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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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리스의 전작 <비하인드 도어>를 재미있게 읽었기에 책을 받기 전부터 <브레이크 다운>이 정말 기대되었다. 역시 대단한 몰입력이 있는 소설이다. 여러 개의 복선을 깔아 헷갈리게 하면서 몰입을 하게 하는 힘이 있다. 두 명 중 하나가 범인일 거야, 꼭 맞춰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읽어나갔다. 거의 끝부분에서 완전히 빗나간 추측에 허를 찌른 기분이다. 처음엔 캐시의 심각한 건망증과 살인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기에 이렇게 조금은 지루한 듯 캐시의 상황을 길게 늘어놓는 것일까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한 사람의 약점일 수도 있는 감추고 싶었던 건망증이 노출되면서 소박한 일상을 잃어가고 범죄에 이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심리 스릴러이다.


 교사인 캐시가 어느 날 동료들과 회식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를 뚫고 블랙워터 숲길을 통과한다. 거기로 오면 절대 안 된다는 남편 매튜의 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서우니까 빨리 집에 가려고 지름길을 택한 것이 캐시의 앞날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엄청난 폭우 속, 정차돼 있는 차 안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 여자를 보게 되지만, 급박한 상황도 아닌 것 같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지도 않아서 무서운 마음에 그냥 지나친다. 그 다음날 한 여자가 잔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했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바로 캐시가 지나쳐 온 그 장소이다.


 일면식이 없던 사람이라면 모를까 알았던 사람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친한 친구 레이철의 초대로 사내 회식에 갔다가 알게 되어 친구가 된 제인 월터스가 피해 당사자라는 것을 알고 캐시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때부터 밀려오는 죄책감 때문에 정신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더구나 가볍지 않은 건망증까지 있는 그녀가 아닌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자신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힘든 고백까지 하며 캐시를 끔찍이 여기는 남편이 있어서? 반면 캐시는 친정엄마가 44세에 조기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숨긴 것을 미안해한다.


 웬일인지 수사에는 별로 진전이 없어 보인다. 살인자를 찾았다는 소식은 없고 캐시는 힘겨운 날의 연속이다.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의 장면보다는 캐시의 심경이 변화되어가는 정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살인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캐시의 심각한 건망증은 매튜는 물론 레이철에게도 들통 날 만큼 심해진다. 친구 수지의 생일 선물을 사기로 하고 돈을 받았는데 그 돈도 어디 있는지 모르며 무슨 선물이었는지 기억이 없다. 매튜의 출장도 기억에 없다. 달력에 표시된 캐시의 글씨체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 이제는 말 없는 전화까지 걸려 와서 캐시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외딴집에 방범장치도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려 경비 업체를 불러 시스템 설치를 한다. 하지만 무엇 하나 정상적이지도 않고 기억에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주문하지 않은 유모차가 배달되질 않나 살인사건에 사용된 것과 똑같은 커다란 칼이 주방에 보였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당신이 헛것을 본 거라고. 의사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약을 복용하게 되면서 더욱 더 큰 무기력에 빠진다. 방학이 다 끝 나가는데 학교도 못 나가게 된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엄마처럼 될까봐 두려웠는데 캐시가 그런 상황이다. 세탁기 작동하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런데도 아무 문제없다는 매튜에게 화가 난다. 엉망이 된 일상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 날 극심한 두통을 느끼며 깨어난 캐시는 뭔가 끔찍한 문제가 생겼음을 깨닫는다. 다행히도 캐시는 이제부터는 맞서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제인의 남편 알렉스를 만나 힘든 고통의 상황을 털어 마음의 짐을 덜고 힌트를 얻을 수 있었던 점도 결과적으로 아주 잘 한 일이다. 한나를 찾아가고, 경비업체에 들르고 아기용품점, 학교 등을 찾아다니면서 궁금했던 일을 알아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두려운 고통 속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전말을 모두 알게 되는 물증을 얻기에 이른다. 모든 혼란과 고통스런 상황이 깨끗이 풀린다. 정말 기가 막힌다. 인간의 비양심과 추악함이 결합하여 한 사람의 행복한 일상을 빼앗으려고 했다. 무기력에서 빠져나와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은 아마도 캐시의 놀라운 직감력이 아니었을까.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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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2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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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권이 테러, 전쟁으로 신음하는 인간들에 대한 의아심을 품고 탐구가 이어졌다면 2권은 그보다 상황이 악화된 페스트를 퍼뜨리고 도시를 장악한 쥐들과의 전쟁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파리 시내는 이제 테러와 전쟁을 넘어 설상가상으로 페스트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전 세계 대도시는 물론 중소 도시까지 페스트가 침투한 상황이다. 피타고라스로 인하여 이전보다 의식의 혁명이 일어난 바스테트는 어떻게 활약하게 될까. 무엇이든 떼로 뭉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그 작은 쥐라도 수 백, 수 천, 수 만, 수십 만 마리가 모이면 공포심을 조장하게 된다. 예전에도 그런 영화를 보면서 끔찍한 두려움을 느끼곤 했다. 가상의 상황이지만 만약 그런 장면이 현실이 된다면?


