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환각] 한국어판 부제이자 독자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나의 대답은 "수도 없이." 보았을 뿐 아니라 듣고, 맡고, 피부로 느꼈다. 어마한 기세로 달려오는 말의 발굽소리, 하늘 높이 솟은 나무들이 타오르며 내는 소리와 열기, 무협지 지붕 격투씬에서 보았을 지붕 위 눈의 차가운 감촉,  해변의 모래 위에서 춤추며 느끼는 뜨겁게 달궈진 모래알의 감촉, 우주 저 멀리의 어두움과 아득함...... 하지만, 이 모두는 모두 꿈에서 이뤄졌다. 올리버 색스가 다루는 "환각 Hallucinations"과는 결이 다르다.  어떤 이들은 '몽환'과 '환각'을 연속체에서 이해하려하지만, 올리버 색스는 "환각은 꿈과 매우 다른, 인간 의식과 정신 활동에서 고유하고 특별한 범주(9)"를 이룬다고 본다. 또한 올리버 색스는 현대 서구 문화권에서 환각을 광기와 연결지어 부정적으로 보는 것과 달리, 환각은 긍정적 현상이라고 파악한다. 올리버 색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나는 그의 이런 유연한 열린 태도가 참 존경스럽다.



* 


올리버 색스는 "환각"이 인간에게 문화적(예술, 종교 등의 영역에서 특히)으로 중요할 뿐더러 인간의 뇌를 들여다보게 해줄 중요한 창이라고 본다. 이런 환각의 힘은 대리자의 언어가 아닌 1인칭 시점의 진술을 통해 힘을 갖게 될 터이다. 따라서, 올리버 색스는 [환각]을 집필하며 자신의 환자는 물론, 다양한 옛 문헌뿐 아니라 친구들의 경험, 무엇보다도 자신의 경험을 1인칭 시점으로 녹여내고자 애썼다. [환각]은 의학적 범주 혹은 감각 양식에 따른 환각의 다양한 경험을 총 15장 구성으로 배치하였다. 

* * 

샤를보네증후군, 감각박탈, 텍스트환각, 수면마비, 시각적 편두통, 기면증, 도플갱어 등등, 환각의 다양한 양태에 대해서는 요약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어설픈 문장으로는, 올리버 색스가 애써 그러모아 놓은 '1인칭 시점'의 묘사가 흩어질 터이기에. 대신 나는 "환각"을 다루는 올리버 색스의 태도에 대해 쓰고 싶다. 



*   *  *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하지만, 올리버 색스는 초진 환자 진료에 5시간을 쏟기도 했다. 런던 미들섹스병원의 인턴 시절, 그는 신부전으로 죽어가며 섬망 상태에서 횡설수설 하는 제럴드. P라는 환자 곁에서 때론 하루 두 세시간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올리버 색스의 담당 교수가 '헛소리 지껄인다'며 무시한 환자였다. 올리버 색스는 상형문자 풀 패키지인 그 횡설수설 이면의 그의 생애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심지어 제럴드 P의 횡설수설에 응수하기도 했다. 6장 "변성상태(altered state??)"의 1인칭 화자는 주로 저자 올리버 색스이다. 왜 그가 향정신성물질에 손대었으며 서서히 중독되었고 힘겹게 벗어나는 과정에서 무엇을 얻고 잃었는지 보여준다. 올리버 색스의 다른 책들, [온더무브] [모든 것은 그 자리에] [고맙습니다] 을 통해서 그가 기네스북 수준의 호기심꾸러기인지 알지 못했다면, 믿지 않았을 것 같다. 그가 순수히 지적인 호기심에서 마약에 손대기 시작했다는 것을. 비록 마약중독이라는 비싼 대가를 치렀지만 올리버 색스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환각제라는 것이 무엇인지 절대 알 수 없다는 느낌"(141)을 얻었다. 

