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4 - 평양의 날은 개었습니다, 개정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4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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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권씩 읽겠다던 답사기는 4권째에 접어들었다. 2015년 부터 시작했다면 시리즈상 4번에 해당하여 약속을 잘 지키는것 처럼 보이겠지만, 작년 11월부터 시작했으니,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시리즈 7권에 도달했어야 했다. 이렇게 계획이란 부질 없는 것인가, 인간의 의지력이란 이리도 나약한 것인가를 놓고 볼때, 유홍준 교수님의 답사기 시리즈는 정말 끊임없는 계획의 발판이자, 의지력의 완성판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존경심이 샘솟는다.

 

 

당시 3권까지 답사기를 펴내신 교수님은 국토 박물관을 완성하기 위해선 북한 답사기까지 다뤄야한다는 당위성을 내세워 북한 답사를 희망하셨고, 그런 뜻이 전달 되었는지 12일간의 북한 답사길에 오르게 되셨다고 한다. 그런데 그간 읽어왔던 답사기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뭔가 설레이고 달뜬 사람처럼. 글귀에 묻어나오는 설레임에 감염되고 즐거움과 흥분이 가시지 않아 생각해보니, 전작의 시리즈에서는 우리 문화유산에 훌륭한 '안내자' 역할을 해 주셨다면 이번 책에서는 정말 온전한 '답사객'의 마음이 전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왜 안그렇겠는가. 우리나라 최초로 북한을 답사한다는 생각에서, 또 책에서만 배웠던 내용을 실제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기대심에 가득 찬 마음이 가득 느껴진다. 그래서 너무 재미지게 읽었다. 마치 북한 답사를 함께 다니는 것처럼. 고구려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공간에서의  생생한 이야기들과 깊은 문학적 토양에서 솟아나오는 유려한 문장들에 읽는 동안 행복감을 전해주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어릴적 감동 받으며 읽었던 문학들의 소재를 찾아다니며 그곳에서 느끼는 구절들의 생생한 감동과 느낌들이 무척 좋았고, 교수님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게 보고 느끼고 생각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와 닿았다.

 

 

" 『배따라기』의 마지막 부분에 형이 아우의 『배따라기』 소리를 듣고 모란봉을 뛰어다니며 찾아보는 얘기가 나온다. 을밀대 쪽인 것 같아 그쪽으로 달려갔다가 또 기자묘 쪽으로 달려가보곤 한다. 그렇다면 그때 형이 서성이던 곳이 바로 여기쯤 될터다, 즉 나는 지금 소설 『배따라기』의 무대에 서 있는 것이다" p70

 

 

예전에 조선의 실학자 이덕무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경복궁을 다니며 보이는 나무에 말을 걸어보기도 했던 때가 있었다. 혹시 이덕무를 본 적 있느냐고. 뭐 당치도 않은 소리인줄 알면서도 그렇게 몇 백년을 지키고 살아가는 나무에게 꼭 물어보고 싶었던 그 기억처럼 교수님의 달뜬 마음이 내게로 오롯하게 전달되기도 했다. 또하나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겸재 정선'에 관한 이야기다.

 

" 그의 그림을 보면 소재의 사실성에 충실해 '만폭동''정양사''금강대' 등 어디를 그리든 실경을 박진감있게 그리려는 뜻이 역력히 보인다. 그 점에서 겸재는 탁월한 리얼이스트였다. 그러나 동시대 문인들은 겸재의 묘처(妙處)는 사실성이 아니라 대상의 정신을 표현한 데 있음을 곧잘 강조하곤 했다......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무엇보다 금강산을 직접 보고서 어떻게 생긴 실경을 겸재는 그렸는가를 따져볼 때만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니 비록 속으로 짐작되는 바가 있기는 해도 금강산을 보지 못했으면 좀처럼 내놓고 말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금강산을 두차례 다녀왔고 이제는 스스로의 물음에 답할 준비도 되어 있다"p176

 

겸재 정선에 대해 그동안 입장을 밝히지 못했던 이유, 바로 이런 부분이 유홍준 교수님을 존경하게 만들고 진정한 학자의 자세를 느끼게 했다.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학자임을 인정하는 만큼 직접 보지 못했더라도 얼마든지 생각한 바를 표현하실 수 있고, 그런 분들은 많다. 그러나 직접 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삼가시는 마음갖음은 참 본받고 싶은 부분이였다.

 

 

평양성 중심의 보통문에서는 체제공의 '중건기'가 견고했던 고구려의 '칠성문'에 올라 김동인의 '배따라기'를 부역루에 올라 김황원의 '미완성시'를 떠올리는 이야기. 덕흥리 벽화무덤에서는 '견우와 직녀'를, 백운암에서는 백범선생을 그리고 동명왕릉과 떼무덤을 보면서 한 뿌리로 태어나 가지만 다른 민족의 동질성과 아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호칭과 순박하고 순수한 우리말이 참 예쁘게도 다가오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북한은 나쁘다는 인식이나, 전혀 다른 세계의 나라라는 인식에서 그들도 우리와 다름없는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 민족이라는 사실을 절로 느끼게 되는 시간이였다. 다음시리즈는 '다시 금강을 예찬하다" 인데 또 얼마나 기쁜 마음으로 읽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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