 피타고라스의 집사인 소피가 죽고 바스테트의 아들 안젤로가 보이지 않는다. 집사인 나탈리도. 피타고라스는 바스테트에 목걸이에 달려있는 GPS 추적 장치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소피에게 고양이의 방식으로 영혼의 송별식을 치러주고, 그동안의 고마움을 표하고 멋진 환생을 빌어주었다고 말하는 피타고라스. 바스테트는 인간의 영혼과 소통이 가능한 그를 보면 감탄한다. 비결이 뭐냐고? 인터넷 덕분에 인간의 세계를 이해한다면서 피타고라스는 다음 생엔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인간의 손을 갖고 싶어. 그 손끝에서 책이 나오고 정교한 기계가 만들어지고 예술이 탄생하잖아. 인간처럼 웃어 보고 싶기도 해. 웃을 때의 느낌을 알고 싶어. 우리 고양이들은 항상 너무 진지하잖아. 뭐든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가끔은 인간처럼 냉소를 지어 보고 싶어. 자기 냉소를 통해 뭐든 상대화해서 바라볼 수 있는 인간이 부러워.”(p12)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져도 되겠다. 그렇게 인간이기를 부러워하는 종이 있다. 만물의 영장인 만큼 이제 다른 종간의 화합과 조화를 통해서 이 지구를 좀 더 살기 좋게 가꾸는 일에 힘써야 할 시점이 온 것을 시사한다. 바스테트의 눈에 어쩌면 신비에 싸여있던 피타고라스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도 털어놓는다. 실험용 고양이 사육장에서 태어났다고. 엄마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며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으며 좁은 케이지 안에 갇혀 정해진 시간에 특수 배합 사료를 먹으며 인간들에게 하나의 물건에 불과한 <CC-683>의 이름으로 존재했다는.


 과학실험으로 이름으로 수많은 동물들이 인간들에게 사육 당한다. 그러면서도 인간들은 동물의 입장 같은 건 생각할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각종 실험에 의해 고문을 당하는 고양이와 동물의 심정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생각해보면 이렇겠구나 싶다.


 안젤로와 나탈리를 찾아가는 길에서 페스트의 공포와 마주친다. 인간 세계에 깊은 혜안이 있는 피타고라스가 이런 상황을 보고만 있을 리 만무하다. 피타고라스는 역사적으로 과학자들이 수난을 당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고양이 군대를 결성하여 페스트를 퍼뜨리는 쥐들에게서 도시를 되찾아오자고 발언을 한다. 두려움을 가진 채 이 상황이 끝나기를 마냥 기다리거나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것, 두 가지 중 선택을 해야 한다. 인간과 고양이로 결성된 군대와 쥐들의 대결을 계획했지만, 소통의 문제가 남아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라는 말이 떠오른다. 고양이가 어떻게 인간과 소통을 통해서 군대를 결성하느냐 문제이다.