*   *  *  * 

6장 외에도 올리버 색스는 다양한 환각 경험의 1인칭 화자로 등장한다. 3-4살 때 처음 경험했던 편두통 전조 증상(7장),  60년 전 기억과 함께 코셔와인 냄새를 맡은 후각 환상(3장), 등반 사고로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경험한 환청(4장),  아마존 여행 전 말라리아 예방약을 먹고 섬망에 시달린 경험 (10장),  환상사지? 신체상 왜곡 경험(15장). 

자신을 이해의 도구 삼는 이런 진지한 태도가 올리버 색스가 소위 '환자'를 '환자'이전 존엄한 인간으로 대하는 태도와 연결되지 않나 싶다. 




1]  환각에 대한 생물 문화적 접근 

  * 샤를보네증후군의 경우_ "시각 환각을 신경학적으로 결정하는 범주가 있는가 하면, 개인적이고 문화적으로 결정하는 요인이 있을 것이다" (40) 예를 들어, 영어를 모국어 삼는 환각경험자의 환청은 주로 영어! 


2]  환각 경험(자)에 대한 문화적 태도

  * 많은 문화권에서 환각은 명상, 종교적 의례, 식물(약물) 등을 통해 도달 추구하는 긍정의 현상이자 예술의 영감이자 영적 고양의 경험. 그러나 서구 문화권에서는 병적인 현상으로 낙인찍는 경우가 많다. (1973년 실험, 8명의 가짜 환자들이 환청 증세를 호소하자 모두 정신과 입원처리 된 실험이 그 예) 올리버 색스에게 쏟아진 숱한 편지들도, 그 동안 낙인찍힐까봐 누구에게도 말 못하던 경험을 나누고자 함이 아닌가? 환각을 병적 증후로만 몰아가는 문화적 태도로 인해 잃은 것은 무엇일까?


3] 환각 연구 이면의 정치경제학

* 올리버 색스는 이 책에서 그 부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나 역시 이 분야에 아무 지식이 없으나 감각박탈이나 환상사지치료에 쓰이는 기술 등은 얼마든지 군사적 용도(고문이나 전투력 증강 등)로 (악)용될 수 있지 않나, 현재도 그런 방향으로 연구가 이뤄지지는 않는가? 



거칠지만 'ㅊ* ㄱ"님 "ㄱㅇㅇ**ㅇ"님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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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2-01-16 18: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하세요!!! ㅋㅋ 지난 주 진도가 잘 안나갔어요. 잠만 많이 자고요 ㅋㅋ

얄라알라 2022-01-17 21:04   좋아요 3 | URL
건강을 위한 숙면 우선! 숙면 뒤 좋은 글이 나오잖아요^^ 초란공님과 함께 읽는 기회 생겨서 좋습니다!!

초란공 2022-01-18 14:22   좋아요 2 | URL
저도 함께 읽기 기대됩니다!! 제가 빨리 읽기는 안되어 저도 다 읽고 북사랑님 리뷰 읽기로!!^^;; 아 그리고 올리버 옹에 관한 DVD가 나온 모양입니다. http://aladin.kr/p/bfrqO 재미있을 것 같아요!

고양이라디오 2022-01-17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빠르시네요!!! 책 읽고 리뷰 읽어볼래요ㅎㅎ 이번 주 열독해야겠네요ㅎ

페크pek0501 2022-01-18 1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색스의 책을 저도 읽은 게 있는데 제목은 생각이 안 난다는...ㅋ
환자이면서 동시에 의사였던 것 같아요. 제 기억이 맞나요?
호기심이 무척 많아서 늘 탐색하려던 자세를 가졌던 것 같고요.
실제로 괴상한 증상을 가진 환자를 다룬 이야기를 읽고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어요.그걸 다 기록해 놨더라고요.

그레이스 2022-01-18 14:20   좋아요 4 | URL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라는 제목의 책일거예요.
아마!
오토바이 사고로 입원해서 환자로서 겪은 이야기인것으로...
의식의 전환을 맞은 계기.

온더 무브도 좋았어요

얄라알라 2022-01-19 20:31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페크님 모두 올리버 색스를 애정하시는군요.
저도 <온 더 무브>
라이더 시절의 젊은 색스의 모습, 다 너무 좋았어요. ^^
<내 다리를.....> 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차차 봐야겠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2-02-04 1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얄라님! 리뷰 너무 잘 읽었습니다. 책과 저자에 대해서 너무 잘 설명해주셨네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제가 놓친 이야기를 이렇게 얄라님 리뷰로 만나니 너무 좋습니다^^b

2월 책은 어떤 책으로 할까요ㅎ??


