? 열거해 봅니다.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우치다 타츠루[하류인생], 레이첼 모랜[페이드 포], 수전 손택[타인의 고통], 버지니아 울프[자기만의 방],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타의 [페미니즘의 투쟁], 사강의 [패배의 신호], 에밀 졸라의 [인간짐승],[제르미날],그레이엄 그린의 [브라이턴 록], 슈테판 츠바이크의 [초조한 마음],존 크라카우어의 [희박한 공기속으로],움베르토 에코[장미의 이름].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로제 마르텡 뒤가르[회색노트],사이먼 싱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사사키 아타루[기도하는 그 손을 잘라라],그리고 아직 무서워서 다 읽진 않았지만-다 읽고 나면 더 삐뚤어질 것 같아 멈췄던-니체의 [도덕의 계보], 아모스 오즈의 [블랙박스]....일단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네 권을 어쩔 수 없이 골랐으나 저 처럼 더 열거할 책이 많으신 분들 있을겁니다. 그러니 앞으로 이런 이벤트?는 부디 신중하시길 알라딘 서재지기님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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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4-30 1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처음에는 저도 어떻게 4권을 고를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이었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책 4권이 떠 올랐어요~^
잃.시.찾도 고민했어요.
빌레뜨, 넘 궁금하네요
나머지 두 권도요^^

청아 2024-04-30 21:42   좋아요 3 | URL
아아 빌레뜨 너무 좋아서 원서로도 읽었거든요 번역서 재독하면서 같이요(물론 영어 문장들을 대체로 이해하지 못했으나ㅜㅜ애정으로ㅎㅎ) 페페님은 어떠실지 모르지만 일단 저는 강추드립니다^^

페넬로페 2024-04-30 23:34   좋아요 3 | URL
네 권 밑에 다른 책 열거하기
있기, 없기?

다락방 2024-04-30 1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스크롤했는데 다음권 없는거 실화인가요. 미미 님은 어서 퇴근하라!!

독서괭 2024-04-30 13:39   좋아요 4 | URL
회사야 미미님을 어서 퇴근시켜라!!

청아 2024-04-30 21:4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다락방님,괭님 제가 아직은 일터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4-04-30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 님^^ 잃시찾은 여러 감정이 들어요. 좋기도 한데 읽기 힘들기도 했어서 사실 초독으로는 고민이 되더군요. 재독 이상 해야 제게 각별한 책일지 아닐지 감이 올 것 같아요. 브론테 자매 소설들 중 저도 빌레뜨가 최고로 좋습니다. 만약 분야별로 뽑았다면 이 책 들어갔을 것 같아요. 남은 2권의 목록도 기다려봅니다.

청아 2024-04-30 21:47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분야별로 나누었어도 좋았겠어요. 그리고 이건 시간이 좀 필요한 작업같기도 하고요ㅋㅋㅋㅋ
브론테 자매 소설 중 [빌레뜨]꼽으신다니 화가님!! 역시 >.<
[잃시찾] 재독 때에는 커버 벗기고 읽어보려고요. 재독해야 한다는 말씀에도 깊이 공감합니다^^

잠자냥 2024-04-30 13: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지하게 읽다가 나머지는 토ㅣ 근하고 에서 빵 터졌읍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퇴근하시죠.

청아 2024-04-30 21:50   좋아요 2 | URL
제가 글 쓰다 보면 생각이 많아져서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더라고요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저 만큼 쓰고 시간이 훌쩍 지나 깜짝 놀랐었습니다. 칼퇴하고 집에와서 급하게 썼는데 또 시간이 이렇게ㅋㅋㅋ

햇살과함께 2024-04-30 15: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진짜 뒷북이신 미미님. 게다가 2권만요??
그렇지만 미미님 <코스모스> 포함한다고 하셨으니 한 권만 더 알면 되죠? 맘 바뀌신 거 아니죠??

청아 2024-04-30 21:53   좋아요 2 | URL
[코스모스]넣었습니다ㅋㅋㅋㅋ 인생네권 안하려다가 아무래도 찝찝해서 뒷북으로 써봤습니다.
요즘 서재 글 뜸하게 써서 어쩐지 소외된 기분인데 이거라도!!하고요ㅋ

달자 2024-04-30 1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하시고 인생책우로까지 꼽으시다니 일단 미미님 너무 멋져요 제 워너비…샬럿 브론테 책은, 제가 요즘 하는 독서모임의 이번 기수 주제가 버지니아울프거든요. 거기에 아주아주 자주 언급되는 단골 작가인데요, 사실 전 영문학(영국문학)에 큰 흥미가 없었는데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그나저나 퇴근…하셨죠?!!

청아 2024-04-30 21:57   좋아요 2 | URL
샬럿 브론테 읽으면서 정말 행복했더랬습니다!! 프루스트의 [잃.시.찾]도 제게 의미있는 소설이었고요.
오 달자님 독서모임 주제가 버지니아 울프라니 꽤 수준이 높겠군요! 수전 구바의 [다락방의 미친여자]읽고 나서
브론테 자매의 책들이 더 좋아졌어요. 칼퇴했는데 글이 느려서 이제야 써 올렸습니다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4-30 20: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잃찾사 인생책 너무 근사해요. 저도 6권까지 구입했는데 ㅋㅋㅋㅋㅋㅋ 아직 시작 전입니다만 언제 시작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이제 퇴근하셨죠? 얼른 서루드세요!!

청아 2024-04-30 21:59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님 나중에 시작하셨다가 1권에서 너무 힘드시면 거꾸로 읽기 강추드립니다. 이거 해보면 느끼시겠지만 의외로 재미난 방법이거든요. 어쩌면 더 내용이 궁금해지는 길이기도 하고요ㅋㅋㅋㅋ

새파랑 2024-04-30 20: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미 15권입니다~!! 역시 프루스트 전문가 미미님~!!!