 피타고라스는 제 3의 눈으로 열심히 정보를 탐색한다. 점점 서로의 사랑의 감정을 공유하게 된 바스테트도 나름대로 열심히 돕는다. 사자 한니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그야말로 문제해결의 과정이다. 아무리 위기에 처해도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 피타고라스의 뜻에 동조한 열 마리의 고양이가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엘리제궁으로 향하는 길. 대열은 어느새 백 여 마리로 늘어나 있고 샹젤리제 전투는 승리의 환호성으로 젖어든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점점 불어나는 압도적인 쥐들의 수를 막아낼 방법이 없다. 더구나 인터넷이 안 되는 바람에 제 3의 눈의 힘을 발휘할 수가 없다. 일단은 하수구도 없고 지하철도 다니지 않아 쥐들로부터 안전한 시뉴섬으로 군대를 이동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탈리의 도움이 필요하다는데... 나탈리는 또 어디서 찾을까. 모험의 연속이다.


 인간과의 소통을 꿈꾸던 바스테트는 어떻게 집사의 도움을 이끌어낼까. 꿈을 통해 파트리샤를 만나 고양이들만이 갖고 있는 정보를 인간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다. 언어가 아닌 꿈의 소통이라니 신기하기만 하다. 피타고라스를 통해 의식의 혁명을 경험하고 그를 넘어서는 성장을 하는 바스테트를 보면서 역시 세상은 교과서에서 다룬 원칙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기적도 엿볼 수 있었으며 상호 보완적인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경이롭게 느껴진다. 이 작품 말고도 고양이를 다룬 작품이 꽤 있었다. 고양이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다양한 소통의 부재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인간관계는 물론 다른 종의 세계에도 관심의 여지를 주는 멋진 작품이다.


나는 어떤 동물종도 다른 종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구는 어떤 한 종의 소유가 아니에요.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생명체가 똑같이 지구의 주인이죠. 어떤 종도 스스로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고 여길 권리는 없어요. 인간도 고양이도 마찬가지죠.” (p157)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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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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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도서관에서 개미를 빌려 읽으려고 했다가 계속 대출중인 바람에 이상하게도 인연이 닿지 않았고, 이 책으로 처음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만나게 되었다.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 있는 작가라는 흥미로운 이력이 실감이 날 만큼 쉽게 읽히며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왠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생각할 때 느낌은 작품이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의외였다. 법학을 전공하고 저널리즘을 공부한 학자다운 면모가 그렇게 보였나. 역시 어렵게 쓴 작품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그의 많은 작품을 하나씩 만날 생각을 하니 즐거움과 기대감이 앞선다.


 고양이는 많은 작가들이 주인공으로 다룰 만큼 사람에게 친숙한 동물인 것 같다. 고양이가 나오는 작품을 최초로 읽은 것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였다. 이것이 자기 본위의 이기주의와 위선적 교양주의에 물든 지식인의 군상과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면 고양이는 현재 인간 중심의 문명사회를 바라보고 인간 외의 동물들을 포함한 생물들과의 소통을 통해 바람직한 인간사회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동물이나 생물을 학대하고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했다.