초란공 2022-02-04 12:21   좋아요 2 | URL
오늘이 입춘이래요. 그래서 봄비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마음의 눈‘이 어떨지 제안해봅니다^^

얄라알라 2022-02-05 11:36   좋아요 0 | URL
[마음의 눈] 어제 초란공님 댓글 보고 바로 검색했을 때는 못찾았는데
지금 다시 찾아보니 [마음의 눈 - 빗소리가 어떻게 풍경을 보여주는가] 마찬가지로 올리버 색스의 작품이네요^^

1. 올리버 색스 저작을 계속 이어달리기한다.
2. 강제력 없이는 혼자 읽기 어려우나 언젠가는 완독 희망하는 책을 새로 탐색한다.

저는 1, 2 다 좋습니다. 2의 책으로는 [환각]과도 연결지점 찾아볼 수 있을 [광기의 역사] 조심스레 추천리스트 올려봅니다. 두껍기는 엄청 두껍네요. ^^:; 사 놓고 안 읽은 책....


얄라알라 2022-02-05 11:36   좋아요 0 | URL
입춘 지났는데 이렇게 춥다니!!!! 어제 오늘 너무 추워요^^:;;;

초란공 2022-02-04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1인칭 시점의 진술‘을 쓱 지나치듯 읽은 것 같은데 이 부분을 북사랑님 글을 보고 공감이 가네요~! 이렇게 읽으니 좋은걸요!!
 

책 읽기 전, 오해.


 1] 부제 "펜데믹 시대, 역사학자의 병상일기" 에 갇힌 독자의 상상: Covid-19 투병 & 회복 일기겠지? 


 2] 설마 저자가 죽음 저편까지 넘나들며 아픈 건 아니었겠지? 병상일기를 쓸 수 있었으니... 



둘 다 틀렸다. 

[치료받을 권리 (Our Malady: Lessons in Liberty from a Hospital Diary)]의 저자 티머시 스나이더(Timothy Snyder)는 2019년 12월부터 2020년 봄까지 패혈증으로 생사를 넘나들며 아팠다. 저자의 장인과 장모가 코로나를 앓았지만, 적어도 저자는 코로나로 인해 직접적인 고통을 겪진 않았다. 



병감病感은 복통이었다. 티머시 스나이더는 복통을 느꼈지만 예정된 강연도 마쳤다. 2019년 12월 3일 병원에 입원했고 다음날 퇴원했다. 십여 일 후, 맹장염 수술 후 다음날 퇴원했다. 집도한 의사가 별다른 주의를 주지 않았고 티머시 스나이더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났다. 휴가지인 플로리다에서 잠시 입원했었지만 차도가 없어, 12월 28일엔 뉴헤이븐 응급실로 들어갔다. 고작 며칠 사이, 그는 간농양 제거를 위해 수술을 두 차례 받았다. 몸에 9개의 구멍을 뚫었고 튜브를 주렁주렁 단 중환자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후진적이고 불평등한 의료 시스템을 경험한 티모시 스나이더가 느꼈을 무력감과 분노는 다음의 자조적 문장으로 압축된다. "나는 또 하나의 환자, 또 한 세트의 손상된 장기들, 감염된 피가 담긴 또 하나의 용기에 불과했다. (13)"


Mogens Engelund, CC BY-SA 3.0 , via Wikimedia Commons


패혈증을 방치한 탓에 세균이 온몸에 넘실거리는 상태에서 미국인 티머시 스나이더는 아내에게 폴란드어로 말하기도 했다(본인은 기억하지 못한다). 수십년 헌신해온 연구 주제인 나치즘과 스탈린주의 관련한 인물들이 환영처럼 그의 반의식 속에 침투하기도 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그의 정신줄을 붙잡은 것은 부성애였다. "내가 나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고, 오직 내가 '그 아이들의 것, 그 아이들의 아버지'라는 사실만이 중요했다....내 삶이 단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이 떠다니는 깨달음, 이 다정한 공감이 나를 호위해 죽음에서 멀어지게 했다. (18)"

