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박웅현 저자의 책 『여덟단어』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한 후배가 저자에게 상담을 해왔는데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였다고. 그래서 박웅현저자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세상엔 정답이란 없다고 다만 선택에 대해 옳게 만들어 가는 길만이 있을 뿐이라고. 만약 그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 선택이 옳도록 스스로 만들어가는게 정답일 뿐이라는 이야기에 참 감동 받았던 기억이 난다.

 

 

마스다 미리의 책 『치에코씨의 소소한 행복』을 읽다 보니 주인공 치에코와 사쿠짱 부부는 인생을 정답처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결혼 11년차. 집 아래층에서 구두 수선가게를 하는 사쿠짱과 회사에서 비서일을 하는 치에코에겐 아이가 없다. 대신 인생게임이라는 보드 게임을 할때 등장하는 토로짱이란 인형이 함께할 뿐이다. 회사에서 돌아오는 치에코와 장을 함께 보는 것을 소소한 행복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 부부의 모습은 참 순박했다.

 

 

항상 예쁘고 싶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치에코는 사쿠짱에게 '나 이뻐? 저여자가 이뻐 내가 이뻐'와 같은 답이 뻔히 보이는 물음으로 곤란하게 만드는 모습이 낯설지 않아 웃음이 난다. 여자의 모습은 다르지 않다는 기쁨에서 생기는 웃음이랄까. 술에 만취한 사쿠짱이 치에코에게 주기 위해 파인애플시트를 사가지고 돌아온 모습을 볼때는 뭉클한 기분에 들떠 인생은 다 그런가보다 생각하게 된다. 무심한척 상대가 떠오르고 일상처럼 챙기게 되는 무시못할 정이 생기게 되고 그 정으로 말미암아 인생의 말년에서 서로 잘 지냈다고 토닥일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특별한 일상이 숨어있을것만 같고, 무기력하고 무심한 내 일상이 따분하게 느껴지지만, 정작 가리워진 마음을 걷어내고 바라보면 모두다 치에코네의 일상 처럼 별거 없는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간다는 사실을 그게 바로 박웅현 저자가 말했던 인생을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사쿠짱은 우리나라 남자들하곤 좀 다른 세심한 면이 있어 보인다. 식사나 집안일을 함께 해주는 모습은 결혼 11년차 부부에게선 좀처럼 보기 힘든 부분일텐데 일본의 문화적 차이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다 보면 숨은 그림찾기 하듯 재밌는 부분들을 발견 할 수 있는데 그동안 그녀의 책을 읽어온 사람이라면 책 속에 등장하는 낯익은 인물을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요번 책에서는 수짱을 만나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또 하나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음식 이야기들이 참 많이 등장하는데 이번엔 사쿠라 모치라는 찹쌀과 팥 앙꼬로 만든 떡과 모미지 만주, 오코노미 야키, 소스카쓰 덮밥 이 인상적이다. 책을 읽으며 음식 이야기가 나와도 그닥 궁금해하지 않던 편이였는데 마스다 마리의 책을 읽다보면 자주 음식에 눈길이 간다. 아마도 만화라는 영상미에서 전해지는 상상력 때문일까? 그녀의 그림이 선명하거나 화려하지 않는 덕분에 더 상상력이 발휘된다고 해야하나. 무튼 혹시 기회가 된다면 꼭 먹어보고 싶어 리스트에 올려놓는다. 일본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빼놓지 말고 먹어야할 음식 목록으로!

 

 아직 풀어야할 이야기 보따리가 남았다. 치에코네는 왜 아이가 없는 걸까? 어떻게 연애를 시작하게 된걸까? 그리고 마스다 미리는 어떤 모습까지 그려낼까. 중년? 노년의 삶까지? 다음 편을 빨리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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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4-01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읽으면서 왜 이렇게 맛있는 이야기들이 나오는고야.. 그랬어요.^^
신랑이랑 내년쯤 일본여행 가자고 말은 하고 있는데, 진짜 갈지 모르지만 간다는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요.^^

해피북 2015-04-01 00:29   좋아요 0 | URL
꺅~~ 보슬비님 일본여행 다녀오시면 소식 마구마구 들려주셔야해요 》~《
맛난 음식과 여행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져요 ㅎ 그리구 `주말엔 숲으로`에선 매 장면마다 음식이야기가 참 곤역이였어요ㅋ 그것두 일본 특산품이라서 말이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