청아 2024-04-30 22:00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미리 사둔 프루스트 관련 책들도 읽고 나면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요? 새파랑님 함께 읽어주신 덕분에 완독했습니다!!>.<

잠자냥 2024-04-30 21: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야근하십니까…? 내일이 노동절인데!!

독서괭 2024-04-30 21:48   좋아요 3 | URL
노동절이 뭔가여 먹는 건가염🤪

청아 2024-04-30 22:01   좋아요 1 | URL
아직 야근할 짬밥은 아닙니다ㅋㅋㅋㅋ 내일 일해요! ㅜ.ㅜ

잠자냥 2024-04-30 22:04   좋아요 1 | URL
헐… ㅠㅠ😱😱😱😭😭😭

잠자냥 2024-04-30 22:05   좋아요 2 | URL
괭님하고 미미님 회사 신고하고 싶…. 아니다 두 분 다 교직에…?! 🧐

청아 2024-04-30 22:07   좋아요 2 | URL
헉...자냥님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4-30 22:09   좋아요 3 | URL
저희 애 학교는 쉬던데염…

잠자냥 2024-04-30 22:13   좋아요 3 | URL
케케케

서곡 2024-05-01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2의성 했어요 반갑습니다 ㅋㅋㅋㅋ 잃시찾은 옛날옛적 민음사 첫 두 권만 읽고 답보상태 ㄷㄷㄷ

청아 2024-05-01 11:24   좋아요 1 | URL
서곡님 찌찌뽕ㅋㅋㅋㅋ 선정하신 책들 봤어요! 잃시찾 언젠가 꼭 나머지도 읽어보세요 재독하려고 항상 침대 머리맡에 두고있어요^^

다락방 2024-05-01 14:11   좋아요 2 | URL
방금 서곡 님 인생 네권 도 보고왔는데요,
저는 인생 네권에 [제2의 성] 있는거 왤케 뽀대나는건지 ㅋㅋㅋ 비록 저는 넣지 않았지만 너무 뽀대 작렬하는 것입니다!! >.<

서곡 2024-05-01 14:14   좋아요 1 | URL
앗 감사합니다 ㅎㅎ 제 네권에 전쟁여자얼굴 있는데 다 함께읽기 덕택입니다 고맙습니다 ~~~~

청아 2024-05-01 14:35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뽀대 작렬이란 말 넘 친숙하고 재밌어요ㅋㅋㅋㅋㅋ

은오 2024-05-01 18: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아 인생책 목록이 너무 근사한 거 아닌가요 미미님...?! 🥹🥹
잃시찾은 저도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미미님 인생책이라니 꼭 도전해야겠읍니다. 제2의성 읽다가 중단하고 다시 못 펴고 있는 거 반성하고요...ㅋㅋㅋㅋ아 나 징짜 제2의성 언제 읽어!!!!!ㅋㅋㅋㅋㅋㅋ🤣🤣
마지막에 아쉽게 탈락한 책들도 하나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저도 페이드 포, 패배의 신호, 초조한 마음 참 좋게 읽었고요. <회색노트> 저한테 오고있어요!!! 사사키 아타루 책은 제가 미미님께 소개한 책이라 반갑고 뿌듯하네요. 이 책 이번에 재출간됐더라고요?!

청아 2024-05-01 20:15   좋아요 2 | URL
오오 사사키 아타루 책이 재출간 됐군요?!! 저 하워드 진 애정하는데 빼먹어서 나쁜 머리탓에 잃어버린 인생책들이 분명 더 있겠다 싶어요.
그래도 은오님이랑 좋아하는 책들이 겹쳐서 뿌듯하네요?!😆😆
덕분에 찜해놓은 책들도 꽤 많은데 그 동물성애 책만 빼고(아직은 제 그릇이 그정도는 아니라서ㅋㅋㅋ)
은오님이 추천하시는 책은 늘 믿고 읽습니다. 잃시찾은 정말 인생에 한 번은 꼭 만나보시길 강추합니다. 은오님도 어렵지 않게 읽으실 것 같은데요? 잠자냥님도 다 구비하신걸로 알고 있어요.>.<
 




              




왜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책장에 꽂아 두는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일까요? 그 일이 의무처럼 관념화된 게 아닌가 하는 것이 제 가설인데, 이유인즉 이렇습니다. 그 나름의 사회적 성공을 거두고 넓은 서재와 응접실을 갖춘 집에 살게 된 사람에게는 '자신이 읽지 않은 책에 둘러싸여 만년을 보낼 의무'가 부과된 것입니다. 그런 암묵적 규칙이 있을 겁니다. 자신이 읽지 않은 책은 '가시화된 자신의 무지' 이기 때문이죠. -우치다 다쓰루


사회적 성공 따윈 이루지 못한 나는 어떤 이유로 이렇게 쌓고 지내는 거냐...'가시화된 자신의 무지'는 내게도 적용되는 듯하다.



가족은 하나의 단일 세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고정된 집단 정체성을 부여받으면서 가장 순수하고 무결한 탈정치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사실 이곳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곳이어야 한다. 부부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기대했던 것과 달리, 영어가 자신과 양육자를 한몸이라 여기는 것과 달리 가족은 서로 너무 다른데, 이렇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함께 존재해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해 당사자 간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합의의 여지를 찾고 협력을 모색함으로써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도모하는 데 정치의 역할이 있다면 이보다 정치가 더 필요한 공간도 없다. -신성아



그러므로 가정에서의 정치가 실종된 사회에서 국회의 바람직한 정치가 부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몇몇 국가를 떠올려보자 예외적인 곳이 있는지.




