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책장에 꽂아 두는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일까요? 그 일이 의무처럼 관념화된 게 아닌가 하는 것이 제 가설인데, 이유인즉 이렇습니다. 그 나름의 사회적 성공을 거두고 넓은 서재와 응접실을 갖춘 집에 살게 된 사람에게는 '자신이 읽지 않은 책에 둘러싸여 만년을 보낼 의무'가 부과된 것입니다. 그런 암묵적 규칙이 있을 겁니다. 자신이 읽지 않은 책은 '가시화된 자신의 무지' 이기 때문이죠. -우치다 다쓰루
사회적 성공 따윈 이루지 못한 나는 어떤 이유로 이렇게 쌓고 지내는 거냐...'가시화된 자신의 무지'는 내게도 적용되는 듯하다.
가족은 하나의 단일 세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고정된 집단 정체성을 부여받으면서 가장 순수하고 무결한 탈정치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사실 이곳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곳이어야 한다. 부부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기대했던 것과 달리, 영어가 자신과 양육자를 한몸이라 여기는 것과 달리 가족은 서로 너무 다른데, 이렇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함께 존재해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해 당사자 간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합의의 여지를 찾고 협력을 모색함으로써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도모하는 데 정치의 역할이 있다면 이보다 정치가 더 필요한 공간도 없다. -신성아
그러므로 가정에서의 정치가 실종된 사회에서 국회의 바람직한 정치가 부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몇몇 국가를 떠올려보자 예외적인 곳이 있는지.
투표들 하셨는지, 다들 평안하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몇년만에 직장에 다니게 되어 정신없이 지냈습니다.-그 전에도 정신줄 놓고 지냈지만...- 이제 조금씩 정돈이 되어가는 느낌이라 마음의 여유란게 생겨나 글을 올려봅니다. 여성주의 책도 감탄하며 읽는 중이고 이기적인 유전자도 흥미롭게 읽는 중입니다. 원서도 거의 매일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어요. 폭풍우와 먹구름이 한 번 지나갔고 그러고 나니 제가 서 있는 곳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런 순간은 비록 잠시지만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살아 있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해서요. 그런 의미에서 궂은 날씨는 인생에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막상 닥치면 반겨지진 않지만.ㅎㅎ 오늘도 안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