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독서 - 내 삶의 기초를 다지는 근본적 읽기의 기술
에밀 파게 지음, 최성웅 옮김 / 유유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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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소로본 대학의 인문학자 에밀 파게가 쓴 『단단한 독서』는 '읽기'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은 책이다.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여 읽을 수 있는 권리가 독자에게 있다면, 저자에게도 그 모습을 쉽게 드러내보이지 않을 권리가p153 있다는 이 발칙한 인문학자의 책에는 16세기에서 19세기의 서양 철학사를 기저(基底)로 깔고있다. 빅토르 위고, 몽테뉴, 볼테르, 루소, 라퐁텐, 코르네유, 몽테스키, 데카르트등 이름만 들어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사상가들을 중심으로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읽을 것인가'하는  읽을 목적과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있다.

 

 

인문학자로써는 지극히 자연스런 철학사상들이 철학의 토양이 부족한 독자에겐 버거운 주제임이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다 읽을때까지 놓을수 없던것은 문학평론가이자 애서가인 에밀 파게가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문장 하나, 단어 하나, 마침표 하나, 표정 하나, 소리의 강 약  하나하나까지 읽기를 통해 느낄수 있는 즐거움을 마치 사랑에 빠져 달콤함을 전하듯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것을 수다스럽게 알려주는 모습에서 책을 읽는 즐거움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

 

 

 

'읽기는 문자를 단순히 인지하는 행위를 넘어, 맥락을 이해하고, 그 너머 보이지 않는 것 까지 통찰하는 행위'(읽고 생각하고 쓰다』송숙희.교보문고.2011 )

 

 


' 책 읽는 방법을 배우고자 한다면 우선 책을 천천히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뒤로도 계속 천천히, 자신이 마지막으로 읽게 될 소중한 책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천천히 책을 읽어야만 한다. 그리고 책에서 배움을 구하거나 비평할 때와 마찬가지로 즐거움을 위해서라도 책은 매우 천천히 읽어 나가야 한다.p17

 


 

 읽고 싶은 책을 만난 독자에게 독서는 지극히 위험스럽다. 연사의 달콤한  연설처럼 아무리 노력하여도 독자는 쉽게 함몰되고 조급함을 누를 수 없기 때문이다.p232 이런 독서로는 읽는 즐거움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 저자가 문장 가득 언어로 담아놓은 생각들을 조급함으로 충분히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때는 무조건 천천히 한 템포 쉬어서 거듭 읽기를 즐겨야 한다. 단어가 전해주고자 하는 의미를 넘어 그 이면에 있는 것까지 읽어낼 수 있는 즐거움을 찾을 때야 온전히 '읽기'라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희곡이나 시의 작품을 읽을때는 리듬과 운율에 맞춰 적절한 어휘의 사용, 문장의 유려함, 공간의 변화까지 짚어가며 읽는 즐거움을 누리고, 자신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소설을 통해 내면과 만나는 즐거움을 즐기며, 난해한 책들이 던져주는 생소한 사상들에 젖어 지적 게으름을 몰아내는 즐거움을 누리는 독서, 목적과 방향에 맞게 정신을 벼리고 읽을때야 비로서 단단한 독자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좋은 독자라면 이미 허구의 등장인물들을 비교할 때, 그 인물을 우리가 아는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자신과 비교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한 권의 책처럼 읽어 내려가야 한다.'p55

 

 

' 소리 높여 읽으며 리듬이 스며들기에 글을 한 편의 음악처럼 써 내리는 작가가 지닌 의미를 온전하게 채워 넣게 된다'p122

 

 

' 좌우지간 우선 보라. 보는 습관을 들이자. 본다는 것은 좋은 연극 작품과 그렇지 못한 작품, 살아 숨 쉬는 작품과 생명이 없는 작품을 판가름하는 기준이다. 전자는 볼 수 있고, 후자는 그럴 수 없다. 좋은 극작가가 작품을 봐 가면서 집필하듯이, 좋은 독자는 작품을 눈앞에 세워 두고서 읽어 내려간다.p90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희곡과 시를 다루는 장이다. 문장의 전체 뉘앙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콜론, 세미콜론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면 전해주고자 하는 의미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으로 나는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외국의 시나 희곡이 상당수 잘못되었음을, 그래서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음을, 그러니 번역서는 번역자의 의식 역시 독자 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낄수 있었다.

 

 

또한 독서의 적으로 명시한 부분을 살펴보면 자기애, 소심함, 몰입, 비판적 정신을 꼽고 있는데 이는 상당히 놀라운 일이였다. 대부분의 독서의 기술에선 외부의 환경적 요인에 초점을 맞춰 절제를 요하는 반면 에밀 파게는 독서의 유익함을 방해하는 것은 순전히 독자 자신이라 이야기 했기 때문이다. 일종에 남탓만 하다가 바로 너에 잘못이란다 라고 질책하는 소리로 잘못한 것을 들켜버린 어린 아이의 마음같았다고나 할까. 독서의 적을 물리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의심하는 습관'을 들이는것 인데 자신이 읽고 싶어하는 것만 찾아 대며 책을 덮는 순간 '독서 치매'(읽고 생각하고 쓰다』송숙희.교보문고.2011 )가 되는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신을 벼리고 매 순간 의심과 질문을 통해 읽을때야 비로소 읽기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고 단단한 독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처럼 독서에 관한 책을 만날 수 있어 적잖게 기대가 컸는데 읽는 동안 아쉬운 마음만 키웠다. 서양 철학사의 토양이 부족해  에밀 파게가 주창한 온전한 읽기의 즐거움에 부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서양 철학사의 바닥이 다져지고, 독서에 염증이 스물스물 생겨나면 자신있게 펴들고 다시 한번 그가 제시하는 온전한 읽기의 즐거움에 빠져보리라 다짐해 보았다. 이 또한 에밀 파게가 제시하는 '진정으로 책을 욕망할때' 거듭 읽는 즐거움이니 그 또한 기쁘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소르본 대학의 철학교수 루아예 콜라르가 말했다.' 내 나이에는 더는 책을 읽지 않아. 다시 읽을 뿐이야'라고. '위편삼절' 올해의 독서 목표로 삼았던 그 마음이 올 한해로 가득 해보길 바라며 진정으로 책을 욕망하는 그날들이 하루 빨리 찾아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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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16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좋은 구절이 많아요. 뻔한 내용처럼 보이지만 요즘에 나오는 독서 코칭보다 가장 먼저 독서하는 법을 소개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해피북 2015-01-17 15:4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두 밑줄그은 부분이 많고 18세기에 책이 지금처럼 대중화된 시대도 아닐텐데도 다양한 학식과 안목 그리고 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시더라구요 ㅋ

다샤 2015-01-20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워보이긴하는데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해피북 2015-01-20 09:12   좋아요 0 | URL
ㅎㅎ 네 저두 서양 철학가들로 설명된 이야기들이 어려웠지만 에밀파게가 주장하는 읽기에 대한 즐거운마음은 오롯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그 즐거움 함께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