투표들 하셨는지, 다들 평안하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몇년만에 직장에 다니게 되어 정신없이 지냈습니다.-그 전에도 정신줄 놓고 지냈지만...- 이제 조금씩 정돈이 되어가는 느낌이라 마음의 여유란게 생겨나 글을 올려봅니다. 여성주의 책도 감탄하며 읽는 중이고 이기적인 유전자도 흥미롭게 읽는 중입니다. 원서도 거의 매일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어요. 폭풍우와 먹구름이 한 번 지나갔고 그러고 나니 제가 서 있는 곳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런 순간은 비록 잠시지만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살아 있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해서요. 그런 의미에서 궂은 날씨는 인생에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막상 닥치면 반겨지진 않지만.ㅎㅎ  오늘도 안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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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4-12 13: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살 때는 분명히 읽고 싶어서 사는데.... 갑자기 그 책이 안 땡기기도 하고... 또 다른 책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래서 또 사고... 그러다 보니 읽지 않는 책이 책장에 쌓이고. ㅋㅋㅋㅋㅋ 읽지 않은 책들이 가시화된 내 무지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군. 그럴 수도 있겠네요. ㅋㅋㅋㅋㅋ

아 미미님이 직장 일로 뜸하셨군요!! 요즘 그래도 미미님께 궂은 날씨가 지나가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셨다니 너무나 다행이고 저까지 좋네요. >.< 이런 순간들이 미미님께 계속됐으면...♥️

청아 2024-04-12 22:23   좋아요 3 | URL
요즘들어서 느끼는 건데 저는 지적허영심, 인정욕구 때문에 더 쌓고 있는 것 같아요ㅋㅋㅋㅋ
저 책들을 읽기만 하면 더 똑똑해질텐데, 더 이쁨 받을텐데 하는 막연한 바램? 그러던 차에 우치다 다쓰루의
책이 나왔네요. 은오님은 더 읽지 않아도 이미 글에서 지성과 참신함, 매력이 뿜뿜!!^^♥

고마워요 은오님. 멘붕이 왔었는데 지나고 보니 전화위복이 되었어요. 역시 친정같은 북플입니다>.<

단발머리 2024-04-12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직장 다니시게 되었군요. 축하드립니다!! 한동안은 정신 없이 바쁘고 체력적으로도 힘든 시간이 있는데(저질체력인 저는 그랬거든요 ㅎㅎ), 이제 여유 생기셨다니 다행이에요. 매일 매일 안녕하시고, 밝고 화창한 날 오래 계속되시길 바래요!

난티나무 2024-04-12 15:31   좋아요 2 | URL
가시화된 나의 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마이갓 ㅋㅋㅋㅋ

미미님 안녕!!!!!! 저는 일한지 일 년 지나도 여유가 생길까 말까 합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청아 2024-04-12 22:30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단발머리님! 저질 체력 진짜 실감합니다. 생각날때마다 스쿼트, 푸시업으로 보완하고 있어요ㅋㅋㅋㅋ
몇 년 쉬다가 일하려니 어리버리하고 초조하고 주변에 일 잘하는 ST들이 수두룩해서 NF인 저는...그저 난감함의 연속이었네요. 단발머리님도 늘 화사하고 평안한 나날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난티나무 2024-04-12 15: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오랫만에 댓글 달다 보니 그만 단발머리님 댓글 아래 달아버렸네요 ㅋㅋㅋ 그냥 둡니다 🤣

청아 2024-04-12 22:37   좋아요 1 | URL
오~! 난티나무님!! 반가워요!! >.< 난티님은 아무래도 저보다 훨 바쁘실 것 같아요. 저는 그냥 맡은 일만 하면
되는데도 참ㅋㅋㅋ 오랜만이라 없어진 일머리를 애써 살려내는 중입니다ㅋㅋㅋ

허를 찌르는 우치다 다쓰루의 글 좋지요?! 넘치고 가시화된 제 무지를 좀 줄이고 싶어요
난티님도 늘 건강하시고 웃을 일 많으시길요^^*

페넬로페 2024-04-12 17: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취업하신거군요.
요즘 저도 본업에 충실하느라 영 책을 읽지 못하고 있어요.
근데 읽지도 않는 책에 대한 욕심은 그대로예요 ㅎㅎ
우리 모두 그 암묵적 규칙에 매여 있고 그게 행복하고~~
직장 생활 건강하게 잘 하세요^^

청아 2024-04-12 22:41   좋아요 3 | URL
취업했는데 벌써 한 번 옮겼습니다ㅋㅋㅋ 이번에 찾은 곳에서는 뼈를 묻고 싶어요ㅋ
이 욕심은 줄어들지 않네요. 아직은 눈치보여 많이 읽지도 못하면서 출근 때 최대한 담아가고는 있습니다.
맞아요~이렇게 쌓아놓고 살아도 바라보고 있으면 마냥 행복한!ㅋㅋㅋ

고맙습니다. 페페님도 건강하고 유쾌한 4월 보내시기 바랍니다.^^*

새파랑 2024-04-12 1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요즘 바쁜 하루를 보내고 계시는군요~!! 그래도 책을 놓지는 못하시는군요~!! 역시 독서기계~!!

쉬엄쉬엄 즐겁게 지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청아 2024-04-12 22:45   좋아요 3 | URL
늘 그랬었지만 새파랑님처럼 일하면서도 책을 놓지 않는 분들에 대해 존경심이 더해지고 있는 중입니다.
요즘 두 권씩 들고는 다니는데 마음의 여유가 없어요.그래도 틈틈히 읽을 때 기쁨은 두배^^*

고맙습니다. 새파랑님도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독서 이어가는 4월 되시길요!

잉크냄새 2024-04-12 2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느 헌책방 사장님께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요, 새 집을 짓고 벽 한 면을 장식하기 위해 헌책방에 와서 ‘여기서 저기까지 몽땅(1~2천권 가량) 주세요‘ 하는 식의 주문이 종종 발생한다고 합니다.

