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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무레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일본 사람들에 대한 환상을 가졌던 적이 있어요. 버스를 탈 때는 줄을 서서 타고, 버스 안에서는 절대 휴대전화를 받지 않고, 날짜에 맞는 재활용품을 내놓지 않으면 절대 수거해가지 않고,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식품까지도 맛이 보장된다던 이야기와 특히 타인에게는 절대 관심을 갖지 않는다던 소문들.
그래서인지 저는 일본 사람들은 왠지 조용하고 차분하면서 상대방에게 깊은 배려심이 많은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타인에 무성한 소문을 들어도 그걸 굳이 알려주거나 알려고 하거나 꼬치꼬치 묻거나 그런 성향의 사람들은 없는 나라인가 보다 지레 짐작했어요.
그런데 출판사를 다니며 커리어를 쌓던 아키코가 갑작스레 돌아가신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엄마가 하던 가게를 맡아 자신만의 색깔로 이끌어나가는 중에 가게를 찾아오신 손님이 예전 엄마와 함께 지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분이 아키코의 출생에 대해 꼬치꼬치 물으면서 아키코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 부분을 읽으며 일본 사람들이 모두 다 그런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신 분이 있구나 싶은 생각 끝에 어느 나라 건 비슷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약간 환상은 깨졌지만, 한편으로는 친근해진 마음이었습니다.
영화를 먼저 보려고 생각했는데 도서관에서 책을 먼저 빌려 읽게 되었어요. 무레 요코의 전작 <카모메 식당>을 영화와 책으로 즐겼기 때문인지 약간 오버랩되는 기분도 있었습니다. 특히 <카모메 식당>의 '사치에'가 <빵과 수프, 고양이 함께하기 좋은 날>에서는 '아키코'로 등장에서 더 그럴까요? 스토리나 분위기도 약간 비슷한 기분이 었고요. 영화에서는 이 '타로'라는 고양이가 실종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소설에서는 조금 달라서 슬펐어요. 이 슬픔은 소설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남겨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