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녔으나 보지 못했네

짚신이 닳도록 먼 산 구름 덮인 곳까지 헤맸네

지쳐 돌아오니 창 앞 매화향기 미소가 가득

봄은 이미 그 가지에 매달려 있었네 - 작자 미상-

『책은 도끼다』박웅현.북하우스.2011

 

마음이 지칠때 풀 냄새 가득한 곳에서 한 시간쯤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여기저기 자유롭게 흩어진 풀과 막 피어오르는 꽃 봉오리 그리고 가지 끝마다 곧 터져나올듯 움튼 새싹 들이 그리워 주말이 빨리 오길 기다릴 때가 참 많았다. 그러던 어느날 세탁기를 돌리기 위해 베란다로 막나가던 참에 문득 던져진 시선끝에  언제 솟아 나왔는지도 모를 방아 잎들이  화분 여기저기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뿐만아니라 무슨 종류인지도 모를 잡초같은 녀석들도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때 들던 생경스럽던 마음이란.

 

늘상 아주 멀~리 시선을 던지고 살아가는 내게 바로 코 앞에 자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방아잎을 바라보며 등잔 밑이 어두워도 많이 어두웠구나 싶은 마음에 그날 파란 플라스틱 의자를 하나 사다가 베란다에 놓았다. 율마, 블루베리, 안시리움, 산호수, 푸미라, 벵갈 고무나무등 우리집에도 이런 싱그런 식물들이 살고 있는데 나는 왜 궂이 멀리서만 찾고 있었는지 의자에 앉아 내 주위에 관심을 조금 더 기울여보자 생각했던 적이 있다.

 

마스다 미리의 책 『주말엔 숲으로』를 읽으니 그때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번역가 하야카와는 진중하고 철학적인 구석이 있는 여성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다보면 뜻하지 않게 얻게되는 깨달음 때문인지 친구 마유미나 세스코에게 제법 진지하며 깊은 이야기들로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전해준다.

 

 

너도 밤 나무는 부드러워서 건축 자재용으로 사용되지 않지만, 겨울에 무거운 눈이 와도 유연하게 버텨내기 때문에 오래오래 남아 있을수 있다는 이야기를 통해 사회 생활에서 오는 마찰들을 슬기롭게 극복하게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마찰이 생기면 강하게 부딪쳐 꺽어버릴 생각을 많이 하곤 한다. 서로 부딪쳐 누가 더 화를 많이 내는지, 목소리가 큰지, 짜증이 가득한지를 내기라도 하는듯 싸우고 말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은 결국 부러지고 만다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강한것도 좋지만, 부드럽게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는 지혜 역시 필요하단 사실을 느끼게 된다.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시골 생활하는 하와야키가 직접 채소를 기르지 않고필요한 식재료를 배달 시켜 받는 부분이였다. 친구 마유미와 세스코는 그런 하와야키에게 시골에서 생활하는데 왜 직접 길러 먹지 않느냐고 핀잔을 했지만, 마스다 미리는 꼭 그럴필요가 없다는 메세지를 전해준다. 어떤 상황에 들었다고 해서 그걸 꼭 그런식으로만 해석하고 따라야 할까 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모든건 자신의 리듬에 맞춰서 살아가보자고. 환경이 그렇더라도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부분들에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살아가보자고, 감당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다 끌어안고 살아갈 필요는 없다라고 느껴지면서 내게도 조금 버겁던 일상의 일들을 좀 줄여가보자 느끼게 된다.

 

마유미와 세스코는  시골에서 살아가는 하와야키를 부러워했다. 신선한 공기와 무공해 채소들을 실컷 먹으며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사회에 묶인 자신들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그런 마음은 커지게 된다. 그런데 회사에서 갖게되는 갖가지 마찰음들이 결국에는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되고,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면서 유유자적한 삶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마치 봄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아 다녔던 선비가 자신의 집 마당에 피어있는 매화를 보고 봄이 여기 있었구나 라고 생각했다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였다.

 

 정말 갖가지 다양한 이야기들로 사람의 마음을 잡아 끄는 매력적인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들은 언제 읽어도 끌림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된다. 나도 이런 친구들이 곁에 있었으면 참 좋겠다. 나의 삶에 새로운 시각을 부여해주고 함께 생각하며 성장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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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3-25 0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골에서 생활하는 하와야키도 부럽지만, 그런 친구들 두고 주말마다 놀러갈수 있는 마유미와 세스코도 부러웠어요. ㅎㅎ

해피북 2015-03-25 23:30   좋아요 0 | URL
저두 부러웠어요. 곁에 이런 친구 있다면 참 좋을거 같구 취미두 공유하니까 더 친근해질거 같구요 어딘지 모르게 든든한 장소가 생긴거 같은 기분이 들거 같아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