청아 2024-04-12 22:51   좋아요 1 | URL
와 한번에 그렇게 많이 구입하는 기분은 어떨지 궁금합니다ㅋㅋㅋㅋ 헌책방 가본지도 오래되었어요.
(알라딘 우주점을 제외하곤) 저는 아직은 한 권씩 사들이는 재미가 더 쏠쏠한 것 같아요.
그러고도 줄여야 하는 지경이 되었네요.^^

cyrus 2024-04-13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우치다 다쓰루의 책이 집에 와요. 책에 대한 책은 나올 때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받자마자 제일 먼저 읽고 싶은 책이에요. ^^

청아 2024-04-13 10:59   좋아요 1 | URL
저도 책에 대한 책은 늘 궁금해요! 전에 우치다 다쓰루의 책을 두 권 정도 읽어봤었는데 이 책도 기대됩니다. ^^*

베터라이프 2024-04-13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미미님이 최근에 일터에 다시 나가게 되셨군요. 움베르트 에코가 서재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몇가지 유쾌한 근거를 들었던 것이 문득 떠오르네요. 거기에 누군가 서재에 꽂힌 책들을 다 읽었냐는 질문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기도 했죠 ㅋㅋ 누군가 그러더군요 책은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라고요. ^^ 저는 이제 서가에 공간이 없어서 책들을 그냥 방바닥에 놓고 사는데 청소 하기 아주 난해하더군요 ^^;; 거창한 서가에 대한 욕구는 젊었을 때부터 지대했지만 이제는 신경조차 쓰지 않게되네요… 오랜만에 미미님 서재에 글을 남기게 되네요~ 모쪼록 주말 잘 보내시길요~

청아 2024-04-14 09:23   좋아요 1 | URL
너무나 애정하는 작가중 한명입니다! (그의 책을 여러권 읽지는 못했지만)
김영하 작가는 서재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훤히 알 수 있어서 자신의 서재를 공개하는건 꺼려진다고 하더라고요.
서재에 관한 말들 다 재미난 것 같아요. 베터님 서재는
어쩐지 제가 예상한 느낌과 비슷한듯 합니다. 작은 책방 정도의 규모 아니신가요? ^^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은 거의 어김없이 바닥에도 쌓으시더라고요 ㅋㅋㅋ 베터님도 남은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

서곡 2024-04-14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일요일 밤 편안히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주무시고 내일부터 또 한 주 잘 시작하시길요!!

청아 2024-04-14 22:04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서곡님! 서곡님도 평안한 밤 되시고 상큼한 한 주 되시길요^^*

책읽는나무 2024-04-16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엔가? 곧 취업을 위해 몸을 만든다? 고 하셨던 것 같은데 역시 미미 님은 한다면 한다!!!!! 멋진 여성이십니다. 취업하셨다니....축하드립니다.^^ 오랜시간 경력단절의 기간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으셨을텐데.....그래도 미미 님 야무지고 똑똑하시니까 동료들을 곧 리더하는 자가 되시리라 믿어요.ㅋㅋㅋ 미미 리더님 파이팅! 모쪼록 건강 잘 유지하시며 즐기시길 바랍니다.^^

청아 2024-04-16 17:12   좋아요 2 | URL
아아 기억해주시고 고맙습니다 나무님!!^^*
미리 좀 준비해두길 잘한것 같습니다. 초반에 사고칠까봐 너무 많이 긴장을 하다가 요즘은 한결 마음이 놓여요. 비온 뒤부터 조금 쌀쌀한데 나무님 감기조심하시고 건강한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건수하 2024-04-18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요즘 글이 뜸하다 싶었는데 취업하신 거였군요. 이제 좀 적응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주말엔 잘 쉬시고 힘내세요 ^^

청아 2024-04-18 21:34   좋아요 1 | URL
네 수하님! 일 하면서 독서 대체 어떻게 하셨어요? 아이도 키우고 냥이들도 돌보시고요^^* 제가 일 안하는동안 너무 많은것들이 바뀐것 같아요. 복합기는 스테플러 찝어 나오기도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주말이 더 달콤해졌습니다. 네~수하님도 힘내세요!!ㅎㅎ

건수하 2024-04-18 21:45   좋아요 1 | URL
네? 복합기에 그런 기능이….?? 우와 첨 들어봅니다 ^^

청아 2024-04-18 22:00   좋아요 0 | URL
신세계더군요ㅋㅋㅋ

거리의화가 2024-04-19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취업하고 정신 없으셨을 것 같아요. 이제 좀 적응되고 계시다니 다행이고요. 직장 일이라는게 일정하게 일이 적당히 있으면 좋은데 한꺼번에 닥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럴 때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것 같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직장 일도 수월히 해나가시길 기원합니다!^^

청아 2024-04-19 21:16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그래요. 적당히 배분되면 좋은데 일이 꼭 몰리더라고요?ㅋㅋㅋ 그래도 그럴땐 시간이 훅 가니 그건 좋은 것 같아요. 화가님도 한주동안 고생하셨습니다. 평안한 주말 보내시길요 ^^*

그레이스 2024-04-24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직장 다니시는군요
축하드려요
저도 비슷한 뜨끔!
이 책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습니다.^^

청아 2024-04-24 21:13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그레이스님!
희망도서 신청하셨군요! 잘하셨습니다. 술술 읽히는데 우선 같이 읽는 책들 먼저 보고 있어요. 3권 다읽으면 마저 보려고요. 내일부터는 맑다니 화사한 나날 보내세요^^*
 

 

  