그토록 아픈 와중에도 티머시 스나이더는 역사학자이자 한나 아렌트 상 수상 작가답게 일지를 남겼고, 친구의 권유로 회복 기간에 [치료받을 권리]를 썼다. 원제 [Our Malady]는 미국의 공적 질병public malady을 의미한다. 그는 21세기 미국인 상당 비율이 '더 짧고, 더 불행하게' 살면서도 엄청난 건강보험료를 지불하는 모순에 분노한다. 의료보장은 마땅히 보편적 권리인데, 특권층에게만 혜택이 집중됨으로써 혜택받지 못한 사람을 사지로 내모는 상황에 분노한다. 지인들은 왜 티모시 부부가 생명이 위급한 시점에서 연줄을 동원해서 힘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았는지 의아해했다(그는 예일대 석좌교수이며, 장인도 의사이다.) 티모시 스나이더는 그런 시각 자체가 특권의식이라고 본다. '삶과 죽음 앞에서 누군가가 더 취약해서는 안 된다. 인간 모두가 취약성을 드러내는데, 우리는 연대해야 같이 산다.' 이것이 바로 미국인 티모시 스나이더가 조국에 던지는 쓴소리이자 병상에서 돌아온 회복환자로서 절규이다. 



  • "우리가 타인을 질병의 보균자로, 우리 자신을 건강한 피해자로 여기고 있다면, 우리는 나치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57)
  • "코로나 바이러스는 상업용 부동산 소유자들처럼 이 질병과 상관 없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배를 불리는 금전적 노다지였다." (161)
  • "고독과 연대는 균형이 필요하다. 우리가 지금 지독하게 외롭다고 느끼는 한 가지 이유는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방법을 우리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189)
  • "건강은 우리 공통의 취약성이고, 함께 자유로워질 수 있는 우리 공동의 기회이다...자유롭기 위해 우리에게는 건강이 필요하며, 건강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서로가 필요하다." (199)


치료받을 권리의 편재성, 사람의 고통과 생명값이 동일하게 다뤄지지 않고 경제 논리에 따라 계산되는 현실에 맞서 티머시 스나이더 내면에서 올라온 횃불은 혼자 타고 싶어하지 않는다. 세상을 움직이려는 질주에서 분노의 외바퀴만으로는 위험해진다. '연대'라는 다른 바퀴를 탑재해야 한다. "나에겐 두 감정(분노와 연대) 모두가 필요했다. 회복하기 위해, 자유로워지기 위해, 나에겐 횃불과 뗏목, 불과 물, 고독과 연대가 모두 필요했다." (21)

* *

아프지 않았더라면, 티모시 스나이더가 횃불을 들었을까? 나는 어떠한가? 우리는 어떠한가? 억울하고 분노할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어도 횃불을 들겠는가? 답은....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혼자 드는 횃불은 꺼지기도 쉽고 위협적이지 않다는 점. 광장이 횃불의 바다로 울렁여야 미약하나마 신호 보낼 수 있다는 점. 견고한 금속성 카르텔은 횃불로도 쉽게 녹거나 해체되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꾸준하고 집요하게 요구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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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1-15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티모시 스나이더가 이런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을 이렇게 책으로 썼군요. 발췌해 주신 글에서 작가의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의 진실한 성찰이 느껴집니다.


얄라알라 2022-01-16 17:11   좋아요 0 | URL
저는 티모시 스나이더의 책을 이번에 처음 읽었어요. [피에젖은 땅]은 알라딘 서재 올라왔던 훌륭한 리뷰들로만 보았고요. [치료받을 권리]를 읽으면서, 이 분 성품, 그리고 coolcat님께서 말씀해주신 대로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의 진실한 성찰˝ 느낄 수 있었어요.....아픈 걸 너무 잘 참으시는 것도 같고요^^:;;

미국의 의료현실에 대해서는 신문기사나 이런저런 짤막한 글로만 접하다가 티모시 스나이더의 병상일기 통해 더 자세히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대로 두면 안 될터인데 어떻게 과연 달라질지, 달라질 수 있을지....