 이야기의 화자는 암고양이 바스테트다. 아기 때부터 수수께끼 같은 인간들을 흥미롭게 지켜봤다는 바스테트는 살아있는 것은 모두 영혼이 있다, 영혼을 가진 것은 모두 소통이 가능하다, 소통하는 것은 모두 나와 대화할 수 있다.’(P12)며 주변 존재들과의 교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고양이의 생각과 시선이 참신하지 않을 수 없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지구촌 세계는 아직도 소통의 부재로 인해 테러와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호기심 많은 바스테트는 옆집의 좀 까칠한 듯한 수고양이, ‘3의 눈을 가진 피타고라스와 친구가 된다. 인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치를 달고 있는 그는 왠지 인간 세계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듯 거만해 보이는, 보통 고양이와 다른 진지함이 느껴져서 좀처럼 다가갈 수 없다. 마음에 들어서 어떻게 좀 해보려 하지만, 피타고라스는 자신은 평생 지식을 쌓으며 살아가는 것이 낙이라고 하면서 거절한다.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바스테트는 피타고라스를 만나서 조금씩 의식 있는 고양이가 되어간다. 바깥세상은 언제나 신기하기만 하다. 어느 날은 테러가 일어나 사람은 다치고 죽어가는 모습을 본다. 인간을 좋아하는 고양이 바스테트는 사람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인간의 주인이라고 자칭하는 바스테트는 미모가 빼어난 집사 나탈리가 설치한 것이 텔레비전이라는 것도 피타고라스에게 들어서 알게 된다. 인간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궁금하다. 고양이의 말과 생각을 엿보는 말이지만 놀랍다. 오랫동안 많은 테러와 전쟁에 대한 기사를 보아와서인지 이제는 그리 놀랍지 않은 일상이 되었다. 거짓말도 자꾸 들려주면 나중에도 그것이 진실처럼 들린다고 했던가. 점점 무디어지는 세상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라고 일깨워 주는 듯하다.


앞일이 더 걱정이야. 전쟁이 터질 것 같거든. 수십 명을 표적으로 삼는 테러는 맛보기에 불과해. 전쟁은 수십 만, 아니 수백만을 대상으로 하지. 내 예감엔 조만간 전쟁이 발발할 것 같아.’(P43)

인간에 대한 뛰어난 지식을 갖고 있는 피타고라스의 말이라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자신의 종교를 내세우며 테러가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귀담아 듣고 대책을 강구해야 될 부분이 아닐까.


 또 하나의 동료 수고양이 펠릭스가 들어오고 친해진다. 개에게 쫓기는 피타고라스를 구해주고는 더욱 가까워져 이제는 역사 강의를 듣기에 이른다. 인간과 함께 한 고양이의 흥미로운 이야기다. 농사를 지어 식량을 보관하면서 고양이들이 인간에게 대접받게 되었다는 이야기, 세계 각지에 고양이들이 넓은 땅에 퍼져 살게 된 이야기 등이 이어진다. 고양이와 인간의 오랜 역사에서 이어지는 끈끈한 정도 있었고 종교의 박해를 받아 죽임을 당했던 사례도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테러도 그렇고 전쟁도……. 인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대량 살상이 가능한 힘을 갖게 됐어.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네가 처음 거울을 대했을 때와 똑같아. 인간들은 자기들과 닮은 것을 절멸하려 하지. 더 이상 외부의 적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공격성을 내부의 자신에게 돌리는 거야.’(P102)

인간은 자신들의 이기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극단적인 종교 이념을 불사하는 것으로 말미암아 불특정 다수가 희생되기도 한다.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무기를 개발하고 공격을 가한다. 소통하려는 기본적인 자세는 온데간데없다. 상대방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귀를 기울이게 하는 것은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피타고라스의 입을 빌어 여섯 번째 대멸종을 염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섯 마리의 새끼를 얻은 바스테트는 네 마리의 새끼를 잃는다. 인간에 대한 흥미가 이제는 인간 혐오로 바뀌어 간다. 동물보다 힘이 세다고 마음대로 좋아서 키우다가 귀찮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내다버리고 죽이는 세상이다.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려면 동종만이 아니라 다른 종의 소리도 들을 줄 아는 열린 마음과 귀가 있어야 한다. 대다수의 고양이는 집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는 피타고라스의 말이 자꾸만 맴돈다. 자신들의 무지를 편안히 여기고 남들의 호기심에 불안을 느끼며, 그저 비슷한 날들이 반복되기를 바라는 방관자 같은 삶에 젖어 있는 우리에게 일침을 놓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과의 소통을 갈망했던 바스테트가 인간 혐오로 돌아섰는데 과연 어떻게 아픈 마음을 풀 수 있을지 뒷이야기가 몹시 궁금해진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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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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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불화는 신들과 인간들 사이에서 사라지기를! 그리고 현명한 사람도 거칠어지게 만드는 분노도 사라지기를! 분노는 똑똑 떨어지는 꿀보다 더 달콤하고 인간들의 가슴속에서 연기처럼 커지는 법이지요. 꼭 그처럼 저도 인간들의 왕 아가멤논에게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난 일을 잊어버리고 가슴속 분노를 억제해야지요. 이제 저는 나가겠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헥토르를 만나기 위해서.”(옮긴이의 말 중에서)


