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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이 꼬물꼬물
임정은 글.그림 / 별나무(동화)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어느덧 따스한 햇살이 베란다 너머로 한가득 밀려 들어오면 겨울동안 움츠렸던 마음을 풀고 어떤 씨앗을 심어볼까라는 고민을 해본다. 채소류를 심어 풍성한 쌈밥을 먹어볼까. 열매를 맺는 씨앗을 심어 열매를 수확해 볼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던 참에 반가운 동화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별나무에서 출간한 『씨앗이 꼬물꼬물』인데, 아기 씨앗의 성장과정을 담은 따스하고 정겨운 그림책이다.
씨앗을 심고 식물을 키우다보면 가장 놀랍고 설레이던 순간이 바로 흙속에서 움터져 나오는 생명을 느낄때 였다. 자기보다 몇 배 무거운 흙을 들썩거리며 솟아 나오는 모습을 관찰하게 되는 날이면 삶에 대한 회한스런 마음이 금새 미안해지곤 했다. 그 모습을 임정은 작가님은 정겨운 글로 담아 놓았다.
작은 씨앗 하나가 흙 속에서 눈을 떴어요
씨앗은 졸린 눈을 비비며
꼬물 꼬물 꼬꼬물
느릿 느릿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씨앗은 흙을 밀어내며
위로 위로
작은 몸을 부지런히 뻗으며
몸부림을 칩니다
마침내 씨앗은 따뜻한 햇살과 손을 맞잡았습니다.
드디어 땅위로 올라온 거예요
어떤 씨앗 일까요
씨앗도 부푼 꿈에 두근 두근
힘겹게 밖으로 나온 새싹이 주위를 돌아보니 아름다운 꽃과 향기로 매력적인 친구를 만나게 되고, 자기도 이 꽃처럼 아름다운 꽃을 갖게 될 거라 부푼 기대를 갖게 된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자신에겐 꽃과 같은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자꾸 다른 모습으로 변해 가는데 친구들은 잡초라고 놀려대 속상하기만 하다.
그렇게 가을이 오고, 겨울이 찾아와 친구들은 모두 깊은 잠에 빠지는데 새싹은 점점 자라 잎사귀를 모두 떨궈 내고서야 잠에 빠져든다. '아기 나무야 아기 나무야 일어나봐 눈을 떠봐' 어디선가 속삭이는 목소리에 눈을 뜬 새싹은 물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 보고서야 자신은 나무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기 나무는 주위의 아름다운 꽃들과 함께 살랑 거리는 봄 바람을 맞으며 가지 가지 마다 예쁜 꽃송이가 피어날 희망을 갖어본다.
동화를 읽으며 뜻하지 않게 위로를 받게 되었다. '나'라는 씨앗 하나가 땅에 떨어져 솟아나오길 서른 여섯해. 자책하고 싶지 않고 우울하고 싶지 않지만 무엇하나 이뤄 낸것도 없고, 특별히 잘한것도 없어 매사가 불만 투성이였다. 주위를 둘러보면 저마다 삶을 가꾸고 살아가건만, 나는 왜 저들과 같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속상할때가 참 많았다.
그런데 임정은 작가님은 동화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든 삶은 저마다의 삶이 있어 모두다 아름다운 꽃송이로 피어나진 않는다고. 그러니 남들과 조금 다른 모습일지라도 삶을 받아들이면서 희망을 품어보라고. 동화에서 가장 위로가 되는 부분은 아기 나무의 성장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치 우리에게도 무한한 희망을 꿈꿔보란 듯이. 비록 나라는 씨앗 하나가 움터져 나와 잡초 같은 모습에 초라해보일지라도 벛꽃 나무가 되어 화사하고 향기로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고, 탐스러운 열매의 과실나무가 되어 살아갈 수도 있다는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 받은 느낌이랄까. 이렇듯 나는 또 한 권의 동화책으로 위로를 받게 되었다.
동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필의 밑 그림이 자연스레 노출되고 색연필을 사용해 색칠한 듯한 색감 때문에 정겨운 느낌을 받는다. 글속에는 의성어 의태어가 자주 등장해 아이들과 리듬에 맞춰 재밌게 읽으며 새싹의 성장과정에 대해, 또 희망에 대해 이야기 나눠도 참 좋을 동화책이란 생각도 들며 오디오 북으로 나와 잠자리에 들어도 참 좋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 내일은 베란다로 나가 씨앗 하나를 심으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줘야 겠다. 비록 지금은 작은 씨앗에 불과하지만, 네 달후면 무지무지 큰 열매가 되어있을거라고. 그러니 힘을 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