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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보고서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사노 요코는 말했다.

'그러나 수필은 만들어져 있는 것이 흘러나오는 것이며

그 인간의 자연스러운 드러남' 이라고.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사노 요코)

 

나는 소설보다도 에세이가 좋더라.

나와 다른 세계 속을 살아가는 사람의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타인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듯 짜릿함을 느끼지만 책의 마지막 

장에 도달했을 때는 결국 나와 같은 시공간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희열을 느끼곤 했다.

 

더욱이 사노 요코가 말했다.

인간의 자연스러움이 흘러나오는 것

그것은 수필 속에 있다고.

그들의 존재는 사회라는 테두리의

직함(職銜) 속에 있지만,

그들도 결국 타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한 인간일 뿐이라고.

그런 그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글이 나는 싫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번에 폴 오스터를 에세이로

먼저 만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모톤 다우엔 자블상, 메디치상, 오스트리아 왕자상등

커다란 이력을 가진 저자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알아주는 소설가라

지만 그의 유년기 시절이 담긴 이 책을 통해 그를 먼저 만날 수 

있던 시간들은 내게 너무 생소했던  폴 오스터에게

성큼 다가갈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주었다.

 

 

비록 첫 시작부터 '당신'이라고 불러대는 호칭이 다소 당황스럽고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곧 유년기 시절의 폴 오스터를 '당신'이라고 

부르므로써 내면 세계에 더 객관적으로 몰입할 수 있었고

그 시각을 독자에게 들려줌으로써 내면의 세계를 좀 더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게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처음에는 모든 것이 살아 있었다.

  가장 작은 물체조차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지녔고 구름들조차 이름이 있었다.

  가위는 걸을 수 있었고 전화기와

  찻 주전자는 사촌 지간이었으며

  눈과 안경은 형제지간 이었다."(p9)

 

 

글의 첫 시작엔 물환론적 사고로 가득했던 영아기

시절 이었다. 모든 사물이 살아있다고 생각했던

그 순수한 어린 태초의 씨앗은 유아기를 거치면서

의식의 탄생을 맞이한다.

 

 

"이렇게 강렬한 느낌을 일으키는 것은 무엇일까. 알 수 없지만 추측건대 자의식의 탄생과 관계가 있지 않나 싶다. 내면의 목소리가 깨어날 때, 여섯살 어린아이에게 일어나는 일,  생각을 하고, 스스로 생각이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능력. 우리의 삶은 그 시점부터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선다. 그것이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죽는 날까지 끊임 없이 계속될 내러티브를 시작하는 능력을 얻게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날 아침까지는 당신은 그저 존재했을 뿐이었다."(p20)

 

 

6살.

도무지 나에 6살이란 어떠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더 솔직히 생각해보면 어제의 일과도 이토록

선명하게 떠올리기는 어렵다. 그런데 폴 오스터는

6살의 기억을 어떻게 환기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지독히도 지루한 외로움 때문이지 않았을까.

어린 시절부터 폴 오스터의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기에

늘 어린 동생과 함께 집에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살갑게 대해주지 않는 보모 곁에서

늘 엄마가 돌아오길 바라는 동생의 곁에서

그는 외롭고 힘든 유년기를 보냈다.(이후 부모님은

이혼을 했고 동생은 결국 유년기 시절의 불안으로

정신병원에 입원 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이 6살이라는 기억이

선명하고 또렷하지 않았을까.

 

' 지루함은 사색과 몽상의 원천이므로

얇잡아 보아서는 안될것이다' (p51)

 

자의식이 탄생된 그 시점부터 그는 삶과

죽음, 인간의 존재에 대해 꾸준히 탐색하며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존재가 시작되고 끝난다는 것은

인간의 개념일뿐.

자연의 것은 아니다........

창조의 이 모든 장대한 장엄함.

그것은 무엇인가를

의미해야했다.....

신에게 무(無)는 없다.

나는 여전히 존재한다.'

(p142)

 

 

'신에게는 무(無)는 없다.

나는 여전히 존재한다'

라는 단어 속에는 폴 오스터 그가

자신을 평생 위로하며 지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는 그 힘을 책을 통해 얻었고

그의 의식에서 흘러나오는 힘을

내가 읽으므로써 위로받고 단단한 토양이 생김을

느낀다. 그러므로 그가 책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처럼 나 역시 그러므로

책을 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책을 읽으며 미묘한 의미들

을 이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청춘의 방황과 사랑을 보여준 그의

드러남으로 나는 폴 오스터를 작가 그

이상의 한 사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나눴다.

첫 장 '내면 보고서'는 유년기 시절을,

두 번째 장 '머리에 떨어진 두 번의 타격'은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와 <나는 탈옥수>라는 흑백영화

이야긴데 폴 오스터의 생생한 묘사로

영화 한 편에도 이토록 많은 생각과

상상을 갖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즐겁기도 했다.

 

세 번째 장은 타임캡슐로 첫번째 전처였던

리디아 데이비스와 연애시절 썼던 편지가 주로

담겼으며 네번째 장의 앨범은 폴 오스터가 모아온

사진들이 담겼다.

 

 

마지막으로 요건 좀 아니듯 싶다.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적에 요 띠지가

표지 절반을 가리고 있었는데

딱 보니 무슨 동물 눈 같이 보이더라.

 

요건 무슨 표지가 이래? 하고

띄지를 벗겨냈더니 이렇게나 멋진

폴 오스터의 모습이라니!(폴 오스터가 맞겠지?)

 

 

이렇게 멋진 표지를 만들어두고

열린 책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표지 절반이나 가리는 띄지를 만들어놓다니...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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