일리아스에서 파트로클로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아킬레우스는 테티스 앞에서 이렇게 절규하였고, 저자 매들린은 이 부분에 대한 호기심이 연구로 이어져 십 년의 과정을 거쳐 이 작품이 탄생했다 한다. 고전학을 전공한 그녀의 내공이 그리스신화와 함께 상상력으로 빚어낸 작품이라 하겠다. 신과 인간의 이야기가 들어있어 환상적인 느낌도 든다. 더구나 사랑 이야기는 흔한 남녀의 사랑이 아닌 미소년들의 사랑 이야기라서 더욱 재미있었다. 그들의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문장이 얼마나 섬세한지,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도 나고 두근두근해진다. 그렇다고 결코 저속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순수하고 고결하게까지 느껴진다. 서로 너무 좋아서 서로의 몸과 마음을 느끼는 장면과 분위기, 그들이 느끼는 희열이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다.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야기는 파트로클로스가 화자가 되어 이끌어간다. 죽어서까지. 왕의 자손이니까 왕자다. 작고 가냘프고 빠르지 않고 노래도 못 불러서 일찌감치 아버지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주관하는 경기에서 꿀처럼 빛나는 금발머리에 승리의 월계관을 쓰는 아킬레우스를 본다. 아들은 저래야 하는 거다.” 아버지의 이 말은 계속 열등감으로 따라다닌다. 그러다가 열 살 때는 왕궁에 온 귀족의 아들을 실수로 밀었다가 죽게 한 죄로 프티아로 추방당한다. 펠레우스왕의 아들 아킬레우스와 같이 자라게 되는데, 여기서 그들의 우정과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파트로클로스가 본 아킬레우스는 피부는 갓 짜낸 올리브같으며 이목구비가 수려한 조각남이다. 어머니는 여신 테티스이며 반신반인인 아킬레우스의 움직임과 속도감은 경이로움이다. 어떻게 해서 친구가 되었을까. 펠레우스왕은 아들에게 동무를 권해도 항상 시큰둥했는데, 어느 날 파트로클로스를 동무라고 한다. 왜 이 아이를 선택했느냐고 하자. ‘놀랍기 때문이라고.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소년들은 같은 방에서 지내며 어딜 가나 항상 같이한다. 열등감이 있던 파트로클로스는 그와의 경쟁의식도 없어지고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옛날이야기도 하며 우정의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아킬레우스를 신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인 테티스는 아들이 파트로클로스와 지내는 것을 눈에 가시같이 여긴다. 인간인 네가 감히 내 아들의 앞길을 막으려고 하느냐며 혐오한다. 어떻게든 떨어뜨려 놓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어느 날 자다 일어나보니 아킬레우스가 없다. 그의 어머니의 바람으로 인해 예견했던 일이지만 낙담하지 않을 수 없다. 왕궁을 벗어나 숲으로 얼마나 걸었을까. 아킬레우스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자괴감과 누군가 잡으려고 병사를 보낸 건 아닐까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리고 희미하게 들릴락 말락 한 아는 소리가 들려온다.