PersonaSchatten 2022-01-15 2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살아서 다행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나라는 그래도 의료비도 싼 편이고 진료시에도 의료진들이 우수하고 사려깊어서 주의를 많이 해주는 편인 거 같아요. 수술후 감염됐을까봐 저는 파상풍이랑 패혈증이랑 척수염 검사도 받은 적이 있는데 과잉진료란 느낌보다는 썩으면 안 되니까 저도 적극적으로 동의했던 거 같아요. 아나필락시스에 빠른 대처 해준 것도 고맙고, 아빠 복통이 배가 아니라 심장 문제였다는 것도 비록 한쪽이 죽어버렸지만 모든 의사가 다 모르고 지나쳤다면 이날 이때까지 살아남기 힘들었을 거 같단 생각도 들고요. 해외 이민가서 살다가도 아플 땐 다 한국으로 돌아오더라고요.
맹장염 때문에 간농양도 생기고 패혈증까지 갔다니 좀 너무 했지만 ㅠㅠ 그래도 살아서 좋은 연구 많이 하시면 좋겠네요.

얄라알라 2022-01-16 17:14   좋아요 0 | URL
persona님께서도 힘든 경험이 있으셨군요.
척수염 검사가 아마도 척수천자(?)라는 과정이었을까요? 티모시 스나이더는 자신의 허리천자 수행하던 의사들의 휴대폰이 켜 있어서 불안+불쾌햇던 경험을 책에서 자세히 밝혔어요.


맹장 수술을 하고도 간농양과 패혈증까지 가다니 저도 저자가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persona님 말씀처럼 이 분 오래 오래 좋은 연구 많이 하시면 좋겠어요^^
 


"영웅쥐 부고" 뉴스 덕분에 "APOPO"란 단체를 처음 알았다. 



"4일치를 30분 만에”…지뢰 100개 찾아낸 영웅쥐 죽음에 애도 물결" (서울신문 2022/1/12)


국내 뉴스 기사 제목 그대로 지뢰 100여개를 탐지하여 수 많은 생명-특히 어린이의 생명-을 구했다는 이유로 공로훈장도 받았던 쥐, '마가와'가 죽었다고 한다. 인간이 뿌린 재앙의 깨알들(지뢰)를 탐지해내는 훈련을 받고, 바나나 등 먹거리로 보상을 받아온 쥐! 비딱한 생각이 들어 홈페이지를 apopo.org 뒤져보니, 놀랍게도 아프리카 주머니쥐는 9개월 간 특수 훈련을 거치면, 인간의 객담의 냄새를 통해 결핵 양성인지를 탐지해낸다고 한다. 


'영웅쥐' 호칭은 철저히 인간중심이다. 인간을 위해 영웅화되었다. 

역으로, 인간이 비인간종에게 'hero(in)'이 된 경우가 있다면 무엇일까? 생각을 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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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호닉스바움의 [대유행병의 시대] (2020)와 비슷한 시기에 읽고 정리를 미뤘더니 머릿 속에서 얽힌 책이 [에코데믹, 끝나지 않은] (2020, 마크 제롬 월터스)이다. 수의학과 저널리즘을 복수전공한 저자는 하버드대학교 의대에서 강의했고 현재 사우스플로리다 대학교에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다. [에코데믹, 끝나지 않은]은 한국에서 2020년에 출간되었지만, 원서 [Six Modern Plagues: And How We Are Causing Them]는 2014년에 초판되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전염병 X'로서 'Covid-19'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에코데믹 ecodemic'이라는 신조어 아래, 환경 및 인간 행동 변화와 전염병의 연관성에 주목하자는 마크 월터스의 선견지명은 2022년 시점에도 독자를 긴장시킨다. 



