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인 스페인
김지영 지음 / 넥서스BOOKS / 201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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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이 왔다. 보기만 해서 눈부신 햇살이 집안 가득 쏟아져 들어오는 날이면 괜시리 나가 걷고 싶은 생각이 든다. 호환 마마 보다도 더 무섭다는 기미 따위는 잊어버릴 만큼 햇빛을 쬐고 또 쬐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이맘때 부터 시작되는게 여행서적을 찾아 읽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여행!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한비야님이다. 내가 한비야님을 처음 만나고 흠뻑 빠질 수 있었던 계기는 『중국 견문록』(푸른숲.2001)을 읽고 부터다. 어학 연수를 위해 떠났던 중국이였지만 중국 사람들과 뒤섞여 들려주던 맛깔나던 이야기에 빠져서 얼마나 재밌게 읽었던지! 그 책을 읽고 나서 또 중국 여행을 얼마나 꿈꿨던지 모른다. 내게 여행 책이란 이렇듯 현지에서 들려주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가득하면서 생동감 넘치고 마냥 즐거울것만 같은 현지 생활의 어려움과 위험한 일상등을 낱낱이 까발려 주는 이야기 보따리이자 건조한 일상에 습기처럼 젖어들어 가방을 매만지며 여행의 계획을 수없이 수놓을 수 있는 책. 바로 그게 여행서적의 재미이자 묘미가 아닐까 한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너무 아쉽다. 후반부로 갈수록 여행 기자 특유의 글솜씨들을 만나게 되고 마치 여행 잡지를 보고 있는듯한 건조함에 마음이 메말라 버린 느낌이랄까.

 

 

 여행 기자 생활을 하던 차에 염증을 느껴 사표를 던지고  4개월 계획으로 떠난 스페인에서  매료되어 5년 동안을 살게 되었다는 저자.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역시 손미나님이라서 그런지 사표를 내고 떠난 모습마져 닮아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무튼 스페인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결혼도 하고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만나는 이야기로 출발하는 부분들은 무척 좋았다. 스페인의 결혼 풍습은 우리나와 너무 다르다는 점이 인상적이였는데 우리나라는 호화롭고 사치스런 모습이지만, 스페인은 음악과 술 그리고 춤과 어울어져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뒷장으로 넘어갈수록 예의 그 기자 정신이 발휘되었는지 글들이 단조롭고 건조한 느낌으로 빠져든다. 처음 스페인으로 와서 숙소에 대한 막연함을 여행자 숙소 '피소'를 찾으면서 안정을 찾게되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문화와 언어, 음식을 배웠던 이야기에서 스페인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갈 수 록 그녀의 이야기는 쏙 빠진 스페인의 이야기로 가득찼다. 종이축제, 토마토 축제, 카탈루냐 축제등 여행 잡지책을 펼쳐들고 훌훌 넘기면 쏟아져 나올듯한 이야기들이 가득 채우고 있어 실망스런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스페인 사람들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들 시에스타(낮잠시간), 7~8월 여름 휴가를 위해 훌쩍 떠나버리는 사람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문을 닫는 관공서와 상점들의 이야기들은 흥미로웠지만 실은 그전에 읽었던 손미나님의 『스페인 너는 자유다』 (웅진지식하우스.2006) 에서 신나게 읽었던 이야기라서 신선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처럼 '빨리 빨리'라는 마인드가 없는 스페인 사람들은 늘상 포카포코(pocapoco)  '천천히 조금씩'이라는 마인드로 삶을 여유롭게 즐기고 살아가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아침 10시가 되어야 깨어나는 도시의 일상들, 새벽 1시 조차 클럽에 들어가긴 이른 시간이라는 사람들의 패턴이 우리나라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 한번쯤 빠져들어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어느 공간에서나 음악이 흐르고 자유롭게 춤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 함께 술을 마시며 서로의 잔을 채워주지만 술을 권하지는 않는 배려심,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후한 인심과 넉살들이 모여 나도 한번쯤 정말 가보고 싶은 공간이라는 생각은 갖게 된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손미나님의 책을 읽었을땐 정열의 도시라는 생각만 갖었었는데 이 책을 읽고서야 '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고 했던 손미나님의 책의 제목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매사 급할것 없이 천천히 깨어나는 나라. 밤 늦도록 음악과 술, 춤으로 들썩거리는 도시. 간단한 술과 안주가 늘상 구비되어 있는 거리들 그래서 어느 나라보다 도시의 밤이 길며, 똑같은 얼굴 똑같은 옷차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개성 넘치는 스페인은 정말 자유의 나라 였다. 여행을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도록 준비된 사람들의 여행과 삶에 대한 철학이 돋보였던 이야기들. 돈키호테의 고장 라만차, 예수님의 제자의 유해가 발견되면서 부터 순례길이 되었다는 산티아고 순례길, 살바도르 달리의 미술관등이 참 인상적이 였고 더 살뜰히 들여다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아! 스페인 너는 정말 자유로운 나라야!