 “네가 따라와 주길 바랐는데아킬레우스의 말을 듣고 긴장감과 안도감으로 속이 울렁거린다. 파트로클로스는 너무 짜릿한 환희에 감히 숨을 쉴 수가 없다. 둘은 이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된 것이다. 스승 케이론은 테티스의 말을 어기면서까지 파트로클로스도 함께 데리고 길을 떠난다. 동굴에 기거하며 케이론에게 전투기술은 물론 사냥, 수술, 의술에 대한 것까지 배운다. 어느 날 케이론은 아킬레우스에게 헤라클레스의 모든 기술과 그 이상을 알고 있어서 더 이상 가르칠 게 없으며 이전 세대 당 세대에서 가장 위대한 전사라고 칭찬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중 긴급사태가 벌어졌다는 왕의 전령을 받고 다시 프티아로 돌아가는데... 미모의 헬레나가 프리아모스의 아들 파리스 왕자에게 납치되고 급기야는 전쟁이 시작된다. 테티스는 참전시키지 않으려고 아킬레우스를 여자로 변장시켜 스키로스 섬의 왕의 수양딸로 보냈지만 묘수를 쓴 오디세우스가 아킬레우스를 찾아내고야 만다. 별자리에 이름이 새겨질 정도로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셈이냐고 자꾸 꼬드긴다. 트로이아에 가지 않으면 그 안의 신성이 쓰이지 않은 채 시들어 버릴 거라는 예언, 테티스는 트로이아에 가면 절대 돌아오지 못하고 요절할 거라고 말하지만 명예를 목숨만큼 여기는 아킬레우스는 참전을 결심한다. 겨우 열여섯 살에.


 전쟁이란 인정사정 봐줄 것 없이 어떻게든 승리해야만 가치가 있는 것. 거짓말을 좋아하지 않는 순수한 소년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헥토르가 자기에게 아무것도 잘못 한 게 없는데 어떻게 죽이느냐고 말하던 아킬레우스, 세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전사는 어떻게 승리로 이끌고 갈 것인가. 그리스군과 트로이아군만이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신들도 편을 갈라 싸우는 통에 제물을 바쳐서 도움을 받는다. 며칠이면 끝날 것 같던 전쟁이 희한하게 돌아간다. 빼앗은 영토도 포로도 없이 지리멸렬하게 이어지다가 전리품으로 얻은 미모의 여인 브리세이아를 아가멤논이 빼앗는 사태가 벌어진다. 포로가 된 여자들을 보호하며 안심하며 살도록 도와주었던 아킬레우스에게 치명적인 모독이다. 자신의 명예를 더럽혔다면서 아가멤논이 사과하지 않으면 절대로 개입을 않겠다며 싸움을 중단한다.


 ‘아리스토스 아카이오이(그리스의 으뜸)’인 이 위대한 전사가 참전하지 않자 전세는 밀리고 병사들은 죽어나간다. 신의 노여움으로 역병까지 번지고 전쟁은 어느새 9년이 넘어가고 있다. 보다 못한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참전하여 사르페돈을 죽이고 헥토르의 창에 맞아 목숨을 잃는다. 아킬레우스에겐 그야말로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긴 슬픔과 분노가 싸움터로 다시 불러냈다. 눈앞에 비극을 맞이하고 얼마나 많이 후회했을까. 그까짓 명예가 뭐라고, 그 많은 인명을 희생시켰다고 할 수도 있다어떤 이에게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것이 남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으니. 하지만 언제나 후회는 늦는 법이다.


 싸움도 못하는 파트로클로스가 자신이 대신 나가겠다고 한 것은 아킬레우스를 더 이상 욕먹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고 죄 없는 병사들의 죽음을 막기 위한 순수한 사랑이었다. 죽어서도 그를 따라다니고 그의 숨결을 느낀다. 핏빛 전쟁터에서도 그들의 순수하고 고결한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영웅의 시대, 거친 전쟁 이야기 속에 두 연인의 사랑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의 용기, 순수, 우정,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울렁울렁했다. 일리아스를 아직 읽어보지 않았기에 얼마만큼의 각색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재미있는 로맨스가 곁들여진 소설로 읽어서 다행인지도 모른다. 갖고 있는 일리아스를 읽어보고 싶은 용기를 갖게 되었으니까.