1. 광우병 - 진보의 어두운 그림자
2.
에이즈 - 아망딘이라는 침팬지
3.
살모넬라 DT104 - 항생제 내성의 행로
4.
라임병 - 오래된 숲과 관절염
5.
한타바이러스 - 죽음의 봄
6.
웨스트나일뇌염 - 나일강에서 온 바이러스


 

마크 월터스는 (특히 북미 사회에서 익숙할) 여섯 개 전염병의 발생 원인과 보건당국을 위시한 인간측 대응을 전염병 별로 따로 다룬다. 저자가 전문가적 시각에서 풍부한 자료를 활용한 덕분에 6개 전염병에 대한 독자의 이해는 선명 해진다. 그러나 저자의 집필 의도는 개별 전염병에 대한 백과사전식 지식 더하기에  있지 않다. 마크 월터스는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 즉 지구 행성에서 천적조차 없는 "우리 인간이 현대의 전염병을 부양하는 역할(23)"을 하며 계속 생태계를 파괴한다면 의료기술로도 과학으로도 인류는 구원받을 수 없음을 경고하려는 것이다.


비록 저자가 제안한 용어, '에코데믹'이 대중화되진 않았지만, 2020년, 2021년 그리고 2022년의 팬데믹 고통을 함께하면서 인류는 예감한다. 망가지고 건 브라질의 허파가 아니라 인간의 폐이며, 죽는 건 박멸대상으로서 바이러스 품은 동물과 곤충이 아니라 인간 자신임을.


오늘 종일 포털에 뜨는 '브라질 협곡 붕괴 사건' 

극도의 불운으로 설명하기에는 원인의 원인이 꼬리를 물며 한 방향을 가리킨다. 우리는 알고 있다. 두렵기도 하다. 두려움은 '생각하는' 호모 사피엔스가 놀랍도록 잽싸게 대처하는 능력의 원동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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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Schatten 2022-01-09 23: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타바이러스 70년대 나왔지만 어릴 때 한탄강 놀러간 적이 많아서 바이러스 이야기 들을 때마다 소름이었는데 이 책에서도 나오나봐요. 에코데믹이라니 용어도 관심이 가고요. 궁금해졌습니다. ^^

얄라알라 2022-01-09 23:23   좋아요 2 | URL
저자가 저널리즘쪽 교수여서 그런지 의학 지식을 풀어놓는 방식이 영화적인 부분이 있어요. 한타바이러스 희생자 (20살,21살)가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챕터 시작 부분에 배치하는데, 무서웠어요.

라임병도, 한타바이러스, 웨스트나일뇌염도 제게는 상당히 생소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미 라임병은 한국에 들어와 있으니 더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한탄강과 한타^^ (어린이들이) 충분히 의구심 갖을만한 이름들이네요

PersonaSchatten 2022-01-09 23:26   좋아요 1 | URL
그거 한탄 바이러스 맞아요. 이호왕 교수님이 발견하신 거라서. 한탄강에 놀러와 놓고 꼭 그 이야기 하셨던 선생님들 아빠, 생각이 나네요. ㅋㅋㅋ 놀러와 놓고 잔디에도 못 앉고 강에 들어가지도 않고. ㅠㅠ

얄라알라 2022-01-09 2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정말요? 한탄강에서 한타 바이러스? 저는 언어유희인줄 알았어요.^^:;;부끄부끄 열번 해도 부끄럽네요

얄라알라 2022-01-09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책에서는 나바호 인디언들 이야기가 나와요. CDC가 알기도 전부터 나바호 인디언들은 한타바이러스의 정체(?), 발현 메카니즘뿐 아니라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초를 쓰고 있었다고 예시 들어주거든요. 한국에는 없는 줄 알았어요^^:;;; 책을 뭘로 읽은 건지 리뷰 올리고 나서 부끄럽네요

