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진 재능 중 하나가 뒷북입니다.
남들이 좋다는 거, 유행하는 노래
남들 보다 뒤늦게 좋아하고 뒤늦게 몰입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아니 자주 있습니다.
물론 제가 유행을 선도하는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학교 다닐때 중경삼림을 보고 왕비(당시 왕정문이라고 부름)에 푹 빠져 미용실에서 일을 저지릅니다. ㅡ네 저는 B형이라 종종 내킬땐 주변을 놀라게 하곤 합니다.ㅡ다음날 당당하게 출근을 했고 학교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하지만(길면 길어서 문제였지 짧게하는 선례는 제가 알기로는 없었음) 이렇게 짧게 하면 안된다는 규정도 없던차라 학주 쌤이 방송을 하는 정도로 운좋게 사건은 일단락 되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부터 저와 같은 헤어스타일에 도전한 전우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전교에 유행하는 스타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학주 쌤은 과한 커트는 자제하라고 재차 강조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저는 모교에서나마 유행을 선도했다는 기쁨에 남몰래 뛸듯이 기뻐했었죠.아무튼.ㅡ그런 반전도 있으니 뒷북인 저를 좀 이해해 달라는 취지로 경험을 적어본 겁니다.ㅡ뒷북의 경험이 훨씬 많은 저는 ‘아 이게 나의 캐릭터구나‘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그러자 장점들이 드러나더군요.일단 유행을 타면(특히 정점일때) 스타일이건 뭐건 해당 아이템은 구하기도 쉽지 않고 고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유행이 끝난뒤엔 그만큼의 유익함이 있죠. 게다가 유행은 돌고 도니까 아주 늦을 경우 그 다음 오는 유행을 선도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흐흐그리고 드라마나 시즌물의 책의 경우 완결이 나온뒤 찾게 되는 저는 매 회 나올때 마다 마음졸이고 기다리지 않아도 되어 좋았습니다.설명이 과하게 길었습니다.이러저러한 저는 그러그러해서 요즘 역시나 뒤늦게 ‘커피 한잔 할래요?‘란 노래에 빠졌습니다.
어제도 고막이 아플만큼 들었네요.그런데 원곡에 빠지기전 최준 버전에 먼저반했더랬죠. 요즘 최준이 유튭에서 인기라네요.개콘이 없어진 지금 유튭이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나봅니다. 최준은 알고보니 B대면 데이트로도 인기였습니다.코로나 때문에 직접 소개팅 못하고 B대면으로 소개남을 먼저 만난다는 취지더라구요.아 최준의 본명은 김해준입니다. 요즘 본캐말고 부캐란게 있어서 최준이란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최준도 뒤늦게 좋아하다보니 초반 시행착오뒤 캐릭터가 완성단계란 것을 알았습니다. 역시 뒷북이라 뭐든 완성도 높은 수준을 바로 경험할 수 있죠?
아아 펭수도 최준의 B대면 데이트를 페러디했네요. 추가로 올립니다. 아 정말 준며들어요~!!(이분 유행어)
박준 시인의 시도 오늘 첨 알았어요.사실 박준 시인의 이 시를 읽다가 이렇게 뒷북에 관한 글을 길게 썼네요.굿밤 되세요!🤚(급마무리ㅋㅋㅋㅋ)
선잠
그해 우리는 서로의 섣부름이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고 함께 마주하던 졸음이었습니다.
남들이 하고 사는 일들은 우리도 다 하고 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발을 툭툭 건드리던 발이었다가 화음도 없는 노래를 부르는 입이었다가
고개를 돌려 마르지 않은 새 녘을 바라보는 기대였다가
잠에 든 것도 잊고 다시 눈을 감는 선잠이었습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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