 

 

아쉬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하자면 하나는 여행기에 제대로 된 민낯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행에 있어 즐거움 행복감을 주는것도 좋지만, 실제 불편했던 점들과 위험했던 순간들, 특히나 여성으로서 생활하면서 감수해야했던 일들이 제법 있었을텐데도 그런 점들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한비야님의 책을 읽어보면 즐거움과 행복함 만큼이나 위험하고 아찔했던 이야기들이 조화롭게 담겨 생생하게 다가온다)과 두번째로 글과 사진의 배치가 엉뚱해서 책을 읽다가 앞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는 것과 세번째로 ' 출판사의 허락 없이 내용의 일부를 인용하거나 발췌하는것을 금합니다.' 라는 글귀에 별을 한개 더 뺄까도 생각했다. 사진의 배치야 그렇다 치더라도, 출판사의 허락 없이 인용되는 것은 출판 시장에서는 그런 예의범절을 지키지 않을 분들은 없을터. 그럼 독자에게 하는 소리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끔 글을 쓰다보면 좋은 글귀를 인용하고도 싶은데 그걸 하지 말라는 마인드. 왠지 출판사와는 맞지 않는게 아닐까 그것도 자유의 나라 스페인의 이야기에서 말이다. 칫.

 

 

그리스에서 온 친구 바소, 이태리에서 온 루치도와 스테파노 아르헨티나에서 온 나탈리아와 멕시코 친구 바따따, 스웨덴 에서 온 미나와 카탈루냐와 스페인 다양한 도시에서 모인 친구들까지, 바르셀로나가 국제적 도시임을 알았지만 너무나 쉽게 고향을 떠나와 결국 바르셀로나에 정착해 사는 젊은이들을 파티에서 만났다. 한국을 벗어나 스페인에 오기까지 수년의 시간과 수백번의 용기가 필요 했는데 이토록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며 삶의 터전을 바꾸는 사람들에게 거리감을 느끼면서도 부러웠다.p82

특히 어디까지 작품인지 예술과 현실의 경계를 마구 넘나드는 현대 미술은 정해진 틀과 규칙이 없으니 내 마음대로 해석하며 작품보는 눈을 기를 수 있었다.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이다.p164

길위에서 만난 인연과 우정을 쌓는 대는 시간이 중요한게 아니다. 이는 시간의 문제도 아니거니와 꼭 오랫동안 함께 지냐애 영원한 것도 아님을 여행할 때마다 느낀다. p172

별을 보고 출근하고 달을 보고 퇴근하고, 비싼 옷을 입고 좋은 자동차를 타는게 전부가 아니였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삶도 좋지만 누군가의 눈에 보이는 삶 보다는 내 행복에 귀 기울이며 살고 싶었다. 진정으로 삶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이 아닐까 p178

젊은 커플부터 시작해 노부부들 역시 손을 잡고 밀고 당기며 앞뒤로 스텝을 밟는다. 그들이 춤을 추는 모습은 특히 너무 낭만적이고 잔잔한 감동까지 전해준다. 플라멩고와 룸바, 살사 리듬에 맞춰 제멋대로 춤을 선보이며 화끈하게 즐길 줄 아는 보통 사람들이 사는 도시 그곳이 바로 바로셀로나다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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