과거에 닥친 일과 

미래에 올 일은

내면의 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 랄프 왈도 에머슨



회차마다 이런 명언들을 남겨주는 '크리미널 마인드'를 어찌 애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늘 '공공의 적'이라는 에피소드를 봤다. 어머니를 끊임없이 폭행하다 못해 죽게 한 아버지. 아들의 증언으로 아버지는 감옥에 갇힌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충격과 아버지에 대한 분노,상처로 비뚫어진 아들은 잔인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연속적으로 살해한다. 아니 왜 니 아버지가 아니라 죄없는 사람들에게? 성당,서점,시장,세탁소,..평화롭던 지역사회는 공포로 위축되기 시작한다.다행히 FBI의 수사로 범인은 검거되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피해자 가족들은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는다. [충격적인 뒷 이야기: 감옥에 간 아들은 줄을 서 있는 아버지를 발견하고 뒤에서서 인사를 한다. 잠시 놀란 아버지는 늘 그랬듯이 잔인한 말을 아들에게 하고 아들은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칼을 휘두른다....] 수사를 마무리한 팀 멤버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하치: Threr are lots of ways that sons defeat their fathers. 아버지를 쓰러뜨리는 방법은 여러가지야.

리드: I just keep getting phDs. 제 방법은 계속 박사학위를 따는 거였죠.

JJ:Does the son of a sociopath ever really have a chance?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자)의 자식에게 그런 기회가 있을까요?





이 와중에 리드의 말이 너무 귀엽다. 물론 현실은 JJ의 말처럼 녹록치 않다. 스펜서 리드는 워낙 천재라서 저런 선택이 가능했던 거고 심지어 그의 엄마가 교수이기도 했고 아버지도 능력있는 사람이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부분은 엄마의 정신병때문에 그는 우울한 유년기를 보냈으며 그렇기에 비슷한 처지의 범죄자들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어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일도 있었다는 것. 실제로 가능한지 여부를 떠나서 드라마로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건 이러한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게 드라마라서 가능하다는 거겠지만. 아이고 머리야,,,



  



한국의 교육은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만드는 교육입니다. 승자는 모든 것을 독식하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 구조입니다. 그러니 교실이 전쟁터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이러한 전쟁터에서 승자는 오만함을, 패자는 열등감을 내면화합니다. 이것이 '오만과 모멸'의 구조로서 사회적 심리의 바탕을 이룹니다. 김누리 교수



한국 사회는 이러한 교육의 결과로 소수의 소시오패스들이 권력과 발언권을 독점하는 사회가 되었다. 시민들이 거의 매일같이 비상식적인 발언에 노출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여기서 정신을 온전히 보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읽지 않고, 쓰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는 한 걸까? 그런 생각을 했다. 김누리 교수는 살아 있지 않은 것은 급류에 휩쓸린다고 말했다. 읽고 쓰는 것은 어쩌면 급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살아 있기 위한 최소한이 아닐까? 급류를 이겨 낼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자신이 어디로 떠밀려 가는지는 인식할 수 있다. 내가 있는 곳을 인식하는 것은 탈출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켈리 양의 THREE KEYS를 읽고 있다. 조금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하루 5장씩 읽으며 속도를 내고 있다. 예상대로 오디오북 없이 읽는 게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한 페이지도 다 읽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게 결국 습관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그냥'읽었다.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그냥'읽었다. 그러니 읽어졌다. 



[CH,1~9] 소액 투자자들을 모아 모텔을 인수한 직후 모두들 어리둥절하고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미아의 아빠는 그래서 아직도 크리넥스 대신 화장실 휴지로 코를 푼다. 눈으로 감상만 할 수 있던 수영장도 개방하고 옆에서 바베큐도 굽는다. 루시는 미아와 함께 프론트 데스크를 맡게 되었다. 이제 부모님은 새벽 내내 손님을 맞아야 해서 좀비처럼 깨어있지 않아도 된다. 읽어버린 개를 찾아준 덕분에 호텔 홍보가 저절로 되었다. 손님이 늘어난다. 행크가 간판에 'TV에 나온 곳'이라고 쓰자 이용객이 더 몰려든다. 새학기가 시작되어 6학년이 된 미아와 루시. 저학년들은 6학년을 태양을 바라보듯 쳐다본다. 이제 두 사람이 태양이 되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누수 문제로 인해 이들을 맞이한 교실은 컨테이너였고 담임 선생님은 대놓고 아이들을 차별한다. 불법 이민자인 루시네 가족. 학교를 더 다닐 수 없을지도 모르고 건강보험도 들 수 없다는 사실에 루시는 눈물을 보인다. 틈날때마다 일을 돕던 행크가 직장을 잃게되어 모텔에서 함께 일하기로 한다. 매달 투자자들을 만나 이익을 나누는 아빠. 20인분의 식사 값까지 전부 자신이 지불하고 뿌듯해 한다. 이를 못마땅해 하던 엄마는 몰래 신용카드를 만들고 충동적으로 고가의 드레스를 구입하여 아빠와 크게 다투게 된다. 불만을 말하는 과정에'요리도 도맡아 해야했고' ..라고 하는 과정에 아빠는 '당신 요리하는 거 좋아하잖아'라고 해서 읽는 나마저 웃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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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4-03-25 0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크리미널마인드 리드 너무 좋아요. 여기 요원들 모두 결핍이 있잖아요. 그런데도 요원이라니… 누군가는 끔찍한 범죄자가 되고 누군가는 법 집행자가 된다니 놀랍습니다. 기디언 하차해서 좀 아쉬웠는데 그래도 재밌게 봤네요.