 

'나는 살짝 스치는 감촉만으로도, 체취만으로도 그를 알아 볼 수 있었다. 눈이 멀어도 그가 숨을 쉬는 소리와 땅을 밟는 소리를 듣고 알 수 있었다. 죽더라도 땅 끝에서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P175)


내가 죽으면 우리 유골을 한데 모아서 같이 묻어주기 바란다.”(P445)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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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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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스토옙스키를 연상시키는 문학성 넘치는 스릴러라는 호평에 이 책을 만나기전부터 설렜다. 하지만 보통의 추리소설처럼 긴장감 같은 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심리소설인가 할 만큼 주인공의 내면의 불안이나 공포가 세밀히 묘사되어 어린 범죄자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고 참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윌리스라는 이름의 개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열두 살의 소년 앙투안은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 쿠르탱 부인과 살고 있다. 자신의 평판을 생명만큼이나 집착하는 쿠르탱 부인은 자신이 정한 규칙을 앙투안에게 따르도록 한다. 비디오 게임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어머니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게 되자 옆집 개 윌리스 만이 유일한 위안의 대상이다. 그 윌리스가 어느 날 자동차에 치어 옆구리와 다리가 부러졌는데, 수의사를 부르기는커녕 개 주인 데스매트 씨는 엽총으로 쏘아 죽인다. 앙투안을 그 장면을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 충격으로 마음은 찢어진다. 우울한 성격에 분노의 성향을 갖고 있는 이 소년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다. 자신의 아지트였던 생퇴스타슈 숲 너도밤나무 위에 지어놓은 오두막을 모조리 때려 부순다.


 하필 이 때 나타난 가여운 레미, 앙투안을 숭배하여 졸졸 따라다니던 여섯 살의 레미다. 레미를 보자 앙투안의 맹렬한 분노가 되살아나고 작대기로 마구 후려치고... 영문도 모른 채 당한 레미는 싸늘하게 죽어간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앙투안, 그 맹렬했던 분노는 이제 거대한 공포로 바뀐다. 열두 살 소년의 머릿속은 이 일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계산하기 바쁘다. 교도소 감방에 있는 자신의 모습, 엄마의 얼굴을 떠올린다. 엉엉 울고, 레미에게 왜 죽었느냐고 뺨을 후려치는 동작을 하며 내가 무슨 짓을 하는 거지? 경악을 금치 못 한다. 경찰에 자수해야지 하다가도 죽은 개가 담긴 쓰레기 자루의 영상이 떠올라 치우기로 한다. 이렇게 걷잡을 수 없는 슬픔과 공포 속에서 죽은 레미를 업고 얼마나 걸었을까, 앙투안은 생퇴스타슈 숲 너도밤나무가 쓰러진 구덩이 밑으로 죽은 레미를 밀어 넣는다.


 이제부터 앙투안의 다른 인생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까. 우발적인 일이었지만, 살인 전의 삶과 살인자가 된 시점의 사람의 내면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게 보이려고 애쓴다. 방송은 보발 지역의 여섯 살 어린 아이의 실종 소식을 전면 보도하고 군경의 대대적인 수색작전을 펼쳐진다. 마을 사람들의 봉사도 지원을 받는다. 앙투안은 군경의 탐문에도 응하게 되고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도 없다. 한번 거짓말은 그것을 숨기기 위해서 계속 거짓말을 해야 한다. 불안한 나날이 엄습한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일하고 있는 코발스키 씨가 용의자로 지목되어 불려나갔다가 증거 부족으로 풀려난다. 안도와 불안이 교차하며 도망칠 생각도 하지만, 여러 가지가 발목을 잡는다.