PersonaSchatten 2022-01-09 23:49   좋아요 3 | URL
부끄러우실 것까진 없죠.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니 현지(?) 영어권 지역에서 일어난 일 자료 모으는 게 더 쉬웠나봐요. 게다가 원래 북미 남미에서 치사율이 더 높아서 우리보다도 그쪽이 사람 살리려고 노력한 케이스들이 더 많을 거에요. 폐조직에서 바이러스 분리 추출에 성공하셨던 이호왕 선생님은 21년 노벨생리의학상 후보에 거론이 되기도 했었답니다. 한타라고 더 많이 부르니 더더욱 한탄강에서 첫 발견 됐는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집 앞 중국집 앞에 이상하게 아무도 치우지 않고 늘어만 가는 쥐 시체들이 있어요. ㅠㅠ 오토바이로 보도블럭에 눌어붙은 쥐들 볼때마다 스트레스 받으며 페스트랑 출혈열 생각하곤 해요. 거기가 지름길인데 늘 돌아서 다녀요. ㅠㅠ 한타 하니까 또 그 장소가 생각나네요. ;; 한탄강이 차라리 깨끗할듯 합니다. ㅠㅠ

얄라알라 2022-01-09 23: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저도 발빠르게 이호왕 교수님 검색해보고는 노벨생리의학상 후보에 작년에 거론되셨구나 알았어요. persona님께서 들려주신 ‘쥐‘ 에피소드가, 제가 어제 밤부터 오늘까지 읽은 책 내용보다 더 확실히 머릿 속에 각인될 것 같아요. 덕분에 이호왕 교수님도 찾아보고 감사합~니~다^^ 일요일 자정이네요. 행복한 월요일 시작하시기를 persona님

PersonaSchatten 2022-01-09 23:57   좋아요 2 | URL
충격적인 이야기는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밤 하늘이 매우 맑더군요. 🌛북사랑님도 활기차고 쾌청한 한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고양이라디오 2022-01-10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얄라님 안녕하세요ㅎ 올리버 색스의 책 <환각> 어떨까요? <의식의 강>이나 <모든 것은 그 자리에>도 읽어보고 싶지만 얄라님 안 읽은 책으로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ㅎ

얄라알라 2022-01-10 16:01   좋아요 1 | URL
제 서재에 남겨주신 댓글이었네요^^ 저는 고양이라디오님 서재에 댓글 남겼어요. 숨바꼭질처럼 ㅋ
네 <환각> 선정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2주 텀으로 읽었으니 2주로 잡고, 마지막 4째주에는 <종의 기원>의 1월치 분량을 서로 나누면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은데 어떠신지요?^^

고양이라디오 2022-01-11 15:57   좋아요 0 | URL
2주 텀으로 리뷰 올렸는데 책 1/2 분량 읽고 올렸었어요ㅎ 최근에는 짧은 책들이라 2주에 한 권씩 읽었고요ㅎ

2주는 조금 부족할 수도 있으니 3주 텀으로 <환각>, <종의 기원> 같이 할까요? 3주 차 때 다음 책 선정하고요ㅎ

얄라알라 2022-01-11 16:24   좋아요 0 | URL
네 ㅎㅎ 저의 1/2씩 읽었죠? 올리버 색스 책은 두께 편차가 커서 <환각> 찾아보니 380쪽이네요 2주가 빡빡할 수 있겠네요. 고양이라디오님 말씀대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2-01-10 1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브라질 협곡 붕괴 사건. 화면 보니깐 무섭더라고요. 위험은 도처에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천재지변 같은 일 많이 일어날 것 같아요.

님의 글을 보니 바다에 플라스틱 같은 것들을 버려서 그걸 물고기들이 먹고 우리는 그 물고기들을 먹어서
결국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을 인간이 먹게 되는 것, 생각나네요. 뿌린대로 거두리라, 명심할 일이에요.^^

얄라알라 2022-01-11 15:47   좋아요 0 | URL
피하는 상상을 하고, 영화 속에서도 ‘도피처‘ 혹은 ‘도피 시나리오‘를 제시하지만
과연 피할 수 있을지?

