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호닉스바움의 [대유행병의 시대] (2020)와 비슷한 시기에 읽고 정리를 미뤘더니 머릿 속에서 얽힌 책이 [에코데믹, 끝나지 않은] (2020, 마크 제롬 월터스)이다. 수의학과 저널리즘을 복수전공한 저자는 하버드대학교 의대에서 강의했고 현재 사우스플로리다 대학교에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다. [에코데믹, 끝나지 않은]은 한국에서 2020년에 출간되었지만, 원서 [Six Modern Plagues: And How We Are Causing Them]는 2014년에 초판되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전염병 X'로서 'Covid-19'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에코데믹 ecodemic'이라는 신조어 아래, 환경 및 인간 행동 변화와 전염병의 연관성에 주목하자는 마크 월터스의 선견지명은
2022년 시점에도 독자를 긴장시킨다.
1. 광우병 - 진보의 어두운 그림자
2. 에이즈 - 아망딘이라는 침팬지
3. 살모넬라 DT104 - 항생제 내성의 행로
4. 라임병 - 오래된 숲과 관절염
5. 한타바이러스 - 죽음의 봄
6. 웨스트나일뇌염 - 나일강에서 온 바이러스
마크 월터스는 (특히 북미 사회에서 익숙할) 여섯 개 전염병의 발생 원인과 보건당국을 위시한 인간측 대응을 전염병 별로 따로 다룬다. 저자가 전문가적 시각에서 풍부한 자료를 활용한 덕분에 6개 전염병에 대한 독자의 이해는 선명 해진다. 그러나 저자의 집필 의도는 개별 전염병에 대한 백과사전식 지식 더하기에 있지 않다. 마크 월터스는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 즉 지구 행성에서 천적조차 없는 "우리 인간이 현대의 전염병을 부양하는 역할(23)"을 하며 계속 생태계를 파괴한다면 의료기술로도 과학으로도 인류는 구원받을 수 없음을 경고하려는 것이다.
비록 저자가 제안한 용어, '에코데믹'이 대중화되진 않았지만, 2020년, 2021년 그리고 2022년의 팬데믹 고통을 함께하면서 인류는 예감한다. 망가지고 건 브라질의 허파가 아니라 인간의 폐이며, 죽는 건 박멸대상으로서
바이러스 품은 동물과 곤충이 아니라 인간 자신임을.
오늘 종일 포털에 뜨는 '브라질 협곡 붕괴 사건'
극도의 불운으로 설명하기에는 원인의 원인이 꼬리를 물며 한 방향을 가리킨다. 우리는 알고 있다. 두렵기도 하다. 두려움은 '생각하는' 호모 사피엔스가 놀랍도록 잽싸게 대처하는 능력의 원동 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