청아 2024-03-25 01:34   좋아요 1 | URL
요정님 크마 보셨군요!! 리드 너무 좋죠! 저 요즘 다시 영어공부겸 정주행하고 있어요. 갑자기 기디언이 빠져서 저도 아쉬웠었어요. 기디언 <홈랜드>에서 신들린듯한 연기로 이 드라마에서 못다한 한풀이를 합니다ㅋ 크마 좋아하심 그것도 취향이실거예요.^^

건수하 2024-03-25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udible은 우리나라에서 서비스가 안 된다고 뜨고… 유튜브에 Three Keys 읽어주는 영상이 있어서 한 챕터만 들어봤어요.

습관 교정이 잘 안되면 참고하시라고..

https://youtu.be/Jvvzv8HRuU0?si=wHdTiCP8wHDvfAiX

청아 2024-03-25 19:55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참고하겠습니다 수하님! ^^ 안그래도 몇분이 올려주신 것 저도 봤어요ㅎㅎㅎ
좋은 작품인 것 같은데 오더블에 없어 아쉬워요.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들었는데 오디오 없이 읽는 것도 그렇게 나쁘진 않네요.

페넬로페 2024-03-25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공의 적, 설경구 배우가 생각나는데 ㅎㅎ
거기에도 소시오패스가 나오거든요.
사회의 기본적인 것부터 잘못되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서워요 ㅠㅠ

언제나 함달달, 홧팅♡♡♡

청아 2024-03-25 19:58   좋아요 1 | URL
저도 제목을 보고 그 영화가 떠올랐어요ㅋㅋㅋ
‘산수‘역할하는 배우가 아주 재미있었던ㅋㅋ
소시오패스와 재벌을 구분하는 건 ‘성공‘밖에 없다는 말도 있더군요.
너무 오랜만이라 횡설수설 했는데 읽어봐주셔서 감사해요 페페님~^^♥

거리의화가 2024-03-25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Three Keys 읽기 시작하셨군요^^ 맞아요. 안 듣고 바로 읽는 게 쉽지는 않아요. 저도 하루 이틀 쉬고 다시 읽으려고 하면 잘 안 읽히더군요ㅠㅠ
이번 2권은 이민자 차별에 대한 내용이 집중적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반 정도를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미미님 화이팅!

청아 2024-03-25 20:01   좋아요 1 | URL
어제 오랜만에 들어왔다가 화가님 글을 보고 뭐라도 적어보자 했어요ㅎㅎㅎ
오디오북 없이도 해볼만 한 것 같아요. 챕터 마다 정리해주신 화가님 멋짐 뚝뚝흐릅니다^^*
선생님 대체 왜그러는걸까요? 그런데 어디든 그런 사람들은 꼭 있겠죠. 화이팅 화가님!!

새파랑 2024-03-25 1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면의 문제에 비하면 과거나 미래는 아무것도 아니군요~! 그래서 오늘을 즐겁게 살아야 하나 봅니다~!!

청아 2024-03-25 20:03   좋아요 1 | URL
하루키,도선생님 팬 술파랑님다운 명쾌한 결론입니다!!ㅎㅎㅎ ^^

그레이스 2024-03-25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의사들은 아니었으면 하는데,,, 의대 입학은 대치동을 통하더라구요 ㅠ
아플때 내 몸을 맡긴다는게 가끔은 꺼려집니다.
다 그런건 아니겠죠?!

청아 2024-03-25 20:12   좋아요 1 | URL
반가운 그레이스님! ^^ 문대통령 임기때 의사단체가 내건 피켓 문구가 저는 아직 생생합니다. 그것만 보면 그들도 마찬가지같고요. 의사,판사같은 직종이 가장 빨리 대체된다고 했는데 이럴거면 더빨리 AI로 대체되었으면 좋겠어요. 차라리 그게 나을 것도 같다는ㅎㅎㅎ

잉크냄새 2024-03-28 2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교육 제도를 개혁하기 위한 소수와 다수의 대립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소수가 되기 위한 다수의 경쟁 구도로만 사회가 흘러가기에 개혁은 요원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소수가 되는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 바로 우리의 현실이지 싶습니다.

청아 2024-03-28 22:47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누리 교수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경쟁사회, 능력주의의 심각성으로 자살률도 몇년째 부동의 1위인데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개인의 탓으로 책임을 돌리는 이데올로기와 현혹하는 것들이 워낙 많은 신자본주의도 한몫 하는 것 같습니다.

얄라알라 2024-03-31 18: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크마를 이렇게 사회비판적 에세이로 연결해 풀어주시다니 크마의 광(?) 찐(?) 팬으로서 너무 신납니다. 리드가 귀엽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크마 캐릭터들 하나하나 다 매력이 넘쳐서...

˝소수의 사패들이 독점하는 걸 (지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대중 연설, 선거 유세에서도 여과없이 그런 속물적 속내를 들키는 사회...^^;;;

청아 2024-03-31 19:35   좋아요 2 | URL
오~♡얄라님도 크마 팬이시군요!! 맞아요 캐릭터들 다 개성있고 매력넘치죠 >.< 드라마에서나마 정의구현이 되서 즐겨보고있어요(대리만족?ㅎㅎ)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에는 유독 사패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부끄러움과 피로는 국민몫...하....^^

책읽는나무 2024-04-02 2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공의 적이랑 크리미널 마인드를 아직 안 봐서 그런 내용이었구나? 하며 읽었습니다.
미아의 이야기를 읽으며 앞서 읽다 중단한 미아의 호텔에서의 이야기가 오버랩 되었어요.^^
저학년들은 6학년을 태양을 바라보듯 쳐다본다.ㅋㅋㅋ
이 책도 재밌을 것 같네요.
오늘은 ˝살아 있지 않은 것은 급류에 휩쓸린다.˝✍️✍️ 기억하며....그리고 급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저도 제가 있는 곳에서의 상황 판단을 잘해야겠단 생각을 담고 갑니다.^^

청아 2024-04-03 09:18   좋아요 1 | URL
공공의적 아직 안보셨다니 부럽습니다ㅎㅎ 나중에 보시면 ‘산수‘가 누구인지 꼭 찾아보세요ㅋㅋㅋ 이번 책에서는 미아가 여러모로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많아보여요. 시련 속에서 글쓰기에 대해 동기부여도 얻고요.