저는 우리 식탁을 바꾸는 작은 노력부터 시작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쉬우면서도 365일 매일 실천할 수 있으니.
하지만 항상 실천은 어렵습니다. pek님^^ 말씀처럼 미세플라스틱이 결국 우리 몸에 들어온다는 것을 알아도 플라스틱 포장재를 포기하긴 어려우니
 



저널리스트나 학자가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지향을 뚜렷하게 드러낸다면, 이는 그 개인의 사적 삶과 연관되지 않는가 하는 궁금증을 오래전부터 품어왔다.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을 집필한 전혜원은 기자로서 "우리 시대 '파블로프의 개'와 비슷한 존재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다는 소신을 밝힌다. 작가 본인이 2010년 일본 교토의 닭꼬치 가게에서 4개월 동안 '파블로프의 개'가 되어 일했던 경험을 프롤로그에 배치하면서. 

*   *

노동을 "낯설게" 보기 시작한 기자에게, "기자가 꽂힌 분야를 팔 수 있도록 장려하는 회사"(시사IN)는 연재탐사 기사를 허용했다. 전혜원은 2018년부터 <시사IN> 소속으로 취재한 사건 중 기사 23편을 9개 주제로 엮어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를 펴냈다. 제목에서 "말하지 않는"의 주어가 빠져 있는데, 프롤로그를 통해서 그 주어를 특히 언론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전혜원은 노동문제를 다룰 때 진보 언론과 보수언론이 "선량한 피해자로서 노동자 vs. 노조 혐오"식 이분법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기자는 "선악의 이분법을 벗어난 노동 기사를 쓰려고 노력했"고, 이에 대해 소설가 김훈은 "전혜원 기자는 선악의 구분을 넘어서려고 했다지만, 결국 그도 가치판단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한다.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설정하는 일은 윤리적 범주를 저버릴 수 없다는 것을 전혜원 기자는 알고 있다(7)"는 (적어도 내게는) 알쏭달쏭한 추천사를 남겼다.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을 새벽까지 읽는 동안, 현관 앞에 대형 박스 4개가 배송되었다. 주말 동안 할인 쿠폰 써서 구매한 제품들이 민망스럽게도 1박스 1상품 형식으로 들어 있다. "고용 없는 노동" 챕터를 비롯, 전혜원 기자의 발품취재 기자정신 덕분에 평소 인식하지도 못하던 문제가 눈에 들어온다. 전혜원 기자가 말하는 "우리 시대 '파블로프의 개'와 비슷한 존재들"은 어디까지 포괄하는걸까 질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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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03 09: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선악의 이분법을 벗어난다는 것이 윤리적 범주를 저버린다는 것과 등치되는 개념은 아닌 것 같은데 김훈의 추천사는 진짜 알쏭달쏭하네요. 덕분에 좋은 책을 또 한권 알게되어서 냉큼 보관함에 집어넣었습니다. ^^

얄라알라 2022-01-03 10:53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의 관심이 닿아있는 책이라서 제가 기쁩니다^^ 추천사를 두 번 읽었습니다. 후반부에 물론 전혜원 기자가 김훈 작가님의 글도 인용하고, 두 분이 긴밀히 소통하셨던 듯 합니다.

청아 2022-01-03 11: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노동자들에 대한 이분법이 와닿습니다. 여성들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배워서 역시나 싶고요. 결국에는 정치적인 말을 할 권리를 가진 소수에 의해서 조종당하는 느낌입니다.

블랙겟타 2022-01-03 1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요 😁

얄라알라 2022-01-03 12: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사IN] 기사들을 모아서 요렇게 얇은 책들로 펴내주시니, 구독하지 않는 관심자로서 크게 감사드립니다! [20대 남자]나 [20대 여자]보다 저는 이 책이 좋았습니다! 블랙겟타님께서도 읽는 중이시라니 앗싸!

블랙겟타 2022-01-03 22:35   좋아요 2 | URL
좋은 책이셨다니 📚저도 기대가 되네요!!

레삭매냐 2022-01-05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한전 하청업체에서
일하시던 분이 감전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구요.

이런 후진국 같은 사건이
끊이지 않는지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얄라알라 2022-01-05 17:19   좋아요 0 | URL
저는 그 뉴스 스크립부터 우연히 읽었는데, 스크립 읽다가 이미 괴로워서 동영상 누르지도 못했네요.
김훈 작가님께서 자주, 기고문을 써주셨지만 사건은 똑같이 반복되니 외치는 목소리만 말라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