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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나는 가끔 신랑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꼭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가자고. 신랑과 함께 나이를 먹고 먹어 인생의 노을과도 같은 노년의 기로에 섰을때 앞만 보고 살았던 삶에 대한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들게 되면 감당할 수없는 슬픔에 고통스럽지 않도록 현재의 삶을 즐기면서 살아가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인생에 있어 돈은 정말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될테지만, 삶을 저당잡히며 돈을 벌지는 말자고. 백만원을 벌면 백만원 만큼만 쓰고, 십만원을 벌면 십만원 만큼만 쓰며 살아가자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매 순간 즐기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라는 이야기를 통해 신랑 만큼은 지금의 나 처럼 고통받지 않도록 해주고픈 일종의 보호 심리로서 말을 한다.
열지 말았어야 할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듯 무수히도 쏟아져 나오는 의문들 때문에 요즘은 하루하루 머리는 무겁고 시간은 버겁게만 느껴진다. 도대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이 뭘까.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앞으로 5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아이는 키울 수 있을까. 등으로 머리속이 복잡해지고 결코 유쾌하지 못한 시간 속을 거닐다 보면 영화에서처럼 기억을 지우는 장치로 이런 고민들을 싹 지워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꽁 꽁 싸매고 싶었던 고민들을 마스다 미리의 책 『내가 정말 원하는건 뭐지』의 미나코를 통해서 보고야 말았다. 중년을 향해 달려가는 40세의 미나코 역시 삶에 대한 고민들이 참 많다. 시들어가듯 젊음을 잃어 간다는 것, 남은 생에 더 이상 '데이트'라는 설레임이 없다는 것, 가정을 살뜰히 돌보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어떤 일을 하든지 '가정'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주위의 시선이 크게 느껴지는 억압과 부담감 그리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부분들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된다. 인생에서 이런 존재론적(?) 고민들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애증의 관계가 틀림없는가 보다고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 아픈 부분은 '사랑'에 관한 부분이다.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했던 시간들, 약속 장소로 이동하며 설레던 순간들. 함께 만들던 추억이 자신과는 무관해져만 가는 일상들에서 오는 슬픔. 그런 부분들은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프란체스카를 떠올린다. 물론 불륜으로 도출 시킨 이야기는 아쉬운 부분이지만, 소설의 핵심은 중년의 여성도 '사랑 할 수 있고 '' 사랑 받고 싶고' ' 사랑이 그립다'는 점이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르고 시간보다 많은 나이를 갖게 되었더라도 여전한 감수성을 지닌 여성이라는 사실을 잊고, 우리는 ''엄마'라는 호칭으로 묶어 놓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심리적 학대를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 이였다. 그런 면에서 내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가족, 친구, 이웃 모두에게서 받고 싶고 주고 싶은 감정이며 오래 지속시키고픈 인간의 기본 욕구가 아닐까란 생각을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시간들을 홀로 거쳐 왔을 엄마에게 너무 무신경 했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기도 했다.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다에코 라는 시누이와의 미묘한 신경전이다. 다에코는 혼자서 살아간다.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탓에 일은 곧 현실과 연결된 필수 불가결한 사항이다. 그런 점에서 이상을 찾아 헤매는 새언니 미나코의 고민은 신세 편한 이야기처럼 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두 개의 시선이 대조적으로 비춰지며 어느 쪽의 시선이 옳은 것일까. 내게는 다에코의 삶도 미나코의 삶도 모두 옳다고 생각된다. 다에코와 미나코 모두 생활환경이 다르고, 그 생활 속에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삶의 문제들을 놓고 고민하고 있기에 어느 쪽이 더 옳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미나코처럼 삶에 있어 회한 스럽고 자신이 무얼 하면 좋을지 어떤게 원하는 삶인지가 고민 스러울때 인생에서 단 한 번쯤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방황하다가 결국 도달하는 길에 서보자는 것. 원하는 인생에 한번쯤 미쳐볼 수 있는 삶,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
문득 한비야 님의 글귀가 생각이 난다.
' 오늘도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 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 '
길다 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에서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일을 찾아 방황 하는 것, 또 그 방황 속에서 살아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 힘들지만 이런게 바로 인생이며 나를 한뼘 더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라고 스스로를 추슬러 본다.
왜 마흔 살이 되는게 싫을까~하고 그래서 왜인지 알아냈어?
글쎄....음... 시들어가는 기분이 드는 건지도. 시든다고 할까 피었던 꽃이 기운이 없어지고 꽃잎도 하나하나 떨어지고 이파리만 남은 것 같은 기분.
선물은 말이지 서른다섯살이나 되면 원하는 게 별로 없단다~
대출은 있지만 집도 샀고, 애인은 원하지만 아무나 만나고 싶은건 아니고,
내가 산타클로스에게 받고 싶은것은, 보장 일지도, 어떤 의미에선 뭔가 메마른 얘기네.
여자들은 왜 배우는 걸 좋아해?
왜냐하면 인생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엄마는 지금 제일 원하는게 뭐야?
그런거라면 엄마는 존재감을 원해 엄마는 가끔 말이지 바깥 세계에서 혼자만 뒤떨어진 기분이 들기도해
이렇게 좋은 날씨에도 놀러가고 싶다고 생각을 안 하게 된지 얼마나 됐나?
태양을 가전제품의 하나로 여기게 되었다
이제 평생동안 데이트 약속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 같은건 없겠지
언제까지 내게는 주말이 없는걸까? 아이가 클 때까지? 그런말 해봤자 기다리다 끝나버리는 거야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젊음이!
도대체 뭘까 이 초조한 느낌은 누구나 나이가 들지만 똑같은 모습으로 나이가 들지 않는다는 것에
집안일에 지장이 없는 범위 가족에게 소홀하지 않을 범위 왜 나의 세계에는 그런 조건이 붙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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