좋은 말은 많이도 주워담는데 적용이 쉽진 않네요. 반가운 나무님 댓글에 저도 한 번 더 새겨봅니다^^*
 


   




"제 옆방에 있는 젊은 교수가 1년에 받는 연구비를 저는 평생 못 받았습니다." 얼마 전까지 R&D 예산 삭감으로 말이 많았는데 최 교수의 연구 분야는 그전 부터도 돈이 되는 연구는 아니었던 것 같다. 곱씹고 싶은 문장들을 가득 담은 책들을 여러 권 써낸 정희진 선생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생각해 보면 이른바 '돈이 되는 일'은 대체로 경쟁적이고 환경을 파괴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우리가 매일같이 마시는 공기며 물, 나무 같은 필수적인 요소들은 오히려 거의 공짜로 주어진다. 그래서 무시되는 걸까, 마구 남용되어 점점 그것들을 이용하는데 비용이 들어가게끔 환경이 나빠져가고 있다. 슬프고 무서운 일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곤충 사회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 착취보다는 공생에 가깝고 대화도 통하지 않는 서로 다른 종이 필요한 것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이 놀라움을 자아낸다. 나는 줄곧 서울에서 자라 곤충이라고 접해본 건 학교에서 숙제로 채집하라는 잠자리, 사슴벌레 정도가 고작이었고 개미에 대해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를 통해 소설로 이해한 게 전부였다. 바퀴벌레는 많이들 그렇겠지만 나 역시 되도록 마주치고 싶지 않은 대상일 뿐이었는데 다큐를 보고 인식이 조금 바뀌었다. ㅡ바퀴벌레에 대한 공포의 정도는 부모에 대한 인식, 두려움과 심리적으로 연관성이 깊다고 한다. ㅡ 그래서 시골에서 곤충을 많이 보고 자란 사람들이 신기했다. 다양한 종들의 이름도 알고 두려움 없이 만질 수도 있는 점이 그랬다. 인근의 숲과 마당 텃밭을 통해서 이름 모를 곤충들을 접할 기회가 조금 더 늘었다는 게 그나마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곤충 사회는 너무나 의외였으며 흥미롭고 배울 점이 많아 보인다. 왜 최재천 교수가 평생을 여기에 몰두했는지 심지어 나이 들어서도 재미있어하는지 십분 이해가 되었다. 책을 읽다가 여기저기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가 많아 저녁에 가족들에게 들려주곤 했는데 엄마는 요즘 만나는 친구분들에게 가서 또 그 이야기를 해줬더니 다 놀라더라며 즐거워하셨다. 예를 들면 운동화며 생활 곳곳에 쓰이는 찍찍이도 곤충의 그것을 카피해 만든 발명품이었고 개미와 흰개미,사람만이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침팬지보다 사회생활 면에서는 개미의 그것이 인간과 훨씬 비슷하다. 개미들도 노예를 부리고 살인을 하는 등 인간사와 닮아도 너무 많이 닮았다. 머리에 쟁반을이고 있는 모습의 개미도 있고 흰개미는 보기와 달리 메뚜기나 바퀴벌레에 가까운 곤충이라고 한다. 



최재천 교수가 대학에 입학할 때 집에서는 의사가 되길 바랐다고 한다. 그는 그 대신 동물학을 전공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잠시 샘플 채집을 위해 미국에서 한국에 들어온 생물학 교수를 논으로 밭으로 안내하다가 자연을 관찰하며 신나게 살면서도 먹고 살 수 있다는데 놀랐고 이거다 싶었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처럼 될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무릎을 꿇었다. 이 책은 최재천 교수가 강연을 다니며 했던 내용을 담았다. 펜실베니아 주립대에서 하버드로 옮겨간 사연, [통섭]으로 잘 알려진 윌슨 교수, [이기적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교수와의 인연 등이 다 담겨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호주제 폐지 운동에 가담했다가 큰 역할을 한 뒤 어르신들의 비난 전화에 시달렸었다는 에피소드에 반해 작년부터 [최재천의 아마존]을 너튜브에서 구독 중이었다. 거기서 그의 입담,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가치관이 반짝인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책으로 그가 어떤 선택들을 해왔는지 알게 되어 좋았다.



인류는 그동안 돈이 되는 일에 너무 많은 자원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가 정말 삶의 질을 향상시켰는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돈이 되지 않는 일에 열정과 관심을 쏟은 사람들 덕에 이 사회가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다 역사도 가장 짧은 호모 사피엔스가 피라미드 꼭대기에 앉아 아래에 있는 구조를 뒤흔들고 있는 중이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이제는 겸손히 배워야 할 때가 왔다. 