 아직까지 레미의 죽음은 앙투안 밖에 알지 못한다. 피해자인 데스매트 씨 가족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유괴되었다고 추측할 뿐이다.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진 베르나데트 부인을 도와주고 부축해 주는 어머니를 보는 것이 앙투안은 너무 괴롭다. 레미를 살려내서 되돌려 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머니와 같이 있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세상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라니.....!

, 내가 솔직히 하나 물어보자......

그런 어린아이를 그런 식으로 유괴한다는 게.....

, 너 상상이 되니? 여섯 살 먹은 꼬마 아이를 납치한다는 게? 아니, 그리고, 대체 무얼 하려고......?

에그, 불쌍한 녀석아. 그래, 저도 이 일 때문에 힘든 모양이구나...... 정말 그 아이는 너무 착했었는데......(P124~126)

털어놓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속사포처럼 이야기하는 어머니를 보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앙투안의 두려움의 심연은 레미와 자주 만난다. 털어놓고 싶은 마음과 영원히 숨기고 싶은 양심의 갈등으로 들끓는다.


빨리 붙잡히고 싶었다. 빨리 체포되고 싶었다.

빨리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었다. 빨리 다 털어 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자고 싶었다. 그냥 계속 잠만 자고 싶었다.’(P131~132)


 어머니의 성화로 시에서 벌이는 자원봉사 수색대에 갔다가 생퇴스타슈 숲을 수색한다는 말을 듣고 감전되듯 몸이 굳는다. 어머니의 알약을 몽땅 털어 넣고 자살 시도했다가 겨우 살아난다. 이것은 행운이 될까. 또 다른 비운의 상태에 놓이게 될까. 묘하게 어머니의 태도가 예전과 달라졌음을 앙투안은 예리하게 눈치를 챈다. 그리고 두 개의 태풍에 이은 폭우로 보발 지역은 쑥대밭이 된다. 비극의 진실이 묻힌 생퇴스타슈 숲도 나무가 모조리 뽑히고 폐허가 되어 여러 가지 단서들을 깨끗이 지워버렸다. 이것이 앙투안에게는 또 하나의 행운일까.


 그 후로 12년이 흘렀고 앙투안은 의사가 되었다. 어머니의 부름으로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고향에 다시 가게 되고, 어린시절 고약한 짝사랑으로 얼룩졌던 애밀리와 만났다가 하룻밤의 불장난. 이것은 앙투안에게 또 한 번 위기에 몰린다. 애밀리의 아버지가 아이의 유전자 검사를 종용하자, 이로 인해 어떤 일을 초래할지 빤한 상황이라 어쩔 수없이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디욀라푸아 박사의 자리를 이어받은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만난다. 항상 무섭게 느꼈던 코발스키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범죄자의 두려운 내면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개의 수상스럽게 여긴 복선을 마지막에 반전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한다. 세상에, 그래서 그랬구나. 어쩐지 알고 있는 눈치였어. 12년이나 잡히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생퇴스타슈 숲은 재정비되어 어린이 놀이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앙투안은 그 날 잃어버린 손목시계를 소포로 받으며 완벽하게 원죄를 구원 받는다. 그토록 증오하던 고향에서 작은 선행을 하며 속죄를 하며 살아가겠지. 죄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받지 않고, 이렇게 도와주어도 되는 건가. 그 도움의 손길에는 자신의 감추고 싶은 비밀을 들키고 싶지 않은 인간의 이기심도 엿볼 수 있었다. 앙투안에게는 눈물의 감동이었겠지만, 레미를 잃은 데스매트 가족에게는 영원한 수수께끼이며 살인범도 못 찾고 진실은 묻힌 것이다. 그 점은 좀 씁쓸하다. 여타의 추리문학이 범인을 잡는 과정의 진행이라면, 이 작품은 우발적으로 살인자가 된 한 사람의 인생, 그 내면을 추적하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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