제가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해양생태학자이신 제인 루브첸코 박사님이 미국 생태학회 회보에 글을 쓰셨어요.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생태학자의 비율을 계산해보셨더라고요. 지금은 제인 구달 박사님을 롤 모델로 한 여성 학자들이 제법 많지만, 그 당시는 여성 학자들이 압도적으로 적은 시절이었어요. 남성 중심의 분야였던 그 당시에 미국생태학회에 소속되어 있는 회원들의 연구 키워드를 분석하셨죠. 압도적으로 많은 남성들의 연구 주제가 경쟁인 거예요. 거의 다 경쟁에 꽂혀 있었어요. 반대로, 여성 생태학자들의 약 40퍼센트가 자연계에서 벌어지는 협동을 연구하고 있더랍니다. 그러면서 예연 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왜 여성들이 이 분야를 들여다보고 있을까? 내 생각에는 앞으로 이 분야가 중요해질 것이다." 91



"가진 자가 공정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공정이라는 단어가 가진 자의 입에서 나오면 안 된다" 96



개미는 유산을 물려주지 않아요. 개미는 자기 자식이 어디 가서 어떤 성공을 하는지 전혀 모릅니다. 어느 날 수개미와 공주개미를 잔뜩 날려보내고 나면 여왕개미는 내가 자식 농사에 성공했는지 아닌지를 가늠할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내 아들딸들이 짝짓기에 성공했는지, 어디에 나라를 세웠는지 알 길이 전혀 없어요. 그래서 개미는 되게 깔끔해요. 그냥 최선을 다해 살고, 최선을 다해 자식을 길러서 사회에 내보내는 거예요. 그다음에는 모르는 거고, 그들은 그들대로 삽니다. 이게 인간 사회와 참 많이 다르잖아요. 우리는 결혼시켜 놓고도 김치를 해다가 며느리 없을 때 몰래 가서 냉장고에 넣어놔야 하는데, 개미는 깔끔하게 그런 게 없어요.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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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3-07 0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IMF때도 삭감하지 않았던 R&D 예산이 어마어마한 숫자로 삭감되어 정말 걱정입니다. 과학이 의학보다 덜 중요하지 않을텐데 지원해주지 않으면 인재들이 더 이탈할 것 같아요. 그런면에서 자리에 남아 자기 분야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분들을 존경하게 돼요.
이 책 좋을 것 같아요^^

청아 2024-03-07 08:05   좋아요 2 | URL
그러게 말이에요. 이거저거 추가된 금액을 합하면 용산 이전에만 1조원 이상이 쓰였을 거라는 말도 있는데
세금을 필요한 곳에는 안 쓰고 엉뚱한데 쏟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독후감을 빨리 썼어야 하는데...
가물가물해서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담지 못했어요. 교수님이 좋은 일들도 많이 하셨고 또 아직도 하고 계시는데 이런 분들 덕에 그래도 사회가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페페님 이 책 강추합니다.^^

독서괭 2024-03-07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구비를 많이 받아보신 적이 없다니 슬프네요 ㅠㅠ 기초학문 예산 줄어드는 건 참 문제입니다..
호주제 폐지운동 참여하셨다니 넘 멋지네요. 이번에 최재천의 동물대탐험 5권 나와서 구매했어요~ 이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청아 2024-03-07 13:31   좋아요 1 | URL
돌고래 풀어주는데 큰 힘을 보테기도 하셨더군요. 아쿠아리움에 벨라도 롯데에서 약속했는데 안지키고 있대요.
동물대탐험 재밌을 것 같아요!
이 책 재밌습니다.^^

새파랑 2024-03-07 1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미 이야기가 인상깊네요. 저 어렸을때 별명이 개미 였는데 ㅋㅋㅋ
에니메이션에나오는 개미 닮았다고 ㅡㅡ

저도 돈이 되지 않는 일이 더 좋더라구요 ^^

청아 2024-03-07 13:36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별명이!ㅋㅋㅋ
에니메이션 기억납니다.그랬군요ㅋㅋㅋ

저도 마냥 돈이 되는 일보다는 가치있는 일이 좋아요^^

책읽는나무 2024-03-07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최재천 교수님의 <공부>(제목이 갑자기 헷갈립니다만^^;;) 에세이집을 읽은 적 있었는데 최교수님 정말 훌륭한 일 많이 하셨더군요. 근데도 주목받지 못하는 과학분야...ㅜㅜ..
예산삭감 넘 심합니다.
최교수님 같으신 분들 많았음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하는데 이래가지구선 누가 과학분야에 힘 써줄까요?

청아 2024-03-07 21:53   좋아요 1 | URL
나무님 저도 그 책을 사두었는데 미루다가 이번책을 먼저 읽었네요.^^ 그 책도 너무 궁금합니다. 아마 큰 틀에서는 내용이 비슷할 것 같기도해요. 과학계에서는 꽤 인지도도 있고 인맥도 넓어 많은 업적을 세우셨는데 옆방 젊은 교수가 1년 받는 연구비도 못받으셨다니 믿기지 않았어요. 중학교때 담임이셨던 생물 선생님 떠오랐어요. 그땐 왜 그렇게 난해한 학문을 전공하셨을까 생각했는데 제가 이 분야를 몰라도 너무 몰랐던거였어요.ㅎㅎㅎ

그레이스 2024-03-16 0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퀴벌레에 대한 공포가 바뀐다니...
읽어보고 싶네요^^

청아 2024-03-16 15:49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그 공포는 여전해요ㅋㅋㅋㅋ
이 책 읽으면서 마음이 훈훈해졌고 많이 웃었어요.
주말 즐겁게 보내시길요^^



얄라알라 2024-04-07 1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미미님 글이었구나. 제목에 끌려 클릭^^ 사회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해주시는 미미님은 나의 스승.

최재천 교수님은 서천생태원초대원장도 하셨고, 연구에 전폭 지원받고 학자로서 지내오셨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니군요

청아 2024-04-07 21:19   좋아요 1 | URL
아유 과찬이십니다. 얄라님 포함 저보다 깊이 읽고 쓰시는 분들이 많은걸요^^;;

저도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정희진 선생님도 비슷한 경우란 생각이 들고요. 보기보다 외로운 싸움을 하고 계신 분들인 것 같아요.
 
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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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장원도 하고 시인을 꿈꿨던 최재천 교수. 문과적 감성과 이과적 논리를 모두 갖추었기에 지구 생명에 대한 끝없는 애정과 실천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이 암울한 시대에 누구보다 융합, 통섭에 대한 깊은 통찰과 필요를 말하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읽는 내내 즐겁고 가슴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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